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중국 노동자, 노조에서 길을 찾다

2014-09-30     한 동팡

 

중국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캔버스 운동화를 생산하는 공장 노동자들과 월마트 매장 직원들이 연이어 파업을 일으켰다. 지금 중국에서는 연일 끊이지 않고 파업이 일어나고 있고 규모도 예전과 사뭇 다르다. 중국에 처음으로 독립노조를 설립한 한 동팡(韓 東方)은 1989년 천안문 사태로 투옥된 후 1993년 중국에서 추방된 중국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이다. 중국 노동자들이 파업투쟁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무엇인지 그로부터 들어본다.

중국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저항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지난 4월 광둥성 둥관(东莞)시에 있는 대만 소유의 위위안 신발공장에서 4만 명의 근로자들이 2주 동안 파업투쟁을 벌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캔버스 등의 신발을 생산하고 있는 이 공장의 파업은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서 일어난 파업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이 파업은 지난 30년 동안 해외투자를 유치하고 지속시키기 위해 지방정부가 심각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철저히 외면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위위안 공장의 파업은 사측이 지난 10년 동안 사회보장연금의 사용자 부담금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촉발되었다. 사회보장연금은 지방정부가 관리하기 때문에 미납 사실을 둥관 시당국이 몰랐을 리가 없었다. 아마 시당국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기를 바랐거나 행여나 눈치 채더라도 문제 삼지 않기만을 원하며 눈감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위안 공장의 근로자들은 이를 눈치 챘을 뿐 아니라 분노했다.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지방정부는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당황했다. 파업에 대처하는 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동안 매일 같이 파업이 일어났기 때문에 위위안 공장의 파업이 지금까지 파업 중 가장 규모가 컸고 중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 언론에서도 주목했기 때문이다.

둥관 시에는 노사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어떤 시스템도 없었다. 공장에도 노조가 있기는 했지만, 있으나마나 한 단체여서 파업 근로자들에게는 사측에 자신들의 요구를 전달하거나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는 대표자가 없었다. 그나마 중국 전역에 있는 여러 비정부 노동기구 중 하나인 선전(深川) 노동쟁의 지원센터로부터 대표자를 선출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상근 근무자가 3명밖에 없는 지방 노동단체가 중재하기에는 상황의 규모가 너무 컸다. 그래서 공장노동자들은 전국적으로 약 900명이 상시근무를 하고 있는 중국 최대 노동자단체인 중화전국총공회(ACFTU, All-China Federation of trade Unions) 관둥지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요구에 소극적이었던 총공회가 이례적으로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긍정적인 답을 올리고 도움을 약속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선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수만 명의 근로자들을 대표해서 최악으로 치닫는 노사분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체협상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했다. 그런데 중국의 노조 지도부는 아직 기술이 부족했고, 위위안의 근로자들도 총공회를 신뢰하지 않았다.

월마트에 맞선 중국 노조의 놀라운 반전

둥관 시는 위위안에게 사회보장보험 미납금과 근로자 부담금의 인상분에 대한 보상금을 근로자들에게 지불하도록 설득했다. 시 당국은 만족스러운 합의안이라고 생각했지만 한 번도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없었던 파업노동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회보장보험금 문제가 촉매제 역할을 해서 노동자들이 분노를 표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임금이다.(1) 지방정부가 최소임금을 인상할 때마다 회사는 그만큼 보너스를 인하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화를 참고 있었다.”(2)

하지만 시 당국은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를 묵과한 채 보험금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자마자 합의안을 받아들이라고 노동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수천 명의 경찰을 동원해 공장을 포위하고 파업노동자들을 공장 안에 가두었다. 결국 노동자들은 합의안을 받아들이고 업무를 재개하기로 했지만 휴전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위위안 신발공장 노사분규는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근로자들의 요구사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사는 3,700만 달러(한화로 약 386억 원)의 벌금과 미납금을 지불해야 했고, 지방정부도 근로자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공장 노조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었다면 투쟁을 제대로 이끌었을 것이고, 애초에 분규가 일어나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피할 수 있었던 결과라 더욱 안타까웠다.

위위안 신발공장에서 파업이 계속되는 동안 둥관 시에서 북쪽으로 약 900km 떨어진 후난성 창더(常德) 시에 있는 월마트에서도 해고근로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위위안 공장의 노조와는 달리 월마트 창더 매장의 노조는 제 역할을 했다. 우선 노조에 적대적이기로 유명한 월마트가 중국 매장에 노조를 허용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물론 속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월마트는 총공회 소속 노조가 근로자의 권익을 지키는 것보다는 사측의 말을 잘 듣는 어용노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 8년 동안 월마트 노조는 있으나마나 한 존재였고 월마트는 노조의 아무런 저항 없이 자유롭게 매장을 개점하고 폐쇄하고 직원을 고용하고 해고했다.

하지만 2014년 3월 5일 모든 것이 달라졌다. 월마트는 2,024번째 매장인 창더 매장을 폐쇄하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2주 전에 직원들에게 해고통지를 했다. 그리고 형편없는 수준의 보상금과 100km 떨어진 매장 근무 중 택일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노조위원장인 황 싱궈에게는 새로운 자리와 ‘재배치’ 보너스를 제안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황 싱궈 노조위원장은 회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노조위원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사측의 매장 폐쇄 결정에 대해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파업에 참가한 직원들은 팻말과 배너를 만들어 사측의 부당해고를 고발하고, ‘정당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퇴직금을 요구했다. 그리고 황 싱궈는 노조위원장 자격으로 사측에 노사단체협상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이에 대해 지방당국은 “월마트 창더 매장 폐점 계획은 합법적이며 직원들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발표했다. 황 노조위원장은 “회사로부터 거센 압력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상관이 법을 따르라고 협박했다. 공연히 소란을 피우거나 직원들의 매장 재배치를 방해하면 언제라도 경찰에 체포될 수 있고, 내가 노조위원장이니까 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나는 지금 내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직원들의 권리를 끝까지 지키는 것이 나의 책임이다”라고 한 신문에 밝혔다.(3) 그 후 회사는 공권력을 동원해 시위자들을 매장 밖으로 쫒아냈지만 시위자들은 매장 밖에서 시위를 이어갔고 지속적으로 SNS를 통해 파업 상황을 알렸다.

결국 해고근로자들은 원하던 보상을 받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월마트 창더 매장의 투쟁은 실패라 할 수 없다. 총공회 소속 노조의 힘이 미미하다 할지라도 근로자와 노조가 힘을 합하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 있는 승리였다.(4)

침묵의 피해자에서 변화의 주체자로

중국은 더 이상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위위안 신발공장과 월마트 창더 매장을 비롯한 최근에 일어난 여러 노사분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제 중국 노동자는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가 아니라 강력한 변화의 주체가 되고 있다.(5) 이에 발맞춰 노조, 근로자, 정부도 변화에 적응해야 할 때가 되었다. 당국은 분규의 원인은 묵과하고 시위 주동자들을 체포하면 조용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위 주동자들은 며칠씩 투옥되곤 하지만 오랫동안 수감생활을 한 사람들도 있다.(6)) 사측은 직원들을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협상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조도 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중화전국총공회는 노동자의 권익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만 신경을 쓰는 유령 노동단체로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고 총공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총공회가 변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노동운동가들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조가 변화하는 데 기여하느냐, 아니면 장애물이 되느냐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현재 중국 기업은 중국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다. 매우 위계적이고 경직되어 있고 권위적이어서, 긴장이 장차 폭력으로 번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이다. 힘 있는 고용주들은 사적인 목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직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발하기 전까지는 직원들의 요구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다.

회사가 좀 더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단체협상과 제대로 된 노조를 통해 근로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노동자들은 무조건 투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물론 변화는 즉각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어수선하고 불확실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동운동과 노조운동이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중국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2억 명으로 프랑스, 독일, 영국의 인구를 합한 숫자)만이라도 선거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노조를 통해 사측과 협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사회 전체가 변화할 수 있다.

냉전은 20년 전에 끝났다. 다시 말해 지금은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정치적으로 가르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반공산주의 구호를 소리 높여 외치고 서구식 민주주의를 설파한다고 사회가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행동으로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일상적인 노조활동이 구축되고 회사에 민주주의의 바람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경영진, 노조, 근로자 모두가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행동 방식을 받아들이면 회사 내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권위주의는 후퇴한다. 그러면 점차적으로 정당함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져 중소기업은 거대 국영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지배당하는 것을 거부하고 시민은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했을 때 이를 개선할 수 있다.

힘 있는 노동자와 효율적인 노조는 19세기 유럽의 노조운동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을 수 있다. 현재의 중국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10년 후 시진핑 국가주석이 물러날 쯤 해서는 오늘날과는 매우 다른 중국이 될 것이다.(7)

노동운동은 경영자들에게 근로자들에게 정당한 임금을 지불하게 하고 나아가 정부에게 적절한 교육시설과 접근 가능한 병원시설을 설립하고 믿을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를 수립하도록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운동을 통해 개인의 이익과 다양한 계층, 사회 전체가 보호받고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스웨덴식 중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 함께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또 다른 러시아가 될 위험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한 동팡 Han Dongfang

홍콩 소재 인권단체인 중국노동회보(China Labour Bulletin, www.clb.org.hk)의 소장. 미카엘 스탄케(Michaël Sztanke)와 공저로 <중국 노동자들을 위한 나의 투쟁(파리, 2014)>이 있다.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공장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3천 위안 정도(초과근무 수당 포함)로 한화 50만 원을 약간 넘는다.

(2) ‘Defeat will only make us stronger: Workers look back at the Yue Yuen shoe factory strike’ <China Labour Bulletin>, Hongkong, 2014년 5월 22일 www.clb.org.hk

(3) 2014년 5월 24일자 <Beijing News>에서 인용. Cf. ‘Taking a stand: Trade union chairman fights back against Walmart’, <China Labour Bulletin>, 2014년 6월 24일

(4) Cf. ‘Arbitration committee in Chandge rules against Walmart workers China’ <Labour Bulletin>, 2014년 6월 26일

(5) 2014년 2분기만도 235건의 파업이 보고되었다. 1년 전에 비해 49%가 급증한 수치다. Cf. <China Labour Bulletin>이 만든 파업지도

(6) 두 가지 예를 들자면, 2013년 5월 광둥 병원에서 일하는 12명의 경비원은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노동운동가 우귀진은 징역 1년형을 받고 지난 5월 29일 출소했다.

(7) 중국 국가주석의 임기는 재임 포함 총 10년까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