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인간의 특징인가?

2014-12-04     파블로 옌셴

생각은 인간의 특징인가?

 

물리적인 세계를 인간이 배제된 기계처럼 생각하는 것은 근대 시대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며 데카르트 시대에는 물리적인 세계와 인간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는 이분법이 해방자의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이분법에 오래전부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만일 자연이 움직이지도 않고 의식도 없는 존재이고 불변의 법칙을 따른다고 해 보자. 그렇다면 자신의 행동에 의미와 목표를 부여할 수 있는 인간들은 이러한 자연에서 어떻게 나올 수가 있는가? 에세이 두 권이 이 같은 궁금증을 벗어나게 해 주는 가정을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영국의 루퍼트 셸드레이크가 쓴 에세이다. 셸드레이크는 생물화학 박사이며 캠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세포노화 과정을 연구했으며 많은 연구자들이 인식론적인 사고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영혼과 유기체와 구별되는 생명 원칙이 존재한다고 보고 유기적 기능이 이러한 원칙에 의존한다고 주장하는 생명론의 이론은 생물학자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생물학자들은 어떤 이론을 대신 내세우는 것일까? 리차드 도킨스가 1976년에 대중화시킨 ‘이기적 유전자’ 이론을 들 수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자연 선택은 생식을 통해 자신의 DNA를 유지시키려는 유전자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기계, 유전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기적인 요소를 보존하기 위한 방향으로 무조건 프로그램화된 로봇이다.” DNA 코드는 개인의 행동을 조종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전통과 다른 혁신적인 시각을 내놓는 셸드레이크는 연구 예산비의 1%를 기발한 주제를 연구하는 데 사용하자고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 우리를 뒤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정말 알 수 있을까, 개는 지진이 일어날 것을 예감할 수 있을까 같은 주제를 연구해보자는 것이다. 굳이 이런 연구를 거부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셸드레이크는 유물론적인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짓누르는 이론이라고 지목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미스터리한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셸드레이크는 20세기 IQ 테스트의 점수 올리기, 미래에 우리의 정신을 투영하기 등 남다른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다.

이분법을 대체할 해결책으로는 에콰도르 출신의 인류학자 에두아르도 콘이 제안한 것이 있다. 아마존 숲에 사는 루나스 원주민들을 연구한 에두아르도 콘은 인간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은 각자 다르며 다른 생명체들의 사는 방식과 계속 관계를 맺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조건에 의해 강물이 회오리를 일으키는 것처럼 인간의 특별한 삶의 방식은 언어라는 매개체에 의해 표현되고 생명체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기타 표현 방식과 관계를 맺어간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원숭이는 나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위험이 가까이 다가온 신호라 느끼고 얼른 도망친다. 보편적으로 말하면 생각한다는 것은 경험에 의해 배울 수 있는 능력이며 모든 생명체는 살아남기 위해 생각을 해야 한다. 다윈의 진화론 덕분에 생각이란 대대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분법은 상황의 기본을 무시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럽다. 예를 들어, 인간은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루나스 원주민들이 보여준 애니미즘은 비이성적인 신념이 아니라 숲 속에서 자기 자신을 이어가고 다른 생명체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법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지혜다. 우리가 세상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글·파블로 옌센 Pablo Jense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리뷰 단신>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

10년간의 전쟁에서 미국이 얻은 교훈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지하디스트들을 위협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지나친 것 아닐까? 처음에는 그럴 듯한 취지로 시작되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변한 전쟁의 예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11-12월, 격월간, 1년 구독: 89.95달러 – 58 E 68th Street, New York, NY 10065, 미국)

 

<를라시옹>(RELATIONS)

캐나다의 광산 회사들은 남미에서 인권 유린을 하고 있다. 스테판 하퍼 캐나다 총리의 정책은 곡물 과잉 생산을 심화시켰다. 해방 교육이 존재할 수 있을까?

(N° 774, 10월, 격월간, 7달러(캐나다 달러) – 25, rue Jarry-Ouest, Montréal, H2P 1S6, 캐나다)

 

<미들 이스트 레포트>(MIDDLE EAST REPORT)

아랍 세계의 혁명은 수도에서만 일어났다. 이집트와 터키를 중심으로 지방에서 본 정치 및 사회 변화를 다루는 특집기사를 소개한다.

(겨울, 계간, 1년 구독: 60달러 – 13 344 T St. NW#1, Washington, DC 20009, 미국)

 

<아프리크 르누보>(AFRIQUE RENOUVEAU)

불평등한 무역 대상국 사이에서 자유 교역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유럽연합과 ACP 국가(아프리카, 카리브해, 태평양 지역) 사이의 경제 파트너십 조약에 관한 협상은 세계 무역에서 적용되는 팽팽한 힘의 논리를 보여준다.

(Vol. 26, n° 1, 4월, 계간, 무료 – Nations unies, New York, NY 10017- 2513, 미국)

 

<크로니크 앵테르나시오날 드 리에르에스>(CHRONIQUE INTERNATIONALE DE L’IRES)

스위스의 반이민법 이후 노동자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는가? 네덜란드의 노동자의 위치에 대해서도 분석해 보고 일본 아베노믹스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아본다.

(N° 147, 9월, 월간, 13유로 – 16, boulevard du Mont-d’Est, 93192 Noisy-le-Grand Cedex)

 

<크리니크 앵테르나시오날>(CRITIQUE INTERNATIONALE)

‘세계의 노동 분쟁’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중국 공영 기업의 상황과 월마트 같은 다국적 기업에서 미국의 노조 조합 운동은 어떻게 될 수 있는지 그 상황을 알아본다.

(N° 64, 7-9월, 계간, 22유로 – 117, boulevard Saint-Germain, 75006 Paris)

 

<에스프리>(ESPRIT)

실업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재미있으면서도 신랄한 구인, 명예퇴직에 대한 기괴한 면접에 대한 묘사, 프랑스 현대 소설의 주제 부재에 대해 알아본다.

(N° 409, 11월, 월간, 20유로 – 212, rue Saint-Martin, 75003 Paris)

 

<라 브리크>(LA BRIQUE)

인쇄 종이의 미래: 어려운 출판사, 디지털 시대의 인쇄, 서점, 신문의 운명을 알아본다.

(N° 41, 10-11월, 격월간, 2유로 – 14, rue des Tours, 59000 Lill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