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교통공사의 무자비한 ‘혁신’

2014-12-29     마르탱 티보

 

파리교통공사의 무자비한 ‘혁신’

 

마르탱 티보|사회학자

 

수익성 지상주의, 직원들 간 경쟁심 유발, 업무 합리화 등 공공부문도 민간업체에 불고 있는 업무효율성 극대화 바람을 맞고 있다. 파리교통공사 사례에서 보듯, 경영관리 논리는 저항문화 와해를 동반했기 때문에 더더욱 쉽사리 승리하였다.

2008년 5월 15일 언론인 장-마크 실베스트르는 프랑스 공영 라디오방송인 프랑스앵테르에 출연하여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공무원들의 파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에 의하면 공공부문 근로자들은 고용 안정 보장과 민간부문보다 덜 가혹한 노동조건으로 최상의 행복을 누리는 독보적 봉급자들이다. 6년이 지난 후, <르몽드>지는 지난 6월에 일어난 프랑스 국영철도회사(SNCF) 직원들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상투적인 같은 논리를 폈다. <르몽드>지는 “노조들이 결국 개혁보다는 현실 안주를 선호한다는 세간의 소문을 믿게 만든다”면서 노조들의 무책임(1)을 고발했다.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결과적으로 “특혜계층”에 지나지 않고 자신들의 현 위상에만 매달리고 모든 변화에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동료들을 마주쳐도 누군지 모를 정도다”

 

국가 채용 인력의 일부에만 해당되는 공무원의 평생고용 조건이 특혜인 것은 확실하지만, 공공부문이 “민간부문의 대기업처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조정, 현대화, 시대적 요구에 적응을 하지 않았다”는 실베스트르의 주장이 정당하다 할 수 있을까? 파리교통공사(RATP)의 정비공장 기능공들의 사례는 그 반대를 보여준다.

파리교통공사에서 전동차와 지하철 차량의 정비직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우편집중국의 우편 분류원들과 마찬가지로 통칭 “서비스업” 종사 노동자들이다. 프랑스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노동자 둘 중에 한 명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반면에 셋 중에 한 명은 공업부문에, 그리고 나머지는 건설업에 종사한다.

신입 사원들은 파리교통공사에 지원한 것에 대해 자신들이 선뜻 밝히듯이 근무 환경이 매우 좋은 직장에 들어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기업 근무가 “더 느긋하다” 또는 “식은 죽 먹기다”라는 생각에 앞서 고용 안정을 지원의 최우선 동기로 꼽았다. 이러한 편견은 눈에 보이는 업무인 전동차 운전, 창구 및 검표 근무 등과 달리 정비업무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특성과 인력모집 인사책임자들 때문에 키워졌다. 인사책임자들이 노동조건의 실상보다는 직원 수 4만 5,000명에 달하는 대형 공기업의 위상과 평판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5년 전부터 파리교통공사에 불어 닥친 변화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서비스부문과 공업부문 등 이분법식 구분을 심각하게 잠식했다. 1989년 파리교통공사 사령탑에 오른 크리스티앙 블랑은 1992년 떠날 때까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그는 “업무를 분산하기” 위해 RATP를 선로유지‧보수, 영업 등 20여 개 부문으로 쪼개어 각각의 부문에 독자적인 지휘탑과 인사부를 갖추도록 했다. 이 독자적 구성체들은 대기업 속에 명실상부한 중소기업으로서 “업무의 합리화” 또는 사회학자 뱅상 드 골작의 표현대로 “더 적은 수단으로 더 잘 하기”(2) 위해 목표별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데 이용됐다. 사령탑에서 결정한 목표들은 각 부서에 전달된다. 부서 윗선들이 받은 압력은 부처 간, 정비공장 간, 작업반 간, 직원 간 등 모든 차원에 경쟁을 도입한 체제 안에서 고스란히 “폭포 식으로” 아래로 전가된다.

업무효율성의 극대화는 두 단계를 거쳤다. 우선적으로 감사 작업을 벌여 각 작업반의 “수익성”을 산출했다. 이어 각 작업반의 노력을 보상하기 위해 성과급 제도가 신설됐다. 이론적으로 이 성과급은 동등한 자격일 경우 정비 기능공과 전동차 기관사 사이의 봉급 격차를 줄이는 데 쓰게 돼 있었다. 그러나 성과급은 특히 말단 위계질서를 강화하고 직원들에 대한 압력을 강화시켰다.

 

사내 동료들과 단절, 조직 문화에 차단

 

조직 개편으로 권한이 강화된 작업반장들은 자기들의 압력에 순응하는 부하 직원들이 다른 견해를 가진 직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리하여 신입 사원들은 사내 노동자들과 단절되고, 조직 문화에 차단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입사 첫 해의 신입 사원들은 윗선이 전적으로 지도하고 “회사의 사훈”을 주입하려고 노력한다. 다른 공공기관들과 마찬가지로 파리교통공사에서도 정식 채용은 1년이 지난 후에만 확정된다. “공사 안에서 연수기간 1년”은 “연수생이 언제라도 해고될 수 있는”(3) 기간이다. 상사들은 직원들의 고용 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한다. 그들은 직원들을 “길들이기” 위해서 또는 한 노조원의 표현에 의하면 “좋은 버릇이 들도록” 하기 위해서 그 두려움을 이용하는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정비공장에 입사한 젊은 직원들은 선임 직원들이 맡아 지도했다. 연장의 기능공은 개별적으로 신입 사원과 짝을 이뤄 연수기간 한 해 동안 신입 사원의 후원자가 됐다. 연장자는 전문적 기술뿐만 아니라 노동총연맹(CGT) 출신 한 노조원이 말하듯 “다른 노동관, 다른 기업관”의 전수를 보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 직원이 다른 젊은 신입 사원들을 양성하고, 최근 채용된 단순 기능공의 표현을 빌면 어떻게 하면 “생산력 증대에 박차를 가할 수 있나”를 교육하고 있다.

 

정규직 되기 위해 윗선 눈치

윗선의 눈에 들기 위해 젊은 기능공들은 노조운동원들과 거리를 두어야 하며 헌신적 근무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포르투갈 출신 노동자의 아들인 숙련공 프랑수아가 전하듯 “직업정신”이라는 미명 아래에는 보통 징계에 대한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그는 “나중에 곤경에 처하지 않으려고 늦게까지 남아 근무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다. 언젠가 직속 상사가 ‘있잖아, 걔가 일을 게을리 하면 우리에게 알려줘도 괜찮아’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고자질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야비하다”고 지적했다.

채용이 확정된 후에도, 젊은 기능공들이 선임기능공들과 마주칠 기회가 많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동일한 작업반에서 근무하지 않는다. 신입기능공들은 전적으로 전동차 정비 업무를 할당받고 선임기능공들은 육체적으로 덜 고된 업무를 담당한다. 그리고 1990년대 전환기 때 도입된 주야교대근무체제와 최근의 야간근무체제는 작업반들이 서로 접촉을 못 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선임기능공들은 주간 시간혼합근무체제(4) 하에서 근무하는 반면에 신입기능공들은 주야교대근무체제나 야간근무체제 하에서 일하는 것이 허다한 실정이다. 게다가 불규칙시간근무 계약에 의한 채용비율이 2000년대 초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왔다. 철도차량 부문의 경우 그 비율이 2000년에 전체 직원의 12.3%였다가 2011년에는 21%로 뛰어 올랐다.

결과적으로 탈의실, 샤워실, 구내식당 등 반장들의 시선이 미치지 못 하는 자유로운 공간에서 세대 간 사회적 접촉 시간이 사라졌다. “전에는 작업반이 여러 개로 나뉘어있지 않았다. 우리 모두 동일 시간대에서 근무했고, 같은 시각에 출근 도장을 찍었으며, 같은 순간에 샤워실에 가곤 했다”고 나이 50줄을 바라보는 노동총연맹(CGT) 노조원 자노는 회상했다. 직장 동료이자 그 역시도 노동총연맹 조합원인 데릭은 “우리 모두 같이 탈의실에서 옷을 벗었고, 모두 같이 점심식사를 하고, 저녁에 모두 같이 퇴근하곤 했다. 그래서 그야말로 직장에서 친분을 맺으면서 생활을 했다. 오늘날은 변동시간 근무제로 인하여 자유시간제 근무, 주야교대근무 등이 있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탈의실에서 대여섯 명의 직원만 만난다. 그런데 전에는 50 명 수준이었다. 그래서 이러한 현실이 직원들끼리 친분을 쌓거나 노조원으로서 전달사항 등을 알리는 데 애로가 된다. 그래서 어떤 동료들은 마주쳐도 누가 누군지 모를 정도다”고 덧붙였다.

 

양적 목표량 채우기에 급급

 

사내 소원한 유대관계는 결과적으로 업무에 영향을 미친다. 양적 목표에 매달린 작업반장들은 직원들의 기술 능력보다는 충성심에 무게를 더 둔다. 직속 상사가 결정하는 선별승진이 이제는 정비공장에서 압도적으로 많다. 1998년과 2011년 사이에 선별승진은 37%에서 70% 가까이 올랐다. 구체적으로 밝히자면, 한 직원이 승진하는 데 있어서 야간강의 수강이나 사내경쟁시험 합격보다는 소속 작업반장과 “친분”을 쌓는 것이 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50대의 노조운동원 작크는 단순기능공으로 입사하여 차례로 승진궤도를 밟아 숙련공을 거쳐 지하철역 상주 기술자 직급에 오른 다음 마침내 파리교외급행열차(RER)의 기관사가 됐다. 그에 의하면, 승진제도의 변화로 오늘날 자신과 같은 유형의 경력은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흐름이 역행했다. 전에는 파리교통공사와 같은 회사에서 직급 A에서 직급 B로 승진하려면 경쟁시험에 합격해야 했다. 그래서 귀찮아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경쟁시험에서는 합격하거나 아니면 떨어진다. 그것은 객관적이다. 9.95는 10.05가 아니다. 지금은 절대로 그렇게 실행되지 않고 있다. 작업반장들이 결정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개탄했다.

그런 승진은 전문성 기준을 무시하고 이루어진다. 때때로 각각의 정비작업에 할당된 시간을 준수하지 않으면서까지 빨리 일을 끝내고, 임무를 계속하여 맡는 직원들은 정비공장에서 본보기로 이용된다. 그들의 상사들은 임무 분배나 승진에서 혜택을 주어 보답을 한다. 숙련공으로 입사한 마르크는 여러 해 동안 분주히 뛰어다니고, 일을 날림으로 해치우면서까지 해야 할 일보다 더 많이 하여 기술자로 승진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는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는 데 자기의 능력이 미치지 못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로인해 그는 깊은 좌절감에 빠졌다. 그는 새로운 업무에 필요한 기술역량을 쌓기보다는 특히 윗선의 마음에 드는 행동을 더 많이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선별 승진 제도는 단기적으로는 사원들의 열정을 북돋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기술력 향상보다 “처신술”을 중시함으로써 전문 지식을 홀대하고 근무하는 데 고통을 만들어 낸다.

다수의 기능공들은 전동차의 정비 업무를 꿰뚫고 있지도 않는 작업반장들이 작성한 근무 평가기준의 급변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본다. 왜냐하면, 양적평가기준 우대와 회사의 공공서비스 임무 사이에는 괴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운행을 위해 정비공장에서 차량을 출고하는 등의 단기 목표와, 완벽한 정비와 차량보존 같은 장기 안목의 기술직종 논리가 양립할 수 없는 사실에서 연유된다. 달리 말하면, 경영관리 논리가 전문기술 논리보다 우위를 점한 것이다. 양적 목표 달성 지시는 이행 여부가 쉽게 확인될 수 있지만 전동차 정비의 질은 절대로 보장하지 못 한다.

45세의 베르트랑은 “회사에 갓 입사한 애들은 우리를 겁나게 만든다. 그들이 일을 빨리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뒤에 가서 일을 점검해 보면 일을 엉터리로 한다”고 개탄하면서 “어느 날 아침 내가 작업반장에게 ‘개폐문 안전장치(5)를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젊은 직원 레지스가 그 일을 했어. 그 일을 정상적으로 끝내려면 나는 적어도 1시간에서 1시간 반이 걸리는데 그 애는 1분 걸렸어! 망치 가지고 한 대 빵! 몸통보호구에 이렇게 치듯이”라고 장면을 흉내 내면서 분개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 하는 것은 그 애가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작업반장이 뻔히 안다는 것”이라고 베르트랑은 말하면서 “됐어, 끝냈어? 잘 했어, 고마워. 다른 일 또 줄게”라고 작업반장을 흉내 냈다.

그러므로 기술직종에 미치는 경영관리 논리의 영향은 매우 위험할 수가 있다. 평가방법이 현장 근무현실뿐만 아니라 작업에 필요한 기술과도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기술력을 훼손할 수 있다. 기술력은 회사 노동자들의 긍지일 뿐만 아니라 정비의 질과 승객의 안전에 이바지한다. 경영진과 정비책임자들은 거기서 몇 년만 근무하면 된다. 그들은 장기적 관점은 상관하지 않고 보통 3년에 걸쳐 일정한 목표에 따른 계약을 이행한다. 그래서 단기 안목의 경영이 공공서비스의 효율성 향상을 목표로 갖고 출발했지만 결국은 회사에 더 “비싼” 비용을 치르게 하고 능률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악순환 구조가 정착한다. 공기업의 효율성 추락으로 “현대화”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그런 새로운 경영방침의 역효과를 잘 알고 있는 파리교통공사 임금 노동자들은 공공병원, 프랑스 국영철도회사, 우체국 등의 근로자들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는 문제점들이 재차 거론되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공공서비스에 기여하면서도 공공서비스의 질의 저하를 피부로 느끼는 이용객들이 공공서비스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비판하는 대신에 근무현장 현실과 동떨어진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만 하는 근로자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연합할 때 혹독한 경영관리 논리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글·마르탱 티보 Martin Thibault

사회학자. ‘서비스업에 종사해도 그래도 기능공이다’, 파리교통공사의 정비공장들에 대한 설문조사, <래종 다지르>, ‘강의와 실습’, 파리, 2013년

 

번역·손종규

프랑스 렌느2대학 박사과정 수료

 

(1) 논설, ‘파업을 중지할 줄 알아야 한다’, <르몽드>, 2014년 6월 14일

(2) 뱅상 드 고즈락, ‘경영관리로 병든 사회. 경영관리의 이데올로기, 경영의 힘과 사회 등쌀’ <써의>, 파리, 2005년

(3) 파리교통공사의 직원 지위, 제3장 3항

(4) 주야교대근무제와 야간근무제 도입 이전에 채용된 사원들은 이 근무 시간대를 거부할 수 있다.

(5) 승객이 전동차 개폐문에 기댔을 때 열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