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왜곡하는 기업

2014-10-30     플로랑 라카유 알비제

스탠포드대 역사학 교수인 로버트 프록터는 진실을 가리고 왜곡하는 현상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1992년에 만들었다. 사실이 어떻게 교묘히 왜곡되어 가는지 그 과정을 분석하면서 프록터 교수는 집단주의의 몇 가지 요소가 이 같은 현상을 만들어내고, 진실을 덮는 기업들이 여러 분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된다.

미국의 6개 주가 거대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수년간 여러 번의 소송을 제기한 끝에 마침내 1998년 11월 합의에 이르렀다. 담배회사들은 재정적인 보상을 받는 대가로 미국 유산 기금에 자료를 넘기기로 했다. 방대한 양의 자료 가운데 비밀 문서들은 저널리스트와 연구가들이 열람할 수 있게 되었다. 프록터는 문서의 내용을 토대로 담배회사들의 전략을 조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담배회사들이 프록터의 저서를 출간 전에 검토하겠다면서 여러 차례 소송을 걸었으나 프록터는 2012년 2월에 저서를 발간했고 이는 프랑스어로 번역되었다.(1) 프록터의 저서를 통해 담배 회사들이 미디어, 과학 및 문화 분야에서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양산하고 영향력을 끼쳐 왔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는 흡연자가 훗날 암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이 아닌 자유를 추구하는 멋진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담배 회사들의 문서는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스테판 푸카르의 저서(2) 소재로도 이용되고 있다. 푸카르는 저서에서 석면 회사, 화학 회사, 농식품 회사들이 어떻게 담배 회사들의 방식을 모방하여 왜곡된 사실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다. 암 발생에 대한 왜곡된 연구자료를 발간하거나, 위험성을 솔직하게 알리는 연구가들을 오히려 비방하거나, 농약이 끼치는 영향에 대한 진실을 회피하는 연구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매우 유사하다. 방법은 다양하지만 목적은 똑같다. 결정과정에 혼란을 주면서 민주적인 토론을 왜곡하는 것이다.

진실을 왜곡하는 기업들의 시도가 우리의 문명을 붕괴시키지 않을까?

에세이와 공상과학을 넘나드는 성격의 저서(3)에서 나오미 오레스키스와 에릭 콘웨이는 어느 미래의 중국 역사가를 등장시켜 인류가 기후변화 앞에서 아무런 손도 쓰지 않는 상황을 그럴 듯하게 상상한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여러 상황과 두 저자가 상상한 몇 가지 상황을 기반으로 한 이 저서는 진실을 알고 있지만 시장 논리와 화석 연료 의존으로 인해 진실을 애써 부인하고 맹목적으로 왜곡된 믿음을 갖는 우리의 모습을 그린다.

몇 년 전에 이미 오레스키스와 콘웨이는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무분별할 정도로 몰지각하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공화당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적인 결과를 부인하고, 정치적으로 쓸모가 있는 과학적인 결과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기업들 역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과학적인 결과만 믿는다. 진실을 왜곡하는 행위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글‧플로랑 라카유 알비제 Florent Lacaille-Albigè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 Robert Proctor, <Golden Holocaust>, Editions des Equateurs, 파리, 2014년

(2) Stéphane Foucart, <거짓말 공장>, Gallimard, 파리, 2014년

(3) Naomi Oreskes, Erik Conway, <서구 문명의 몰락>, Les Liens qui libèrent, 파리,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