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에서 위험한 줄타기하는 한국

2014-10-30     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에서 해군기지 건설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한국 정부가 미군에게 전략적 대 중국 전초기지를 제공하려 한다고 비난한다. 태평양에서 군사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제주 해군기지는 무엇보다도 한국의 새로운 해군 야망을 펼치는 데에 이용될 것이다.

한국의 남부에 위치한 제주도 남해안에서는 2년 반 전부터 변함없이 슬프고 안타까운 의식이 행해진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소수의 시위자들이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건설 개시를 막고 있다. 의자에 고정된 듯이 태연하게 앉아 있는 시위자들을 경찰 부대가 일으켜 세운다. 통로가 뚫리고, 트럭 한 무리가 공사 현장에 난입한다. 시위자들은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현장 입구 앞에 앉는다. 그리고는 몇 시간 후 다음 행렬이 도착할 때에 내쫓길 준비를 한다.

그 누구보다도 끈질긴 시위자 중 다수는 신부들이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회의 최성희 국제팀장은 탄식하며 지친 목소리로 얘기한다. “우리는 지겨울 정도로 유치장에 드나들고 있다. 정부는 그나마 종교인들은 덜 탄압하는 편이다. 반대하는 목소리를 없애고자, 폭력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최대한 법정에 보내고 있다. 나도 소송 네 개에 걸려 있다.”

강정마을은 동중국해의 바람이 불어오며 검은색 현무암과 야자수, 귤 밭이 가득한 목가풍의 해안을 따라 둥지를 튼 평화로운 어촌 마을이었다. 거대한 휴화산인 한라산 덕분에 위로 불쑥 솟아오른 형태를 지닌 제주도는 주로 농업과 어업, 그리고 -중국인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나날이 발전하는 관광업을 생업으로 하는 섬이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제주도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강정마을에서도 해녀들이 백 년 전부터 내려오는 모계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아열대의 따뜻한 물속에 스쿠버 다이빙 장비 없이 잠수하여 소라, 고동, 전복 등을 캐낸다. 그러나 2007년, 당시 중도좌파 정부의 노무현 대통령이 20여 척의 잠수함과 군함을 수용할 수 있는 해군기지의 건설 지역으로 강정마을을 지정했을 때 마을주민들의 운명은 크게 요동쳤다. 그 이후 강정마을은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반대파, “해군기지는 중국에 좋지 않은 신호”

강정마을 한가운데에 세워진 ‘평화 센터’에는 저항의 분위기가 감돈다. 연대의식으로 가득한 메시지나, 손으로 쓴 대자보, 반대운동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기증한 책 등이 전시되어 있다. 지나가는 마을사람들은 귤 상자를 몇 개씩 놓고 간다. ‘미군 군사기지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바람에 흔들린다. 지나가는 사람의 시야에서 공사 현장을 가리는 3m 높이의 벽은 손글씨와 깃발, 조각된 모양으로 뒤덮여 있다. 최성희 팀장은 벽의 발치에 놓인 거대한 바위를 가리킨다. “마을주민들에게는 신성한 장소이다. 매년 봄 저기서 마을굿을 지내곤 한다.” 그 앞에서는 대부분 젊은이로 이루어진, 시위를 저지하는 전경 한 대열이 공사가 계속되는지 감시하고 경계하고 있다. 공사는 201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강정마을은 반으로 나뉘었다. 마을주민 각자는 집에 걸어놓은 깃발을 통해 자신의 소속을 드러낸다. 노란 깃발은 해군기지 반대파이고, 태극기는 찬성파를 뜻한다. 우리가 도착한 첫날 어떤 시위참가자는 우리에게 “저 슈퍼마켓에는 가지 마라,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사람이 하는 곳”이라고 속삭였다. 한편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하는 이들은 “시위 참가자들은 이 마을사람이 아니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2007년에 한국 정부는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고 공표한 바 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주민 1천 명 가운데 87명만이 투표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반대 측은 그 무엇보다도 보호받고 있는 천혜의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술, 폭력, 성폭력, 매춘 등 군 병력이 도착하면 가져올 해악들을 비난한다. 한국전쟁(1950~1953) 종전 이후 미국은 한국과 매우 긴밀한 군사동맹을 유지하여 현재도 한국 영토에 약 2만 8,500명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일곱 개의 미군기지 근처에는 수많은 매춘 장소가 생겨났다. 불법이지만 군 당국은 이를 용인하고 있는 현실이다.(1) 역시 군사기지가 가져온 각종 해악, 강간, 지역민들의 반대가 들끓는 비슷한 경우인 일본의 오키나와 섬 또한 논의의 한가운데에 있다. 왜냐하면 반대 측은 미래 제주의 군사기지가 미국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아시아 중시 정책’(Pivot to Asia) 전략을 동반한 군사 재편성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반복해 주장하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장하나 의원은 “군사기지 건설 계획은 미국의 항공모함을 수용하기 위해 구상된 계획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강조했다.(2) 강정마을 주민들은 급증하는 역내 군사적 긴장감, 특히 최근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미국의 또 다른 주요 동맹국) 간의 충돌을 우려한다. 장하나 의원은 “미군은 제주 군사기지를 주로 중국을 저지하는 데에 사용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과 맺은 군사조약 때문에 이에 반대할 수 없는데, 이 군사기지는 중국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신호라고 할 수 있다”고 말을 이었다.

찬성파, “미 해군의 영향력 감소를 예방하는 조치”

군사분석가들은 이러한 비난을 반박한다. 이들에 따르면, 강정마을은 무엇보다도 한국의 새로운 지정학적 열망을 채우는 데에 이용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방발전 자문위원이었던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우리의 해상 영유권과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이 기지가 필요한 것이다. 동중국해는 국제적 긴장지역이며, 최근 중국과 일본 간에 있었던 분쟁을 고려할 때 이 기지의 건설은 매우 시기적절한 것이 되었다. 또한 한국은 동중국해에서 배타적 경제수역의 경계 획정에 관해 아직도 중국과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사실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정인 교수는 미 국방부가 최근 결정한 강력한 예산 삭감을 상기시켰다. “제주 해군기지는 일종의 예방 조치로, 이는 미 해군의 잠정적인 역내 영향력 감소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또한 중국의 군사력 급증에 대한 대처이기도 하다. 중국은 10년 만에 국방 예산을 다섯 배로 증가시켰으며 2012년 초 첫 번째 항공모함을 취항한 후 두 번째 항공모함을 건설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군은 북한과 대적하기 위해 영토의 북부에 군사력과 군사적 노력의 대부분을 집중했다. 아시아센터의 연구자이자 중국과 남북한 관계 전문가인 앙투안 본다즈 연구원은 “중국이나 일본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힘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한국은 현재 남쪽 해상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도는 역내 모든 국가들의 경제와 군사력이 점차 해상에 집중되는 국면에 부합하는 것이다.” 한국은 사실상 섬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며, 수출 및 에너지 공급 전체를 해상 관계에 의지하고 있다. 제주 군사기지는 태평양과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해상 항로의 통제권을 한국에 제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웃국가인 일본과 중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역시 무장하고 있다. 2007년 이후 한국은 미국의 대미사일 방어 체계를 갖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급 구축함 3척을 건조했으며 또 다른 이지스함 3척을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은 미국 방위업체 록히드 마틴 사로부터 전투기 F-35A 40대를 구입할 준비가 되었으며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를 800km로 늘리는 것에 미국의 승인을 얻은 후 새로운 탄도미사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 제주 군사기지는 한국에게 이상적인 지정학적 위치를 제공하게 된다. 상하이와 중국 해안으로부터 500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제주 군사기지는 서해와 동중국해의 입구를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한국과 중국 간의 분쟁 대상인 이어도/수얀자오에 매우 가깝다. 한국은 영유권을 주장하기 위해 이어도에 헬리콥터 착륙장을 건설했다. 2013년 11월에는 이론상 담당 방위구역을 침범할 경우 그 항공기를 식별하게끔 강제하는 방공식별구역을 중국에 선포했다. 이는 이어도/수얀자오뿐 아니라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댜오위다오 열도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제주도는 미국이 항시적 군사기지로 삼기에는 중국 해안에 너무 가깝다. 미 국방부의 현 전략은 오히려 지역 거부 및 접근 거부의 차원에서, 급증하는 중국 군사력에 대해 미군을 후퇴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에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미군은 취약해질 것이다.” 본다즈 연구원의 설명이다. 미국은 태평양에서 괌 군사기지에 투자하고, 싱가포르에 스텔스 프리깃함을 편성시켰다. 호주의 다윈 공군기지에 2,500명의 미군 병력을 주둔시키는 조약을 호주와 체결했다. 필리핀 클라크와 수빅의 옛 미군 기지에 접근을 허락하는 협정을 필리핀과 맺었다. 미 국방부는 베트남 만의 캄란 반도 또한 탐내고 있다. 본다즈 연구원은 “강정 해군기지는 미 해군에게 일종의 기항지 역할을 할 것이다. 기지의 위치 또한 감시 작전을 펼치기에 완벽하다. 미 군함은 상하이와 칭다오(중국 해군기지)에 다가가기 위해 제주 기지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판세를 뒤엎지는 못한다. 이미 미국은 정보 수집을 하고 있다.”

세계 2차 대전 동안 한국을 식민 지배했던 일본은 제주도의 전략적 이점을 완벽하게 파악해 이를 벙커와 공군기지를 갖춘 견고한 전초기지로 탈바꿈시켰으며 그 자취가 여전히 남아 있다. 1993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그렇지만 강정마을이 선정된 것은 2007년의 일이다.

4·3 항쟁의 트라우마 위에 위태로운 균형 외교

이러한 결정은 제주도민 일부에게 좋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0세기에 강제로 병합된 제주도는 특유의 방언을 고수하고 있으며 중앙정부와의 기나긴 분쟁과 대립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48년에서 1949년 사이에 발생한 제주 4·3 항쟁은 한반도 남쪽을 점거했던 미국의 동의를 얻어 제주도민 전체 25만 명 중 3만 명을 학살하고 마을의 70%를 불태운 끔찍한 사건이었다. 군사독재 시절 동안 침묵 속에 묻혀버린 이 학살 사건은 지역민들의 기억 속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2011년부터 진행된 군사기지 건설은 이 트라우마를 일부 다시 살아나게 한 것이다.

군사기지 반대운동은 국제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배우 로버트 레드포드는 ‘한국의 천국을 위협하는 군비 경쟁’을 비난했으며, 노암 촘스키는 ‘아시아에서 발생 가능한 파괴적 전쟁’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은 2013년 8월에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적 지지는 한국 내에서 진정한 동조의 움직임을 일으키는 데에 실패했다.

보수주의자들은 군사기지 반대자들을 친북 성향을 지닌 ‘종북’ 세력으로 묘사하기에 급급하다. 종북이란 모든 논쟁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비난조의 단어이다. 정부의 방해공작, 즉 위압과 협박, 체포, 취조, 반복되는 소송 등은 결국 효과를 보기에 이르렀다. 해외에서 온 동조세력-특히 오키나와에서 온-은 한국에 입국 자체가 금지되었다. 언론의 자유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강정마을이 벌이는 반대 시위는 기이할 정도로 주요 언론과 TV 채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연세대의 한스 샤틀 연구원은 “현재의 보수집권당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원칙조차 개의치 않은 채 반대 시위자들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이들을 침묵으로 몰아갔다”고 비난했다.(3)

2012년 12월 대통령 선거 당시 군사기지 건설 중단을 공약으로 내건 진보 성향의 문재인 후보는 선거에서 패했다. 그 이후로 군사기지 건설은 더 이상 전 국가적 관심사가 되지 않았다. 제주도의 도민들조차 체념한 상황이다. 제주도에 거주하는 토드 사커 기자는 “지난 6월 총선 당시 그 어떤 후보자도 군사기지 건설 중단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이제 미래의 군사기지가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과 일본을 넘어선 첫 번째 무역상대국이기도 한- 강대국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2013년에 취임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대 중국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년 만에 이미 중국을 두 차례 방문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다섯 차례 만난 것이다. 이러한 친화책은 북한을 두 동맹국 사이의 구석으로 밀어붙여 압력을 가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문정인 교수는 “만약 한국 정부가 (제주 군사기지의) 전술적, 전략적 의도를 명확하게 표현한다면, 중국 정부는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NO’라고 한다면 미국이 이 기지를 마음대로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다. 심지어 중국 해군이 이 기지에 친선 방문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현재로서는 중국도 일본도 이에 관해 공식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상태이다.

이처럼 한국은 줄타기를 하듯이 위태로운 균형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꼼짝 못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 미국과의 군사 동맹을 위험에 처하게 놔두고 싶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의 동맹에 집착한다는 신호로, 한국은 지난 10년 전부터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을 늦추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길 거부하며, 중국의 분노를 살 것이 두려워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어체계에 통합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태평양 역내의 긴장감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팽팽하게 당겨진 줄 위에서 위험한 곡예를 더 오랫동안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글·프레데릭 오자르디아스 Frédéric Ojardia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번역·박나리 

연세대 불문과 및 국문과 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Katherine H. S. Moon, <Sex Among Allies. Military Prostitution in US-Korea Relations>, Columbia University Press, 1997 참조

(2) 새정치민주연합은 군사기지 건설을 명령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과 자유사회주의적 성향인 새정치연합과의 합당으로 2014년 3월에 창당되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제주 군사기지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3)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3년부터 199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