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라비아에서 과도기의 예멘까지
예멘에 불고 있는 탈권위 바람의 독특한 특징을 알려면, 이 나라가 분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가(남예멘과 북예멘) 1990년에 어떻게 통일을 이루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남예멘은 영국의 식민지 흔적이 깊이 남아 있고 1970년에 소련의 영향을 받아 민주인민공화국이 되었다. 반면, 북예멘은 약 천 년 동안 회교 지도자 이맘이 이끌었고, 특히 오스만 제국의 영향을 받아 극단적인 종교 고립주의에 갇혀 있었다. 이처럼 남예멘과 북예멘은 그 어느 중동 지역보다 매우 대조적인 문화 속에 있었다.
예멘의 독특한 특징 중의 하나는 예멘아랍공화국(북예멘) 대통령을 역임하였고, 1990년 5월 남·북 예멘이 통합된 통일 예멘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알리 압둘라 살레(1978~90 재임)의 권위주의 체제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살레는 야당단체 연합의 시위로 2012년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예멘 개혁당은 낡은 전제정치에 맞섰고 혁명으로 얻은 초기 유산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의 탄압이 있었을 때 예멘 개혁당은 군대 일부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다. 외국의 개입도 군사보다는 외교적 차원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리비아에 비해서는 혼란이 덜 했다.
그 후 두 가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정치와 제도적인 변화로, 살레 대통령의 퇴진으로 인한 정치 공백을 메꾸려는 권력 재분배의 움직임이다. 내부 연합과 지역 연합이 부분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기득권층, 신임 대통령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의 세력, 반정부 세력, 예멘 개혁당과 손을 잡은 부족의 대표들, 남예멘 분리 독립 지지세력, 이웃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걸프협력회의 사이에 새로운 힘의 관계가 생겨나고 있다.
또 하나는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운 미국 드론(무인정찰기)의 공격으로 인해 예멘에서의 제도 재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예멘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두 저서가 있다. 하나는 로랑 본느푸아, 프랑크 메르미에, 마린 푸아리에가 집필한 프랑스어 저서(1)이고 또 하나는 헬렌 랙크너가 집필한 영어 저서(2)다. 예멘 내부 및 주변 지역의 정치적 변화를 다양한 각도로 생생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나아 마을의 물 문제, 토지 분쟁, 문학과 예술의 혁신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예멘의 사회 및 경제 상황도 알 수 있다.
글·프랑수아 뷔르가 François Burgat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 Laurent Bonnefoy, Franck Mermier, Marine Poirier, <예멘. 혁명의 전환기>, Karthala, 파리, 2013년
(2) Helen Lackner, <Why Yemen matters>, Saqi Books, 런던,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