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유럽을 비난할 때
긴축정책에 맞서는 법적 수단
유럽이 유럽을 비난할 때
긴축정책에 맞서는 법적 수단
이자벨 쇼만 | 브뤼셀 유럽무역연합연구소 연구원
다수의 유럽국가 국민들로부터 신랄한 비판을 받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의 이른바 ‘삼두마차’는 국제기구들의 비난도 받고 있다. 다양한 공식 국제기구들에 의하면, 그리스, 포르투갈, 사이프러스, 아일랜드 등의 국가 경제에 적용한 이른바 ‘구제’ 정책들이 여러 국제조약에 규정된 기본 권리를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럽평의회(Conseil de l’Europe)(1) 총회는 2012년 6월에 채택한 결의문에서 긴축정책이 관련국들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권리’(2)에 미치는 위협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마찬가지로 유럽평의회 산하에 있는 유럽 사회권리위원회(Comité européen des droits sociaux)는 그리스 노동조합 2곳의 제소를 받고, 그리스가 ‘삼두마차’와 협의하여 채택한 긴축정책 관련 법률 조항들이 유럽사회헌장(Charte sociale européenne)(3)에 위배된다고 규정했다. 그것은 해고 예고 및 수당에 관한 보장, 미성년 노동에 관한 규정, 청년직업교육 권리, 공정한 보수 등과 관련된 법률 조항들이었다.(4) 이 위원회는 또한 공공부문의 연금 삭감과 연금에 대한 연대세금부과 신설(5)이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국제노동기구(6)의 조합결성자유위원회(comité de la liberté syndicale)는 2012년 11월 제365호 보고서에서 ‘삼두마차’의 명령을 법제화한 그리스 법률들이 단체교섭의 자유와 단체노동협약파기 불가 원칙을 수차례에 걸쳐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또 단체노동협약을 일시 정지한다거나 위반하는 행위, 단체교섭을 통일교섭에서 조직적으로 기업별 교섭 등으로 분산시키는 행위, 특히 임금협상과 관련하여 불리한 교섭절차를 제시하는 행위 등은 국제노동기구의 기본원칙에 위배된다고 강조했다.(7)
유럽인권재판소(Cour européenne des droits de l’homme)는 2013년 5월 14일 판결에서 경제위기의 타개를 앞세워 해고수당의 일부에 98%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이 청구인의 소유권을 침해했다고 만장일치로 인정했다.(8)
끝으로, 유럽의회 고용‧사회문제위원회(commission de l’emploi et des affaires sociales)가 2014년 2월 13일 찬성 27, 반대 7, 기권 2로 채택한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처럼, ‘삼두마차’의 활동은 유럽국제기구에 이해상충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유럽중앙은행 및 국제통화기금과 함께 내린 정책결정들로 인해 유럽연합 조약의 수호자로서 자신의 의무에 어긋나는 행위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유럽연합 회원국 4개국의 ‘기술고문’이자 채권은행인 유럽중앙은행도 마찬가지이다.(9) 보고서에서 위원회 국회의원들은 ‘삼두마차’에 의해 타결된 협정서와 관련한 협상과정에서 투명성 부족과 각 회원국 국회와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 의한 민주주의적 감시 부재를 지적했다.
‘구제정책’의 일환으로 채택된 조치들은 기존 규정과 법칙을 무시했다. 그리하여 그 조치들은 유럽연합 조약, 국제노동기구의 국제협약, 유럽사회헌장, 유럽평의회의 유럽인권협약(Convention européenne des droits de l’homme) 등 그 어느 것도 준수하지 않았다. 그 조치들은 ‘삼두마차’에 의해 ‘행정적’ 방법으로 채택된 결정들로서 의회 또는 사법의 감시 범위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다. 삼두마차의 그러한 특별한 위상은 유럽안정화기구(mécanisme européen de stabilité)의 틀 안에서 유럽국제기구가 내린 결정은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our de justice de l’Union européenne)에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10)에 따라 강화됐다.
대부분 대학교수들로 이루어진 590명의 사회법 및 노동법 전문가들은 재정위기와 관련된 일련의 긴축정책 상황에서 사회적 기본권의 존중과 신장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브뤼셀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 냈다.(11) 독일 브레멘대학의 안드레아스 피셔 레스카노 법학교수는 ‘삼두마차’ 내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와 유럽중앙은행의 권한이 유럽연합법에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은 경제정책조정 및 협력을 통하여 임금정책이나 노사관계와 관련한 구체적 조치들을 회원국에 강요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12)
일부 회원국 사법기관들은 사회적 기본권의 조직적 와해 조치에 맞섰다. 그리하여 포르투갈 헌법재판소는 2013년 1월, 포르투갈 정부가 채택한 예산편성과 ‘삼두마차’와의 협정서(2013년 4월 5일에 결정)에 의거해 이행된 공공부문 근로자들의 임금, 연금 및 실업수당 등에 대한 일방적 삭감을 담은 긴축재정조치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리스본 조약으로 유럽연합은 유럽인권협약에 가입이 예정되어 있다. 이를 계기로, 유럽연합의 법적행위를 인권보호에 적극적인 판례를 내놓은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해 최종 심사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가입 절차가 끝나면 새로운 청원의 길이 열리고, 재정위기에 대한 긴축정책이 국제법 및 해당국 사법질서를 존중하는 적법한 법적 지위를 갖추도록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해 본다.
글·이자벨 쇼만 Isabelle Schömann
브뤼셀 유럽무역연합연구소(European Trade Union Institute) 연구원
번역·손종규
프랑스 렌느2대학 박사과정 수료
(1) 1949년에 창설된 유럽평의회는 47개의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으며, 회원국 모두 유럽인권협약 서명국이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럽인권협약의 준수를 심사한다. 이 두 기관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본부를 두고 있다.
(2) 유럽평의회 의원총회, ‘긴축정책, 민주주의와 사회적 권리에 대한 위협’ 결의안 제1884호, 2012년 6월 26일. http://assembly.coe.int
(3) 유럽사회헌장은 1961년에 채택된 조약으로 사회적·경제적 권리의 보장을 목적으로 한다. 유럽사회권리위원회는 ‘집단 청원’을 받고 이 헌장의 이행여부를 판결한다. 1996년 개정 이후 동 기구는 회원국에 ‘권고’ 통보를 할 수 있으나 이는 구속력이 없다.
(4) 2012년 5월 23일 판결된 집단청원 제65/2011호와 제66/2011호, 유럽사회권리위원회
(5) 집단청원 제76-80/2012호
(6) 노동기본권리의 신장과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연합 산하의 전문기구
(7) 사례 2820(그리스)
(8) 사건 N.K.M 대 헝가리, 청원서 제66529/11호
(9) 유럽의회,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삼두마차(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집행위원회, 국제통화기금)의 역할과 활동에 대한 조사보고서 계획’, 제2013/2277(INI)호, 2013년 12월 17일
(10) 사건번호 C-370/12, 프링글(Pringle) 대 아일랜드 정부
(11) 유럽의 사회적 기본권의 존중과 신장을 위한 노동법 전문 법률가들의 선언서(European Trade Union Institute, 2013년). www.etui.org/fr
(12) Andreas Ficher-Lescano, ‘긴축정책과 인권 Austeritätspolitik und Menschenrechte’ 브레멘, 2013년 12월, http://wien.arbeiterkammer.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