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춘래' 체감은 '불사춘'

성장률 4분기 반전 기대...실업.부도는 악화추세

2009-05-06     오상훈
오상훈 /SK증권 리서치센터장
 지난해 말 시점에서 대다수 경제예측 기관들이 내다봤던 올해 경제 전망은 1분기부터 경기 침체가 상당히 깊게 진행될 것이고, 침체 기간도 적어도 3년 이상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나타나는 경제흐름을 재조망해본다면 기대치 조정이 다소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즉, 우리가 경기 불황을 체감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에 이미 극심한 경기 침체가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반사적 영향으로 올해 1분기 경기지표는 애초 예상과 달리 되레 주춤하거나 소폭의 개선 추세를 보이면서 때이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경기 회복의 시그널로 판단할 수 있는 몇 가지 국내외 지표 흐름을 살펴보자.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정책 공조와 경기 부양 효과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 경색 현상은 크게 완화됐고, 주택시장 및 내수시장에서의 수요 급락세가 진정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 주택시장에서도 다소 인위적이기는 하지만 시가평가 회계제도의 한시적 유예, 연방준비은행(FRB)의 주택담보부채권 대량 매입과 이자율 인하 조치로 바닥 탈출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락하기 시작한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하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선 조짐을 보이는 국내 지표들도 많아지고 있다. 광공업 생산과 서비스업 지수가 전월과 비교해 각각 2개월, 3개월 연속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고, 제조업 부문에서 재고 조정이 급격히 이뤄져 재고 출하 비율로 보면 선순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 가운데 한국 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장 빠른 속도로 3개월 연속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지표 경기상으로 본다면 지난해 4분기 급락한 수준에서 향후 적어도 추가적으로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한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추이로 판단해보면 지난해 4분기 중에 전 분기비 -5.1%, 전년 동기비 -3.4%로 이미 급격한 침체세를 보인 바 있다. 올해 들어 전 분기비 기준으로는 올해 1분기 중에, 전년 동기비 기준으로는 4분기 중에 성장률의 플러스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침체 상태에 있는 세계경제 흐름에서 부각되는 한국 경제의 차별적인 경기 활력이다. 우리 경제는 중국의 공격적 내수 부양과 일본 엔고 효과 지속에 따른 직접적인 수혜국가이기도 하다.
 아울러 한국 경제는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채 대란을 겪으면서 기업 과잉투자와 가계 과잉소비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이미 겪은 바 있다. 다시 말해 글로벌 경기 회복기에 우리 경제가 다른 국가에 비해 탄력적인 경기 반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경기 불황의 그림자는 쉽게 사그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태동하고 있는 각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조짐도 국제 교역량을 위축시켜 앞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의 브레이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기에다 체감경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실업률과 기업부도율 지표는 당분간 악화될 추세다. 이들 지표는 대표적 경기후행 지표로서 앞으로 실업자와 파산기업들이 크게 늘어날 경우 체감경기는 현재보다 좀더 악화될 우려가 있다.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기관들의 추가 부실화 문제로 신용시장이 다시 경색될 우려도 남아 있다.
 이렇듯 최근 경제지표들에 긍정적·부정적 요인들이 혼재하고 있음에도 한국 경제를 지표경기 흐름으로 판단할 경우 적어도 올 2분기 말께 경기가 바닥권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체감경기상으로 판단해보면 1년 후인 내년 상반기 말께 바닥권으로 내려가 이후 완만한 속도로 회복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체감경기란 지표상으로 나타나는 경기 저점 시기 이후 3부 능선 부근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경제 주체들이 공감하는 경기 바닥 국면으로서, 과거에도 항상 그래왔듯이 두 바닥권 간에는 어느 정도의 시차가 존재한다. 그리고 경기변곡점 부근에 접어들면서 국가별 또는 경제주체별로 경기 속도가 차별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적으로 향후 한국 경제에 대한 시각은 현재 지표 경기가 바닥권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에 비관적 경기 관점에서 탈피해 신중한 낙관론으로 돌아설 필요가 있다.
 
글/오상훈
서강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임연구원,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SK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있다. 저서로는 <한국의 거시경제 분기모형- KDIQ92>(1993), <혁신형 중소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및 육성전략>(200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