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언론자유 옹호자들

2015-02-01     알랭 그레쉬

‘이상한’ 언론자유 옹호자들

 

알랭 그레쉬|<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샤를리 엡도>에 대한 테러가 발생한 후인 1월 10일 토요일과 11일 일요일, 프랑스 전역에 걸쳐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시위행렬에 참여했다. 이들은 사망한 모든 이에 대해 엄청난 감정을 표출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자신들의 애착을 나타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실은 일요일 파리 행렬의 선두에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참여함으로써 추도행사의 의미가 퇴색되었다는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언론의 자유’와 맺고 있는 관계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또 이 지도자들이, 특히 서구의 정치 지도자들이 2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반테러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이고, 그 전쟁으로 인해 아랍-이슬람 세계에 더 많은 테러와 혼란이 야기되었다는 엄연한 결과를 우리가 여기서 상기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상징적인 몇 가지 사안만을 인용해보자. 먼저 RSF(국경 없는 기자회)의 공식성명서로부터 출발하자. 공식성명서는 “이집트, 러시아, 터키, 알제리, 아랍에미리트 같이 기자들이나 블로거들을 조직적으로 탄압하는 국가의 지도자들이 파리의 ‘공화국 행진’에 참여한 사실에 분노한다. RSF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이들 국가는 180개국 중에서 각각 159등, 148등, 154등, 121등과 118등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집트에서는 3명 이상의 알자지라 텔레비전 방송사 기자들이 1년 넘게 감옥에 갇혀 있으며, 다른 10여 명의 기자들도 감금되어 있다(와르다 모하메드, ‘저널리즘에 대해 공개적인 전쟁을 선포한 이집트’, <오리엔트21> 2014년 6월 3일자). 나 자신도 이들 중 4명에게서 메시지를 받았다. 이들은 1년 이상 감옥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 외교장관이 공화국 광장에서 행렬에 참여하고 있던 바로 그 날, 이집트 법원은 한 이집트인에 대해 무신론자라는 이유로 징역 3년형을 내린다.

잡지 <벵미뉴트(20 minutes)>의 사이트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모로코 외교장관의 성명서가 망상적 착란의 상징이랄 수 있다. 이 성명서에는 외교장관이 파리 행렬에 참여한다고 예고하면서도, 예언자인 무하마드에 대한 풍자만화가 행진 중에 등장한다면, 모로코 외교협력 장관이나 다른 모로코 관리들이 거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터키는 최근 몇 달 동안 언론탄압을 강화했다.(1) 레세프 타이프 에르도간 대통령은 RSF가 발간한 ‘기자들에 대한 2014년 폭력 보고서’를 비난했다. 여기에 대해 RSF는 다음과 같이 대응했다. “RSF는 터키에서 올해 집계된 기자들에 대한 117건의 공격과 협박에 대한 세세한 내용을 에르도간에게 고지했다.” RSF의 사무총장인 크리스토프 들루아르가 다음을 지적한다. “RSF가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관이며, RSF의 결론은 우리가 해명할 수 있는 사실들과 정확한 방법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야 한다는 말인가? RSF에 대한 비난이 다원주의에 대한 적대감의 성격을 띠는 것처럼, 에르도간의 마음에 들지 않은 터키 기자들에 대해 국가수반이 드러내는 적대감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기서 언론의 자유가 우롱당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 외부에 위치한 나라들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쟁 범죄자로 ‘추정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총리보다 훨씬 더 극우파인 몇몇 장관들의 방문에 대해 한마디 하겠다. 1월 12일 <하레츠>지에 게재된 한 기사는 <샤를리 엡도> 같은 신문이 이스라엘에서는 존재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자에서 살해된 기자들과 감옥에 간 팔레스타인 기자들이 ‘메이드인 이스라엘(made in Israel)’의 언론 자유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례가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장관들이 행렬에 참석했다는 사실은 시위 주최자들이 방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든 가치를 모욕한 것이고, 통렬히 비난받아야 할 강도짓을 한 셈이다.

 

글·알랭 그레쉬 Alain Gresh

번역·고광식

 

(1) ‘터키의 찬란한 고립’, 웬디 크리스티아나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5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