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드 서클
발췌글-극단주의자들은 누구인가
2015-02-01 조나단 코
조나단 코, <클로즈드 서클>, Gallimard, 2004다음은 한 영국노동당 지지자가 인종 차별에 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친구들과 나눈 대화이다.“그런 골치 아픈 이야기를 도대체 왜 하려고 하는 거지? 인종 차별 낙서 따위를 하는 사람들은 전부 다 건달이나 깡패들이야. 이런 문제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그런 사람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거라고.”“인종차별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야. (…) 그러니까 누군가는 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해.”“너의 글은 엄밀히 말하면 인종 차별을 제대로 짚고 있지 않아. 인종 차별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거든. 정말로 인종 차별 문제를 다루고 싶다면 영국 사회의 가장 핵심부로 들어가서 로터리 클럽의 저녁 식사에 한번 참석해보렴. 아마 부유한 백인 영국 사람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들은 태생적으로 흑인을 싫어하고 자신이 속한 세상 밖의 어떤 사람도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자기가 돈도 많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기 때문에 굳이 행동으로 옮길 필요성을 못 느끼는 거지. 데일리 메일을 읽으면서 혹은 골프 라운딩을 마치고 바에서 한잔 하면서 자기네들끼리만 쑥덕거릴 뿐이야. 이런 게 진정한 의미의 인종 차별이 아닐까? 네가 언급한 사람들, 조직을 만들고 시위를 하고 화젯거리를 만들고 공개적으로 인종 차별을 비난하는 사람들, 그건 또 다른 차원인 것 같아. 어떻게 보면 그들 역시 피해자들이지. 루저들. 그들이 느끼는 공포심과 무력감이 너무 큰 나머지 그걸 표출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는 거야. 결국 ‘자신들의 공포를 우리가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일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