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의 위험한 도박

2015-03-04     마리우스 샤트너

이스라엘 선거는 우파의 헤게모니를 흔들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3월 3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상하원 합동연설자로 초청했다. 네타냐후는 우세를 유지하고 있는 선거를 2주 앞두고서 연설을 정치적 기회로 활용하려고 하지만, 중도층과 서민층의 불만 속에서 좌파-중도파 동맹도 강점을 드러내고 있다.

 

마리우스 샤트너|예루살렘 출신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가 마법에 도전해 보려는 걸까? 유동적이긴 하지만 2017년까지는 충분히 권력 유지가 가능할 만큼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그가 조기총선 실시라는 과감한 도박을 감행했다. 3월 17일의 투표 결과로 재선이 된다 하더라도, 국제사회에 보증인으로 내세울 수 있었던 중도파 장관들과 결별한 네타냐후는 극도의 국가주의파와 극도의 정교회파 사이의 연정정부를 이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네타냐후는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파 강경집단의 인질이 되는 셈이다. 그가 이끌게 될 이스라엘 정부는 국제사회에서는 어울리기를 꺼리고, 국내적으로는 여러 심각한 난제를 안게 된다. 실패한다면 그는 노동당-중도우파 연정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몇 달 전만 해도 불가능한 시나리오였지만, 지금 우파가 아직 넉넉한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제 3의 가능성도 있다. 결과가 제로섬 게임이 되어 결국 양 진영이 서로의 의견차를 해소하고 보수주의 성향의 단일 합동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네타냐후는 개인적으로 실패하더라도 이스라엘 정치권의 기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임기 말을 앞둔 네타냐후 총리의 행보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네타냐후는 분명 내부적 대립으로 약화된 연정이 해체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을 간파하고 여기에서 빠져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국내 지지율이 하락하고 자신에 대한 서방세계의 적대감이 커지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더 강력한 권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의 야론 에즈라히 정치학과교수는 말한다. 아직 네타냐후가 쥔 카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65세의 노련한 정치가이자 뛰어난 논객인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난관에서 재기하는 능력을 과시해 ‘마술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공포라는 무기

국내적으로는 우파의 인기에 기댈 수 있다. 특히 1967년 이후 동예루살렘과 웨스트뱅크(요단강 서안)를 이스라엘이 식민지로 삼아 손아귀에 틀어쥐고 있는 상태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젊은 세대에게 우파의 인기는 높다. 기습테러, 국경지역의 긴장고조, 네타냐후가 어떻게든 무산시키려고 했지만 노동당이 1993년 출범시켰던 오슬로 프로세스의 실패……. 이런 것들이 공포를 증폭시키고, 네타냐후는 이 공포를 무기로 활용한다.

국제무대에서는 미국 공화당의 지지를 과시하면 된다. 네타냐후는 공화당의 최대 돈줄 중 한 명인 보스턴 억만장자 셸던 아델슨의 무한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카지노 재벌인 아델슨은 네타냐후를 위해 무가지 “이스라엘 하욤”을 전폭 후원하고 있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하욤은 다른 일간지의 강력한 경쟁자이다.

미국 골수 우파와의 동맹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3월 3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자로 네타냐후를 초청했을 때, 그는 너무 빨리 초청을 수락해 이스라엘의 주도권 논란을 일으킬 정도였다. 네타냐후는 대(對)이란 제재 강화를 옹호하는 한편, 미국과 이란이 추진 중인 이란 핵개발 관련 양자협약을 이스라엘의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규탄하는 메시지를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미국의 국내정치에 눈에 띄게 관여하면서 이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등을 돌렸고 여러 민주당 의원들과도 멀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국제관계에 있어 미국의 지지가 절실한 이스라엘로서는 퍽이나 무모한 도박이다.

이스라엘 야당은, 투표를 2주 앞두고 미 의회 연단을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며 보다 중요한 국익을 도모할 기회를 포기한 우파 지도자 네타냐후를 비난할 명분이 충분하다. 반드시 좌파언론이라고 볼 수 없는 일간지 <예디옷 아하로놋> 같은 언론에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타냐후는 이란 문제에 집착하느라 분별력을 잃은 듯했다. 하지만 이는 더 이상 사실이 아니다. 그는 이제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3월 17일 선거에서 승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1)”라며 네타냐후를 비판했다.

그 ‘대가’가 설마 군비확장이 될까? 2015년 1월 18일 시리아의 헤즈볼라 수송단에 대한 공습에 이어 10일 후 헤즈볼라의 반격이 이어지자, 군비확장에 관한 추측이 퍼져 나왔다. 이스라엘 남부지방의 사령관 출신이자 신생 중도우파 정당인 쿨라누 당의 의원직 후보인 예비역 장성 요아브 갈란트는 “(공격의) 시점 선택은 선거와 관련이 있을 때가 있다”라는 말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2013년 1월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벌어진 하마스군 지도자 아흐메드 자바리의 ‘표적제거’성 가자지구 공격을 예로 들었다.(2)

긴장 고조는 단기적으로는 항상 우파에게 득이 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스라엘이 지난 여름에 치른 가자지구 전쟁 때보다 훨씬 참혹한, 또 다른 유혈사태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한다. 하지만 누가 그렇게 멀리 내다본단 말인가. 지금 당장 네타냐후의 걱정거리는 지난 2013년 선거에서의 참패 이후 잃은 운신의 폭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지난 12월 초 연정정부를 풍비박산 냈을 때도 여론조사는 네타냐후에게 호의적이었지만, 지금은 불확실해졌다. 그 사이에 시오니스트 진영에 합류한 노동당(중도좌파)과 하트누아당(중도우파) 간의 동맹으로 판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것이 최근의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번 선거운동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형태이다. 평화체제 프로세스가 5년 동안 완전히 막혀 버렸으니 이번 선거의 의미는 아주 컸다. 그런데 선거에 출마하는 어느 진영도 이와 관련된 핵심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그 무엇에 대해서도, 그러니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도, 점령된 지역의 미래도, 예루살렘도, 종교파와 정교분리파 사이의 내부적 갈등도, 이스라엘 사회의 다른 균열도 문제제기가 되고 있지 않다”고 전 노동당의원 다니엘 벤시몬은 말했다. 그는 “근본적인 토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이번 선거의 실시 자체가 이례적인 방식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리쿠드 당대표 네타냐후는 점점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 그는 2009년 자신이 (억지로) 수락했던 웨스트뱅크의 비무장 팔레스타인 국가수립 동의안에 대한 언급을 피한다.(3) 우선 팔레스타인에게는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나라’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시오니스트파를 ‘반시오니스트파’처럼 지칭했다. 이는 이스라엘에서는 정치적 상대를 내부의 적으로 낙인찍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4) 네타냐후는 언론과 엘리트를 낙인찍으면서도 마치 20년 동안 권력을 잡고 있는 우파는 그 엘리트의 일부가 아닌 것처럼 대한다.

한때 리쿠드 당의 동맹이자 라이벌 정당이었던 유대인가족당은 같은 메시지를 더욱 더 강경하게 표출한다. “우리는 더 이상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라는 유대인가족당의 슬로건이 모든 걸 말해준다. 이들은 더 이상 소위 (2014년 7-8월의) ‘프로텍티브 엣지’ 작전 중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2,140명(대부분 민간인)의 죽음에 대해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당의 중심인물인 아옐렛 샤케드 의원의 “전쟁의 법칙대로라면 민간인에 대한 관용은 불가능하다(5)”(우리 엘릿주르 기자의 발언을 인용)는 말처럼 이스라엘은 자기 방어에 충실했을 뿐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더 이상 웨스트뱅크 점령 시도와 식민지 고착화에 대해서도, 270만 팔레스타인인의 시민권 박탈에 대해서도, 이스라엘 사회 전역에 조금씩 물들고 있는 인종차별의 기류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국제사회’에 대해서는 더더욱 사과할 필요가 없다. 국제사회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은 정책비판을 가장한 반유대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땅은 이스라엘 민족의 것”이라고 신이 말씀하셨기에 이들은 용서를 구하지 않는다.

또 하나의 극우파 정당인 이스라엘 베이테누 당은 잇따른 부정부패 스캔들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이들은 이 와중에 유대인의 국가에 대한 충성을 증명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아랍인 소수민족(인구의 약 17%)을 다시 한 번 표적으로 삼았다.(6) 그러나 당대표 아비그도르 리버만(아래쪽 그림)은 그간 정치경력을 쌓아온 기반인 극우주의와 새로운—그러면서도 지극히 상대적인—실용주의 노선 사이에서 확실한 자리를 굳히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외교적 쓰나미’를 경계하며 미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에 우려를 드러낸다.

“우파의 과격화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과격해진다고 해서 강해지는 건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변화는 우파 지지자를 포함한 다수 대중의 우려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리쿠드당의원 출신인 류벤 리블린 대통령이 아랍계 소수민족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 그 증거다”라고 에즈라히 교수는 말한다. 에즈라히 교수는 리블린 대통령의 조치가 “자기민족중심주의의 비전에 따라 소수민족의 시민권을 부정하는” 극우파로부터 인구의 일부를 보호하는 것 뿐만 아니라 “1948년 독립헌장에 명시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을 수호하려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가면을 쓴 채 전진하는 연정

이 선거전 속에서 새로운 노동당 당대표 이츠하크 헤어조그가 이끄는 좌파-중도파 동맹은 확실한 이점을 지니고 있다. 바로 물가상승, 주택가격 폭등, 낮은 실업률(5.7%)에도 불구하고 점점 벌어지는 사회적 소득격차,(7) 성장률의 저하, 식민지 유지비용의 수직상승에 대한 중산층과 서민층의 불만족이다. 또한 불매운동 캠페인, 투자회수와 경제제재 등으로 인한 두려움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는 재계도 헤어조그가 기댈 수 있는 지지층이다.(8)

아랍인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3개 정당의 새로운 연합체(임기만료를 앞둔 현 의회에서 120석 중 11석, 기권표가 줄어들면 더 늘어날 수 있음)에 대해 아랍계 인구가 압도적인 표를 던져준다면 우파와 극우파 정부가 자리를 잡기에는 힘들 것이다. 이들 정당이 노동당과 중도파의 연정에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에게 던져진 표가 사실상 연정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파의 헤게모니는 끝나기 시작하는 건 아닐까? 극우주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제프 스턴헬은 확신하지 못한다. “물론 리쿠드당과 극우파가 이끄는 새로운 세대는 두렵다. 이들은 민주주의를 청산할 능력이 있고도 남는다. 하지만 중도파와 좌파 연정의 승리를 바라기에는 나는 현실적이다. 이 좌파는 확실히 좌파여야 하고 이 중도파는 우파가 아니어야 한다. 하지만 내게는 다음과 같이 보인다. 곧 이 연정이 가면을 쓴 채 어느 정도까지 전진할 수 있는가를 볼 때, 이들은 우파 쪽에서 구미가 당길 만한 제안만 해온다면 언제든지 우파와 함께 연합정부를 구성할 수도 있어 보인다.” 사실 내부 위기를 겪고 있는 6석의 좌파 소수정당 메레츠 당만이 중도파와의 타협을 거부했다.

시오니스트 진영의 입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기조에 맞게 사회경제적 현안에 집중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도 반민주적 변화는 비난한다. 물론 이들은 도발행위로 ‘국제사회’와 등을 진 네타냐후도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군대는 여전히 신성하고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한편, UN을 상대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하고 이스라엘을 전범으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려는 팔레스타인의 외교공세를 비난할 때는 시오니스트 진영도 네타냐후와 한 목소리를 낸다. 헤어조그는 팔레스타인 당국과 협상 재개를 약속한다면 어떻게 차후의 난관을 피할지 밝히지 않고 있다. 식민지화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하면서도 제재를 가하겠다는 말은 흘린다. 이것도 선거를 위한 계산일 뿐일까?

 

(1) ‘예디옷 아하로놋’ 대표기자 나훔 바르네아의 2015년 1월 22일자 기사.
(2) 2015년 1월 19일자 ‘시리아 공격 타이밍을 옹호하는 리브니와 헤어조그’
http://fr.timesofisrael.com.
(3) 2009년 바-일란 대학교에서의 연설 당시.
(4) 특히 2015년 1월 15일자 공영라디오에서 인용된 네타냐후의 페이스북에서.
(5) 2014년 7월 16일자의 기사 ‘Exposing militant leftist propaganda’.
(6) 이 퍼센티지에는 이스라엘 시민 또는 유권자로 분류되지 않는 동예루살렘 주민 약 30만 명이 제외되었다.
(7) 이스라엘의 소득격차 규모는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칠레,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8) 쥘리앙 살랭그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6월호 ‘이스라엘의 경고’ 참조.

글·마리우스 샤트너 Marius Schatter

번역·김혜경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