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 프로풋볼

2014-12-29     올리비에 아펙스

돈과 폭력으로 점철된 미국 프로풋볼

 

미국에는 네 개의 대표적인 국민축제가 있다.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신년 그리고 바로 슈퍼볼(Super Bowl)이다. 미국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지만 미국 풋볼은 현재 스캔들의 진원지가 되었다. 뇌진탕 피해를 입은 수천 명의 은퇴 선수들이 미국프로풋볼리그(NFL)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

 

올리비에 아펙스|기자 및 경제학자

 

2015년 2월 1일, 제49회 슈퍼볼이 개최된다. 슈퍼볼은 축구와 럭비에서 변형된 스포츠인 미국 프로풋볼의 챔피언 결정전이다. 강한 미국과 폭력을 찬양하는 연례행사인 슈퍼볼은 9월에서 1월까지 이어지는 시즌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미국프로풋볼리그(NFL)의 초대형 ‘쇼’ 전까지 이어지는 풋볼시즌 동안 미국을 전역을 휩쓰는 광풍을 피하기는 어렵다.

NBC를 통해 중계되는 슈퍼볼은 해마다 연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2014년에는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1억 1,500만 명이 슈퍼볼을 보려고 TV 앞에 모였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광고주들이 슈퍼볼에 퍼붓는 천문학적 숫자의 광고비에 경탄을 금치 못한다. 작년에는 30초짜리 광고 한 편이 회당 300만~500만 달러에 협상되기까지 했다. NFL는 비영리기관인 덕분에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NFL는 9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고, 이중 40억 달러는 연중 최고 시청률 프로그램 상위 10개 중 8개에 해당하는 슈퍼볼 게임의 중계권으로 올린 수입이었다.(1)

 

부상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선수들과 뻔뻔한 NFL

 

평균 선수활동 기간이 3년 4개월인 프로선수가 슈퍼볼에서 빛을 발할 기회를 얻는 경우는 드물다.(2) 게다가 시즌마다 16경기밖에 열리지 않고, 각 경기에서 선수들이 필드에 뛸 수 있는 시간이 채 몇 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짧은 선수기간이다. 또한 공격수, 수비수가 전문화되어 확실히 구분되어 있고, 경기가 격렬해 선수교체가 잦다. 필드에서 뛸 수 있는 선수는 11명임에도 불구하고 한 팀이 쓸 수 있는 선수는 50명이다. 그러나 선수교체를 많이 한다고 수도 없이 일어나는 부상을 막는 것도 아니다. 선수 부상은 2009년에서 2012년 사이에 37%나 증가했다.

미국 풋볼에 만연한 ‘서커스 공연 논리’로 경기의 폭력성은 한층 가중된다. 1950년부터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이 도입되고, 2000년부터는 뇌손상을 최소화하는 특수 헬멧이 도입되는 등 선수 안전장치가 고도로 발달함에도 불구하고 뇌진탕 발생은 여전히 연간 100여 건에 이른다. 선수들이 받는 충격 강도는 가공할 만하다. 리시버나 러닝백의 손에 볼이 떨어지는 순간부터 바로 수비팀을 저지해야 하는 태클러의 경우, 상대팀에 머리부터 해서 몸을 던지거나, 상대선수와 머리끼리 정면충돌하기도 한다. 그 자리에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2013년에는 뉴올리언즈 세인츠의 선수들과 감독이 상대팀 선수를 부상당하게 하는 대가로 웃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복되는 뇌진탕은 만성외상성뇌병증과 같은 결정적 뇌 상해를 일으킨다. 사망한 선수의 뇌에서 처음 발견된 만성외상성뇌병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며, 권투 선수들도 상당수 이 질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많은 선수들이 은퇴 직후 기억력 감퇴, 심각한 우울증, 만성 행동장애, 심하게는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러한 장애로 많은 선수들이 자살하거나 일찍 사망한다. 미국 백인의 평균 수명이 78세, 흑인은 70세인 데에 비해 NFL 선수들의 평균수명이 55세에서 60세밖에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3)

피츠버그 대학과 하버드가 밝혀낸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NFL와 축구 클럽들은 사실이 드러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식축구가 뇌 상해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부인해 왔다. 리그 협회장은 최근 P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미식축구는 여느 스포츠보다 위험하지 않다”고 재차 단언하기까지 했다.(4) 마이더스의 손에 버금가는 홍보기술과, 위기 때마다 교묘히 빠져나가는 기술 그리고 최고의 변호사 군단으로 무장한 NFL는 자체 조사단을 조직하기도 했다. NFL이 지원한 연구자들이 진행한 조사는 당연히 NFL에는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12년, 4,500명의 은퇴 선수들은 고의로 잠재 위험성을 은폐한 혐의로 NFL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에서 흔히 피고 측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 초기 진화작업을 하듯이, NFL은 처음에 피해자들에게 20년에 걸쳐 7억 6,500만 달러, 즉 피해자 한 명당 연 8,5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MRI 촬영 한 번에 평균 2,611달러가 드는 미국 보건비용을 감안했을 때, 이는 터무니없는 액수다. NFL은 이러한 방식으로 불리한 증언을 피하고 거짓 증언을 조작하려 했다.

이후 불만은 더욱 불거져 고소인은 5천 명으로 늘어나고 언론도 이전 ‘글레디에이터’들의 뇌진탕과 조기 사망 논란을 다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5) 2014년 FNL은 결국 미식 축구선수의 3분의 1이 외상성 뇌손상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보상 액수에 상한을 두지 않을 것을 받아들였다. 보험업체의 계산에 따르면 NFL가 패자로 남아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NFL의 증가 수입이 피해보상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6)

현재 NFL은 런던을 시작으로 유럽에 프랜차이즈를 낼 준비를 하는 등 다국적 기업이 될 꿈을 꾸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수입이 높은 커미셔너 중 한 명으로 2012~2013년 7,400만 달러를 벌어들인 로저 구델은 NFL의 2027년 수입이 2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7)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단체’ 자격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글·올리비에 아펙스 Olivier Appaix

의료 및 후진국 개발문제를 다루는 경제학자이자,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김수영 ksy_french@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Monte Burke, ‘How the National Football League can reach $25 billion in annual revenues’, <Forbes>, New York, 2013. 08. 17

(2) 이 수치는 프로선수협회에서 제시한 수치로, NFL는 6년이라고 보고 있다.

(3) Kay Lazar, <NFL plyers and Havard team up on landmark study of football injuries and illness>, Boston Blobe, 2013. 01. 29

(4) Public Broadcasting System에서 2013년 10월 8일 방송된 <Aleague if denial> 참조

(5) 타케오 스파이크스(Takeo Spikes)의 표현에 따르면 은퇴 선수들도 그들의 ‘태클’로 인지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6) Ken Belson, ‘Brain trauma to affect one in three players, NFL agrees’, <The New York Times>, 2014. 09. 13

(7) Eric Chemi, ‘Does Roger Goodell truly deserve $74 million?’, <Bloomberg Businessweek>, 2014. 0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