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사건 그 후, 격변 속의 디지털 자본주의

2014-10-30     댄 실러

 

 

1년 반 전, 일명 ‘스노든 사건’을 통해 미국 정보기관이 감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미국 오바마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그다지 존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이 사건이 불러온 파장은 상당했다. 스노든 사건으로 전 세계의 권력 구조가 드러났고,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가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미국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는 에드워드 스노든에게 건네받은 미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기밀 자료들을 <가디언>지를 통해 대중에 발표했다. 이러한 일급비밀의 폭로는 “여러 국가와 수많은 영역에서 되돌릴 수 없는 근본적 변화들”을 낳았다.(1) 2013년 가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딜마 호우세피 브라질 대통령은 자신들 또한 피해자이기도 한 미국의 사생활 침해 문제에 대해 비난하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공식적으로 대립했다. 한편 유엔총회에서는 인터넷 개인정보 보호를 인권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뒤이어 2014년 6월, 미 법무부는 미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생활 보호 법적 장치들을 유럽연합의 요구에 부응하여 유럽 국민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회부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스노든 사건의 국제적 파장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에 어긋나는 수준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관점을 넓혀야 한다. 특히 이번 폭로전이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세계 경제와 정치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NSA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도청이 미국 군사력을 구성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로 2010년 이래 역대 NSA 국장은 ‘사이버 사령부(Cyber Command)’의 사령관으로 디지털 공격 작전을 담당해왔다. 최근 NSA의 신임 국장과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으로 동시에 임명된 마이클 로저스 해군 제독은 <뉴욕타임스>를 통해 “미국은 일반적인 군사 작전에서 쓰이는 순항 미사일이나 무인 정찰기와 같은 수준으로 사이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2014년 6월 20일자)

그리고 이러한 군사적 도구들은 보다 넓은 범위, 즉 미국의 전략적 동맹국들을 모두 아우르는 범위 내에서 나타나고 있다. 1948년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이 모여 ‘UKUSA 안보협정’을 체결한 후, 이 협정은 전 세계 통신감청 프로그램의 중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UKUSA 협정에서 미국은 ‘제1주체’, 특히 그 안에서도 구체적으로 NSA가 ‘핵심주체’를 맡았다.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제2주체’로 역할을 했다. 이 협정을 통해 각국은 주변 지역에서의 통신 감청을 확립하고, 미국과의 기반시설을 공유하거나 공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수집된 정보들을 미국 정부가 지정한 형태에 따라 제공받을 수도 있었다.(2)

 

‘다섯 개의 눈’에 ‘제3주체’ 가세

흔히 ‘다섯 개의 눈(Five Eyes)’이라고도 불리는 UKUSA 5개국들이 처음 손을 잡게 된 것은 냉전 시대의 일로, 당시에는 소련이 주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반(反)식민주의, 반(反)제국주의, 심지어는 반(反)자본주의 운동 등이 점차 심화되자 미국은 정보 수집 대상을 소련에서 전 세계로 확장했다. 결국 UKUSA를 구성하는 회원국들도 처음 협정을 맺었던 5개국 이상으로 많아졌다. 실제로 소련의 동쪽과 서쪽에 각각 위치한 일본과 독일은 현재 ‘제3주체’의 지위를 지니고 있다. 스노든 사건 이후 메르켈 독일 총리가 미국에 독일이 제공받는 정보들을 ‘제2주체’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요청했다는 점 또한 특기할 만하다. 물론 오바마 미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시간에 따라 해당 국가 명단이 바뀌기도 하지만, ‘제3주체’의 지위를 가진 국가들은 수집된 정보에 제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란은 소련 남부 지역을 감시하기에 적절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한동안 제3주체로 여겨졌지만,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미국은 이란을 대체할 다른 회원국을 찾아야 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선택해 제도적 관계를 구축했다. 1970년 4월 헨리 키신저가 비밀리에 방중한 후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전보다 개선되었다. 특히 중국 신장 지역이야말로 소련을 감시하기에 가장 적절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중국의 시장경제 개방을 주도한 덩샤오핑은 중국인 기술자들을 고용한다는 조건 하에 신장 지역 내 두 곳의 미국 중앙정보부(CIA) 감청 시설 건설을 허가했다. 1981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해당 시설에서 감청 작업들이 실제로 이루어졌다.

사실 미국만큼 광범위한 감시망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그 어디에도 없기 때문에, “전 세계가 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별다른 효력이 없다. 1950년대의 인공위성부터 현대의 디지털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미국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감시 시스템을 수차례 현대화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초 공산주의 정권이 붕괴되면서 감시 체제의 기능 역시 변화를 맞았다. 물론 오늘날에도 감시 목적은 미국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세계 경제에 현존하는 위협 또는 잠재적인 모든 위협에 대항하는 데 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위협의 주체가 굉장히 다양하다. 비(非)국가적 단체, 세계 시장에서의 신분상승을 꾀하는 후진국가들, 반대로 또 다른 경제 발전 판로를 구축하고자 하는 국가들, 즉 자본주의 선진국들의 위협도 존재한다.

이러한 전략적 변화를 이해하려면, 디지털 자본주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미국 정보 시스템의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최근 수십 년간 사이버 전쟁, 정보 수집 및 분석과 관련된 산업 분야들이 크게 발달했다. 스노든의 직장이었던 ‘부즈 앨런 해밀턴’ 역시 이러한 분야에 속한 기업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대규모 민영화와 함께 ‘정보 수집의 외주화’는 흔한 일이 되었다. 오래전부터 국가가 절대적 권력을 가지고 도맡아 왔던 일이 산업 분야들과 함께 손을 잡고 주도하는 거대 사업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스노든이 밝힌 것처럼, 미국의 감시 체제는 IT 산업의 핵심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NSA 극비 프로그램에 참여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많은 기계들이 체계적으로 NSA의 극비 프로그램인 ‘지속적 보안 프레임워크’(ESF, Enduring Security Framework)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협업의 형태로 참여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데는 몇 가지 분명한 이유가 있다.(3) 이미 1989년에 군부 내 정보통신 전문가들이 “미 국가안보 고위층과 미국 기업들이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4)고 자축하기도 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이러한 구조적 관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물론 이 관계 안에서 기업이 추구하는 이익과 미 정부가 기대하는 이익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겠지만, 주요 IT 기업들이 미국 정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파트너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2014년 6월에는 NSA 국장이 <뉴욕타임스>를 통해 “오래전부터 NSA가 계속해서 첨단 기술을 보유하고 세계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온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금까지도 NSA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렇게 명백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관련 기업들은 격분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이러한 감시 체계에 전혀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행하는 대규모 감시를 통해 재산을 쌓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그들과 협업하는 광고, 마케팅 업체들과 같이 이익을 위해 정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의 ‘감시 엔진’,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정보 독점 권력화

대형 기업들에 의한 광범위하고 계산적인 정보 수집이 사실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것은 아니었다. 이러한 정보 수집이 가능해지기까지, 인터넷은 기반 구조마저 바뀌어야 했다. 1990년대 월드와이드웹(www)망이 사회적‧문화적 삶에 파고들기 시작하면서 IT 기업들과 광고업체들은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클린턴 정부에 로비를 했다. 그 결과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자들을 감시하기 위해 인터넷 구조 자체를 조정해갈 수 있었다. 지금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검색엔진,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 광고업체 등은 그나마도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던 정보 보호 관련 계획들까지 모두 거부하면서 인터넷 시스템 내부에 상업 용도의 감시 체제를 보다 강력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달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수천여 개에 달하는 대기업들은 이미 ‘요람에서 무덤까지’식으로 전 세계 국민들의 모든 정보들을 독차지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에브게니 모로조프가 설명한 것처럼, 그들의 이익 창출 전략들은 분명히 각 사용자들에 대한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샌지는 이런 기업들이 일종의 ‘감시 엔진’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5)

이러한 이익 창출 전략은 디지털 자본주의의 기반이다. 개인의 전자 정보를 보다 능동적으로 수집하는 시스템이 경제와 정치 양쪽 모두에서 오는 이중적 압력으로 인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하지만 스노든이 밝힌 것처럼, 동시에 같은 이유로 이중적 취약점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기도 하다.

2014년 5월, 유럽 재판소는 각 개인이 자신에 대한 ‘부적절하고, 관련성이 적거나 시효가 지난’ 개인 정보들이 인터넷 검색 결과에 나타나는 경우 이를 철회할 권리가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 직후, 구글의 경우 이른바 ‘잊힐 권리’에 의한 삭제 요청이 쇄도하여 판결 나흘 만에 4천만 건 이상의 삭제 요청을 받기도 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조사연구전문기관인 ‘에델만 벌랜드’가 지난 6월 15개국 1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각 개인의 동의 없이 각각의 정보를 사고 팔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데 87%에 달하는 응답자들이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응답자들은 인터넷상에서의 사생활 보호를 위협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업들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고객의 개인 정보를 사용하거나 사고팔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답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고객정보 사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정부는 다국적 대기업들에게 변함없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2014년 6월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도 미국 정부는 “빅 데이터야말로 우리 시대를 발전시키는 역사적인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6)

 

미국의 디지털 자본주의 지배, 전 세계적 거부 확산에 직면

미국이 경제적‧국가적 이익을 위해 디지털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들은 비단 설문조사 결과의 숫자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검을 빼 들고 미국의 기업들과 싸워온 이들에게 스노든의 폭로전은 뜻밖의 행운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일례로 유럽의 대표적 출판기업 중 하나인 독일 ‘악셀 슈프링거’의 마티아스 되프너 사장은 ‘에릭 슈미트(구글 회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해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되프너 사장은 이 서한을 통해 “현재 독일 온라인 출판 시장의 60%을 차지하고 있는 구글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디지털 초(超)국가로 군림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되프너 사장은 유럽이 이 분야에서 여전히 ‘경직화’된 세력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하면서 독일 기업들의 이익을 역시 꾀하고 있었다.(<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차이퉁>(FAZ), 2004년 4월 7일자)

한편 만성적인 세계 경제 침체는 국가와 기업들이 이익 독점을 놓고 벌여온 싸움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한쪽에서는 인터넷 서비스 회사와 대기업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구성된 디지털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일종의 친위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친위대 중에서도,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우 백여 개의 데이터 센터에서 나오는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40개 이상의 국가에서 백만여 대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또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는 2014년 2분기 동안 전 세계에서 판매된 스마트폰의 96%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반대로 유럽의 성과는 보잘 것 없다. 휴대폰 시장에서도 유럽은 더 이상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위성을 통한 유럽식 GPS 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도 수많은 실패와 지연을 겪어왔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세워진 디지털 자본주의는 그 규모와 역동성, 이익에 대한 관점 등의 면에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의료, 교육, 금융 등 다양한 분야들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그렇다면 어디에 정착한 어떤 기업들이 관련된 이득을 독차지할 수 있는 것일까?

 

디지털 자본주의를 교란한 스노든

이러한 면에서 스노든 사건은 교란 장치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사건 이후로 미국의 사이버 통치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스노든의 1차 폭로가 있은 지 몇 주 후, 이로 인해 미국의 신기술 관련 기업들의 대외 판매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예를 들어 2014년 5월, 미국의 네트워크 장비회사인 ‘시스코(Cisco)’의 CEO가 “NSA와 관련된 스캔들이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신뢰, 정보통신 기업이 세계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만한 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일도 있다.(<파이낸셜 타임즈>, 2014년 5월 19일)

정계가 IT 기업들에게 미치는 위협이 명백해졌다. 일부 국가들은 스노든의 폭로전을 이유로 들며 경제 정책 방향을 새롭게 조정하기도 했다. 브라질과 독일은 국내 기업들만이 국민들의 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권한을 자국 기업들에게만 부여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는 이미 러시아에서 시행 중인 내용이다. 지난 6월, 독일 정부는 미국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Verizon)’과 오래전부터 지속해온 계약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으면서, 이 자리를 자국 통신사인 도이체 텔레콤(Deutsche Telekom)에게 내주었다. 독일 기독민주당 소속의 한 정치인은 “모든 독일 정치외교 관련 인사들은 기밀 문서를 작성할 때 재래식 타자기를 쓰는 게 낫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브라질과 유럽연합은 해저 통신망을 새롭게 구축하여 더 이상 미국 측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인 대륙 간 통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건설 작업은 브라질과 스페인 기업들에게 맡겨졌다. 또한 브라질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일 프로그램인 아웃룩 대신, 브라질 내에 세워진 데이터 센터를 기반으로 하는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IT 기업들에 경제 보복 줄이어

이번 가을에 들어서면서는 미국 IT 기업들에 대한 전 세계의 경제적 보복이 줄을 이었다. 독일은 미국에서 만들어진 택시 공유 어플리케이션 ‘우버(Uber) 택시’ 시스템을 금지했고, 중국 정부는 “미국의 IT 장비 및 서비스가 국가 보안을 위협한다”고 설명하며 중국 국내 기업들에게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공격들로 발목이 잡힌 미국 IT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법에 따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새로운 활동들을 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IBM은 10억 달러를 투자해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세울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에 데이터 센터를 건립하여 미국의 감시 체제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는 고객들을 안심시키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아일랜드 소재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까지 모두 요청했다는 것이 알려진 상황에서, 과연 IBM의 해외 데이터 센터가 고객들의 의심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헷갈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 미국 정부는 여전히 자국의 다국적 IT 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확대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2014년 5월, 미국 검찰 측은 중국 장교 5명을 사이버 스파이 혐의로 기소했고, 중국이 공공연하게 불법적인 경쟁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감시 챔피언’이나 다름없는 미국이 중국을 기소하자 독일 시장에도 동요가 일었고, 독일은 중국에게 지적재산권을 도둑맞을지 모른다는 염려를 하기 시작했다.(<파이낸셜 타임스>, 2014년 5월 22일자) 이것이 바로 미국이 바라왔던 효과였던 것일까?

사실 미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반대로 미국 쪽에서도 중국 경쟁업체인 통신기기업체 ‘화웨이(Huawei)’사의 라우터를 지속적으로 해킹해온 것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야 기소를 결정한 것일까? 그 목적은 훤히 보인다. 올해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중국을 미국의 지적재산권을 훔쳐가고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포식자’의 위치로 몰아가려는 의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공개적으로 중국에 책임을 물으면서, 동맹국들에게 지금의 현 상태, 즉 미국에 의해 통치되는 디지털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지라고 소리 없이 주장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미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터넷을 논할 도의적 자격 없어”

바로 여기서 문제의 핵심이 나타난다. 스노든은 이러한 폭로전이 “보다 평등한 인터넷을 세우는 데 필요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7)고 밝혔다. 그는 개인 정보 보호와 감시 시스템에 대한 논란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반시설에 내재되어 있는 ‘불평등’에 대한 논의에도 불을 붙이고 싶었던 것이다.

인터넷은 과거 구축 단계부터 이미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만들어져왔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서부터 전 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이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반대 의견들은 특히 2003년에서 2005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많아졌고, 2012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주최한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서 다시 한 번 커졌다. “스노든의 폭로전이 ‘인터넷 글로벌 거버넌스’(8)에 대한 논쟁을 한층 더 심화시켰고,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논의에서 미국 정부가 결론을 이끌어갈 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파이낸셜 타임스>의 설명이다. 미국 정부의 과거 책임자 중 한 명은 “미국은 자유로운 인터넷, 열린 인터넷을 논할 도의적 자격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2014년 4월 21일자)

2013년 9월 유엔 총회에서 호우세피 브라질 대통령이 NSA가 저지른 위법 행위들을 규탄한 이후로, 브라질은 미국이 정의해온 인터넷 관련 제도적 정책들을 검토하기 위한 국제적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가 바로 2014년 4월 상파울루에서 열린 ‘넷문디알 회의’(NETmundial, 인터넷 거버넌스의 미래에 대한 멀티스테이크홀더 회의)이다. 이 회의에는 정부 관계자, 기업, 협회 등 180명 이상의 관련 인물들이 전 세계에서 참석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계획에 저항하고 나섰다. 넷문디알 회의가 열리기 몇 주 전, 미국은 이렇다 할 조건 없이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AN)의 감독 기능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작전은 성공했다. 회의가 끝나고, 미국 소프트웨어정보산업협회(SIIA)는 “감시 체제에 대한 발언들은 신중했다”면서 “이번 회담이 정부 간 인터넷 규제를 중시하는 이들, 이를테면 유엔에게는 많은 몫을 주지 않았다”고 자축했다. (9)

마지막으로, 상파울루에서 열린 넷문디알 회의의 결과로 경제학적, 지정학적 대립과 재조정 요구 등이 나왔다는 것을 분석해볼 수 있다. 브라질이 미국의 품을 선택한 반면, 러시아와 쿠바는 최종 선언문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며 ‘인터넷 자유’에 대해 미국이 내놓은 담화가 이제 공허하게 울릴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 대표 역시 불만족스럽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인도 정부와의 논의 후에 최종 선언문 합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의 ‘사이버 헤게모니’에 대해 이유 있는 비판을 내놓았다.(<차이나데일리>, 2014년 5월 21일자) 이러한 의견은 점차 널리 퍼져갔다. 넷문디알 회의 이후, G77+중국 회의는 모두의 국제법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보통신기술 사용을 검토하고 논의할 정부 간 기관 설립을 촉구했고,(10) 각국의 영토 바깥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감시 체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디지털 자본주의의 형태와 영향력에 대한 구조적 대립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다. 국가 권력과 실리콘 밸리의 대기업들 사이의 어울리지 않는 연합이 상당한 규모를 가지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세계에 대한 지배력을 계속 유지할 마음을 먹고 있다. 헨리 키신저는 모든 미국인들은 이러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어떤 대가를 치르거나 나 홀로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애를 써가며 막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또한 다원적 범위 바깥에 놓인 상황에서도 애를 써가며 완성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다행히도 국가, 다국적 기업, 그리고 그들의 지지자들이 하나의 통일된 정치 주체를 이룩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사실을 상기시켜준 스노든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자.

 

 

글·댄 실러 Dan Schiller

미국 일리노이 대학원 과학문헌정보학 교수. 저서로 <디지털 우울증>(2014)이 있다.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고려대 불문과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글렌 그린월드,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모던타임스, 2014년

(2) Jeffrey T. Richelson & Desmond Ball, <The Ties That Bind: Intelligence Cooperation Between the Ukusa Countries>, 보스턴, Allen&Unwin, 1985년

Jeffrey T.Richelson, <The US intelligence Community>, 볼더, Westview, 2008년

Philippe Rivière, ‘에셜론 시스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999년 6월호(프랑스판)

(3) Barton Gellman & Laura Poitras, ‘Codename Prism: Secret government program mines data from nine US Internet companies, including photographs, emails and more’, <The Washington Post>, 2013년 6월 6일

Jason Leopold, ‘Emails reveal close Google relationship with NSA’, <Al Jazeera America>, 2014년 5월 6일

Andrew Clement, ‘NSA surveillance: Exploring the geographies of Internet interception’, Conference of Humboldt University, Berlin, 2014년 3월 6일

(4) Ashton B. Carter, ‘Telecommunications policy and US national security’, <Changing The Rules: Technological Change, International Competition, and Regulation in Communications>, Brookings, Washington D.C., 1989

(5) 에브게니 모로조프, ‘‘공유경제’로 포장된 디지털 신자유주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8월호

Julian Assange, <‘Cypherpunks: Freedom and the Future of the Internet>, OR Books, 뉴욕, 2012년

(6) <Big data: Seizing opportunities, preserving values>, White House, Washington D.C., 2014년 5월

(7) 글렌 그린월드, op.cit.

(8) 댄 실러, ‘누가 진짜 인터넷 관리자인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3년 2월호

(9) Carl Shonander, ‘SIIA: welcomes outcome of NETmundial global multistakeholder meeting’, 2014년 4월 25일, www.siia.net

(10) ‘Declaration of Santa Cruz: For a new world order of living well’, 2014년 6월 17일. G77은 1964년 유엔 내에서 생겨난 그룹으로, 공동의 경제적‧외교적 이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모여 창설했다.

 

[박스기사]

디지털 파놉티콘

2013년 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협력업체에서 IT 컨설턴트로 일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언론인 글렌 그린월드와 로라 포이트러스 두 사람에게 수십만 건에 달하는 기밀문서들을 복사하여 건네주었다. 이 기밀문서들은 미국과 동맹국들의 주도 하에 ‘테러 방지’라는 명목으로 이뤄지는 감시 프로그램에 대한 것이었다. 세계 최대 강대국인 미국은 2013년 6월부터 이어진 폭로로 그들이 가진 문어발식 감시 프로그램이 베일을 벗게 되었다.

이른바 ‘프리즘(Prism)’ 프로그램을 통해 NSA는 페이스북,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미국 IT 기업들의 각종 데이터(이메일, 대화목록, 연락처, 영상 등)를 지정하여 수집할 수 있었다. 또한 NSA의 ‘엑스키스코어(XKeyscore)’ 프로그램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백여 개의 데이터 서버에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정보(이메일, 검색어, 방문기록, SNS 기록 등)들을 저장할 수 있었다.

또한 스노든이 폭로한 문서들은 NSA가 종종 영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 수집하고 있는 정보의 범위 또한 알려주었다. 중국 통신기록과 각종 유럽 기관들, 유엔 사무소들, 국제원자력기구(IAEA), 외교 공관, 대사관, 국가수반들(심지어는 미국 동맹국의 정상들까지), 브라질 통신기록,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였다. 이러한 감시 체제는 때로는 물리적인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면, NSA 요원들이 서버 라우터에 해킹 경로를 설치하여 정보가 운송될 때 이를 가로채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다. 또한 영국과 미국 정보기관들은 해저에 설치된 광케이블을 공유하여 전화와 통신 기록, 정보들을 직접 빼가기도 했다. 이를 ‘템포라(Tempora) 수집 프로그램’이라고 불렀다.

스노든은 홍콩에서 1차 폭로를 진행했고, 이후 미국으로부터 간첩 및 정부문서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결국 그는 러시아에 망명을 신청해야만 했다. 반면 그가 전달한 기밀 문서들을 언론에 발표한 기자들은 2014년 4월 퓰리처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