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평
마약과 폭력, 당신의 승리는 어디에?
오랫동안 마약과 극한 폭력은 콜롬비아와 동의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마약이 살인 광기로까지 이어지는 나라는 이제 멕시코다.
이탈리아인 저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고모라>(1)를 출간한 이후 마피아에서 살해 위협을 당하고 경찰의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사비아노는 이번 소설에서도 조직 범죄에 대해 계속 파헤치고 있다.(2) 이번 소설에서는 코카인, 헤로인, 마리화나 생산을 관리하며 이익을 얻은 대부와 카르텔은 누가 누구인가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으로는 파블로 에스코바, 미구엘 안젤 펠릭스 갈라르도(일명 엘 파드리노), 아마도 카릴로 푸엔테스(별명은 하늘의 지배자)가 등장하고 조연으로는 체첸, 리베리아, 알바니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러시아, 이스라엘 출신의 무명 범죄자들을 통해 비밀리에 이익을 얻은 도시, 월스트리트와 조세 천국이 나온다. 여기에 미국 마약방지청 요원인 엔리크 카마레 살라자르도 나온다. 살라자르는 멕시코의 황금 삼각형에 잠입한다. 과달라자 카르텔의 명령으로 부패한 경찰들이 협력해 살라자르는 납치되어 갈라르도의 부하들에게 9시간 동안 고문을 당했다. 판사들은 몇 주 동안 밤을 새다시피 하며 카세트를 통해 고문 당하는 살라자르의 처참한 비명소리를 듣는다.
저자 사비아노는 마피아라는 지하 세계에 접근하면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갖고 있다. 혐오감과 매혹이다. 사비아노는 살바토르 만쿠소 민병대장의 모습을 통해 콜롬비아를 그린다. 또한 저자는 검사, 정치인, 군인, 경찰이 결탁한 조직범죄 커넥션에 대해서도 자세히 묘사한다. 또한 사비아노는 마약거래죄로 미국에서 13년형을 구형받은 모리시오 산토요 장군이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러나 사비아노는 멕시코 갱단 제타스의 카르텔은 멕시코 군대의 부패한 군 엘리트들을 통해 형성되었고, 과테말라에서는 마피아 일원이 과테말라 특수부대 카이빌을 빠져나온 탈주병들을 받아들이며 규모를 확장했다고 설명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카이빌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미국의 도움으로 세워진 마약 진압군이었다. 마약과의 전쟁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요한 하리의 작품(3)은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을 던지려 한다. ‘왜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나?’, ‘무엇 때문에 실제로 중독이 일어나는가?’, ‘마약을 진압하지 않는 정책을 택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마약 진압반 반장 헨리 안슬린저와 여가수 빌리 홀리데이의 엇갈린 운명에서 출발해 포르투갈에서 엔딩을 맞이한다. 이 소설 역시 마약 문제를 다룬다. 포르투갈에서는 마약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2001년에 합법화되었다.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마약 거래와 관계된 인물들을 전부 만나게 된다. 제타스의 전 멤버 한 명은 “넌 저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밖에 없어. 안 그러면 넌 죽어. 아주 간단한 논리라고”라고 말한다. 미국 경찰들은 “아무리 마약 딜러들을 대거 체포해도 마약 거래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마약 딜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마약 딜러가 체포된다 해도 뒤에는 백여 명의 후임자들이 있는 것입니다”라고 말하고, 의사들은 “폭력을 막을 수 있는 길은 현재 하나뿐입니다. 합법화와 감시입니다”라고 말한다. 호아오 피구에이라 포르투갈 마약 퇴치 청장은 포르투갈은 현재 마약 소비가 유럽 평균치 아래라고 한다. “우리가 거둔 성공을 보면 더 이상 이데올로기 논쟁은 필요 없습니다. (마약 퇴치는) 이데올로기와는 관계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1) Roberto Saviano, <Gomorra>, Gallimard, 파리, 2007년
(2) Roberto Saviano, <Extra pure(엑스트라 퓨어)>, Gallimard, 2014년
(3) John Hari, <Chasing the Scream>, Bloomsbury, 뉴욕, 2015년
글·모리스 르무안 Maurice Lemoin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잿더미와 빛
<결백한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레퀴엠> / 앤드류 밀러
1785년 베르사유. 파리 중심부에 있는 공동묘지와 아주 오래된 순교자의 무덤을 이전하기로 결정이 내려진다. 몇 년 전에 근처 동굴 벽이 시신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적이 있어서다.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이 사는 땅을 침해하는 꼴이었다. 썩은 냄새가 계속 진동하고 음식 맛도 이상해졌다. 묘지는 주변 상점주인들뿐만 아니라 국왕과 귀족들도 악취 속에 잠기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묘지 주변 순교자의 성당도 허물기로 한다. 현재는 묘지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쇼핑몰 근처에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으로 가득한 작은 광장이어서가 아니다. 이 놀라운 역사에 대해 영국의 앤드류 밀러가 신비한 느낌의 소설로 그려낸다. 밀러는 이미 <사랑에 빠진 카사노바>로 계몽주의 시대에 대한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젊은 엔지니어 장 밥티스트 바레트는 왕립 교량 도로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인 노르망디를 떠나 파리로 갔다. 낯선 도시에서 홀로 삶을 꾸려가던 바레트는 어느 귀족에게 고용되어 묘지 이전을 기획 및 감독하는 일을 맡게 된다. 바레트는 야심과 번민 사이에서 갈등한다. 유명한 엔지니어가 될 야심이 있었던 데다가 묘지를 만드는 게 아닌 허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묘지를 훼손하는 것은 바레트의 윤리에 어긋나 두려운 일이었다. 또한 묘지는 바레트가 길들여야 하는 야수와 같았다. ‘묘지는 오래전부터 파리의 시신들을 먹어치우는 야수 같았다.’
그러나 바레트는 도전하기로 한다. 걱정되고 고민되기는 했으나 묘지 이전 일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바레트는 파리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적을 만들기도 하고 유식한 매춘부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뛰어난 의사 기요틴과 친하게 지내기도 하고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와 친구가 되기도 하며 도시 생활에 적응해 간다. 바레트는 어린 시절 친구의 도움으로 창창한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발랑시엔에서 묘지 이전에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갖춘 광부 서른 명을 고용한다. 작업은 치밀하게 이루어진다. 묘지 이전 일을 하면서 바레트는 새로운 인맥을 쌓고 새로운 노하우를 배우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바레트는 유골들을 발 밑에 옮기는 사람들 틈에서 옛날에 가졌던 꿈을 생각해 본다. 버려진 성당에서는 오르간 연주가 울리고 울타리 위에는 낙서가 늘어간다. 바레트는 결백한 사람들의 묘지를 허무는 일은 과거의 해로운 영향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씩 깨닫는다. 꼼꼼한 자료 조사가 돋보이는 이 소설은 근본적인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교차하던 과거시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글·니콜라 믈랑 Nicolas Melan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역사적 일탈인가?
“독일의 길을 가면 바로 전쟁이다. 전쟁 조건은 최악이 된다. 특히 이탈리아에게 그렇다.” 1939년 8월 16일, 이탈리아의 젊은 외무부 장관이자 파시스트 체제 2인자였던 갈레아초 시아노가 내놓은 분석으로 꽤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베니토 무솔리니에 의해 반역죄로 1944년에 처형되어 잊혔던 시아노의 일기(1)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시아노의 일기는 1946년 이후 처음으로 프랑스에서 재편집되어 간행되었다. 이 일기는 호전적인 꿈에 취한 중진 강국 이탈리아를 역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정치적, 군사적, 지정학적 환상과 오류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한 정의, 성격, 계획, 유산에 대해서는 언제나 여러 가지 논쟁이 존재한다. 그 가운데 하나는 파시즘의 시대는 안타까운 과도기였으나 이탈리아 통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필요했다고 보는 시각이다. 유럽 역사를 새롭게 보자는 시각과 맞물려 있다. 교황 비오 11세와 무솔리니가 체결한 라트란 조약(1929년)은 제1차 세계대전 때 비난을 받았지만 이탈리아 통일을 단단히 구축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시각을 반영하는 것이 사비노 카세스의 에세이다. 법학과 교수이자 카를로 아제글리오 치암피 정부의 전직 장관(1993년과 1994년)인 카세스가 쓴 이 에세이(2)는 이탈리아 정보 조직과 파시스트 이전과 이후 정부의 오랜 역사와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카세스에 따르면 ‘파시스트 정부는 이탈리아 통일 역사에서 공백이 아니라 단지 이전과 이후를 연결하는 다리에 불과하다. 즉, 길고 고통스러운 전환일 뿐이다.
파시즘 특수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다른 저서들도 있다. 혼란스러운 특수성을 다룬다. 파시즘은 반민주주의, 반자유주의, 반부르주아, 보수주의, 반마르크스주의, 반자본주의, 국수주의, 제정주의, 도전주의, 자발적 혁명주의를 내세운다. 계몽주의에서 비롯한 새로운 질서를 모든 분야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시즘 정부는 이탈리아의 개인과 국민을 통합하려는 마음에 노동자와 자본가 층의 협력을 조직하는데 방법이 권위적이고 억압적이었다.
필리페 포로의 백과사전(3)은 파시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키워드다. 당대 인물들을 소개한다. 포로의 백과사전은 파시즘 정부 하에서 특별 법정 앞에 소환된 피고인 중 75%가 노동자 출신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파두에 대학의 교수 필리포 포카르디는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기억이 쌓여가는 과정에서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외교 정책이 필요했는데 바로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대전에 책임이 없고 파시즘 정부를 불쌍한 이탈리아 국민과 분리시키려는 것이었다.(4) 역사학자 에밀리오 젠틸레는 포로의 백과사전과 포카르디의 저서를 높이 평가했으며 동시에 자신의 저서 <파시즘은 무엇인가?>(5)를 발표했다. 저서를 통해 젠틸레는 파시즘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역사 현실을 왜곡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글·크리스토프 방튀라 Christophe Ventura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 Galeazzo Ciano, <일기 1939~1943>, La Baconnière - Payot, 파리, 2013년
(2) Sabino Cassesse, <이탈리아, 파시즘, 그리고 정부>, Editions rue d’Ulm, 파리, 2014년
(3) Philippe Foro, <이탈리아 파시즘 사전>, Vendémiaire, 파리, 2014년
(4) Filippo Focardi, <이탈리아, 나치 독일의 동맹인가, 아니면 희생자인가?>, Editions de l’université de Bruxelles, 2014년
(5) Emilio Gentile, <파시즘은 무엇인가?>, Gallimard, 파리, 200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