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든, "저항하고, 행동하라"

2014-12-04     에드워드 스노든

 

자유로운 세계에 살려면 저항하고, 행동하라

 

망명지에서 만난 에드워드 스노든의 직격 인터뷰

 

“국가가 강요하는 규칙을 따르기만 한다면, 그 어떠한 역사적 진전도 가져올 수 없다.”

“아이폰6의 암호화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안심할 수 없다. 당신이 애플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다운로드한 자료와 사진들은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정보기관의 접근이 가능하다. 암호화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고 의무이다.”

미국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최근 미국의 진보 주간지 <더 네이션>의 카트리나 휴벨, 스테판 코헨 두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망명지 러시아에서의 자신의 근황을 비롯, 민주주의와 정보기술의 관계, 국가권력의 탈선과 시민의식 등에 대한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이 인터뷰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주요 필진들이 운영하는 웹진 <메무와 데 뤼트(Mémoire des luttes)>에 3차례로 나눠 게재되었다(11월 25~27일).

모스크바에서 도피 중인 스노든은 11월 25일 독일 시민단체가 주는 ‘슈투트가르트 평화상’ 수상 소감을 밝힌 동영상에서 “자유로운 사회에 살려고 한다면 반드시 자유로운 가치를 지켜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스노든은 현재 자신의 상황,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는 자신을 망명지 러시아에서 나가지 못하게 막는 것은 미국이라고 비난했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에서 근무했던 스노든은 시민이 정부와 기업의 인터넷 감시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왜 새로운 형태의 ‘시민 불복종’이 필요하고 인간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하는가, 인터넷은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적 관계와 정치 관행을 재조직하는가, 왜 인터넷을 위한 ‘마그나 카르타’를 만들어야 하는가,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권리’의 윤곽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I. 시민 불복종의 필요성에 관하여

-인터뷰를 갖게 되어 정말 기쁘다. 어떻게 지내는가?

“나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컴퓨터광이기 때문이다. 나는 외출이나 축구 같은 운동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고, 만들고, 말하고 무엇인가를 창조하고 싶다. 특히 모스크바에 온 이후로 나는 온전히 일에 사로잡혀 있고, 이러한 상황이 만족스럽다.”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는가?

“그렇다. 그러나 내가 망명 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란다. 미국 정부는 내가 이 곳을 떠나지 못하도록 내 여권을 압수했다. 만약에 나를 체포하려 했다면 라틴 아메리카로 여행을 가도록 허용했을 것이다. 그 곳에서 CIA는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원하는 일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미국정부가 원한 것은 나를 체포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에 있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보기에 당신은 사회생활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스크바에 만나는 사람은 있는가?

“필요한 정도는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저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을 때,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그렇다. 그럴 때에는 나간다.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항상 있다. 그런데 대부분 컴퓨터 용품점에서 나를 알아본다. 식료품점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는 것을 보니, 일종의 생각이나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식료품점에서는 내가 사진 속의 내 모습과 똑같아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컴퓨터 용품점에서는 내가 면도하고 모자를 써서 본래 모습과 많이 다를 때에도 항상 ‘스노든씨?’하고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

 

-당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친절한가? 대부분 젊은이들인가?

“그렇다.”

 

-푸틴 기자회견 당시 찍은 비디오에 대해 말해보자.

“아, 정말 끔찍했다. 오히려 내가 공격당하는 격이 되었다. 나는 미국 정보국장 제임스 클래퍼 때(클래퍼가 국회에서 증언할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을 하는 푸틴을 찍으려 했다. 게다가 나는 러시아의 도감청에 대해 푸틴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푸틴이 미국 정부처럼 도감청을 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푸틴은 부인했다. 내가 푸틴 기자회견에서 한 것들은 미국에서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여기가 감옥 같지는 않다는 것인가?

“그렇다. 나는 생페테르부르크에도 갔었다. 정말 고약한 도시다.”

 

-TV를 보는가?

“나는 내 컴퓨터로 모든 것을 한다. 나한테 TV는 너무 구식이다.”

 

-미국 채널을 보는가?

“그렇다. 최근에는 ‘더 와이어(The Wire)’ 시리즈를 봤다.”

 

-그럼 인터넷을 통해 여전히 미국과 닿아 있다는 것인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가?

“(가벼운 웃음) 그렇다. 그런데 나는 그러한 질문을 정말 싫어한다. 너무 진부하다.”

 

-그래도 미국 TV를 본다는 것은, 당신도 TV 시리즈를 보는 미국인이라는 뜻 아닌가?

“그렇다. 모든 시리즈를 본다. <왕좌의 게임>도 보고, 다른 시리즈도 다 본다. 내가 <하우스 오브 카드>도 본다면 뭐라고 할 것인가? <보드워크 엠파이어>를 말하자면, 이 시리즈는 또 다른 ‘문어발식’ 정부의 시대를 보여준다. 이 시대에는 헌법을 개정하는 절차 같은 게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행정부는 헌법 개정 대신 법을 이용하여 우리의 자유를 축소시킨다.”

 

-인터넷 인터뷰는 어떻게 만드는가?

“내 개인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내가 비디오 전문가가 아니라서 기술 용어로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좀 어렵다. 그래도 나는 기술자이다. 나는 카메라도 있고, 내가 찍은 것을 컴퓨터로 전송할 수 있는 모든 장비도 있다. ‘라이브’ 섹션을 만들었는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바탕 화면을 넣었는데, 뉴스 아나운서들처럼 내 키보드로 바탕 화면을 삭제하거나 원하는 다른 바탕 화면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나는 내가 있어야 하는 곳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설명을 듣고 나니까 다음 질문이 생각났다. 당신의 ‘기술’ 지식이 정치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데에 영향을 주었는가?

“정보국에서 일하면서 나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보고서를 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상황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갖출 수 있었다. 이러한 이해가 생기면서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차 대전 이후, 사회가 더욱 권위주의적 국가 혹은 더욱 자유주의적 국가로 변해왔다는 사실이었다. 권위주의 국가 모델은 오직 국가만이 개인의 권리를 결정하고 정부만이 권리를 부여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반대편에 있는 자유주의 국가 모델은 개인 권리의 대부분은 기본권이며, 이것은 필요한 경우에도 정부에 의해 폐기될 수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사회가, 특히나 2001년 9·11테러 이후 국가들이 더욱 자유주의적으로 변했는지, 독재적으로 변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극도로 권위주의적인 중국과 같은 경쟁국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권위주의적이 되었을까, 자유주의적이 되었을까? 무게 중심이 움직여서 각국 정부의 권력은 더욱 강해지고 제약은 줄어들었을까? 각국 정부들이 기술 덕분에 자신들의 권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볼까? 정부 권력은 확대되고 정부에 대한 통제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어떻게 시민권과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전통을 지킬 수 있을까? 우리는 중국이 서양을 상대로 경쟁하는 방식 그대로 중국에 맞서 경쟁하기를 원하는가? 나는 미국민 대부분이 이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폭로에 논의가 일기도 했지만 정치권은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당신이 폭로를 통해서 주장했던 개혁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진전이 빠른 국가가 있다. 독일은 대대적 조사에 착수했고, 거의 매일 새로운 소식을 발표하고 있다. 독일은 얼마 전 국회에 은폐되어 있던 중대한 헌법 위반을 찾아냈다. 반면 미국에서는 감시와 관련해서, 효력이 크지 않는 법안이 제출되기는 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조나단 쉘은 <네이션>지에 기고한 마지막 기사에서(쉘은 지난 3월 작고했음) 당신을 반란자, 방해자, 극단적인 사생활 보호자라고 소개했다. 조나단은 이 기사에서 ‘미국인들은 공식 채널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아무런 응답이 없을 때 무엇을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당신과 같이 내부 고발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우리 민주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이다. 어떻게 대의 민주주의에 도달하게 되었을까? 직접 행동으로 얻어낸 것이고 이는 헌법 근저에 새겨져 있다. 우리는 반항하고 혁명을 일으킬 권리가 있다. 혁명이 반드시 무기나 무장투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혁명은 또한 혁명 정신과도 관련이 있다.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스스로 구현해 내고, 이를 존중한다는 원칙과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시민에게 주어진 정치 질서는 어느 시점이 되면 더 이상 이러한 가치를 대표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나는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것이 역동성이라고 생각한다. 정당들은 국민의 요구에 점점 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국민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 나선 것이다. 정부나 정당이 더 이상 우리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면 답을 찾아야 하는 쪽은 우리다. 이것이 바로 직접행동이나 시민 불복종이 되는 것이다. 국가는 우리에게 ‘당신들의 시민 불복종을 합법화하기 위해선 당신들이 이러이러한 규칙들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는 ‘감시 존’에서 우리의 자유를 단칼로 베어버린다. 또한 국가는 ‘당신들이 어떠한 시기에, 이러한 방식으로만 시민 불복종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 ‘당신들은 이러이러한 규칙을 따라야 한다’고 하면서 시민 불복종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축소시켜 버린다. 시민 불복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진정한 시민 불복종이 되어야 한다. 국가가 보편이익에 반하는 행보를 보이는데도, 만약 우리가 국가가 강요하는 규칙을 따르는 데에 만족한다면 어떠한 진전도 가져올 수 없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시민 불복종이 변화를 가져온 경우는 언제인가?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운동이 그런 경우다.”

 

-그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매우 중요한 시도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금세 사그라들었다.

“나는 정부당국이 시민 불복종은 어떠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국민에게 주입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한다. 전혀 효과 없는 불복종의 하나일 뿐이라는 이미지를 주입시킨 것이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직업도 없고, 그래서 월급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불평등의 희생자들이었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절실하게 부르짖은 자들, 혼란을 가중시키는 자들, 세상이 자신들의 문제에 관심 갖도록 이목을 끄는 데에 성공한 이들은 즉각적으로 탄압 받았다. 이들은 경찰에 포위되었는가 하면, 최루탄으로 해체되거나 구금되기도 했다.”

 

-그래도 월 스트리트 점령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문제인식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변화의 실질적 주동자 역할을 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사회 운동이나 정치 운동이 하루아침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이러한 운동들이 즉각적으로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안과 문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다. 시민들이 불평등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2014년, 2016년 선거를 거론하는 모든 정치계 주요 인물들이 불평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당신은 문제인사들에 대한 문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촉발시킨 자들은 다시 관리자가 되었다. 이라크전쟁이라는 재앙을 가져온 자들은 여전히 미국 정부의 주요 자문자로서 미국 외교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당신이 강조했듯이 제임스 클래퍼는 국회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어떠한 질책도 받지 않았다.

“NSA의 대량감시에 대한 폭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었다. 우리의 권리가 기밀기관에 의해 재정의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게다가 권리를 새롭게 규정하기 위한 국민들과의 합의도 없었고, 국회의원들조차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논지는 바로 한 국가의 정보국장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고 이것은 국가를 상대로 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일부러, 공개적으로 법을 무시하도록 그냥 내버려 둔다면, ‘무처벌’의 풍토를 만들게 될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볼 때, 오바마 정부의 가장 실망스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되면 진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 아주 어려운 선택이다. ‘우리는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도 모든 시민에게 적용되는 법을 똑같이 적용시켜 문책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를 믿는 나라이다’라고 말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법치국가에선 국가를 보호하는 것은 경찰이지만, 모든 국민이 똑같은 법에 종속됨을 의미한다.”

 

-국회의 정보위원회 의원들이 하원이나 상원의 다른 의원들보다 도감청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알고 있으면서도 입을 다물어 버렸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은 분명히 잘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기밀 프로젝트나 비슷한 작전에 대해 알고 있다. 그들은 (심지어 이라크전쟁 당시에) 모든 시신이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또한 방위 기업이나 군수 관련 민간기업(국가에 안보 서비스를 제공) 출신의 후보자들보다 더 많은 선거 자금을 받는다.”

 

II. 인터넷과 도감청에 대하여

-당신 말을 듣고 있으면 인터넷이 정말 표현의 자유,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혹시 그 반대로 사생활 침해를 가중시키고, 여론과 정보의 불법조작을 용이하게 하지는 않을까? 인터넷이 가져오는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인류 역사에서 기술 및 통신 발달을 살펴보았을 때, 인터넷은 ‘전자 텔레파시’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마술과도 같은 이 작고 똑똑한 휴대폰 덕분에 연락하고 싶은 사람이 지구의 어디에 있든지 언제 어디서나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말을 하는지 언제든지 알 수 있다. 이는 인터넷에 있어서도 또 하나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초기에 인터넷이 대중에 보급되었을 때는 한 방향으로만 움직였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면 다른 사람이 그 정보를 읽는 식이었다. 메일을 주고받는 것을 제외하면 왕래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이어 등장한 웹 2.0은 페이스북, 트위터, 기타 소셜 네트워크와 같은, 공동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인터넷 공동체의 분열이다. 예전에는 모두가 겨우 몇 개의 사이트만을 방문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방문하는 쇼핑몰만도 여러 개이다. 거대 미디어에 대항하는 작은 사이트들도 있다. 특히 극단적으로 당파적 성향이 강한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공동체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이 직접 이러한 사이트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방문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이 사이트들이 가입자들을 아주 강력하게 결속시키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현상을 소집단 형성 현상으로 설명한다. 시민의식 결여는 이러한 현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부족화 현상은 선거 캠페인에서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내려온 은혜인 동시에 우리를 덮친 재앙이다. 현재 우리는 위기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작년에 도감청을 폭로했을 때 소위 민주적이라는 정부들이 보인 반응을 보라. 미국에서 큰 논의가 일기도 했지만 정작 정치인들은 무력했다. 본인들이 사건에 손이 묶여있기 때문이다. 헌법 위반이 있었던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영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의 동맹국 대부분에는 헌법상 보호조치가 없다. 이 국가들은 불법 압류나 조사에 응하지 않을 권리를 잃었다. 폭로 당시 이 국가들은 정보국이 어떠한 법원의 감독 없이, 어떠한 제재도 없이, 어떠한 견제 세력도 없이 시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법을 우려했다. 이에 ‘정보국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세스의 어느 단계까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필연적으로 질문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인터넷 기업의 단계까지 문제제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 법무부와 소송 중에 있다.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아일랜드 정보처리 센터의 정보가 필요하다. 미국 시민과 관련된 자료는 아니지만, 우리는 그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좋다, 아일랜드 판사에게 직접 문의하라. 아일랜드에 허가를 요청해야 한다. 우리는 아일랜드와 상호사법공조조약을 체결했다. 아일랜드가 허가증을 줄 것이다. 그 허가증을 우리에게 제출하면 아일랜드 법에 위배되지 않는 한에서 요청한 정보를 주겠다’고 응답한다. 이에 법무부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미국 기업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신들이 어디에 있든 우리는 당신들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관할 법원은 상관없다. 누가 관여되었는지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응수했다. 현재 상소 중에 있는 소송이다. 굉장히 중요한 소송이다. 미국이 개인정보 보호에서 국경이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는 선례를 만들면 다른 국가들도 똑같이 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은 미국이 디지털 정보를 다루는 방식이나 디지털 정보와 관련하여 미국이 하는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이 아직도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 여전히 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적국들도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문제는 이럴 것이다. 즉, 콩고나 중국에서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수상자가 반체제자이고 정부가 ‘아일랜드 정보센터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수상자의 개인 메일을 읽으려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이들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당신들은 미국 법무부에 정보센터의 정보를 주었다. 그러니 우리에게도 같은 정보를 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싫은 기색을 보이면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다. 만약 당신들이 국가마다 다른 법적 기준을 적용한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당신들에게 제재를 가할 것이다. 무역 벌칙을 적용할 것이고 당신들은 중국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라고 응수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는 큰 피해를 입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다른 국가들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가?

“그렇다. 국가들이 분노하는 것이 확실히 보인다. 브라질만 봐도 알 수 있다. 브라질은 유엔에 ‘이러한 문제를 위해 새로운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정보 주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더욱 가까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최근 러시아 국민과 관련된 모든 정보는 러시아 영토 안에만 저장되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법을 공포했다. 이는 미국과 마이크로소프트사 간에 일어난 사태가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인데 나는 좋지 않은 법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형태의 주권에 끔찍하다고 할 만한 것이 있는가? 만약 모든 국가들이 러시아와 똑같은 행보를 보이면 어떻게 되는가? 미국의 독점이 깨지지 않을까?

“미국의 독점이 깨지겠지만, 인터넷 무역도 깨질 것이다. 모든 국가에 각각의 정보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정보센터는 어마어마하게 비싸고 엄청난 재정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오늘날 각국 정부가 전혀 새로운 특권과 권리, 그러나 근거가 없거나 희박한 특권과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굳이 국제법을 참조하지 않더라도, 어느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찾아낼 수 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도감청이 어떻게 변했다고 보는가?

“미국의 도감청 강화는 여러 면에서 9·11테러에 대한 반발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딕 체니의 생각이기도 했다. 딕 체니에게는 연방권뿐만 아니라 행정권을 강화할 수 있는 구실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새로울 것이 있는가? 백악관은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에도 건물에 도청을 설치하거나 불법 침입했다.

“당시에는 추궁이 따랐다. 리처드 닉슨은 호텔 스위트룸 하나를 도청하고 워싱턴에서 쫓겨났다. 지금은 미국 전 국민이 도청 당하고 있는데 아무도 고발당하지 않고, 간단한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권리와 관련된 문제는 각 세대에 끊임없이 경계를 늦추지 않을 의무를 부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지키는 권리만 가질 수 있다. 우리가 투쟁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10년간 있었던 개인 자유의 침해를 생각해보면, 문제는 감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자유이다. 누군가 ‘난 감출 것이 아무것도 없어’라고 한다면 실은 ‘나는 내 권리에 별로 개의치 않아’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권리를 정당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부가 당신의 권리를 침해한 것을 정부가 정당화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상황에서 나는 내 권리가 필요하지 않다’고 혹은 ‘도무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하면서 당신의 권리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당신의 권리가 아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해보자. “스노든이 미국 정부가 도감청으로 당신의 자유와 개인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폭로했다. 정부는 테러리즘으로부터 공공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 것이라고 둘러댔다.” 여론 대부분이 당신에게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는가? 당신은 틀림없이 생존이 걸린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들에게는 다른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고 중요한 것 같이 보인다.

“좋다, 대답에 앞서 내 말을 좀 명확히 하자면, 내가 말하는 여론조사란, 원칙을 말한다. 원인을 잘 알고 있는 고위직 사람들은 자신들이 말하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여론을 바꾸려고 한다. 반면에 <뉴욕 타임스>나 <가디언>지를 보는 독자들은 나서서 ‘스노든에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내가 처음부터 말해왔듯이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 아니다. 그들이 나에게 관용을 베풀든 말든 상관없다. 나에게 닥치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내가 관타나모나 다른 전쟁 포로수용소에 수감되어도, 누군가가 내 머리에 총구멍을 대고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라 해도 상관없다. 그렇다고 내가 정치인도 아니다. 나는 기술자이다. 내가 여론조사를 읽는 것은 자유를 수호하는 단체들이 나에게 여론을 알아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다. 정말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인터뷰에 응한 것은 내가 존경하고 신뢰하는 이들이 나의 인터뷰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일대 변혁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대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 했기 때문이다.

나는 처음부터 개혁을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정치적 방법과 기술적 방법이다. 나는 정치적 방법으로 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민들에게는 이 문제 말고도 해결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이미 그 문제들도 버거워 한다. 우리는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지도 않는다. 사람들은 권력에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미국의 교육 시스템은, 완곡한 표현으로 말하자면, 교화 기계와 같기 때문이다. 이 기계로는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없다. 기계를 통해 우리는 정부가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이나 용어를 반복하면서 주입하는 정보를 받게 된다. ‘국가 안전’이라는 예로 들 수 있겠다. 모두가 지나치게 ‘국가 안전’이라는 용어를 반복해서 우리도 ‘국가 안전’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국가의 안전이 아니다. 바로 정권의 안전이다. 미국에서는 정권의 안전이라는 말을 하기를 꺼려한다. 미국에 해로웠던 모든 정권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인들에게 이것은 중요한 개념이다. 정치인들은 TV에 출연하게 되면, 우리에게 좋은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국가 시스템의 영속과 보호를 말할 뿐이다.

나는 아나키스트가 아니다.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공익에 반하는 정치적 변화가 생기면 이를 알아차릴 줄 알아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우리가 정치적 변화를 떠받들고 있는, 기초가 되는 원리에 스스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정치적 개혁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이다.

 

-당신의 폭로는 아이폰6의 암호화 기술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 기술이 합법적 법적용을 막는다고 지적한다.

“바로 그것이 관건이다. 대기업들은 정부가 미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사업에도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기업들은 “이제 아무도 우리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자사의 휴대폰을 신뢰할 수 있도록 안보 문제를 개선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새로 출시된 아이폰에는 휴대폰에 들어 있는 정보를 보호하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었다. 즉 누군가가 당신의 아이폰을 훔쳐도, 혹은 복제하려고 해도, 그 사람은 아이폰에 저장된 사진도 볼 수 없고 당신이 보낸 메시지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암호화는 경찰이 당신이 유괴 사건에 연루되었다고 간주하고 휴대폰에 탑재된 위치추적을 이용하여 당신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려고 할 경우, 법 적용을 차단하지는 못한다. 경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당신이 이용하는 통신사에 당신 메시지 사본을 요청할 경우, 암호화는 이를 막을 수 없고,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또한 당신이 애플 아이클라우드를 통해 다운로드한 자료와 사진들은 암호화되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지 접근이 가능하다. 이 암호화는 말 그대로 휴대폰 안에 저장된 자료만 보호할 수 있을 뿐이다.

 

-범죄나 범법행위가 발생할 때, 경찰 조사와 대량 암호화 사이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가?

“검찰 총장과 FBI 국장이 바로 그 부분에 논쟁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 그들은 ‘우리는 영장만 있으면 휴대폰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암호화된 휴대폰의 경우 기술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한 탓에 ‘비밀 문’을 만들어 암호를 풀 수 있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비밀 문’이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을 봐왔다.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암호화 기술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다. FBI만이 접근 가능한 ‘비밀 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능하다 할지라도 국제 무역과 관련된 문제에 부딪힌다. 미국 기업의 휴대폰이 안전하지 않다고 알려지고, 미국 FBI를 위해 별도로 만든 ‘비밀 문’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지면 아무도 그 휴대폰을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비밀 문’이 없을 경우, 미 정부 당국이 휴대폰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NSA에 근무할 때 매일 하던 일이다. 일요일에도 했다. 따라서 암호화는 시민으로서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민의 의무와 관계된 문제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기쁘다. 처음부터 내 스스로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나만의 행동지침을 따라 왔다. 나는 모든 자료를 기자들에게 넘겼다. 내 기준으로 그 자료들이 공동의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 판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5년 1월호에 계속

 

번역·김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