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 지역으로 산산조각 나나

2014-12-04     폴 디르크스

 

유럽국가들, 지역으로 산산조각 나나

 

지난 9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투표가 10%p의 격차로 부결되었지만, 조세권과 예산권이라는 전리품을 얻은 스코틀랜드의 사례는 여타 분리독립 운동에 새로운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되었다. 11월 9일 주민투표를 추진하던 스페인의 카탈루냐 주는 중앙정부의 위헌 제소에 막혀 비공식 여론조사 형식으로 한 발 물러선 형국이다. 하지만 분리독립 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프랑스의 코르시카, 이탈리아의 베네토와 남티롤, 벨기에의 플랑드르, 덴마크의 파로에, 독일의 바이에른 등에서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폴 디르크스 | 로렌대학 연구교수

 

1968년, 브르타뉴 민족주의자 얀 푸에레는 <100개의 국기로 이루어진 유럽>을 출간했다. 그 당시, 민족(‘진정한 민족’)에 근거한 유럽 건설을 옹호하는 이 변론은 민족국가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만 퍼져 있었다. 시대는 많이 변했다. 지난 9월 18일, 영국에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의 세찬 바람이 불었다. 그 일주일 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바르셀로나 거리를 가득 메운 군중들 한가운데 카탈루냐 분리독립(1) 운동은 스페인 정부에 분리독립 국민투표 시행을 요구했다. 스페인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며 이 투표를 금지하자 카탈루냐 주민들은 11월 9일 그들의 미래에 대해 단순히 ‘의견을 묻기로’ 했다. 하지만 다가올 선거에서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정당들이 승리할 경우 독립 선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사건들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실현가능한 것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열성활동가들의 결의에 기인한 것(유럽 대륙 도처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광범위하게 활동했다)보다는 더 광범위하고 전체적인 요인에 기인한 바가 더 크다. 분리독립 운동은 오랫동안 이념적, 전략적 문제, 특히 유럽 통일 문제를 두고 분열되어 있었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각기 그들 지역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4개 정당은 이런 다양성을 한눈에 보여준다. 에스케라 레푸블리카나 데 카탈루냐(카탈루냐 공화좌파, ERC)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노선과 견줄 수 있는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따르고 있다. 반면 카탈루냐통합당(CiU)과 신 플랑드르연대(N-VA)는 확실히 우파에 속한다. ERC, SNP, CiU는 왕국에 속해 있는 현재 그들의 상태를 언젠가는 끝내야 할 중간단계라고 생각하며 ‘옛’ 국가의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십 년 전부터 플랑드르 사람들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벨기에에서 플랑드르가 자연스럽게 국가가 갖는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N-VA 또한 마찬가지 방식으로 행동해 나갈 것이다. 그렇지만 플라망 분리주의자들은 오랫동안 대중운동에 근거를 두지 않았고 지식인 사회의 지지도 받지 못했다.

 

분리주의와 초국가적 연방주의의 수렴점은?

 

하지만 이 정당들과 많은 다른 정당들은 유럽 건설과 거버넌스에서 이익을 얻어내기 위해 점차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다. 유럽 대륙 내에 적극적인 정치 기류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의 협력관계를 유럽화한 것이다. 그것의 가장 발전된 도구가 바로 유럽자유동맹(EPA, European Free Alliance)이다. 유럽의회에서 녹색당의 지지를 받고 있는 EPA는 2014년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과 함께 6.6%의 의석을 차지했다. 1981년 바스티아에서 창설되었고 2004년 유럽의회의 인정을 받은 EPA는 자치주의를 주장하면서 정치적 폭력에 반대하는 프랑수아 알퐁시 코르시카국민당(PNS) 전 당수가 이끌고 있다. EPA에는 17개 국가에서, 지역주의 단체 10개, 자치주의 단체 14개, 분리주의 단체 11개가 모여 있다. EPA 수장 자격으로 9월 18일 에든버러에 참석한 알퐁시는 유럽을 위한 결집이 “우리들에게 있다”면서 “공격적 역동성은 바로 우리!”(2)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무기력함과 유럽의회에서 뚜렷하게 감지될 수 있는 계획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분리주의 단체나 지역주의 단체와 마찬가지로 EPA는 과거 그들의 역사를 은폐하는 경향이 있는 현재에 근거한 입장을 견지한다. 브르타뉴나 플라망 분리운동들의 상당수는 제2차 대전 중 나치 유럽을 택했던 반면 카탈루냐나 바스크 분리운동은 프란시스코 프랑코 치하에서 심한 박해를 받았다. EPA는 언제나 더 테크노크라트적, 민주적, 진보주의적인 표현들로 의사소통을 하며 그들의 이질성을 매끄럽게 다듬어 왔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한 것으로(‘무(無)국가 민족’을 위한 투쟁), 그리고 유럽 정신에 충실한 것으로(각각의 독립은 ‘내적 확대’) 소개하는 구호들을 유럽 내에 도입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표현방법은 민족이 역사공동체 뒤로 숨어버리는 민족주의, 다시 말해 자신의 영토에 자리 잡은 모든 주민들에게 열려 있는 사회, 즉 ‘운명공동체’로 대체되는 민족주의를 정당화할 목적을 갖고 있다. 이 ‘시민’ 민족주의는 영토, 전통, 언어 개념에 폭넓게 근거해 있고, 프랑스식 국민국가의 가치를 부분적으로 왜곡시켜야만 ‘공화국’, ‘민중’, ‘민주주의’ 등의 단어를 내세울 수 있다. “우리는 민족자결에 집중할 것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적으로, 그리고 거리낌 없이 그들이 살아가고자 하는 정부나 사회를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라는 EPA의 발언이 정신적 순수주의로 들릴 수 있는 것은 유럽 커뮤니케이션의 일반적 특징일 것이다.

 

유럽체제에 분리주의자들의 긴밀한 참여 희망

 

이런 식의 체면 차리기는 일부 극우정당들의 자세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분리주의자는 무엇보다도 유럽체제에 참여하는 전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들과 구별된다. 유럽연합이 보조성의 원리에 입각해 계속 더 확실하게 지역차원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거버넌스의 핵심은, 더 높은 단계에서 ‘덜 효율적’이고 ‘시민과 덜 가까운’ 방식으로만 행사될 수 있는 것을 더 낮은 권력단계에서 행해지도록 하는 데 있다. 이런 사항은 1929년 마스트리히트 조약과 경제화폐공동체에도 명시돼 있고, 모든 지역 문제에 대해 투표권 없는 발언권을 가진 의회인 지역위원회(COR, Committee of Regions)에도 명시돼 있다. COR은 보조성 원칙과 인접성 원칙 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하고 그 시행을 위해 유럽연합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다.

분리주의 세력은 COR이 하위정부차원으로 최대권력을 끌어 모으려 하고 있는 만큼 더더욱 COR이 제공한 부분을 활용한다. 그들은 “유럽 국민 사이의 끊임없이 더 긴밀하고 결속된 연합”(3)을 갈망한다. 이 개념은 시민적인 동시에 민족적인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다. COR의 정치적 입장의 본질은 자치주의 및 분리주의와 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유럽이 (…) 유럽의 힘과 풍요를 일구어주는 동시에 유럽 시민들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영토, 문화, 언어의 다양성을 유익하게 사용하기 원한다. 우리는 지역 및 지방 당국의 자치와 그에 적절한 재원을 보유할 권리를 요구한다. 우리는 지방분권화를 독려할 것이다.” COR이 하위정부 민족주의의 온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들의 정당성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1988년의 유럽자치헌장은, 언젠가는 소중한 것으로 입증될 법적 틀을 그들에게 제공한다.

이 틀은 플라망 기독민주당 민족주의자인 룩 반 덴 브란드의 주도로 2014년 작성된 COR의 다층적 유럽 거버넌스 헌장에서도 재확인되었다. “국경, 절차, 전통적이고 행정적인 속박을 넘어서”(4)라는 그의 접근방식은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민족국가 옹호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EU집행위원회는 “유럽은 유럽의 모든 지역, 모든 도시의 다양성과 풍요로움 그 자체”(5)라는 조제 마누엘 바루소 위원장의 의견을 통해 이 접근방식을 인정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COR이 “확실히 유럽 정책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고 했다. 끊임없이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해 온 것을 자랑하는 COR이 지역 상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유럽의회에도 힘을 얻어가고 있다.

분리주의에 대한 유럽연합의 입장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유럽연합은 회원국 내정문제에 개입을 금한다. 유럽연합 협정이 명시하는 바와 같이 유럽연합은 “국가의 본질적 기능, 특히 영토의 보존을 보장할 목적을 갖는 기능을 존중한다.” 그래서 국가는 이 부분에 있어 독점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에 도움을 청할 수 없다. 하지만 유럽연합은 언제나 모든 ‘권한의 차원’, 특히 예산 분야에 대거 개입한다. 분리독립한 영토에 대한 유럽연합의 인정은 해당국가의 영토보존을 해치는 것이 될 것이고, 따라서 협정에 위배된다. 최근 몇 달 동안 EU집행위원장은 카탈루냐가 분리독립하면 유럽연합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리고 그는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투표 운동이 한창일 때 스코틀랜드의 EU 가입은 “지극히 어려울 것, 다시 말해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은 법적으로 이론의 여지가 있는 만큼 너무 뒤늦은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현재의 민족국가와 분리주의자들이 그들 부르고 싶은 대로 부르는 국가, 다시 말해 ‘진짜’ 국민들로 이루어진, 간단히 말해 진짜 민족 국가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초국가권력이 국가들을 지배할 수 있는 하나의 조직이 될 수 있기 위해서, 유럽 건설이 항상 국가들에 반하여 혹은 적어도 국가들을 희생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지 않는 한, 유럽연합은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6) 벨기에 플라망 분리주의자뿐만 아니라 모든 분리주의자들의 일리 있는 주장에 따르면, 지역으로의 권한 이양을 통한 ‘거버넌스 재조정’ 때문에, 보조성 원칙이 증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원칙의 소멸은 회원국의 결정 권한뿐만 아니라 국가들의 실체 자체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분리주의 그룹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유럽정책에 협조하는지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의 노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분리주의 그룹들 중에서 가장 뿌리를 잘 내린 그룹들은 투표소와 카메라 앞에서 그들의 입장을 열정적으로 드러내면서, 특히 관련 지역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감독 강화는 강력한 경제적 차원의 성격도 갖고 있다. 1957년 로마협정 때부터 유럽건설은 ‘세계무역’에서 ‘제약의 점진적 철폐’와 경제시스템의 기초가 되는 국가구조들의 상대적 해체를 염두에 두고 구상되었다. 자치주의가 고개를 드는 데 일조한 것으로 자주 거론되는 현재의 금용위기가 서민계층을 더 약화시킨 것은 사실이다. 이 계층을 보호해야할 정당들이 이들을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들 중 일부는, 수많은 민족주의 단체들이 뒤섞여 있는 잡동사니 그룹인 ‘포퓰리스트’ 정당들 쪽으로 돌아섰다. 경제위기가 그 책임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경제위기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신자유주의 공공정책들을 경제위기와 분리시켜 경제위기만 별개로 취급하면 안 된다. 분리주의자들은 그들의 지지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각도로 이런 대륙의 상황을 이용할 줄 알았다.

신 플랑드르연대(N-VA)가 이에 대한 상징적 예가 되고 있다. 이민을 반대하는 라이벌 정당인 브람스 베랑(Vlaams Belang)의 ‘포퓰리스트’들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분리주의 발상이 대중적 기반을 얻지 못하자, 사회·자유 민족주의 정당인 볼크수니에(Volksunie, 대중연합)의 잔존자들을 중심으로 2001년 창당되었던 N-VA는 네덜란드어권 자치주의 경영자들과 연합했다. 1860년에서 1914년 사이 세계 경제강국 선두 그룹에 속했던, 칼 마르크스가 ‘대륙의 자유주의 낙원’이라고 불렀던 벨기에는 세계의 자유무역주의를 가속화하는 모든 주도적 행위를 맨 앞에서 이끌었다. 전 세계적 금융제도를 설립하고 유럽이란 하나의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벨기에의 역할은 국가의 크기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한 가지 문젯거리가 있었다. 그것은 벨기에라는 국가에 대해 늘 적대감을 드러내는 ‘플라망 운동’이 벨기에 북부에서 서민계층들의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려 한다는 점이었다. 벨기에는 커다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문제를 사회 그룹들에게 떠맡겨 해결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각 그룹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떠맡긴 것도 아니었고, 각각의 시민생활 일부를 관리하는 데 능숙한 정당들이나 제도권 네트워크(학교, 병원, 언론 등)에 떠맡긴 것도 아니었다. ‘지역’과 ‘공동체’라 불리는 새로운 조직들에게 떠맡겼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대에 설립된 이 조직들은 1980년대에 이르러 점점 더 많은 권한을 부여 받았다.

지역이나 공동체를 통한 연방제는 자신의 지역이 세계경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던 새로운 플라망 경제엘리트들이 원하던 바였다. 목표는, 벨기에라는 국가의 틀 안에서(필요하다면 국가의 틀 밖에서), 사회주의 좌파가 왈롱 지역에서 옹호했던 시대에 뒤떨어진 ‘의고주의’의 비중을 제거한 플라망 행정기관을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사회주의 좌파는 1960년대에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하자 정반대의 이유로 연방주의를 옹호하기 시작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른 연방주의는 20년도 안 되어 지속하기 어려운 제도가 되었고, 긴축정책의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런 우연의 일치에 의해 ‘공동체 문제’와 ‘국가 개혁’이 신자유주의적 영감이 넘치는 사회·경제 개혁 추진도구로 사용된다.(7) ‘자유민족주의자’라 불릴 수 있는 플라망 민족주의 지도자 유고 쉴츠가 “연방 국가를 만드는 것은 공공재정을 건전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언젠가 말했던 것과 유사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의 후계자인 바르트 드 베버 N-VA 의장은, 세상에서 가장 발전한 모델 중 하나인 벨기에 식 사회모델의 지속에 격분해 있고 자주 공개적으로 분리주의자라고 선언한(8) 경영계의 유력인사들과 연합했다. N-VA는 플라망 민주기독당(CD&V)의 모호한 지원을 받아 이중의 전략을 구사했다.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적 전략을 구사했다. 짧고 모호한 인종차별적 문장들을 사용하여 ‘플라망인’과 함께 사는 많은 프랑스어권 시민, 다시 말해 벨기에 프랑스어권 시민을 역겹게 하고, 벨기에가 두 개의 민주주의로 구성되어 있다는 신화를 믿게 만들었다. CD&V가 신자유주의 소프트웨어에 구현했던 것, 즉 “우리 플라망인이 하는 것은 우리가 더 멋지게 한다”라는 구호를 과격하게 내세웠다. 2010년부터 N-VA는 특히 브람스 베랑의 유권자들을 끌어안으면서 벨기에의 가장 큰 세력이 되었다. 2014년에는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굳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지난 10월 11일 형성된 새로운 자유주의 N-VA-CD & V를 연방정부의 주축으로 만들게 된다. 1988년 이래 처음으로 사회주의 그늘을 벗어난 이 정부는 새로운 제도개혁 없이 기존의 사회·경제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설계자인 드 베버는 그 정신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임기가 끝났을 때, 만약 프랑스어권 유권자들이 우리와 사회당을 강제로 연합시키려고 결정한다면, 그때는 제도가 새롭게 변할 것이라고 나는 평가한다.”(9)

 

일부 분리주의 단체들, 신자유주의적 노선 쫓아

 

유럽연합의 주요 분리주의 단체들은 한정된 예산으로 세계화된 유럽 경제에 참여하는 현대국가들의 무능과 정체성 문제를 연관시키기 위해 서로 말을 맞춘 것 같다. 대부분의 카탈루냐 경제단체들은, 분리주의 우파 아르투르 마스 카탈루냐 주지사가 이미 실험했던 신자유주의 처방에 따라 더 확고하게 개혁을 지속할 역량을 갖춘 ‘독립된’ 카탈루냐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르투르 마스는 또한 독립이야말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국가연대와 단절하고 기업들의 세금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플랑드르뿐만 아니라 북부 이탈리아와 다른 지역들에서는, ‘마드리드’, ‘왈롱’ 등의 이름이 주민의 사회·경제적 건강을 담보로 재정을 탕진하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에든버러에서도 알렉스 샐먼드가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좌파 프로필과는 어울리지 않는 “나는 내 돈을 돌려받길 원한다”는 구호가 울려 퍼지고 있다. SNP는 마거릿 대처와 그 뒤를 잇는 토니 블레어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거부함으로써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SNP는 특히 스코틀랜드 의회에서 절대 다수를 획득한 후로 사회-민주주의 노선과 가까워졌다. 금융계 최고 전문가이며 경제학자인 샐먼드는, 새로운 ‘켈트 호랑이’가 가져다 줄 세금 감면과 석유배당금 통제를 넌지시 제시하면서 일군의 경영자들을 유혹하는 데 성공했다. 샐먼드 또한 영국이 얼마만큼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복지에 부담을 주는지, ‘거대한 검은 별’이 얼마만큼 ‘북쪽 샛별’의 반짝임을 방해하는지 설명하면서 토론의 관심사를 한쪽으로 몰아가고 있다.(10)

일반적으로 국가 전체 평균보다 GDP가 더 높은 이 지역들은 모두 다 변화와 진보 세력으로 자처한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민족중심주의적 발상에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을 위해 행동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유럽자유동맹(EPA) 의장이 요약하는 대로 “유럽의 금단증상은 민족국가들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EPA는 유럽연합에서 ‘민족주의 에고이즘’을 경멸하는 모든 사람들과 동맹을 맺는다. 수많은 분리주의자, 자치주의자, 지역주의자들은 오래전부터 유럽이 민족국가들을 희생시켜 연방주의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들은 당연히 연방주의 교리에 찬성하면서, 유럽이 연방주의로 나아가도록 도울 것이다.

스코틀랜드 국민투표 전날 프랑스의 한 정치학자는 “지역주의는 위협거리도 아니고, 중앙집권주의를 확신하는 통일된 단일 국가에서 근심거리도 아니며, 결코 그런 적도 없었다”면서 “프랑스는 결코 힘이 없는 지역주의 정당들에 의해 혼란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쳤다.(11)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상황은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정은 프랑스공화국을 유럽공동체 우선주의 원칙에 따르도록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법장치(자치헌장, 유럽보조금 기준 등)가 회원국들에게 일종의 지방분권 형태를 강제하고 있다. 28개 회원국 중에서 규모가 작은 20여 개 국가가 지역들로 나뉘어져 있고(이중 5개국은 지역에 엄청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3개국은 연방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특히 더 나은 경제 거버넌스 획득이다. 그리스에서 2010년 권한을 지역들로 이양한 것은, 국토재편을 통해 지출비용을 줄여 정부의 예산절감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지역화로 변질된 프랑스의 분권화

 

라파랭 정부(2002~2005년) 이후로 프랑스가 실시한 분권화는 규정에 맞는 지역화로 변모되었다. 신속하게 진행된 새로운 영토개혁은 22개 지역을 13개 지역으로 축소시킨다. 정부는 전화를 이용해 시민들에게 심사숙고해 달라고 요청한다. “새로운 13개 지역의 윤곽을 잡고 그 이름을 지어보기 위해 당신의 영토에 ‘이름을 붙여보시오.’ 생활의 터전 지도를 그리기 위해 당신의 영토를 ‘표시해 보시오.’ 정부가 제안한 개혁을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영토에 대한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당신의 영토를 ‘테스트해 보시오.’” 영토 개혁에 대한 이런 유치한 전화문의의 일차적 목적은 프랑스의 지역을 ‘유럽의 다른 지역들과 크기가 비슷한’(12) 지역들로 분할하는 것이다. 라파랭 정부는 프랑스 미래의 지역들 중 3개 지역보다 영토면적이 더 작은 18개 회원국들을 보지 못하고 오히려 현재의 프랑스 지역들보다 크기가 더 큰 스페인, 이탈리아, 특히 독일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현재의 22개 지역 중에서 6개 지역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코르시카와 브르타뉴가 이에 포함된다. 브르타뉴는 개혁의 선도 지역으로 등장하고 있다. 파리는 이미 브르타뉴와 2013년 말에 ‘미래를 위한 협약’(20억 유로의 지원금과 융자)을 서명했다. 당시 장 마르크 아이로 총리는 이 협약이 영토개혁에 의해 완수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영토 개혁의 이차 목적은 특히 교육과 일자리 정책에 관한 모든 권한을 지역에 양도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을 끌어낼 수 있는 도구들’을 지역에 부여하는 것이다. 국가 개혁과 축소를 담당하고 있는 티에리 망동 정무차관은 “국가의 상당수 임무들이 이전되거나 포기되어야 할 것”(13)이라고 프랑스 국민에게 예고했다. 지역(분권)화는 새로운 현실에 적절한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일자리 터전인 10여 개의 지역들로 구성된 프랑스를 만들 수도 있다. 지역화는 프랑스라는 국가의 기능 속에 보조성 원칙뿐만 아니라 ‘권한 수준’에서의 균형 원칙도 포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역에 따라 시민들에 대한 특별대우가 가능해지고, 특별대우는 프랑스 사람과 구별되는 계층의 출현을 허용해 준다. ‘미래를 위한 협약’이 이미 이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로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 협약은 ‘브르타뉴를 위한, 브르타뉴 사람들에 의한 협약’이다.(14) 즉 ‘브르타뉴 사람들’은 더 이상 프랑스의 한 지역 주민들이 아닌 것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라는 국가가 지역경제란 이름으로 민족적 정체성으로 구성된 어떤 계층을 복권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15) 분리주의자들은 유럽연합과 마찬가지로 프랑스가 좋은 길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부추긴다. 카탈루냐 민주통합당 프랑스 연맹은 “어느 누구도 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에 토를 달지 않는다. 프랑스라는 국가의 붕괴는 우선 극도로 중앙집권화된 국가의 붕괴를 의미한다. 중앙집권주의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한다. 이 단체는 국경을 초월한 ‘경쟁력 있는’(16) 카탈루냐 국가를 ‘재건하기’ 위해서 현재 프랑스 루시용에 북카탈루냐 지역을 창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족적 정체성에 근거해 설립된 영토 공동체가 현상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민족적 정체성을 인정해 달라는 소수의 욕망을 달래기 위한 오랫동안의 시도로 이루어진(17) 벨기에의 연방제는, 스페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가 해체 위기에 처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중앙집권주의’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던 영국정부는 민족주의자들에게 국민투표를 허용하면서 그들을 자기 함정에 빠트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현재 영국정부는 연방제와 아주 비슷한 것(특히 세금 체계)을 허용해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연방제는 성공한다는 보장이 전혀 없지만, 영국을 구성하는 ‘영국 내 4개 민족’(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즈, 영국)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다.

로베르 슈만의 말처럼, 유럽연방주의자들이 ‘우선적으로 실제적 연대감을 형성해 낼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을 실현하는’ 전략을 추구해 가는 동안, 친유럽 분리주의자들은(그러나 연방주의자는 아닌) ‘독립선언’(18)을 기대하면서, ‘사실상의 독립’으로 나아가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기정사실에 대한 두 가지 전략이 서로 간에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글·폴 디르크스 Paul Dirkx

로렌 대학 연구교수. 저서로 <민족 경쟁. 벨기에, 유럽 그리고 신자유주의>(Editions du Croquant, coll. “Savoir/Agir”, Bellecombe-en-Bauges, 2012)가 있다.

 

번역·김계영 canari62@hanmail.net

파리4대학 불문학 박사. 저서와 역서로 <청소년을 위한 서양문학사>(2006), <르몽드 세계사3>(2013), <키는 권력이다>(2008) 등이 있다.

 

 

(1) ‘독립’이라는 말은 종속이라는 의견, 즉 해당 국가의 일부가 다른 국가의 지배를 받는다는 의견을 퍼트리는 불합리한 측면을 갖고 있다.

(2) <르몽드>, 2014년 9월 18일

(3) ‘임무 선언’, Comité des régions, Bruxelles, 2009년 4월 21일

(4) ‘다층적 유럽 거버넌스 헌장에 관한 지역위원회 결의안’, 브뤼셀, 2014년 4월 2~3일

(5) 비디오 “20 Years of the Committee of Regions”, Comité des régions, 2014년 7월, www.youtube.com

(6) Belén Balanyá, Ann Doherty, Olivier Hoedeman, Adam Ma’anit & Erik Wesselius, <유럽 주식회사. 다국적기업은 어떻게 유럽과 세계경제를 건설하는가>, Marseille, Agone, 2005년

François Denord & Antoine Schwartz, <사회주의 유럽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Raison d’agir, Paris, 2009년

(7) <민족 경쟁. 벨기에, 유럽 그리고 신자유주의>, Le Croquant, Bellecombe-en-Bauges, 2012년

(8) 일례로, 싱크탱크로 활약 중인 인 데 와란드(In de Warande)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는 2005년 <유럽 내 독립 플랑드르를 위한 선언문>을 작성했고 N-VA 프로그램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

(9) <Bel-RTL>, 2013년 10월 10일

(10) <Channel 4 News>, 2014년 2월 7일

(11) Xavier Crettiez, <르몽드>, 2014년 9월 18일

(12) “영토개혁”, 2014년 10월 10일, www.gouvernement.fr

(13) 티에리 망동(Thierry Mandon) 인터뷰, 2014년 10월 10일, www.lesechos.fr

(14) Mediapart.fr, 2013년 11월 13일

(15) www.cdccat.com

(16) 플랑드르에서 분리주의는 1995년 이래 15%선에서 정체되어 있다. 2010년 N-VA를 지지한 선거인의 83%는 벨기에의 분할에 적대적이었다(루벤 카톨릭대학교).

(17) 스코틀랜드 민족주의 이론가 톰 네언(Tom Nairn)의 표현, Keith Dixon,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의 야망’,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