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매력에 푹 빠진 호주

2014-12-29     올리비에 자젝

 

중국의 매력에 푹 빠진 호주

 

동남아가 중국의 경제 및 영토 야욕에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호주가 중국의 호전성을 공격하며 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허브’ 전략을 수행하는 보좌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호주가 동남아의 밀월관계에 끼어든 것은 그보다는 훨씬 복잡한 현실적인 실리를 추구하는 행동, 즉 중국에 매료되어 스스로 취한 행동이다.

 

올리비에 자젝|리옹3대학 정치학 조교수

 

2014년 11월 1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때, 미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앤서니 애보트 호주 총리와 비밀 회동을 갖고 국방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총리에 당선된 이들은 대만과 한국이 포함된 서태평양 미국 안보시스템의 기둥들이자, 중국이 이웃 국가들에 가하고 있는 국경압박에 대해 둘 다 똑같은 걱정을 하고 있다.

 

다른 국가보다 어깨 하나가 더 있는 중국

 

베이징에 대한 도쿄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다. 극동지역의 두 강대국 간 경제교류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 불거진 센카쿠 열도(중국 측에선 댜오위다오 군도)에 대한 영토 분쟁 때문에 일본은 중국을 불신하고 있다. 한편 유럽이 호주의 입장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면, 호주가 63년 전, 미국과 군사협약을 체결한 것을 근거로 워싱턴을 여전히 강력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미국 영토 밖에 위치한 미국 최대의 위성 정보수집 기지 중 하나가 호주 중부 앨리스스프링스 근처 파인갭에 설치되어 있다. 펜타곤이 주도하는 세계 감청 및 정보수집 시스템에 투입된 호주인들은 펜타곤의 지시에 따라 별다른 저항 없이 최근 가장 논란이 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감청과 정보수집도 감행했다. 호주는 2015년 국방 예산을 6% 증가 편성해 해군전력의 증강을 꾀하고 있다.(1) 2014년 8월, 호주는 또 2,500명의 미 해군을 호주 북부 다윈 기지에 주둔시키기로 미국과 새로운 군사 협정을 체결했다. 2011년 11월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국회의사당에서 공식 발표한 이른바 ‘허브’전략의 가동, 즉 미국의 아시아 주둔군 재조정 발언을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2)

미국의 이 같은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며 이를 저지시키려는 강성 보수 성향의 애보트 총리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자신의 핵심 정책으로 삼은 오바마 대통령 간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2014년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 때, 호주는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을 만나 중국과 전례 없는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이로써 호주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전례 없이 엄숙한 경고를 자력으로 벗어난 셈이다.

브리즈번을 떠나기 전 오바마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다가올 아시아 태평양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우리는 통합, 정의, 평화를 선호하는 쪽으로 갈까? 아니면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쪽으로 갈까?(3) 우리는 갈등이나 협력, 억압이나 자유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며 자신의 방식대로 아시아 태평양 상황을 요약했다. 분열을 조장하는 것 같은 이 연설은 냉전시대 초기 트루먼 독트린(4)가 작성한 유명한 대안(미국은 공산주의 확대를 저지하기 위하여 자유와 독립의 유지에 노력하며, 소수의 정부지배를 거부하는 의사를 가진 세계 여러 나라에 대하여 군사적·경제적 원조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미국의 이 같은 외교정책으로 냉전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역주)을 놀라울 정도로 상기시킨다. 호주 언론들은 오바마의 이 같은 연설을 대서특필했지만, 애보트 총리는 중국과 호주의 파트너십을 열렬히 환영하며 이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호주 전체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던 중국 국가주석의 호주 국빈방문은 양국 간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들 양국은 폭넓은 자유무역협정(FTA)체결(5)과 양국 지방 정부 수장들 간 첫 포럼을 개최하며 우호를 다졌다.

시진핑은 호주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이는 2013년 3월, 그가 중국 국가주석에 당선되기 전에 이미 호주 전국을 다 순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호주 국회의사당 연설 때 자신의 “두 가지 소원”을 밝혔다. “첫째는 2010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그리고 2020년까지는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이다. 둘째는 21세기 중반까지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전환시켜 중국을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 문화적으로 조화롭게 발전하는 국가로 만드는 것이다”(6)라고 말해 호주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찬사와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호주 녹색당을 대표해 이 당의 당수인 상원의원 크리스틴 밀른만이 대담하게 홍콩 정세와 중국 내 정치범에 대한 처우에 대해 시진핑에게 해명을 요구했을 뿐, 다른 질문은 없었다. 한편 애보트 총리는 캔버라와 베이징 간 관계를 “찬란한 태양”에 비유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호주 국립대학 국방전략연구소의 교수 휴 화이트는 애보트 총리의 정책은 호주가 위험스럽게도 자신의 뿌리인 아시아와 서양과의 연대 사이에서 줄곧 지켰던 균형을 깨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그는 “애보트 총리는 아시아를 지배하는 두 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하며 최종 목적지를 명확하게 정하지 못한 채 눈치를 보고 있다. 실제로 호주는 이들 양국 중 어느 한쪽 편을 들을 수가 없다. 오바마가 연설 중에 밝힌 ‘허브’ 전략은 중국의 야망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무기력한 표현일 뿐, 중국의 야망을 저지할 만한 대응책은 아니다. 호주는 또 이 전략이 작동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한편 시진핑은 중국의 목표는 아시아에서 미국을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런 그의 의도도 물론 호주한테는 통하지 않는다”(7)고 지적한다. 화이트의 이 같은 의견은 동남아와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동맹국들(미국과 중국)과 균형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주의 현 상황을 대변하는 것이긴 하지만, 중국과 호주 간 끈끈한 화해무드를 과소평가한 면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런 화해무드라면 애보트 총리의 아주 역설적인 행보(미국을 등한시하고 중국과 가까워지려는)를 차치하고라도, 중국과 호주의 관계가 장기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캔버라가 중국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으면서, 최근 발간된 2013년판 호주의 국방백서는 베이징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었던 2010년판 백서와 달리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2015년에 발간될 예정인 국방백서도 분명 2010년도 판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호주는 2015년판에 교역 파트너인 인도를 포함시켜 “인도 태평양”이란 개념을 도입하며 자신의 지정학적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재조정하려는 시도를 할 공산이 크다. 지난 9월 애보트 총리가 인도를 방문한 이후, 11월 16일부터 18일까지 호주를 공식 방문한 인도 총리 나렌드라 모디는 인도 역사상 처음으로 호주 국회의사당에서 상하의원 합동 연설을 했다. 그러나 베이징의 공격적인 해양 정책(8)에 호주가 신중을 기하며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중국과 호주 간 외교관계가 중요한 전환점에 도달했으며, 현실적인 정책을 최우선시하는 현 호주 정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2014년 10월 21일 G20 호주 브리즈번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몇 주 전, 모든 호주 정계는 향년 98세로 타계한 전 호주 총리 고프 휘틀럼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해외에서는 무명인이나 다름없는 호주 노동당 정부의 전 수장이었던 휘틀럼은 1972년 중국 공산당을 인정한 첫 호주 정치 지도자였다. 당시 그의 이 같은 결정은 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세월이 많이 변한 지금 휘틀럼은 선구자처럼 추앙받고 있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 호주의 최대 교역 파트너가 되었다. 양식 물고기에서부터 철광석에 이르기까지, 호주의 수출은 아시아 거대국의 소비 변화와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13년, 호주의 대 중국 수출 규모는 1,000억 호주달러(1호주달러는 대략 914원-역주)를 훌쩍 넘은 반면에 대 미국 수출 규모는 단지 160억 호주 달러에 불과했다. 한편 같은 시기에 호주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규모는 500억 호주달러에 달했다.(9)

현재 호주에는 중국계 100만 명이 호주시민으로 살면서 일하고 있다. 양국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 변화와 새로운 상호 의존성을 인식한 호주의 일부 지성인들은 자국민들에게 중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주문하고 있다. 리처드 호크 전 호주 총리는 “아시아의 국제정치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우리는 이제야 겨우 중국의 힘과 번영 그리고 야망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으며, 중국의 심오한 정체성을 분별력 있는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10)고 했다.

이와 같이 전례 없는 성찰에 부응하기 위해, 2014년 5월 호주와 중국 관계 연구소(ACRI)가 출범해 전 외무부 장관 리처드 카가 소장을 맡고 있다. ACRI의 부소장 제임스 로렌스는 “지금부터 2021년까지 중국인 5억 명이 중산층으로 전환될 텐데 이 여파로 생기게 될 기회와 도전은 무엇인가? 또 이 같은 역사적인 중국의 발전은 호주의 광업에서부터 농업 그리고 서비스산업에 이르기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11)란 말로 베이징과 캔버라, 양자 간 협상의 쟁점을 에둘러 설명했다.

지난 11월 19일에 서명한 새로운 자유무역협정을 근거로, 호주의 관광업계가 벌써부터 개방정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서 애보트 정부를 압박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 수가 부쩍 늘었다. 예컨대 미국의 ‘허브’ 전략이 이들 양국 간 밀월 관계를 막아 보자는 심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호주 간 관계는-안보 문제에 대한 양국의 진짜 속셈은 달라도-날로 돈독해지고 있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호주 국회의사당 연설에서 ‘허브’ 전략을 언급한 지 대략 3년 후, 시진핑 주석도 같은 건물에서 “중국은 대중 속에 있는 거인과 같다. 다른 이들은 이 거인이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12)란 은유적인 연설로 각광을 받았다. 호주는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 또는 어깨 하나가 더 있어 모든 주변인을 불안케 하는 이 거인(중국)에 그 누구보다도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많은 정황들을 볼 때, 이 ‘거인’을 바라보는 호주의 시각은 다른 이들의 시각과 달리 불신에 찬 우려에서 선의의 호기심으로 바뀌고 있다.

 

글·올리비에 자젝 Olivier Zajec

장 물랭 리옹3대학의 정치학 및 국제관계학 조교수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Zachary Keck ‘Australia boosts defense Spending 6.1%’, <The Diplomat>, 2014년 5월 16일

(2) ‘Remarks by president Obama to the Australian Parliament’, Maison Blanche, 2011년 11월 17일

(3) Lenore Taylor, ‘G20: Barack Obama uses visit to reassert US influence in Asia Pacific’, <The Guardian> 런던, 2014년 11월 15일

(4) 1947년 3월 12일, 미국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미 의회연설에서 국제 관계는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며 자신을 “자유진영”의 챔피언처럼 소개했다.

(5) 이 사건으로 인해, 호주 언론에서 이날 호주를 국빈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에 대한 기사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6) 2014년 11월 17일 호주 국회의사당 연설

(7) Hugh White, ‘Abbott clueless on how to handle US and China’, <The Sydney Morning Herald>, 2014년 11월 25일

(8) Kirk Spitzer, ‘Australia chooses sides, And it’s not with China’, <Time>, 뉴욕, 2013년 5월 6일

(9) 2014년 5월 21일자 외교 통상부 공보 참고

(10) 2014년 11월 26일, 퀸즐랜드 대학의 아시아 태평양 포럼에서 한 연설 참고

(11) Maggie Wang, ‘China economy specialist to set research agenda for new think tank’, <UTS Newsroom>, 2014년 8월 1일

(12) 2014년 11월 17일, 호주 국회의사당 연설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