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군은 결코 문제를 숨기지 않는다

2014-10-30     김태식

 

모든 나라의 군대에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뜻이다. 문제가 진짜 없다면 그것이 진짜 문제다. 독일군은 결코 문제를 숨기지 않는다. 독일군은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그리고 외부의 전문가 진단을 받아 고치려 노력한다.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무기획득사업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독일군이 어떻게 극복하는지 살펴본다.

지난 9월 26일 독일 공군 소속의 C-160 수송기 한 대가 아프리카에서 창궐하는 에볼라 퇴치를 지원하기 위하여 이륙했다. 이 항공기는 약 6시간 비행 후에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네갈로 비행하던 도중에 수송기에 기술적인 결함이 발생하여 아프리카 서해안에 있는 그란 카나리아(Gran Canaria) 섬에 불시착했다. 이 수송기에는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지역에 공급할 물품이 적재되어 있었다. 수송기가 중간에 기착하자 대체수송기가 수리부품과 정비사를 태우고 그란 카나리아를 출발했다. 그 결과 물품 지원은 원래 계획보다 이틀 지연되었다.

독일은 이라크 북부지역에서 IS와 싸우는 쿠르드족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데 항공기의 고장으로 무기 인도가 지연되었다. 지난 9월 25일 이른 아침에 C-160 수송기 한 대가 독일의 중동부 도시 라이프치히에서 이륙했다. 이 수송기에는 대전차화기, 소총, 탄약이 적재되어 있었다. 독일은 수주에 걸쳐서 만 명의 쿠르드족에게 약 7천만 유로(약 945억 원) 상당의 무기를 지원할 예정이다. 수송기는 원래 하루 전인 9월 24일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수송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하루 지연되었다. 게다가 쿠르드족을 훈련시킬 독일군 교관 6명이 불가리아에서 며칠 동안 발이 묶였다. 왜냐하면 그들을 태우고 이라크로 향하던 독일 공군 수송기 C-160이 고장 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다. 참고로 C-160은 1960년대에 도입되었기 때문에 조종사보다 더 오래되었다. 그리고 비행기가 낡아서 부품 조달에 어려움이 많다.

공군수송기 A310은 기술적 결함으로 제한된 비행만 가능하다. 그 결과 아프간에는 독일 본국으로 귀국할 장병 150명이 귀국하지 못하고 1주일째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이 같은 사실은 독일연방군 해외파병사령부의 조사에서 밝혀졌다. 독일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독일 공군의 수송기 대신에 정부에서 운용하는 항공기를 아프간에 대체 투입했다. 에어버스 A340이 10월 3일 독일 서부지역의 쾰른에서 마자리-샤리프로 투입되었고 장병들은 10월 4일 토요일에 독일로 귀국했다.

A340 항공기는 정부의 주요 인사(대통령, 연방총리, 장관 등)들이 이용하는 항공기이기 때문에 일반 항공기보다 좌석 숫자가 적다. A340의 좌석은 143개이기 때문에 장병 150명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좌석이 214개인 A310 항공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A310 항공기는 현재 제한된 비행만 가능하다. 그 이유는 비상시 산소공급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가 다른 항공기에도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이와 관련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 조사가 얼마나 걸릴지 그리고 항공기가 언제 다시 완전한 임무수행이 가능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현재 A310 항공기는 2만 5,000피트(7,500m) 고도 이상으로 비행이 금지되어 있다. 비상시에는 1만 피트로 고도를 낮출 수 있어야 한다. 참고로 유로파이터 전투기에도 문제가 발견되었다. 기체 뒷부분에 결함이 발생하여 제조사는 비행수명시간을 3,000시간에서 1,500시간으로 반을 단축시켰다.

최강의 군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독일의 각종 장비와 무기들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진짜 독일군의 무기들이 명성과 달리 형편없단 말인가? 아니면 무기가 고장을 일으킬 수 있는데 독일군은 정직하게 밝히는 것인가? 독일군은 군대 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것은 비밀도 아니다. 독일은 독일군 장비에 문제가 있다고 ‘비석에 글자를 새겨 넣듯이’ 구체적으로 밝히는 국가이다.

지난 수년간 지속되어온 예산절약정책 때문에 독일 정부는 국방비를 증액하는 데 박차를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독일은 동맹국들에게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로만 약속했다. 이제 독일 국민들은 독일군이 오랫동안 알고 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늘날의 독일군은 전투하는(해외파병) 군대인데, 이러한 군대는 단지 부대 울타리 안에만 머무는 군대보다 돈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독일군에 무기를 납품하는 방산업체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방산업체가 각 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비에 대해 모든 책임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든 책임은 국방장관이 지지만 현 국방장관인 폰데어 라이언 전임자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전임 국방장관들은 무인정찰기 ‘유로호크’ 도입문제에서 밝혀졌듯이 무기 구매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무기도입사업은 오랜 과정을 거치고, 독일군이 임무수행능력을 완전히 갖추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라이언 국방장관은 많은 압력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24일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은 연방의회 국방위원회에서 각 군의 실태를 보고했다. 이렇게 많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잘못된 사업관리와 잘못된 사업결정 때문이었다. 현 국방장관은 10개월 전에 취임하면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늦게 공개한 이유에 대해 답변을 해야 했다. 국방장관이 지금까지 제대로 문제를 처리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국방장관은 새로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사안에 대해 의견을 청취하겠다. 수송기와 관련된 긴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항공기를 임대하겠다.” 그러나 이러한 국방장관의 답변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다. 독일은 아프간에서 중장비를 운반하기 위해서 러시아의 안토노프 수송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기민당과 함께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사민당은 국방장관을 ‘포토 장관’이라고 비난한다. 왜냐하면 국방장관이 각종 행사 때나 국외출장 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영화처럼 사진을 많이 찍기 때문이다. 현 국방장관은 차기 연방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정치인인데 이미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2011년에 논문표절로 사임한 젊은 국방장관 구텐베르크가 그렇게 했었다. 그러나 현 국방장관은 이러한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방부 홍보실에서는 국방장관이 이슬람 무장조직인 ‘IS’에 대항하기 위하여 훈련받고 있는 쿠르드인 30명을 만나기 위해 보병학교를 방문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현 국방장관은 독일군의 불량한 무기에 대한 책임은 전임 국방장관과 부족한 예산 탓으로 돌린다. “문제가 수년 동안 누적되어 왔는데 당연히 이제 와서 단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C-160 수송기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수송기는 1968년도에 독일군에 인도되었고 현재 그 수명을 다했다. 독일군은 후속모델로 A400M을 오래전에 주문했고 2011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구형 수송기를 대체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1호기가 인도되지 않고 있다. 제조사 에어버스는 생산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구매국가가 여러 번 요구조건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이 지체되고 있다. 그러나 고통 받는 사람은 군인들이다. 부대는 사용 가능한 항공기를 긴급히 요구하고 있다.

국방장관에 대한 비판은 계속 이어진다. 국방장관은 계속해서 사진 찍는 출장만 다니고, 국방부 및 연방군 개혁에는 관심이 매우 적다고 비판받고 있다. 국방장관은 취임하면서부터 가벼운 문제에 주로 매달렸다. 예를 들면 ‘가정과 직장의 조화’, ‘부대에서의 육아’, ‘노동시장에서 전문직의 채용’ 등이다. 이에 대해 같은 집권당 내에서도 의구심을 나타낸다. 군인들에게 중요한 것은 탁아소 운용보다도 하늘로 날 수 있는 항공기라는 것이다.

국방장관은 이전의 수많은 전임 장관들처럼 장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국방예산을 요구했다. “장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이 아니다. 2013년에만 해도 15억 유로(약 2조 250억 원)가 불용액으로 처리되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독일군은 해외파병작전에 적합한 것이 아니라 옛날 무기를 전시할 박물관에 적합하다고 조롱받는다. 에볼라 퇴치를 위해 세네갈로 향하던 수송기가 기술적인 문제로 불시착하여 국제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노력에 차질을 빚었다. 라이언 국방장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표적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G-36 총기, 날지 못하는 항공기, 창고에 처박혀 있는 고장 난 전차는 국방장관의 명성에 큰 상처를 남길 것이다. 이에 추가해서 현재 독일연방군은 직업군대로 변신하는 중이다. 징병제가 폐지된 이후 자원복무지원 병사 중에서 세 명 중 한 명은 조기에 군대를 떠난다. 군 특명관에 의하면 매년 많은 군인들이 군대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다고 한다. 현재 독일군대의 전체 분위기는 매우 나쁜 상태이다.

10월 6일 라이언 국방장관은 조사기관 컨소시엄 대표로부터 공개적으로 조사보고서를 받았다. 참여한 전문기관은 전문컨설팅 기관 KPMG, P3, 그리고 법무법인 Taylor Wessing이었다. 30명 이상의 전문가들이 3개월에 걸쳐서 국방부 무기획득사업을 진단했다. 국방장관에게 제출된 보고서는 1,200쪽이다. 언론에 공개된 요약본은 51쪽이다. 원본은 비문이다. 3개 회사의 컨소시엄은 용역비로 115만 유로(약 15억 5천만 원)를 받았다. 1,200쪽의 보고서 한 장당 130만 원이 넘는 가격이다. 독일은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체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객관적인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문제를 해결한다. 당연히 그에 합당한 비용을 지불한다.

라이언 국방장관은 작년 12월 취임 이후 많은 무기획득사업에 의문이 들었으나, 국방부 내에서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그래서 국방장관은 대형사업을 중단시켰다. 그리고 경제, 기술, 법률 전문기관에 대표적인 사업 9개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 9개 사업 예산은 570억 유로(약 76조 9,500억 원)에 달한다. 이 액수는 전력증강 투자비의 2/3에 해당한다. 국민의 세금이 500억 유로 이상 투입되는 사업에는 유로파이터 전투기, A400M 수송기, 무인정찰기 유로호크이다. 이 규모는 ‘슈트트가르트 21(철도개선)’ 사업의 8배, 베를린 신공항 사업의 10배이다.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모든 무기획득사업은 최소 2.5~9년이 지연되었다. 9개 사업 중에서 7개 사업은 소요예산이 최초 계획했을 때보다 훨씬 증가했다. 관련비용은 부분적으로 수십억 유로에 달한다. 게다가 인도된 무기에는 일부 결함이 있었다. 컨소시엄은 국방부의 무기획득 관리업무를 지체 없이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140개의 문제점을 발견했고 180개의 시정방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독일 공군의 전투기 및 수송기 245대 중에서 150대는 고장으로 비행이 불가능하다. 하늘에 있어야 할 항공기의 반 이상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지상에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전투기 유로파이터 109대 중에서 42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한 상태이다. 수송기 C-160 56대 중에서 24대만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CH-53 수송헬리콥터 83대 중에서 16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토네이도 전투기 89대 중에서 38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공군에서 비상 대기하는 전력은 겨우 두 개 팀뿐이다. 각 팀은 2대의 전투기로 구성되어 있다. 발틱 국가의 영공을 지키기 위해 나토에 제공하는 전투기도 유로파이터 네 대에 불과할 뿐이다.

212A급 잠수함 네 척 중에서 한 척만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해군이 보유한 헬리콥터 43대 중에서 7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13세트 중에서 겨우 7세트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육군에서는 다목적 차륜형 장갑차 ‘복서(Boxer)’ 180대 중에서 겨우 70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전투헬기 ‘타이거’ 31대 중에서 단지 10대만이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수송헬기 NH90는 33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8대만이 실제로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무기획득사업의 문제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매우 늦다(경우에 따라서는 수년이 걸린다.) 둘째, 너무 비싸다(9개 사업 중에서 7개는 최초에 계획한 것보다 수십억 유로가 더 든다). 셋째, 사업관리가 엉망이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개선점을 권고하였다.

1) 전문적인 계약이 필요하다.

전차를 도입하는데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았다. 계약서가 엉터리다. 40억 유로(약 5조 4천억 원)의 장갑차 퓨마를 도입하는데 종이휴지 주문용 계약서를 사용했다. 독일군은 지금까지 이렇게 엉터리 계약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전투헬기 타이거를 도입하는데 계약위반에 따른 보상금을 생산회사와 6%로 합의했다. 헬기사업은 수년째 지연되고 있으며 결함이 많다. 함정의 생산업체가 화재장비의 색깔을 잘못 칠하여 함정의 인도가 수개월 지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약금을 국방부가 지불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새로운 법률전문가가 참여하고 새로이 교육받고 사업관련자가 민간수준으로 계약을 추진해야 한다.

유로파이터 사업은 정신착란 환자 수준이다. 최초에는 140대를 주문했다. 그런데 30%를 독일에서 생산해야 한다고 해서 수년 전에 도입대수를 180대로 늘렸다. 대당 가격은 거의 1억 유로(약 1,350억 원)이다.

2) 전체를 개관하지 못한다.

2013년에 국방부는 7,700건의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하나하나의 나무는 정확하게 보지만 아무도 전체 숲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합참의장, 국방차관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보고단계를 짧게 줄여야 한다. 말단에서부터 최고위층에까지 직접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래에서 최고위층으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함석이 금으로 둔갑하는 일이 없다.

3) 잘못을 숨기지 말고 지적한다.

무기획득부서는 지금까지 사업을 어지럽게 추진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가격을 낮추어 속였다. 그래야만 연방의회 예산위에 제출할 수 있었다. 사업추진 간에 위험부담이 발견되면 숨겼다. 유쾌하지 않은 위험부담을 가능하면 오랫동안 무시하는 것이 국방부의 오랜 관행이었다. 그 결과 비용은 증가하고 문제는 점점 더 커졌다.

4) 부담을 경감시킨다.

국방부는 어림없다고 말하지만, 국방장관은 관용을 베풀어 이러한 “국방부의 일하는 문화”를 옹호하는 사람과 계속 일하려고 한다. 그래야만 앞으로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

5) 해외파병작전

계획대로 모두 다 추진한다. “통신회사가 뮌헨에 유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무선통신을 차단하지 않는다.”

6) 우선순위를 확정한다.

무기획득사업의 문제점은 “방향타가 계속해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이다. 따라서 우선투자할 핵심기술을 정해야 한다. 국방부는 암호기술, 감시체계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무인기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전차생산에 대해서는 국방부 단독이 아니라 외교, 경제장관과 함께 공동으로 결정해야 한다. 중요한 문제는 독일이 방산분야에서 세계의 주도국으로 남느냐이다.

독일에는 보약이라는 말이 없다. 평시에 운동하고 건강 관리하는 것이 보약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상시에 건강관리를 제대로 안하다가 갑자기 병나면 보약을 찾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보약을 먹으면 죽을병도 다 고친다고 착각하는지 모른다. 이이 비해 독일군의 특징은 비교적 논리적이고 절차대로 일하는 문화이다. 독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흔하디 흔한 위원회를 본 적이 없다. 현판식을 거창하게 치르는 사진을 본 적도 없다. 대신에 연방의회에서 연방의원들이 관련 분야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는 모습이 전부다. 그리고 언론에서 진지하게 심도 있게 다룬다. 관련 전문가는 언제나 넘쳐난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고치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면 이게 진짜 문제이다. 자신의 몸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가 진찰한다. 환자는 스스로 처방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독일군은 스스로 자체 개혁안을 만들지 않는다. 자체의 개혁위원회도 만들지 않는다. 모든 것은 검증된 전문기관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독일군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독일군이 불신 받지 않는다. 독일군은 국민신뢰도 평가에서 1위인 경찰에 이어서 2위인데 이것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독일군은 숨기지 않는다. 신뢰와 정직이 독일군의 핵심이다. 독일군이 해외에 즉각 출동할 능력이 있고, 지속적으로 해외파병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을 보면 독일군은 확실히 강한 군대임에 틀림없다.

글 김태식

육군사관학교 졸업. 독일 지휘참모대학에서 유학한 뒤, 주독일국방무관(2009~2012)을 거쳐 육군교육사 근무 중(2012~). 독일일등십자공로훈장(2013_을 수상. 주요 역서로 독일 만슈타인 장군의 2차 세계대전 회고록인 <잃어버린 승리>(육군본부 발간), <독일 부대지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