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의 저격수라 불리던 그들

[프랑스 서평]

2014-12-04     아니세 모브

세네갈의 저격수라 불리던 그들

 

바로 잡는 데 너무 늦는 건 없다. 제1차 세계대전 100주년과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아프리카 병사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아프리카 병사들의 용맹성은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연합군이 승리를 거두는 데 기여했다. 식민지 제국들의 영토를 새롭게 바꿔 지정학적 균형을 바꾸는 승리였다. 그런데 흔히 사람들은 아프리카 사람들이 군수 물자를 만들고 도시에 식량을 보급하고 전쟁 비용을 지원하며 함께 노력했다는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

카메룬 출신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사뮈엘 므바줌은 식민지 시대의 폭력으로 얼룩진 풍경과 시민들의 용감한 순간을 동시에 그리고 있다. 이를 위해 풍부한 인물 자료들을 참고했다. 저자는 처음에는 프랑스 제국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된 아프리카 군대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분석해 나간다. 제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에서 아프리카 병사들은 인내심과 충성심으로 파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 덕에 프랑스는 비시 정부가 친독 협력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전국이 되어 협상테이블에 앉게 되었다.

이미 그 전에 <제1차 세계대전의 평탄한 아프리카>를 발표한 적이 있는 프랑스 역사가 마크 미셸은 1914~1918년 제1차 세계대전에 아프리카 병사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활약했는지를 생각해 본다. 아프리카인과 프랑스인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하고, 아프리카의 갈등에 대해 다룬다. 또한 아프리카의 여러 가지 통계에 얽힌 이야기도 다룬다. 1919년 2월과 1920년 4월 사이에 독일 정부는 프랑스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자 인종차별 정책을 펼쳤고 아프리카 병사들에게 치욕을 안겨 주었다. 이에 따라 흑인들은 독일의 점령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한 엘렌 드 고비노의 자전적 전기 <아프리카의 고귀함>이 재발행되었다. 저자는 아르튀르 드 고비노의 <인종 불평등에 관한 에세이>와 반대 입장에 서있다. 엘렌 드 고비노는 아르튀르 드 고비노의 손자와 결혼한 사이다. 엘렌 드 고비노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아프리카 병사들을 재평가하면서 이들이 보여준 용맹함과 진솔함을 칭찬하고 있다. 역사에서 잊혔던 아프리카인 병사들에게 엘렌 드 고비노는 고귀함을 돌려주었고 편견 없이 이들의 이야기를 전개해 갔다. <아프리카의 고귀함>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려준다. 나치에 의해 아프리카인 병사들이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맞이한 운명, 아프리카 병사들에 대해 찬사와 차별 사이에서 갈등하는 식민지 국가들의 군 당국의 모순에 대해 다룬다.

지금까지 소개한 책들은 아프리카인들을 역사의 아프리카인 시민들이 역사를 만들어간 이야기에 의미를 더해주는 꼼꼼한 자료들이다.

 

글·아니세 모브 Anicet Mob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리뷰단신>

 

<북쪽의 사람들> / 파트릭 쇼벨

‘구름 없는 밤에 구덩이 속에서 호치민의 흔적을 따라 필름을 현상했다. 구덩이 하나는 현상액을 위한 것, 또 다른 구덩이는 정착액을 위한 것, 비는 세척을 위한 것.’ 시민 사진작가 겸 투쟁가들은 1955년과 1975년 사이에 베트남 전쟁을 영원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서구의 시민 사진작가 겸 투쟁가들보다 알려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수십 년간 잊힌 베트남인의 시각에서 촬영된 사진들이 귀한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영상의 질도 매우 높은 작품이라고 소개한다. 이 사진들은 여성들의 역할, 전투원들의 훈련, 적의 총격에 대한 불안감을 포착하고 있으며 전쟁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보게 한다.

 

<중국의 외교 정책> / 스튜어트 해리스

중국은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으며 세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국제관계와 중국 역사 전문가인 저자는 이 질문을 중국 외교 정책을 통해 바라본다. 저자는 중국의 미국의 야심을 비교한다. ‘미국과 중국이 문제를 대처하는 방식의 차이는 메스와 바늘 사이의 차이라 비유할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문제의 원인을 군사적으로 규명하려는 미국의 방식은 메스에 비유할 수 있고 침을 통해 예방하는 중국의 전통 의학 방식은 바늘에 비유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중국 외교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후 현재 중국의 노선이 갖는 세 가지 특징을 강조한다. 확장주의 없는 국내 이익 수호, 영토가 위협 받을까봐 느끼는 불안감, 서구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국제 시스템에 편입하려는 의지가 그것이다.

 

<파리, 혁명의 야영지> / 로베르 통브

저자는 캠브리지 대학 교수로 파리 코뮌의 역사를 새롭게 다루고 있다. 최근 연구 자료를 바탕으로 풍부하고 열린 방식으로 정리해간다. 파리 코뮌에 대한 사건과 증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 신선하긴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피의 일주일 사태로 발생한 희생자 수를 낮게 추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파리 코뮌이 탄생하는 데 전쟁이 한 역할을 비중 있게 다루고 파리 코뮌의 치안과 여성의 위치를 분석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역사의 틈새 속을 새롭게 들어가 보는 기회를 준다.

 

<언제나 신흥 국가?> / 피에르 살라마

신흥국이란 어떤 나라를 말할까? 교육적인 성격이 강한 이 책을 통해 남미 출신의 저자는 신흥국들 사이에 나타나는 기본적인 차이점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예를 들어 중국은 2012년에 투자액이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하지만 브라질은 18%에 불과하다. 2000년과 2012년 사이에, 세계 부의 생산 기여도는 중국이 7.1%에서 14.5%로 급증했다면 브라질은 2.9%에서 2.8%로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과 브라질은 같은 문제에 부딪혔다. 바로 확장을 거듭하던 사이클이 막을 내린 것이었다. 이는 아시아가 1980~1990년대에, 남미가 2000년대에 겪은 일이었다. 중산층이 증가하면 경제활동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중산층이 떠오르는 것은 경제 성장의 결과이지 경제 성장의 이유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문화 아이덴티티의 덫> / 레지 메랑, 발레리 라스플뤼

인류학자와 사회학자인 두 명의 저자는 인종 대신 문화가 대체하는 정체성의 개념에 대해 연구한다. 흔히 사람들이 타인을 배척하는 것은 인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문화 정체성이 달라서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18세기 중반에 독일에서 탄생한 문화의 근대 개념과 관계된 기원을 알려준다. 문화의 근대 개념은 처음에는 세련된 정신과 관계된 것이었으나 사회와 문화 인류학의 영향을 받아 문명에 가까운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책의 후반부는 문화 상대주의, 인종 중심, 문화주의의 개념이 어떻게 극우의 이데올로기를 이루게 되었는지 살펴본다. 지금은 민중 중심의 좌파가 ‘문화 불안’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