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기대

2015-02-01     나딤 이슬람
나딤 아슬람, <헛된 기대>, Seuil, Paris, 2009파키스탄 출신의 작가는, 남동생을 찾기 위해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국경 지대까지 갔다가 두 탈레반 부족에게 붙잡히고 만 러시아 청년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두 부족 간의 분쟁이 100년도 넘게 지속되면서 각종 범죄가 잇따랐다. 유혈 복수는 남성다움의 상징인 동시에 부족법과 코란에 의해 승인된 성스러운 권리이기 때문이다. (…)세대를 내려오면서 점점 더 악화된 반목 상황이 맨 처음 시작된 것은 1865년, 굴 라술의 조상인 말랄라이라는 소녀가 16세의 나이로 부족장의 자리에 오르면서부터였다. (…) 이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는데, 사람들은 여성이 과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이슬람 사원의 지도자 이맘은 아브라함의 부인이 알라신의 요청으로 자신의 아들을 목 졸라 살해했는지 여부를 놓고 자문해 보다가 결국 말랄라이와의 만남을 거절하였다. 이에 말랄라이는 자신의 정체를 베일 속에 감추고 이슬람 사원으로 직접 이맘을 만나러 갔다. 전 세계를 지배한 사바 여왕의 이야기가 코란 속에 등장하지 않느냐며 말랄라이가 다그치자 이맘은 격노했다. 그는 사바 여왕은 인간이 아니라 절반은 드진(Djinn)이고 절반은 여성인, 염소의 발굽을 지닌 피조물이라고 반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