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경영진의 인종차별, 극우로 치달아
사건은 1990년 말에 터졌다. 프랑스 레지스탕스였다가 이스라엘 시민이 된 장 프리드망은 로레알의 전 최고경영자 프랑수아 달이 아랍연맹의 비위를 맞추려고 자신을 그룹 지사의 이사회에서 쫓아내려 했다고 비난했다. 당시 아랍연맹은 미국 회사 헬레나 루빈스타인을 인수한 로레알을 비난하며 보이콧하겠다고 위협을 했다는 것이다. 아랍연맹이 이렇게 나온 이유는 헬레나 루빈스타인을 설립한 여성 대표가 시오니스트로 유명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프리드망은 자신을 축출하는 일을 진두지휘한 인물인 자크 코레즈는 전쟁 때 나치 군복을 입고 소련군과 맞서 싸운 프랑스 의용군단(LVF) 출신이라고 폭로했다.
로레알 설립자 유진 슈엘러와 마찬가지로 코레즈도 1930년대에 프랑스 극우조직 ‘라 카굴’의 당원이었다. 그리고 그 후에 코레즈는 나치의 프랑스 지배 때 친히틀러 조직인 사회부흥운동(MSR)을 지휘하는 일에 참여했다. 프라드망의 말을 따르자면 로레알은 전쟁 후 라 카굴의 전 당원 출신 여러 명을 고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슈엘러의 과거, 그의 사위 앙드레 베탕쿠르의 과거가 드러났다. 베탕쿠르의 경우 나치의 프랑스 점령 시기에 나치의 선전용 주간지 <라 테르 프랑세즈>에 반유대주의적인 글을 실은 적이 있는데 이 문서가 1994년에 발견되었다. 베탕쿠르는 깊이 후회한다는 말을 다시 한 뒤 로레알의 부대표직을 사임했다.
베탕쿠르는 우파 정부에서 장관직을 여러 번 맡긴 했으나 좌파인 프랑수아 미테랑과 친분을 유지했다. 전후 미테랑은 잠시 로레알에 속한 잡지 <보트르 보테>(Votre Beaut?)의 편집장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1981년에 베탕쿠르는 부유세 부과에 항의하기 위해 신임 대통령 미테랑의 사무실에 들이닥쳤다. 그러자 미테랑은 베탕쿠르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릴리안과 자네는 먹고살 순 있지 않은가!”
1977년, 베탕쿠르 가문과 로레알은 미셸린, 파리바, 그 외 여러 석유 기업들과 손잡고 1978년 총선 전날 좌파 연합과 맞서기 위해 일간지 <쟁포르므>(J‘informe)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