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그림자를 파헤치다, 비엔나에서 베를린까지

2015-02-01     도미니크 비달

그림자를 파헤치다, 비엔나에서 베를린까지

 

독일 에세이스트 W.G. 세발드와 독일 작가 한스 마그누스 엔젠스베르그의 저서는 각각 오스트리아와 독일 문화가 겪는 혼란을 매우 지적으로 다루고 있다. 하나는 문학 분석에서 불행이라는 개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또 하나는 사회를 관찰하며 조롱이라는 코드를 사용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풍부한 기법을 활용한다.

처음에는 불안감이 있다. 세발드가 아홉 명의 작가(아달베르트 스티프터, 아르투어 슈니츨러, 후고 폰 호프만스탈, 프란츠 카프카, 엘리아스 카네티, 토마스 베른하르트, 피터 한트케, 에르네스트 헤르베크, 게르하르트 로트)에 관한 에세이집 <불행의 묘사>(1)를 통해 오스트리아의 문학을 생각할 때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바로 불안감이다. 하지만 2001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작가이자 <이민자>, <토성 고리>, <아우스테를리츠>를 남긴 세발드를 후회하게 하는 다른 많은 작품들도 다뤄진다. 흔히 글을 쓰려면 불행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불행의 묘사>라는 제목과 달리 불행보다는 멜랑꼴리함이 지나간 시대에 대한 그리움과는 다른 괴로움을 추구하는 특별한 정신을 형성한다.

이러한 멜랑꼴리함은 ‘일어난 불행에 대해 하는 고찰, 일종의 저항’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멜랑꼴리함은 우울함이나 반동이 아니지만 <인류의 최후의 나날>(2)의 저자 칼 크라우스, 혹은 베른하르트 작품이 보여주듯 반항과 모욕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또한 멜랑꼴리함은 파괴 성향, 심지어 타락 성향을 가져오기도 한다. 스티퍼 혹은 호프만스탈의 경우가 그렇다. 부르주아 사회 앞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목가적인 시로 교묘히 숨긴다. 부패와 잔인함에 대한 비밀스러운 관심은 이와는 달리 멜랑꼴리한 사악함이다. 비판적인 사고가 파괴하고 싶은 것을 순수한 실존주의로 되살리고 싶어 하는 모순적인 마음이 있다. 세발드는 <불행의 묘사>에 소개되는 작가들은 석양을 배경으로 하는 밝은 표면을 그리는 것과 같다고 보고 있다.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는 엔첸스베르거의 <원형>(3)에서 중심적 사유의 방편으로 사용된다. ‘모든 것에도’는 독특한 생각을 뒤흔들고 차단하는 마크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경제학자와 정치인들이 세뇌시키고 싶어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완전히 통제하기 힘든 존재다. 경제학자와 정치인들도 실수를 한다. 엔첸스베르거는 미시경제에서 특권, 명예로운 일, 그리고 사진학에 이르기까지 풀 수 없는 스무 가지 문제를 짓궂게 비판한다. 예를 들어 국가는 어떻게 형성되었나? 섹스가 그렇게 중요한가? 엔첸스베르거는 해결책을 제안하지는 않지만 표준이라고 생각한 것을 대담하게 공격한다. 또한 엔첸스베르거는 존경하는 몽테뉴에 대해서는 이렇게 쓴다. ‘몽테뉴는 쓰고 싶을 때 글을 쓰면서 소재는 늘 무한했고 독자들을 질리게 하지 않았다.’ 세발드와 엔첸스베르거의 에세이 역시 그러하다. 세발드가 문학교수이고 엔첸스베르거가 교양학 교수였다면 좋았을 것 같다.

 

(1) W.G. Sebald, <불행의 묘사>, Actes Sud, 아를, 2014년

(2) Jacques Bouveresse, ‘비극의 카니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11월호

(3) Hans Magnus Enzensberger, <원형>, Alma, 파리, 2014년

 

글·피에르 데위스 Pierre Deshusses

 

 

엘리제궁과 아랍권 정치

 

프랑스의 대 아랍권 정치는 문학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먼저, 사미르 카시르와 파루 마르담 베가 집필한 <파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이 있다. 이 소설은 프랑수아 르네 드 샤토브리앙의 책에서 제목을 따왔다. 하지만 <제5공화국과 아랍 세계>에서 이냐스 달은 독창적이고 적절하고 꼼꼼한 집필 행보를 보여준다.

첫째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관한 연구 분야에서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샤를르 드골 장군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시기별로 다루어 ‘프랑스 그리고…’라는 테마와 관련해 내용을 명확히 전한다. 유럽, 알제리, 모로코, 튀니지, 레바논, 팔레스타인, 그리고 아랍인들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둘째로 고전 작품을 참고자료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사르코지 대통령 이전의 프랑스 대통령은 모두 각자가 아랍권을 전임 대통령의 시각으로 바라봤다고 말한다. 프랑스가 아랍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무엇인가가 더 중시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프랑스 대통령의 성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하산 2세, 사담 후세인, 라픽 하리리와의 긴밀한 관계로 아랍권과의 외교수행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또한 저자는 시라크의 대 아랍권 정책이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의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했는지 설명한다. 프랑스는 팔레스타인 국민의 인권을 지지하겠다는 시라크의 약속을 계속 지켜오고 있다.

셋째로 프랑스 대외 정책 분야의 전문가들의 자료를 꼼꼼히 참고했다. 1967년 11월 27일, 드골 장군의 기자회견 내용을 잘 정리, 소개했다. “이스라엘은 공격을 통해 6일간의 전투 끝에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은 점령한 토지에 대해 억압을 일삼고 있고 이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가리켜 테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07년 사르코지가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했던 인터뷰 내용도 실려 있다. 당시 사르코지는 알카에다의 조직원들이 수니파인지 시아파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책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현 프랑스 대통령에 대해 다룬 부분이 따로 없고, 요약식으로 짧게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 부부와 함께 한 화기애애한 저녁식사 모임에서 허심탄회하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스라엘을 위한 사랑의 노래 한 곡을 찾은 것 같습니다.” 또한 이 책은 이라크에 대한 영미 공습에 시라크 대통령과 도미니크 드 빌팽 외무부 장관이 반대했으나, 공습 후에는 시라크 대통령이 정책을 바꾼 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정치적 견해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저자는 대선 때 사르코지가 했던 말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이 발언이 갖는 영향력과 결과에 대해서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랑스 제5공화국의 대아랍 정책에 대해 몇 페이지밖에 다루지 않아 알제리 전쟁이 끝나고 드골 장군이 보여준 급격한 정책 변화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만 빼면 이 책은 프랑스가 북아프리카와 중동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끝으로 소개할 책은 파스칼 보니파스의 최신 에세이로 프랑스 국제관계 전략연구소(IRIS)의 소장으로 있는 저자는 10여 년 동안 이어지는 프랑스의 중동 전략에서 드러난 친이스라엘적인 면을 분석한다. 저자는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모든 비판을 반유대주의로 규정하는 프랑스계 유대인 기구 대표자 회의(CRIF)의 대표와 토론을 이어간다.

 

글·도미니크 비달 Dominique Vidal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1) Samir Kassir, Farouk Mardam-Bay, <파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Fayard, 파리, 2014년

(2) Ignace Dalle, <제5공화국과 아랍 세계>, Fayard, 파리, 2014년

(3) Pascal Boniface, <La France malade du conflit israélo-palestinien), Salvator, 파리,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