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의 인종차별주의적 '유권자 삭제'

2014-10-30     브렌틴 목

 

2014년 11월 4일 치르는 미국 중간 선거 결과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두 정당이 치열한 접전을 펼치는 소수의 선거구의 결과에 좌지우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선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달갑지 않은’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까지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불법에 가까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2014년 3월, 공화당 찰스 윌리엄 영 의원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공석이 된 미국 하원 의석 한 자리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아델라이드(일명 ‘알렉스’) 싱크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선과 2012년 대선에서 연이어 승리했던 플로리다 주 13선거구 의석을 차지하기에 유리한 듯 보였다. 상대 후보인 공화당의 로비스트 출신 데이비드 졸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고, 선거자금 모금도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소속 공화당의 지원도 미미했다. 그러나 결과는 공화당의 승리였다. 정치학자 래리 사바토는 “그 의석은 공화당에게 있어 가장 취약한 의석 중의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의석을 지켜냈다”(1)고 평했다.

당시 선거 결과는 오바마 정부에 반대하는 미국 국민의 심리가 표출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오바마 정부는 혼란 자체였던 건강보험 개혁, 미국 국가안보국(NSA) 불법 도청 사건, 신뢰를 잃은 이민 정책으로 이미 약화되었다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에 대한 반대로 위의 올해 3월 보궐 선거 결과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공화당 졸리의 승리는 전적으로 현재 미국 선거 시스템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 제한과 게리맨더링의 더티 플레이

미국 여론조사 회사인 퍼블릭 폴리시 폴링(Public Policy Polling)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23%만이 공화당을 지지했다(민주당 지지는 35%). 공화당은 몇 년째 인기가 떨어지고, 2012년 선거에서 득표수가 민주당에 비해 크게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하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다가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의석 6개를 더 차지하게 될 경우 상원까지 장악하게 된다.(2)

이러한 역설적 상황은 두 개의 입법 ‘책략’에서 기인한다. 특정 유권자의 투표를 저지시키는 법안을 가결하거나(voter suppression-투표 제한), 정당에 유리하도록 부정으로 선거구를 변경하는(gerrymandering-게리맨더링, 선거구 부정 변경) 방식이다. 이러한 술책들은 미국의 뚜렷한 유권자 양극화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미국에서 흑인과 히스패닉계,(그 수가 극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빈민층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반면, 백인과 최고 부유층은 대부분 공화당을 지지한다.(3) 이러한 상황에서 공화당은 소수 인종의 선거를 제한하거나 소규모 선거구역으로 재편성하여 표를 분산시키면서 선거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정당에 불리한 유권자들의 선거를 제한하는 방식은 그 역사가 길다. 공식적으로는 1870년부터 아프리카계 흑인들도 선거권을 갖게 되었지만 이후 한 세기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이들의 선거 참여율을 낮추기 위한 특수조건(언어 테스트나 시민 정신 테스트, 세금 납입 등)이 강제적으로 시행되어 왔다. 결과는 성공적인 효과를 냈다. 1965년 초 앨라배마 주 론데스 카운티의 유권자 명단에는 이곳의 12,000명 흑인 중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백인은 잠재 유권자의 118%가 포함되었다. 같은 해 8월이 되어서야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이 제정한 투표권법(Voting Right Act)으로 선거 차별에 종지부를 찍었다. 투표권법 제정의 효과는 가시적이었다. 1964년 6%였던 미시시피 주 흑인 선거 참여율이 10년 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유권자 차별 관행이 간접적인 형태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조지 W. 부시는 플로리다 주에서 단 537표 차이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를 눌렀다. 그런데 대선 직전에 수만 명의 주민이 가상 사법유죄판결이란 이유로 유권자 명단에서 삭제되었다. 삭제된 주민의 대부분은 라틴계 혹은 아프리카계였다. 법학자이자 검찰차장인 파멜라 카란은 수 년 간의 조사 끝에, “추호의 의심 없이 투표권이 있던 수만 명의 미국 시민이 투표함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지당했다”고 결론을 내렸다.(4)

이러한 상황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02년 연방법인 투표자 지원법(HAVA, Help America Vote Act)이 제정되었다. 이 법안으로 정상적이고 원활한 선거 진행을 감독하는 기관이 설치되었을 뿐만 아니라 컴퓨터로 선거를 통제하고 유권자의 신분 확인에 적합한 서류를 더욱 합리적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까다로워진 신원확인 절차

그러나 이러한 조치도 또 다른 ‘유권자 숙청’을 막지는 못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얼마 안 남긴 시점에서 플로리다의 공화당 출신 리처드 스콧 주지사가 다시 한 번 투표인 명단에서 2,700명의 유권자를 삭제했다. 삭제된 유권자의 85%가 히스패닉계 혹은 아이티 출신이었다. 이들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단지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 고발이 허위였음은 곧 드러났다. 시민권 보호협회인 ‘진보 프로젝트’(Advancement Project)의 주디스 브라운 다이아니스 회장은 리처드 스콧 주지사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는 이 서신에서 “우리 모두 플로리다 주가 소수민족 출신 유권자들을 선거에서 제외시켜 버리는 데 탁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00년과 2004년에는 잘못된 유죄판결 범죄자 리스트를 만들어서 투표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는 수만 명의 아프리카계 흑인의 투표권을 박탈해 버렸다. 미국의 모든 선거를 위해 이제는 플로리다가 기본 인권인 선거권을 박탈하는 만행을 멈춰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스콧 주지사가 철회를 거부하자, 이 협회는 소송을 제기했고 연방 법원은 스콧 주지사의 ‘유권자 제거’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냈다. 그런데 이 판결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18개월이나 지난 후에야 나왔다! 그 사이, 다른 주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몇몇 특정 유권자들의 선거 참여를 금지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저지라도 시키려는 법안을 채택하였다.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법안 채택을 정당화시키려고 내놓는 이유는 한결 같았다. 공화당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은 거대한 선거 부정에 휩쓸리고 있다. 선거 때마다 수만 명, 많게는 수십만 명의 이민자와 범죄자들이 미국 법체계의 유연성을 이용하여 가짜 신분증을 가지고 불법으로 투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5) 그러나 다수의 보고서가 이러한 주장에 어떠한 근거도 없음을 보여주었다. 2000~14년 사이 신분증 횡령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단 31명뿐이었다.(6)

브래넌 사법센터(Brennan Center for Justice)에 따르면 2011~12년 사이에만 19개 주에서 선거권 취득 조건을 강화하는 법안 25개를 채택하였다. 2013년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33개주에서 무려 92개의 법안을 채택했다.(7) 이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2013년 6월25일 판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주 선거법을 수정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 투표권법 제5조(1965년 제정)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이날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려 빗장 하나가 풀려버린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가 가장 선호하는 방법은 선거인 신원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대부분의 주에서 선거인들은 운전면허증, 학생증, 무기소지허가증, 본인 명의의 은행 구좌 증명서 등 여러 종류의 서류 중 하나만 소지해도 신원확인이 가능했었다. 그런데 2011년 텍사스 주에서 신원확인이 가능한 서류의 종류를 무기소지허가증과 공공기관에서 발급한 신분증으로 제한하는 법안을 채택했다(무기소지자 대부분이 공화당에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신분증 소지는 미국 내에서 의무화된 사항도 아니고 소지하지 않은 시민들도 많았다. 이듬해 연방판사 한 명이 이 법안을 저지했다. 무엇보다도 우선 흑인과 히스패닉에 불리한 이 법안이 투표권법 제5조에 저촉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에 연방대법원이 투표권법 제5조가 헌법에 저촉된다는 판결을 내리고 텍사스 주는 바로 법안을 다시 채택했다. 미시시피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도 같은 선택을 했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2013년 7월 25일, 신원확인 가능 서류를 여권, 운전면허증, 신분증으로만 제한시켜 버렸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서류 중 하나도 소지하고 있지 않은 주민이 전체 유권자의 23%인 30만 명에 달했고, 이 가운데 특히 흑인이 많았다. 한편, 새로 채택된 법안은 선거 당일 유권자 명단에 등록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러한 조치는 일반적으로 부정 선거를 억제하고 선거 참여를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2012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선거 당일 명단에 등록한 사람의 33%가 아프리카계 흑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조치 또한 소수민족 출신 시민들에게는 불리한 조치였음을 알 수 있다.(8)

오하이오 주의 공화당 출신 존 캐시치 주지사는 달갑지 않은 유권자들을 어떻게든 투표소에서 떨어뜨려 놓기 위해 신분확인 절차를 강화하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사전 선거 기간까지 줄여버렸다. 2004년, 소수민족이 거주하는 도심 구역을 포함한 몇몇 구역에서는 투표를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면서 수만 명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문제 해결을 하기 위해 2005년, 선거 당일 휴가를 내는 것이 여의치 않거나 자녀를 맡길 수 없는 시민들을 위해 35일의 사전 선거 기간이 도입되었다. 이 조치는 2008년 흑인과 빈민층이 대거 투표에 참여하면서 오바마의 승리로 확대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캐시치 주지사는 2012년 한번 실패한 후 2014년 2월 연방대법원의 허점을 이용하여 사전선거 기간을 한 주(週)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보통의 일주일이 아닌, 선거 명부 등록과 투표를 같은 날에 할 수 있는 주를 단축시켜 버린 것이다.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가는 것을 제재하는 조치는 대부분 다른 전략과 병행되었다. 미국 선거법에 따르면, 각 주(州)는 선거에 최근 인구조사 결과를 반영하기 위해 10년마다 선거구 경계를 재조정해야 한다. 이 의무사항은 실로 거대한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정치 컨설턴트였던 칼 로브는 2010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1990년 인구조사에 따른 게리맨더링 덕분에 공화당은 25개에서 30개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 의석이 없었다면 공화당은 1994년 하원에서 결코 다수를 차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9) 2010년 선거에서 보수주의자들이 급격히 대두하면서 공화당은 20여 개 주의 선거구 획정을 진두지휘하게 되었다. 반면 민주당 관할 주는 7개 주뿐이었다.(10)

한편 수많은 시민 단체들이 공화당이 선거구 획정에 인종차별주의적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증거자료를 보면 당혹스러울 정도이다. 2000년과 2010년 사이 텍사스 주 백인 인구는 52%에서 42%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게리맨더링으로 약 70% 구역에서 백인이 다수가 되었다. 조지아 주에서는 사바나에 거주하는 흑인 41만 명이 외곽 지역에 거주하는 백인으로 대체되면서 제12구역에서 제외되었다. 또한 윌리엄 영 의원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하원 의석을 놓고 싱크와 졸리가 맞붙었던 플로리다 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서는 흑인이 대부분이었던 남부구역이 제외되고 백인이 주로 거주하는 이웃 도심외곽 구역으로 대체되었다.

법은 각 주가 인종차별주의적 기준으로 선거구를 구획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그 무엇도 정당 지지자를 기준으로 하는 게리맨더링을 막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공화당 의원들도 물론 “우리도 우리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구획하고 싶었지만 분명한 것은 선거구획은 인종차별과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하기에 유리한 조건에 있다. 이러한 논거로 법원도 설득할 수 있을까? 몇 달 전부터 우파의 ‘계략’을 상대로 한 법정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플로리다 주, 노스캐롤라이나 주, 텍사스 주는 법무부 장관이나 시민권 보호단체에 의해 연방법원으로 소환되었다. 9월 초, 한 연방법원이 오하이오 주에 사전 투표 관련법을 폐지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판결은 11월 선거 후에 나올 예정이다.

글·브렌틴 목 Brentin Mock

인종·이민 문제 전문 온라인 매거진 <컬러라인스(Colorlines)> 기자. <Voting Rights Watch>의 선임기자로 활동한 바 있다.

번역·김수영 ksy_french@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Larry J. Sabato, Kyle Kondikm ‘The Limited meaning of Florida’s special house election’, Center for Politics, 2014년 3월 14일, www.centerforpolitics.org

(2) 현재 총 36개 의석 중 21개석만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3) Jérôme Karlan, ‘미국 ‘남부연합 전략’의 종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12월호

(4) Pamela Karlan, ‘Lessons learned : Voting rights and the Bush administration’, Duke journal of Constitutional Law & Public Policy, Duham(North Calonia), 2009년

(5) David Sirota, ‘Why the GOP is so obessed with voter fraud’, 2014년 9월 5일, www.salon.com

(6) Justin Levitt, ‘A comprehensive investigation of voter impersonation finds 31 credible incidents out of one billion ballots cast’, <워싱턴 포스트>, 2014년 8월 6일

(7) ‘Voting Laws Roundup 2012’, ‘Voting Laws Roundup 2013’, Brennan Center for Justice, www.brennancenter.org

(8) Ari Berman, ‘North Carolina passes the country’s worst voter suppression law’, The Nation, 뉴욕, 2013년 7월 26일

(9) Karl Rove, ‘The GOP targets state legislatures. He who controls redistricting can control Congress’, <월스트리트 저널>, 2010년 3월 4일

(10) 23개 주에서 선거구 불법 구획을 막기 위해 독립 위원회나 중립적인 위원회가 선거구 재획정을 관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