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다각화하는 마약 카르텔

2015-02-01     라당 쉐르

라당 쉐르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안전한 항구 라자로 카르데나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멕시코 서해안 미초아칸 주(州) 남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의 항구를 지나면서 이 광고판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광고문 내용은 실제라기보다는 희망에 가깝다. 몇 년 전부터 이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치안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는 희망.

풍부한 철 자원으로 둘러싸인 항구는 현지 상품들에 중국 등 태평양으로 통하는 바닷길을 다양하게 열어놓았다. 라자로 카르데나스 시(시의 명칭은 1938년에 석유를 국유화한 당시 대통령의 이름을 땄다)에는 멕시코 서해안의 주요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고 추가로 다양한 확장 계획들이 검토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이 항구는 미초아칸 주에서 창궐하고 있는 ‘성당기사단’이란 명칭의 마약 카르텔 수중에 들어간 상태이다. 2013년 11월, 군대와 연방경찰은 연합작전으로 이들을 몰아내려 했고 그 이후 당국은 승리를 외쳤다. 하지만 카르데나스 주민들은 더욱 조심스러워 보인다.

범죄 조직을 언급할 때 철강업은 바로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전임 대통령 펠리페 칼데론(2006~2012년 재임)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마약 카르텔들은 사업을 다각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1) 그전에 이미 수년간 성당기사단은 카르데나스 항을 메타암페타민 제조용 중국 화학제품들의 수입 중심기지로 이용하였다. 그런데 이들이 마약을 제조하던 실험실 상당수가 파괴되면서 이들은 철광석의 매력에 눈뜨게 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존 사업모델을 간단히 수정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고 범죄 전문 기자 카를로스 토레스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성당기사단은 이 지역뿐만 아니라 철의 공급 기제 및 그 공정이 개략적으로는 이들이 화학제품 공급을 위해 설치한 공정과 비슷하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화학제품 공정 분야에서 이들은 수년간의 경험까지 갖고 있다.”

항구의 장악은 성당기사단이 광산업에 자리 잡기 위한 전략의 여러 단계 중 하나에 불과하다. 다음 단계로 이들은 위협, 책략과 부패를 효과적으로 버무려, 라자로 카르데나스를 둘러싼 산악지대에서 광물을 채광하여 부두까지 수송하고 선박으로 발송하는 데까지 벌이는 작업들을 각각 엄호해줄 수 있는 공무원들을 확보했다. 미초아칸 주의 현 주지사 살바도르 하라 게레로(제도혁명당 소속)에 따르면, 미초아칸 지역 광산의 거의 절반은 성당기사단의 철강 제국이 절정기를 이룬 2013년에 이들의 품으로 넘어갔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마약 밀매상들이 직접 채굴 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영국의 정보 방송인 ‘채널 4’와의 대담에서는 두목 세르반도 고메즈 마르티네즈(현재 도피 중)가 멕시코 광석을 중국에서 유통시킨 중국인 고객들이 많다는 자랑까지 하였다.

마약 카르텔은 광산들을 탈취하고 정규 유통망을 구축한 데 만족하지 않고 자신들의 활동에 필요한 행정적 인가를 얻기 위해 지방 정부의 모든 계층에 침투하였다. 이들의 조직망은 세관부터, 카르데나스의 전임 시장으로 여러 건의 납치와 협박 혐의로 지난 4월에 체포된 아르키미데스 오세게라의 사무실까지 촉수를 펼쳤다. “뇌물 시스템은 각자가 그 제안의 조건(돈을 받고 협조하거나 거부하고 죽거나)을 이해하는 만큼 작동한다”고 항구의 한 공무원이 우리에게 설명한다. 영화 <대부>(1972)에 나오는 유명한 표현, “거절할 수 없을 만한 제안”이다.

성당기사단은 현지 지방 경찰의 눈앞에서 번창하였다. 지방 경찰은 문제를 억누르려는 자신들의 노력이 카르텔 조직의 단단한 바위에 부딪혀 깨지는 것을 목도하였다. 토레스는 “경찰은 화포로 카르텔 트럭들을 공격했지만 그것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해주지는 못했다”고 분석하면서, 여러 번의 살육에도 갱들의 힘은 물론 그들의 정치권력과의 유착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해석한다. 하라 게레로 주지사는 “경찰마저도 믿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그에 의하면 최고 권력층의 부패로 인해 지방 권력은 완벽히 무력화되어서 “군사 작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이 작전은 2013년 11월 4일에 시작되었다. 며칠 만에 육군, 해군과 연방경찰은 항구 관리조직 전체를 제거했고 해당 지역의 모든 광업 활동을 중지시켰다. 그때부터 항구는 군대의 통제 하에 있다. “우리는 합법적 상거래 활동이 조직범죄의 위협을 받지 않고 재개될 수 있도록 환경을 안정시켰다”고 이번 작전을 지휘한 전임 장군 호르헤 루이스 크루즈 발라도는 자축하였다. 10여 년 동안 항구에서 일해 온 실베스트레 산도발도 “이제는 사람들이 밤에도 길에 나오기 시작했고, 밤늦게까지 술집에 머물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태 진전을 과장한다고 생각하는 주민들도 아직 많다. 성당기사단은 사라지지 않았고 군대가 떠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는 생각이다. 페드로 타피아는 50년 넘게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의 생각은 이 도시의 ‘안전’은 착각이라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카르텔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항구를 안전하게 한다고 부패가 박멸되지는 않는다. 정부가 사회적 프로그램에도 투자하지 않는다면 군대가 복귀하는 대로 카르텔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물리적 치안 불안과 싸우면 사회적 불안과도 싸우게 되는가? 이러한 논리가 당국을 납득시킨 것 같지는 않다. 성당기사단으로서는 광산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돈 되는 사업으로 드러났다. 그들의 보호 하에 중국으로의 수출이 폭증하면서 수출량이 2012~2013년 사이 150만 톤에서 400만 톤으로 급증했다.

그렇다면 경제성장에 대한 이러한 지원에 감사해야 할까? 이에 대해 마약 카르텔은 전적으로 찬성이다. 그들의 두목, 세르반도 고메즈는 로빈훗처럼 나타나고, 살인자라기보다는 후원가처럼 보인다. 또한 사람들이 ‘교수’라고 부르는 자는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악수하고 돈도 나눠준다. 그는 성당기사단의 행동을 장려하는 정치행사의 광고와 비슷한 여러 동영상에 등장한다. 한 예로 2013년 8월, 그는 어느 숲에서 촬영한 30분짜리 영화에 등장하여 말한다. 무장하고 복면을 쓴 남자들에 둘러싸인 채 그는 호소했다. “성당기사단은 필요악이다. 물론, 우리는 불법적 행위들을 저질렀지만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미초아칸 주민들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

마약 카르텔은 합법적 광산채굴 부문 참여를 통해 좋은 이미지를 강화하기를 바랐다. 영국 방송 ‘채널4’와의 대담에서 고메즈는 자기 조직이 상대하는 다양한 외국 고객들을 내세우면서 범죄자가 아닌 능숙한 사업가 행세를 했다.(2)

경제연구조사센터의 범죄학자 카를로스 빌랄타는 “그들은 많은 돈을 벌었고 광산업에서 고용을 창출하면서 미초아칸 지역에 어느 정도의 경제발전을 가져왔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마약 카르텔들은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서 법을 위반하고 공권력을 부패시킬 수밖에 없다. 종국에 이 시스템은 자기파괴적인 것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약 카르텔은 포식자이자 기생충으로 결국에는 국가를 무너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제 한 국가가 불법적 상거래와의 전쟁에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다면, 다른 주체들이 국가를 대신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글·라당 쉐르 Ladan Cher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멕시코 특파원

 

번역·최원근 pijepa24@naver.com

파리1대학 경영학 박사

 

(1) Jean-François Boyer, ‘Mexico recule devant les cartel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2년 7월호

(2) Guillermo Galdos, ‘Knights Templar link to Mexico iron ore arrests’, <Channel 4>, 런던, 2014년 3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