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전쟁'을 배후 조종한 콜롬비아 대통령

2014-10-30     헤르난도 칼보 오스피나

 

콜롬비아 정치경찰(안보행정국)의 반정부 인사 및 조직 감시는 국경을 초월하여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2006년 <세마나(Semana)>지를 필두로 하여 영향력 있는 콜롬비아 언론 매체들이 당시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직속 정치 정보기관 ‘안보행정국’의 고위 간부가 불법 무장단체에 야당 위원들을 암살할 것을 지시했다고 폭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인권 단체와 조직들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정보부 고위 공직자 라파엘 가르시아는 안보행정국이 실시한 ‘비열한 전쟁’의 작전들이 코카인 암거래에서 형성된 자금의 지원을 받았다고 시인했다.(1)

또한 나리뇨 대통령궁에서 인권 보호 단체, 야당 정치인, 소위 ‘찍힌’ 기자들을 불법 염탐하도록 직접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모두 게릴라 조직의 테러리스트에 협조한 ‘혐의’를 받고 있어서 이러한 염탐 사실의 폭로는 그다지 특별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 법관들과 보수정당 지도자들까지 도청하고 불법 염탐한 사실이 드러나자 반응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적반하장식 협박

안보행정국의 고위 관계자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되자 긴장이 고조되었다. 안보행정국 최고 책임자, 즉 우리베 대통령은 맹세까지 해가며 이들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조르주 노구에라 전 국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이 수감되었고(2) 이에 우리베 대통령은 이러한 조치들은 테러리스트의 ‘정국 불안 전략’을 도와줄 뿐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하도 반복된 나머지 공갈 협박처럼 들리게 되었다.

협박이 사실이었음이 드러난 것은 2010년 4월 15일. 이 날 RCN-Radio의 인기 있는 방송 기자였던 후안 고사인은 방송에서 자신에게 보내져 온 자료의 일부분을 읽었다. 이 자료는 검찰 회계 수색팀이 안보행정국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발견한 자료의 일부였다.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비정부기구(NGO)와 야당, 특히 정치사회전선당(중도 좌파 정당)과 피에다 코르도바(중도 좌파 정치인)를 염탐하고 신뢰를 떨어뜨리기 위한 거대한 통합 전략이 짜여졌다. 이 전략은 게릴라 조직에 의한 테러 공격 프로그램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이 모든 정보들은 ‘아마조나스’, ‘트랜스밀레니오’, ‘바이아’, ‘할로윈’, ‘아라우카’, ‘인테르캄비오’, ‘리사랄다’, ‘인터넷’, ‘에우로파’ 등의 작전명으로 분류되어 있었고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방법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정부를 비방하는 분자에 호의적인 국민들에게는 조작된 정보를 제공한다”, “반정부 운동에 내부분열을 조장한다”, “야당이 조직하는 반정부 시위를 막는다”, “콜롬비아 정부의 불안을 조장하는 국내외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약화시킨다”, “전략: 신뢰도 떨어뜨리기 및 사보타주. 이행: 해외 정보기관과 연합, 인터넷 사이트에 비방 글과 공식 성명 게재, 소송 전쟁과 미디어와 여론 조사, 채팅을 이용한다”, “사보타주: 테러리즘, 폭발물 설치, 화재, 공공기관 및 기술기관. 압력: 위협과 협박.”

자료를 읽고 후안 고사인의 분노가 폭발했다. “콜롬비아인들은 누가 콜롬비아를 경찰이 지배하는 국가, 테러리스트들의 국가로 만들려고 하는지 알 권리가 있다. 누가 야당을 범죄자처럼 박해하는 기괴한 플랜을 만들었을까?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고작 안보행정국 형사 세 명? 웃기는 소리 하지도 말라!”(3)

이에 이어 2010년 4월 20일 RCN-Radio는 안보행정국의 활동이 해외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 증거로 유럽법률제도와 유럽의회 인권위원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의 영향력 약화를 목표로 한 ‘유럽’ 작전을 들었다.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은 단 하나, 인터넷에 공식 성명과 고발을 게재하고 위 기관들을 상대로 소송 전쟁을 벌이는 것이었다.

NGO가 조직하는 세미나와 포럼, 연수회가 개최될 때마다 관련 기밀 보고서와 참가자 ‘임상 앨범’이 만들어졌다. 임상 앨범은 1950년대 미국 CIA가 ‘적’이라고 간주하는 인사들의 정신 분석 연구인 ‘정신의학적 인성 연구(Psychiatric Personality Study)’에 붙인 이름으로 이 앨범에는 심리학자와 정신의학자, 기자들의 연구 보고서가 포함되었다. 연구 대상자의 강연 및 저서, 기타 활동 분석을 토대로 대상자의 추정 성격과 행동, 잠재 질병 그리고 ‘성적 취향’까지 연구했다.(4)

수색팀이 압수한 안보행정국 보관 문서에는 콜롬비아를 방문한 유럽,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시민들의 이력서와 여권 사본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안보행정국은 고위 관리 제르만 빌라바를 유럽에 파견했다. 빌라바는 각국에 위성 사무실을 설치하여 감시를 담당하고 있는 그룹을 감독했다. 감시 그룹은 스위스나 프랑스, 스페인에서 거주하거나 방문 중인 콜롬비아인 대부분과 안전행정국이 콜롬비아 현정부의 ‘정적’이나 ‘반-우리베 선동자’로 분류한 인사들의 이동 기록과 사진을 수집했다. 이들을 비디오로 녹화하거나 도청하기까지 했다.

한편, 수사관들을 긴장시킨 자료는 콜롬비아 정부에 동조하는 유럽의회 위원과 동조하지 않는 유럽의회 위원의 이름을 거론한 ‘유럽의회’라는 이름의 기록이었다.

몇몇 고위 관위관리들의 진술을 들은 훌리오 발렌시아 코페테 전 대법원장은 RCN-Radio에서 “대통령궁이 불법 감시 정보의 수취인일 뿐 아니라 불법감시를 감독하고 조작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포에 질렸다”고 밝혔다.

우리베 대통령은 이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할 뿐이었다.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콜롬비아 정부의 불법감시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무엇보다도 이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려고 했을까? 정답은 금방 나온다. 그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5)

글‧에르난도 칼보 오스피나 Hernando Calvo Ospina

콜롬비아 기자 및 작가. 저서로 <연막 뒤의 콜롬비아 정부)>(Le tempts des cerises, Pantin, 2008), <잠자코 숨만 쉴 것>(Bruno Leprince, Paris, 2013) 등이 있다.

번역‧김수영 ksy_french@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라파엘 가르시아는 안전행정국 내 불법 무장단체 투입을 허가한 혐의로 2007년 3월 항소심에서 징역 11년을 선고 받았다.

(2) 조르주 노구에라는 2011년 9월 징역 25년형을 선고 받았다. 노구에라의 후임 마리아 델 필라르 후르타도는 파나마로 도주했다. 후르타도는 대법원이 노구에라가 스캔들에 연루되었다고 발표한 직후 노구에라의 정치망명을 승인하였다.

(3) www.rcnradio.com/node/22862

(4) 추가 정보는 Gorden Thomas, <CIA의 기밀 무기>, 에디치오네스 베, 바르셀로나, 2007년 참조

(5) 다수의 NGO와 관련 인사 두 명이 2010년 10월 벨기에 법원에 제소했다. 콜롬비아에서 심각한 스캔들이 이어져 우리베 전 대통령 후임으로 선출된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2011년 10월 31일 안전행정국을 해산시켰다. 정부 정보국과 관련된 새 법안을 적용하는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