재조명되는 마녀의 시대

2014-08-27     나이케 데크슨

흉측하고 가난하고 가마솥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노파. 바로 마녀의 모습이다. 동화 속의 마녀는 매력적이면서도 두려움을 주는 캐릭터로 언제나 숲 속에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이처럼 마녀는 우리의 상상 속에 살아있다. 그런데 마녀라는 이름 뒤에는 16세기와 18세기 사이에 배척 당하고 탄압 받은 실제 여성들의 슬픈 역사가 있다. 이 역사를 모르고 자본주의의 기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 실비아 페데리치의 주장이다. 미국의 대학교수이며,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페미니스트인 페데리치는 <서민과 마녀>(1)라는 연구서의 저자다. 이 책은 영어로 처음 출간된 지 10년 만에 마침내 프랑스어로 출간되었다.

페데리치는 마르크스 사상의 기본적인 개념을 재해석해 봉건주의가 무너진 시점을 찾는다. 농민층의 토지 매입, 자유노동자의 형성이 초기 자본주의의 시작이다. 그러나 칼 마르크스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 점을 이미 1970년대부터 페미니스트들이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그 배경을 이해해야 자본주의와 노동자 가부장제 성립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 여성은 점점 자녀 출산과 가사를 하게 되는 상황에 놓인다. 주부로서 무보수의 활동이 여성이 당연히 해야 할 활동이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페데리치는 새로운 경제 질서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세 가지 요소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공동 소유하던 마을 토지의 사유화, 신대륙의 식민지배 그리고 마녀사냥이다. 이 세 가지 요소로 인해 전에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던 목재, 목축, 약초의 사용이 제한을 받게 되었다. 생존을 위해 이를 주로 사용하던 여성들은 맨 먼저 죄인 취급을 당했다. 가난한 남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가면 가난한 여성들은 원래 살던 곳에 홀로 남았다. 이러한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부랑자가 되거나 도둑질을 하며 살았다. 역사학자 안느 L. 바스토우(2)에 따르면 3세기에 걸쳐 악마와의 재계약, 야간 절도, 혹은 영아 살해죄로 고발되어 마녀재판을 받아 희생된 여성의 수가 20만 명이라고 밝혔다.

페데리치는 중세 유럽에서 억압당한 여성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여성들이 어떠한 배경 속에서 마녀로 몰렸는지를 밝히고 있다. 소외된 여성이 마녀로 몰렸다. 정부와 교회는 주류에서 벗어난 여성들을 공격해 기준을 세웠다.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 여성들, 즉, 독신으로 사는 여성, 자유분방한 여성, 부랑자 여성, 근대 의학이 등장해 이 시기에 사라져가는 민간요법을 잘 아는 여성들이 타깃이었다.

대안 세계화의 투쟁가이자 신세대 마녀를 자처하는 스타 호크는 마녀사냥이 있던 중세시대를 지식의 수용 시대라고 부르고 있다.(3) 전통적인 의료 행위, 즉 약초를 이용하는 민간요법을 처방하는 마녀들의 의료 행위는 혈액 체취와 소독의 등장으로 영웅적인 이미지의 근대 의학과 대조를 이루는 존재였다. 합리성이 점점 강조되는 시기에 비과학적인 것은 철저한 타파의 대상이었다. 스타 호크는 성스러운 가치는 외부의 신이 아니라 세상의 요소 하나하나에 있다는 개념을 옹호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물질적이고 권위적인 논리에 희생이 되었으나 동시에 전복과 해방의 상징인 마녀는 복종하지 않는 여성을 나타내는 아이콘이다. 환경운동에서 퀴어 단체에 이르기까지, 마녀는 저항운동에 영감을 주고 있다. 안나 콜랭이 집필한 두 권의 저서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 이 같은 마녀 아이콘을 보여준다. 기존에 몽트뢰유와 캥페르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와 공연의 연장선상인 셈이다.(4)

‘마녀의 시대’를 박수로 맞이하자 마녀의 시대야말로 억울하게 배척당한 여성들이 누명을 벗고 다시 힘을 얻는 시대인 것이다.

글·나이케 데크슨 Naïké Desquesne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1) Silvia Federici, <Caliban et la Sorcière(서민과 마녀)>, En tremonde

(2) Anne L. Barstow, <Witchcraze>, Harper one, 뉴욕, 1994년

(3) Starhawk, <Femmes, magie et politique(여성, 마법, 그리고 정치)>, Les Empêche urs de penser en rond, 파리, 2003년

(4) Anna Colin, <L'Heure des Sorcières(마녀의 시대)>, Editions B42 - Le Quartier, Centre d'art contemporain de Quimper, 파리 - 캥페르,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