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성공 신화의 비결은?

2009-06-03     모나 숄레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로레알은 변치 않는 프랑스식 여성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세계 최대 화장품 그룹이다. ‘프랑스 산업의 꽃’ 로레알은 프랑스에서 두 번째 광고주이며, 세계에서는 세 번째로 통한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로레알에 관한 기사는 광고 전단지를 연상시킬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2007년에 <르 주르날 뒤 디망슈> <파리마치> <마리 클레르>는 로레알 파리와 칸 영화제 사이의 협력 관계 10주년을 독특한 방식으로 축하했다. 로레알이 후원하는 ‘스페셜 칸’이란 제목의 특집 기사를 내놓은 것이다. 로레알은 광고 지면을 비롯해 자사와 관련되는 내용이 실릴 지면을 구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로레알에 관한 문구를 통해 로레알의 프로모션 전략을 은근히 알 수 있다. “여기서는 극히 일부만을 보여준다”는 식의 전략이 그것이다. 사실 로레알이 여러 신문의 경영진과 협상해 해당 신문에 얼마만큼의 비용을 투입하는지는 철저한 ‘대외 비밀’이다. 이 때문에 로레알과 칸 영화제의 협력과 관련된 특집 기사는 알려진 내용만을 다루고 있다. 

<마리 클레르>의 특집 기사는 표지 사진으로 인도 출신의 배우 아이슈와리아 라이를 내세우고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로레알 파리의 또 다른 홍보대사인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도 미래의 시장인 70세 노년층 여성 공략을 목표로 <마리 클레르>의 표지 사진을 장식했다. 로레알과 계약을 맺은 다른 여배우들도 각자 자신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밀을 알려주었다. 잡지에 실린 27개의 제품은 예술작품을 방불케 하는 사진으로 더욱 살아났는데 이 제품들 중 로레알 제품이 아닌 것은 단 3개뿐이었다. 광고 지면은 전부 로레알 파리 광고였다. <마리 클레르>의 문화부문 편집장 파브리스 게노는 2007년 6월에 발행한 <마리 클레르> 658호 사설에서 이렇게 밝혔다. ‘10년 전부터 로레알의 홍보대사들, 즉 미용계의 거물들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기 전에 휴식을 취하는 호화로운 호텔의 스위트룸들. 요즘은 그곳에서 영화 속 전설적인 글래머가 빛을 낸다.’

2007년 5월 19일 <르몽드>로부터 이런 파격적인 사설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모니크 마제로비치 <마리 클레르> 부책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자신이 하는 일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린 영혼을 파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한편 카를로스 고메즈 <르 주르날 뒤 디망슈>의 문화부문 편집장은 만족해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린 기자로서 의무를 한 겁니다.”

로레알은 24년 동안 마리 클레르 그룹의 지분 49%를 소유하다가 2001년에 손을 뗐다. 그러나 여전히 로레알과 마리 클레르의 관계는 좋아 보인다. 2008년 12월호 <마리 클레르>에 ‘여성 과학자들’이란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로레알-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을 받은 여성 연구가 3명에 관한 기사였다. 아울러 기사는 ‘로레알은 여성 50% 이상을 고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 5월 <마리 클레르>에는 로레알-유네스코 여성 과학자상을 받은 아프리카 출신 여성 연구가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더구나 로레알 파리는 <라 로즈 마리 클레르>의 공식적인 5대 협력사 중 하나다. <라 로즈 마리 클레르>는 매년 전세계 소녀들을 후원하기 위해 기금을 모으는 활동을 한다. 물론 로레알 파리도 이 활동을 돕는 후원 업체 중 하나다.
로레알과 칸 영화제의 협력을 축하하는 특집 기사는 칸 영화제가 오로지 브랜드 하나의 이익에 이용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충격을 줄 만했다. 다른 여성지들도 광고주인 기업들의 의류, 화장품을 여럿 소개하며 독자를 유혹한다. 더구나 여성지가 나날이 늘다 보니 광고주 기업들을 잡기 위해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

사실 문화와 소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 최근 개봉된 안 퐁텐 감독의 영화 <코코 아방 샤넬>(오드리 토투가 코코 샤넬 역을 맡았다), 그리고 장피에르 주네 감독(영화 <아멜리에>를 연출했다)이 메가폰을 잡은 ‘샤넬 No. 5’ 향수에 관한 홍보 필름이 이를 대표적으로 잘 보여준다. 이 홍보 필름에도 토투가 등장한다. 이 두 작품 모두 샤넬 제품을 홍보했다. 또한 개봉되는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거나 유명 향수 혹은 화장품과 광고 계약을 한 여배우라면 여성지의 표지를 장식한다. 라치다 브라크니가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라치다 브라크니는 로레알 파리와 광고 계약을 맺은 뒤 2008년 6월호 <마리 클레르>의 1면 기사를 장식했으며 몇 쪽에 달하는 인터뷰 기사에서 로레알 파리 이야기를 오랫동안 했다.

 한편 비르지니 르도엔은 칸 영화제에서 2001, 2002년에 연속 두 번 사회를 맡았는데 1999년에 로레알 파리와 광고 계약을 맺은 적이 있어서 사회자가 된 걸까 아니면 영화계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대단해서 사회자가 된 걸까? 어느 이유든 중요하지 않다. 비르지나 르도엔은 로레알 광고 이야기를 하면서 당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마치 영화를 찍는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에는 영화 제목이 ‘로레알’인 거죠.”

<르 주르날 뒤 디망슈> <파리마치> <마리 클레르>는 처음에는 로레알과 칸 영화제에 관해 순수한 기사로 접근하려 했지만 결국 광고주들을 나열하고 광고시장을 잡기 위한 기사 제목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렇게 해서 2008년에는 <엘르>의 특별호 <베리 엘르>(Very Elle)가 탄생했다. <베리 엘르>는 첫 호에 요셉 나비 로레알 파리 인터내셔널 디렉터에 대해 4쪽 분량의 기사를 썼다.기사에서 나비는 섬세한 지성을 지니고 통찰력이 풍부하며 대단히 유능하고 이상주의자인 인물로 소개되었다. 특히 그는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는 여성들 대신 스페인 출신의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스를 로레알의 모델로 과감히 선택한 탁월한 안목을 갖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았다. 톰 크루즈의 옛 연인이기도 한 크루스에 대해 나비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페넬로페는 이목구비가 완벽한 여성들보다 더 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바로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는 점이죠.”

마찬가지로 2008년에 프리즈마 그룹이 <팜므>(Femmes)를 창간했다. 구매력이 높은 40대 여성을 공략하는 월간지 <팜므>는 첫 호에 미국 여배우 앤디 맥도웰을 커버 모델로 내세웠다. 멕도웰은 15년 정도 동안 영화계에서 부진을 겪고 있지만 로레알 파리의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팜므>는 파브리스 보에가 창간한 잡지인데, 보에는 2005년부터 프리즈마 프레스 그룹의 대표로 있으며 2007년부터 잡지 홍보협회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전에 보에는 16년 동안 화장품 그룹에서 일했으며 특히 로레알 파리 마케팅 담당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2006년에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가 항의를 받고 철회해야 했다. “정치적인 기사를 담지 않게 하고, 프리즈마 프레스 그룹의 광고주와 협력 업체들에 불리한 기사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윗선의 검토와 허가를 맡게 한다”는 발언이었다. 프리즈마 프레스 홍보부는 보에가 언론 경험이 전혀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모나 숄레 Mona Chollet
번역·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