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을 쥐락펴락한 복음주의교회

2015-03-03     라미아 우알랄루
   
 <불안한 사람들>, 2012 - 다니엘 멜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6일에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호세프는 대선 승리로 브라질 사상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대통령이자, 연임에 성공한 브라질 첫 여성대통령이 됐다. 선거 초반에 브라질사회당(PSB)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일으킨 돌풍은 호세프 대통령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거셌지만, 앞서 시행된 1차 선거(10월5일)에서 예상외로 2위 자리를 사회민주당(PSDB)의 아에시우 네비스 후보에게 건네고 물러났다.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마리나 시우바가 본선 진출에조차 실패한 원인은 무얼까?

 “마리나 후보가 월요일까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그는 여태껏 내가 어느 대선후보에 관해서도 하지 않은 최악의 설교를 듣게 될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30일 토요일 실라스 말라파이아 목사가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로서 브라질 정치 역사상 가장 주요한 에피소드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비행기 사고로 인한 대선후보 에두아르도 캄포스의 사망 이후 대선에 입후보한 마리나 시우바 사회당 후보는 그 전날 금기를 깨는 대선공약을 소개했다. 자신이 선출된다면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옹호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실제로 브라질은 2013년 5월의 대법원 판결 이후 동성결혼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유일한 상원의원인 장 윌리스는 “이 판결은 보수적인 판사들이 다시 문제 삼을 수 있다. 법을 발효하지 않는 한, 동성애자들의 인권은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시우바 후보의 이같은 발언은 그녀가 약속한 ‘다른 정치’의 구현을 보여준 것이며, 이는 지금까지도 매혹적인 것으로 남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우바 후보가 사회적 보수주의 성향을 지닌 오순절복음주의교단 ‘하나님의 성회(Assembly of God)’(1)의 신도임을 자처하는 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말라파이아 목사의 트윗이 올라온 지 몇 시간 후에 시우바 후보는 한발 뒤로 물러섰다. 시우바 후보에 대한 열광은 불안감으로, 이어서는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대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시우바 후보의 공약을 높이 평가했던 윌리스 의원은 “당신은 우리에게 거짓말을 했고 수백만 명의 희망을 가지고 놀았다. 당신은 브라질 국민의 신뢰를 얻을 자격이 없다”고 분노했다. 시우바 후보가 복음주의자들과 너무 가까워진 걸까? 실제로,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후보가 ‘복음주의 위원회’를 설립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는 수백만 명의 표를 끌어오려 했다.

브라질 통계청(IBGE)에 따르면 천주교도는 1970년에 전 인구의 92퍼센트를 차지했던 반면, 2010년에는 64.6퍼센트에 불과했다. 몰락에 가까운 현상이다. 리우데자네이루 국립통계학교(ENCE)의 통계학자 호세 유스타키오 알베스는 “브라질은 독특한 케이스다. 큰 나라에서 종교적 판도가 이렇게 짧은 시간 만에 뿌리 깊게 바뀐 경우는 브라질이 유일하다”고 지적한다. 오순절주의자와 신오순절주의자에 의해 복음주의교단이 확장됐으며, 전통적인 개신교도(루터교도, 침례교도, 감리교도)의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사실이 이러한 현상의 근원적인 이유이다. 인구 중 개신교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4년 만에 5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급증했다. 브라질은 1억 2,300만 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천주교도가 많은 나라이지만, 유스타키오 알베스는 “이런 현상이 그렇게 오랫동안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2030년경에는 천주교도와 개신교도의 비율이 거의 비슷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급부상한 개신교의 위상

도시의 풍경에서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목격할 수 있다. 시립극장과 국립도서관에 맞닿아 있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시네란디아 광장. 이 광장의 이름 ‘시네란디아’는 20세기 초 수없이 생겨난 영화관에서 따온 거지만, 이 영화관들은 사실상 전부 사라졌다. 말론 브란도나 캐리 그랜트를 찬양하던 포스터들 대신에, 예수를 향한 기도문이 네온 불빛으로 반짝이거나 ‘세계교회(Universal Church)’, ‘하나님은 사랑이다(God is Love)’, ‘하나님의 나라 세계교회(UCKG)’ 등의 교회 이름이 넘쳐난다. 대도시의 모든 중심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런데 변두리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예컨대 차고나 바 사이에는 작은 방들이 무리지어 생겨나 있다. 몇 세기 동안 라틴아메리카 주거밀집지역은 시청과 교회가 모여 있는 중앙광장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이민자 유입에 따라 도시가 급성장하면서 이러한 지형은 아주 크게 바뀌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천주교 교황령대학의 정치학 교수 로메로 자코브는 “천주교에는 불가능한 유연성을 복음주의교회가 가진 것”이라고 강조한다.

농지개간중인 농업지역과 경계를 두고 있는 진정한 처녀지 아마존 삼림지대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상파울로 대학의 프랑스 지리학자이며 브라질의 농지개간 전문가 에르베 테리는 정착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제 막 개간중인 장소에 도착하면 거기에는 판자 가건물 세 채, 약국 하나, 교회 하나가 있다. 이는 즉, 그렇게 어려운 지역에서도 치료받을 수 있는 공간과 정신적인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는 공권력에 버림받은 폐허, 대도시 변두리에서도 같은 논리를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복음주의교회는 일종의 사회적 지원 및 여가활동을 제공하며, 천주교가 실질적으로 이제는 거의 하지 않는 일, 곧 사람들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을 한다. 그것이 이들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경이로운 도시’ 리우데자네이루 중심부에서는 주민 75퍼센트 이상이 천주교도라고 밝힌 반면, 변두리에서는 천주교도 비율이 30퍼센트로 떨어진다.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빈곤보다는 차별이 이러한 변화의 근원”이라고 로메로 자코브 교수는 결론 내린다.

변두리에서는 무질서로 인해 도시의 개발이 방해받는다. 허가 없이 세워진 건축물은 비위생적이며, 보건소는 멀리 떨어져 있고, 하수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다. 교통은 지역 정치가들과 연결되어 있는 마피아의 지배하에 있다. 치안은 마약밀매상이나 기동대 출신 중에서 충원된 민병대에 좌우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늘 지루하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변두리인 케이마도스에 사는 엘레인 수자는 청소년인 그녀의 딸에게 제안할 수 있는 활동이 하나도 없다. 세례 받은 천주교인이며 올해 32세인 그녀는 최근 10년 사이에 개종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수자는 집과 코파카바나의 직장을 대중교통으로 오가는 데에 매일 다섯 시간을 보낸다. 그 덕분에 수자는 해변을 볼 수 있는데, “케이마도스의 많은 사람들은 해변에 단 한 번도 발을 담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수자의 동네에는 공공도서관도, 광장도, “심지어 제과점조차도” 없다고 그녀는 말한다. 브라질의 국민술이라 할 수 있는 카차카(Cachaca)를 들이키며 월급을 탕진하는 남자들로 가득한 자그마한 바 2개가 있을 뿐이다.

갈수록 퇴락하는 천주교

   
 

수자에게 근처 복음주의교회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장소 그 이상이다. 이곳은 그녀의 유일한 여가공간이기도 하다. 복음주의교회에서 사람들은 어머니의 날과 크리스마스를 위한 공연을 준비하고, 함께 모여 요리를 하고, 초등교육에 그친 학업을 이어나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수자는 모임에 그녀의 딸을 데려감으로써, 딸이 너무 일찍 임신을 한다거나 마약밀매원이 되고자 한다거나 너무 빨리 학교를 그만둔다거나 하는 변두리의 전형적인 시나리오를 피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복음주의교회에 사람들이 이토록 몰려드는 건 예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사제가 늘 같은 말을 반복하는 미사와는 거리가 멀다. 복음주의교회의 예배 시간에 사람들은 노래를 부르고 다른 사람들의 간증을 듣는데 이는 집단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지닌다. 거기서 각자가 자신의 이득을 찾는 것이다. 교황청은 오랫동안 교육받았으며 엄격한 자격 기준―여성을 제외시키고 독신이기를 요구하는―을 따르는 사제들을 통해 통일된 메시지를 전하는 반면, 신오순절주의 교단에서는 유연성이 중시된다.

누구나 자신이 목사임을 자처할 수 있다.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카리스마가 있고 신학을 조금 공부하고(많은 교회들에서 세 달이면 충분하다) ‘신의 부름’을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 물론 하나님의 성회처럼 큰 교회에서는 일정한 감독을 강요한다. 그러나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목사는 자신만의 교회를 만들 수 있으며 맞춤화된 설교를 통해 특정한 사회적 집단을 겨냥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엄격함을 강조하는 반면, 다른 이들은 부의 추구를 찬양한다. 심지어 서퍼들을 대상으로 하는 ‘눈덩이’ 교회나 축구애호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스도의 운동선수’ 교회도 생겼다. 상파울로 광고마케팅대학(ESPM)의 종교경제관계 전문가 마리오 슈베린(Mario Schweriner)은 “마케팅 법칙에 순응하는 분할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불평등이 매우 심화된 사회에서, 천주교가 위계질서의 현상유지를 위해 요구하는 일―천주교는 해방신학 가운데서 계급 간 투쟁이라는 용어를 논한 일부 신도들을 억압했다―은 서민 계급 사이에서 점점 더 자리 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파라 주립대학 교수이자 사회학자 사울로 데 타르수 세르퀘이라 밥티스타는 “현재의 희생과 맞바꾸어 천국과 내세를 들이미는 설교에 대해, 신오순절주의 교회들은 지금 여기에서의 성공을 약속하는 쾌락적 물질주의로 맞서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설교는 부당함에 대항하여 일어난 사회적 움직임을 대다수 정치인이 방관했기 때문에 더욱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밥티스타 교수는 “어느 사회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방식을 통해 그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면, 결국 이런 사실에 초자연적인 성격을 부여하게 된다. 우리 삶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사악한 영을 몰아내야 한다는 식이다”라고 분석한다. 가령 실업의 악마가 있으니 예배 중 직업등록증을 휘두르며 이를 쫓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술이나 학업 실패 혹은 간통의 악마도 있는데 목사가 내미는 구원의 손길로 이를 쫓아낼 수 있다. 예수는 암이나 에이즈마저 치료해줄 수 있다.

그렇지만 복을 더 받으려면 매달 ‘디지모(dizimo)’, 즉 소득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십일조를 목사에게 내야 한다. 현금, 수표, 신용카드 할 것 없이 어떤 형태로든 지불이 가능하다. 이는 신도들 대부분에게 자명한 일이다. 수자는 “내가 실업 상태가 되면 교회의 형제자매가 내게 먹을 것과 탄산수 한 병을 가져다 줄 것이고, 재취업을 도와줄 거라는 사실을 안다”고 말한다. 그녀는 또한 신도들이 술이나 담배 같은 악습을 절제하도록 자극받는다고 덧붙인다.

물질적 성공을 내세우는 개신교

로메로 자코브 교수는 “정부 부재와 가족 파괴라는 현 상황에서, 십일조를 내는 건 일종의 소속감을 회복하는 행위로 돌아온다”고 분석한다. 게다가 목사들은 급성장한 새로운 중산층(지난 십 년간 4천만 명이 빈곤으로부터 벗어났다)을 능숙하게 영입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의 정치학교수 데니스 로드리게즈는 “물질적인 성공은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일종의 증거처럼 나타난다. 만약 어떤 개인이 점점 더 부유해진다면, 그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와 자신의 발전을 연결시키고자 교회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교회에 동화되는 데에는 나름의 규칙이 있고 이것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사람들은 복음주의 신자다운 차림을 하고 복음주의 음악을 듣고 복음주의 TV 채널을 시청한다. 섬유산업이 집중되어 있는 상파울로의 서민지구 브라스에서는 복음주의 패션이 놀라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이를 선도하는 건 1990년대 초반 시장에 진출한 선구적 브랜드인 호얄리(Joyaly)다. 디자이너 여동생 조이스와 함께 회사를 경영하는 대표 알리종 플로리스는 “예전에 신도들은 품이 넉넉한 긴 치마를 입도록 강요받았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는 아예 기성복을 제작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조이스는 자신이 그린 도안을 보여주며 “정해진 규칙이 있다. 목 주변이 깊게 파이거나 속이 비치는 옷은 안 되고, 어깨를 내놓는 옷도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머니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내놓지는 않는다. 어두운 색이나 재단이 엉망인 옷도 취급하지 않는다. 유럽 컬렉션에서 영향을 받아 이를 종교적 요구에 맞춰서 개량한다”라고 그녀는 웃으며 덧붙인다. 2000년대에 호얄리는 총 매출이 매년 30퍼센트 가까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오늘날 이러한 성장세가 주춤한 건 30여 개의 경쟁업체가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플로리스 대표는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자신감을 갖고 있다. 자신의 영적 선택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아름다워 보이기를 갈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로부터 몇 km 떨어진 상파울로의 일본인거리 리베르다데에서는 콘데드사르데자스라는 거리 하나가 통째로 복음주의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는 예수를 찬양하는 내용의 티셔츠나 챙모자나 커피잔 뿐 아니라, 복음주의 장난감까지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판매 동력은 브라질 최고의 베스트셀러라 할 수 있는 성경이다. 토탈 가스펠(Total Gospel) 상점의 매니저 안토니오 카를로스는 “우리 고객 중 대다수가 성경을 스무 권, 서른 권씩 갖고 있다. 일종의 성경 수집인 셈”이라고 설명한다.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여성의 성경’은 가족과 결혼에 관한 구체적인 기도문을 싣고 있는 한편, 전체에 금박을 입힌 ‘대형 성경’은 응접실에 전시하기 위한 것이다.

불법복제가 판을 치고 있는 브라질에서 기독교 음반시장은 예외의 길을 걷고 있다. 가장 많이 팔린 앨범 스무 개 중 열다섯 개가 CCM가수들의 앨범인데, 그들 중 몇몇은 천주교이지만 대부분은 복음주의 신교도이다. 전통적인 가스펠을 넘어서서 삼바나 셀타네조(브라질의 컨트리뮤직), 록이나 랩 등의 곡조로 예수를 찬양한다. 이 곡의 가수들은 때로는 엄격한 목사이기도, 카우보이 모자를 쓴 땅딸막한 사내일 때도, 혹은 현명한 척 꾸미는 어린 소녀일 때도 있다. 이전에는 이 틈새시장을 얕보았던 모든 음반사가 거대 음반사 소니나 EMI처럼 그들만의 ‘가스펠’ 레이블을 만들었다. 이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는 42세의 에실라는 “내가 노래를 시작했을 때는 차고에서 시작했다. 이제는 모든 스튜디오가 우리를 데려가려고 애쓰며, 우리 같은 CCM가수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라디오 채널도 있다”고 지적한다. 목사와 결혼한 그녀는 전국을 돌며 관객 수천 명을 대상으로 최신 히트곡인 ‘예수님, 브라질이 당신을 흠모합니다’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에실라는 말라파이아 목사의 음반사인 ‘센트럴가스펠뮤직(Central Gospel Music)’과 계약을 맺었다.

리우데자네이루 ESPM 대학 교수 발데마르 피게이레두 피호는 “복음주의교회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이용해 견고한 커뮤니케이션 정책을 확립했다”고 분석하며, “유명한 목사들은 처음에 교회를 소유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후 라디오, 텔레비전, 음반사로 손을 뻗는다. 각각의 활동이 다른 활동을 먹여 살리고, 그럼으로써 인지도가 높아진다”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방식을 보여주었던 것이 ‘하나님의 나라, 세계교회’, 흔히는 ‘세계교회(Universal)’로 불리는 교회이다. 주교 에미르 마세두가 지휘하는 이 교회는 이미 출판사 두 개와 여행사 하나, 보험사 하나를 소유하고 있으며, 180만 부를 발행하는 양질의 주간지 <폴랴 우니베르사우(Folha Universal)>을 무료로 배포한다. 명망 높은 주간지 <폴랴 데 상파울로(Folha de São Paulo)>가 약 30만 부 발행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다. 특히 세계교회는 1989년부터 브라질 제2의 TV채널인 레데 레코드(Rede Record)를 소유해왔으며 이 채널에서 종교 프로그램은 늦은 시간에만 한정된다. 세계교회는 다른 채널의 시간을 ‘임대’하는 걸 선호하는데, 이를 수십 개의 경쟁 교회들이 따라하고 있다. 이러한 도식은 라디오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세계교회가 40개 이상 방송국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셈이다.

정치권과 재계를 장악한 복음주의교회

피게이레두 피호 교수는 복음주의교회들이 브라질 FM 방송국의 4분의 1 이상을 장악하고 있으며, 네 개의 국영방송사에서 주당 30시간 이상의 콘텐츠를 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브라질 TV채널 레데21(Rede 21)은 목사들에게 하루 22시간 열려 있다며 간혹 풍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디어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비정부기구 인테르보제스(Intervozes) 공동체의 주앙 브란트는 “법 정신의 왜곡”이라고 표현하며 분개한다. 그는 “허가 없이 채널을 빌리는 것은 공적인 양도”로 헌법에서는 원래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사람들이 이 종교 프로그램을 일종의 광고로 여긴다 하더라도, 전체 방영시간의 4분의 1을 넘어설 수는 없다”고 덧붙인다. 매년 인테르보제스는 이러한 법 조항의 명시화를 요구하기 위해 의회에 간다. 브란트는 “그리고 우리는 늘 동일한 문제에 부딪히는데, 기독교 의원들이 법 제정을 막는 것이 그것”이라며 유감스러워한다.

왜냐하면 국회에 복음주의 권력의 핵심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당의 소속 여부를 넘어 ‘신앙의 형제’인 모든 의원을 하나로 모으는 ‘복음주의 전선’의 형태를 취했다. 2014년 말 복음주의 전선에는 (513명 중) 73명의 하원의원과 (81명 중) 3명의 상원의원이 모였다. 매주 수요일 오전 이들은 국회 총회실에 모여 찬송가를 부르고 설교를 들으며 함께 기도한다.

이들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브라질 선거제도의 특징이 있다. 선거에서 후보들이 얻은 표의 총합, 그리고 당이 얻은 표의 총합(유권자는 두 가지 투표형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을 국회에 부여된 좌석수로 나누어 각 정당의 좌석수가 결정된다. 실제적으로 어떤 후보가 가장 많은 수의 표를 얻었다면, 그가 속한 당은 이러한 계산 끝에 제일 많은 좌석을 얻을 수 있다.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 특히 TV에 출연하는 지도자에게는 매우 요행스런 일이다. 사람들은 이들을 가리켜 ‘표 싹쓸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선거제도는 기독교 분야를 넘어 모든 유명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렇기에 2010년, 135만 표로 브라질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상원의원은 정치 경험은 전혀 없지만 매우 유명인사인 프란시스쿠 이베라르두 올리베이라 다 시우바(Francisco Everardo Oliveira da Silva), 일명 ‘티리리카(Tiririca)’라는 이름의 광대였다. 티리리카의 높은 득표수 덕분에 그의 연합당에서 4명의 의원이 선출될 수 있었으며, 이는 그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상원의원 선거에 193명의 목사가 나갔던 2010년의 기록을 깨고, 올해는 TV에 출연해 잘 알려진 270명의 목사들이 상원의원 선거에 나갈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이들은 국회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을 30퍼센트로 올려 95명의 의원을 갖길 바란다.

이러한 논리는 종교인들의 투표참여를 용이하게 만든다. 즉 신앙이라는 또 다른 요소가 추가되는데, 로드리게즈는 이를 ‘형제가 형제에게 투표한다’고 요약한다. 신도들은 복음주의교회의 추종자를 더 ‘믿을 만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앞서 인용된 로메로 자코브의 연구가 보여주듯 저소득층 출신으로 보통 교육 수준이 낮은 복음주의교회 신도들은 예배에 더 열성적일수록 그들의 ‘가이드’가 하는 말에 더 민감하다.

‘하나님의 성회 그리스도 안에서 승리 교회’의 지도자 말라파이아 목사는 1차 투표가 있은 지 한 달 후 시우바 후보를 물러서게 한 장본인인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권력에 관해 질문을 받은 말라파이아 목사는 직설적으로 답한다. “나는 후보가 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 건 정치무대의 뒤편이다. 우리는 지역적인 차원에서 우리가 원하는 사람을 내세운다. 지난 지방선거 때 나는 대중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복음주의자들에게는 유명한 인물을 내세웠다. 그는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 중의 하나였다.” 모든 비례대표제 선거(특히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 그 영향력은 매우 강력하다. “그러나 과반수 투표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데, 복음주의자들은 브라질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교섭을 해야 한다”고 피게이레두 피호 교수는 말한다.

교섭이야말로 복음주의자들이 바라는 바이다. 말라파이아 목사는 2차 투표 때 두 후보자 각각과 대면하여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의 지지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문서에 서명하고 이러저러한 법안을 거부할 것을 약속해야 한다.”

피호 교수는 “선거의 승자가 누가 되건 간에, 승자는 즉시 국회에서 복음주의 전선과 타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정치현실”이라고 말한다. 각 입법기관 내에서 복음주의 의원들은 사회 이슈를 다루는 위원회의 보직을 맡고 있다. 그런 식으로 이들은 인권위원회의 회원 36명 중 14명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동성애나 낙태, 마약, 성교육에 관한 법안에 개입할 수 있다. 더 깊게 살펴보면, 이들을 기술정보위원회(42명 중 14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미디어 권력을 제한할 수 있는 라디오 및 텔레비전 양도권에 관련된 모든 법을 막기 위해서이다.

복음주의 전선을 주재하는 목사 파울로 프레이리(유명한 브라질 교육자와는 관련이 없다)는 “우리가 의원 중 15퍼센트만을 대표하기 때문에, 우리의 관점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른 집단과 연합을 맺는다”고 설명한다. 당연하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지지를 보내는 이들은 풍습의 자유화에 적대적인 천주교 의원들이다. 또한 그럴싸한 교환방법이 나오기도 한다. 즉, 농업 관련 산업전선이 보내는 오늘의 지지를 내일 복음주의자들의 투표와 맞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때때로, 정부에 매우 소중한 날인 투표일에 결석함으로써 정족수 문제를 제기해 국회 개회를 저지하기도 한다”고 프레이리 목사는 나직이 말한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복음주의교회들은 학교에서 나눠준 반호모포비아 교육용 키트와, 게이 및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하는 에이즈 퇴치 교육용 비디오를 회수할 권리를 얻었다. 낙태 문제에 관해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의 연구자 나라 루나는 “페미니스트들은 미미하기 짝이 없는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며 “1990년대에는 법안의 70퍼센트가 낙태의 합법화로 가는 방향과 연관되었지만, 2000년대에는 법안의 78퍼센트가 그 반대 방향으로 갔다”고 지적한다.

2010년, 선거는 이미 낙태에 관한 논쟁으로 점철되었다. 두 번의 투표 사이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종교계의 압력 때문에 임신 중절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해에는 동성결혼 논쟁이 선거판을 지배하고 있다. 피게이레두 피호 교수는 “마리나 시우바 후보는 복음주의자들의 표 일부를 잡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지만, 종교 집단에 너무 의지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집단들이 그녀를 거부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천주교도와 비종교인들에게 두려움을 주지 않으면서 복음주의교회와 친하게 지내는 것, 이것이 모든 후보의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2002년부터 존재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후보가 대선에 네 번째로 진출했을 때, 그는 부통령 후보로 호세 데 알렌카를 선택했다. 백만장자인 이 부통령 후보는 재계 일부 뿐만 아니라 당시 복음주의 성향이 가장 강했던 자유당(PL) 일원 일부에게도 신임을 얻고 있었다. 그 이후 복음주의교회와 가까워지려는 노동당(PT)의 전략은 계속해서 강화됐는데, 복음주의자들을 정부 요직에 앉히기까지 했다. 일례로 세계교회의 주교이자 (마세두 주교의 조카이며) 상원의원인 마르셀루 크리벨라(Marcello Crivella)는 수산부장관에 임명되었다. 그런데 그는 시장이나 주지사가 되고 싶어 했지만 과반수 투표에서는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피게이레두 피호 교수는 복음주의교회에 대해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 건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전에 천주교 교회의 개입은 상당했지만, 덜 가시적이었다. 천주교 주교는 주지사와 직접 소통했던 반면, 복음주의자들은 국회의원을 직접 선출하고 있다.” 모든 언론은 지난 7월 31일 상파울로 세계교회의 거대한 솔로몬 성전 준공식에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정치기관의 요인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반면 로마 바티칸을 방문하는 일은 일상적인 일로 간주된다. 피호 교수는 “천주교 문화는 브라질 문화 속에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복음주의자들을 통해, 종교적 풍경이 더 빠르게 변할수록 사람들은 더 뼈아픈 미학적 변화를 목도하게 된다”고 결론 내린다.

종교적 환멸감에 무교인구 늘어

인구 중 일부가 종교계의 정치 참여를 거부하는 현상도―이 때문에, 시우바 후보가 복음주의자 지도자들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보인다면 선거에서 낙마할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비신자로 칭하지는 않으나 어떤 종교 단체에도 속해 있지 않은 ‘무교’ 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 무교 인구는 1970년대까지 1퍼센트에 불과했으나 1991년에는 4.7퍼센트, 2010년에는 8퍼센트로 증가했다. 페레이라 파소스(Pereira Passos)기관에서 실시한 리우데자네이루의 빈민가 관련 최근 조사에 따르면, 14세부터 24세의 청소년 중 3분의 1이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심지어 복음주의교회 내에서도, 특정 기관에 입회를 거부한 신자의 수가 2000년에서 2010년 사이에 0.3퍼센트에서 4.8퍼센트로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연구자들 사이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로메로 자코브 교수는 “이는 아마도 일부 복음주의자들이 지도자들의 급진적인 설교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신호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브라질 사회에는 보수주의가 여전히 강력히 남아 있지만, 여성과 동성애자 인권 보호를 옹호하는 시위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수십만 명의 브라질인이 ‘예수의 행진’ 같은 행사에 참여하지만 게이 퍼레이드 행사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게이 퍼레이드가 열리는 상파울로의 경우 삼백만 명이 행사에 참여한다. 심지어는 전통적인 교회에서 거부당하는 동성애자들을 ‘포용하는’ 복음주의교회도 등장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립대학 라틴아메리카 성인권센터(CLAM)의 연구자 마리아 루이자 에이우본(Maria Luiza Heilborn)은 “개신교건 천주교건 할 것 없이 종교 지도자들의 폭력성은 그럼에도 변해가고 개방되고 있는 브라질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모순적이게도, 브라질이 점점 더 복잡해지기 때문에 정교분리원칙의 의미에 관해 질문이 제기되고, 종교계의 정치 개입 개념이 공공토론에서 더 큰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글·라미아 우알랄루 Lamia Oualalou
중남미 전문 기자

번역·박나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
역서로 <제7대 죄악, 탐식: 죄의 근원이냐 미식의 문명화냐> 등이 있다.

 

(1) Regina Novaes, 'Au Brésil, les temples, les votes et les politicien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판, 2005년 4월호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