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전쟁터, 해양석유

2015-03-04     마이클 T. 클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국가 간 소규모 충돌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마니에르 드 부아> 최신호는 이 지역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이해하고자 모든 분쟁을 면밀히 조사하고, 분쟁의 역사적 근원을 파헤치고, 각 국가들의 입장을 분석했다.


마이클 T. 클레어 |미 햄프셔 칼리지 교수


2014년 5월, 영토 분쟁 중인 남중국해에 중국이 석유시추 플랫폼 HYSY-981을 설치하자 중국의 의도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었다. 서양 전문가들은 중국이 플랫폼 설치를 통해 자국이 남중국해를 강제적으로 통제하고 필리핀과 베트남을 포함한 남중국해를 탐내는 국가들을 견제할 수 있음을 증명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소재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국 전문가 에리카 다운은 “석유시추 시설 설치 강행은 최근 몇 년 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분쟁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감행한 일련의 조치들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다운은 스카보로초 섬 통제권 확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과 중국이 끊임없이 베트남 순찰함을 공격하는 일 등을 예로 든다.

또 한편으로는 주요 지역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당연한 권력 표현방식이라고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중국이 지금까지는 자국 영해를 보호할 힘이 부족했지만 이제는 그럴만한 충분한 힘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족주의적, 지정학적 이유로 HYSY-981 플랫폼을 설치하게 된 것이 사실이다 하더라도, 해양석유와 천연가스 확보에 이 플랫폼이 중국에 가져다주는 더욱 실질적인 이익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중국의 불거진 에너지원 독점야망

중국의 에너지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중국 당국은 아프리카나 중동 같이 불안한 에너지 공급 국가들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극히 우려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국의 영해라고 간주하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유전을 포함한 자국 에너지원에서 생산하는 에너지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에너지원을 독점하려는 이유인 것이다.

현재까지 중국해 해저 유전의 실제 규모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그곳의 해저석유 채굴은 제한적이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에너지관리청(EIA)은 동중국해에 6000만에서 1억 배럴의 석유와 280억에서 560억 입방미터의 가스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1). 중국 전문가들은 이보다 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고 예측한다. 일례로, 2012년 11월 중국해양석유유한공사(CNOOC)는 남중국해에 석유 15,000억 배럴, 가스 14조㎥가 매장되어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은 해저석유 시추 기술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해외기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CNOOC는 중국의 첫 반잠수형 플랫폼 HYSY-981의 개발에 60억 위안을 투자했다. 축구장 넓이의 상갑판과 40층 빌딩 높이의 시추탑 덕분에 플랫폼은 수심 3000m 바다에서 12km 깊이까지 시추 작업을 할 수 있다(2).

동중국해에서 중국은 중국의 외대륙붕이 동쪽으로 일본 본토 열도에서 멀지않은 오키나와 해구까지 연장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일본은 두 국가 사이 중선까지를 EEZ으로 주장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두 국가 모두 서로 이 중선을 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를 지켜왔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중선 서쪽 부근에서 시추를 하면서 일본이 EEZ를 주장하는 지역에 있는 유전에서까지 천연가스를 채굴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에너지 경쟁은 육지보다는 해양에서 채굴하는 석유나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1년과 2035년 사이 육지나 수심이 깊지 않은 연안에 위치한 기존 유전의 원유 생산량은 3분의1로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존 유전을 북극이나 해양 심해유전, 북미의 셰일 같은 다른 여러 유전으로 대체할 경우에만 감소한 생산량을 충당할 수 있다.(4) 미국이 수압파쇄공법으로 셰일가스를 채굴한다는 것은 이미 많이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양 에너지 개발을 위한 분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IHS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의 분석가들에 따르면 새로이 발견된 (400미터 깊이 이상의) 심해유전이 2005년과 2009년 사이 발견된 육지의 유전 전체(북미 제외)와 맞먹는다. 더 중요한 사실은 2010년 발견된 유전의 절반이 (1,500미터 깊이 이상의) 극심해 유전이라는 것이다.(5)

향후 발견되는 유전이 한 국가의 EEZ에 속하는 바다에 위치하게 될 경우가 있을 것이다. 이러할 경우에는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과 유사한 분쟁들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진 남대서양 산토스(Santos) 유역에서 다수의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유전지역에서는 어떠한 국가도 EEZ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추작업이 논쟁의 소지가 된다.

대부분의 분쟁은 카스피 해, 카리브 해, 지중해 같은 내해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내해에서는 불규칙적인 형태의 연안지대와 다수의 국가가 서로의 주권을 주장하는 수많은 섬들 때문에 해양국경을 결정하는 것은 극도로 까다롭다. 한편 1982년 채택된 유엔해양법협약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분쟁의 소지가 있는 조항들로 넘쳐난다. 한 국가가 자국 연안에서 12해리까지의 바다를 포함하는 EEZ를 주장하기 위해 어느 한 조항을 내세우면(일본의 동중국해 EEZ 주장의 경우), 다른 국가가 다른 한 조항을 내세워 자국의 외대륙붕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식이다(같은 지역에서 중국의 경우). 이같은 불화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이 국제해양법재판소를 설치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그 권한을 인정하기를 꺼려해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몇몇 국가들은 자국의 주요 이해가 걸린 곳의 통제를 유지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완고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육지 국경다툼에 이어 해양 전쟁으로 비화조짐

남대서양 말비나스 제도(영국명은 포클랜드 제도)를 두고 일어난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 영유권 분쟁에서 볼 수 있듯 군사력 동원의 위험성은 명백하다. 두 국가는 1982년 민족주의와 양국 정치지도자들(영국의 대처 수상과 아르헨티나의 혁명군사정권)의 강압이 작용해 말비나스 제도의 통제권 확보를 두고 짧지만 처참한 전쟁을 치렀다. 그 후 두 국가는 주권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로 평화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만 합의했다. 그러나 말비나스 제도 심해에서 유전과 가스전이 발견되자 양국 간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영국은 섬 주위 322km의 EEZ를 주장하면서 자국 기업들의 이 지역 유전 탐사를 허가했다. 한편 아르헨티나는 자국의 외대륙붕이 말비나스 제도까지 이어져 있다면서 영국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시추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영국에 대한 항의로 석유 시추작업을 하는 영국 선박이 아르헨티나 항구에 정박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추가 보복을 경고 했다. 이에 맞서 영국은 자국의 해군 및 공군 분견대를 강화했다.

동지중해의 분쟁은 더욱 위험한 상황이다. 이스라엘, 레바논, 시리아, 키프로스,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 가자의 팔레스타인 정부가 서로 이곳의 주요 유전과 가스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지질조사소(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동지중해 4분의 1에 해당하는 레반트 분지에는 3조 4천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다. 이는 이라크에서 이미 발견된 가스전들을 합친 규모에 버금간다(6).

현재는 이곳에서 체계적으로 채굴하는 국가는 이스라엘이 유일하다. 이스라엘은 2013년 3월 타마르 가스전에서 가스 생산을 시작했고 훨씬 더 넓은 레반트 분지 가스전에서도 채굴을 시작할 예정인데, 이 레반트 채굴 계획이 이 지역 일부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레바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한편 키프로스는 미국의 노블 에너지(Noble Energy), 프랑스의 토탈(Total), 이탈리아의 에니(Eni)에 자국 영해에 시추 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허가했고 몇 년 안에 가스를 생산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북키프로스를 지지하는 터키는 키프로스의 이러한 계획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자원이 풍부한 다른 해양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쟁이 일어났다. 카스피 해에서는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이 해양국경을 두고 맞서고 있고, 남아메리카 연안 북동 해역에서는 베네수엘라와 기아나가 서로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은 과도한 민족주의가 그칠 줄 모르는 끈질긴 에너지 자원 욕구와 맞물려 자원을 차지하려는 집착으로 이어진 결과이다.

강대국들은 이러한 분쟁을 특별 조치를 동원해 해결해야 하는 고질적 문제로 간주하는 대신 자국 우방국의 편을 드는 경향이 있다. 일례로, 센카쿠/댜오위다오 분쟁에서 미국 오바마 정부는 중립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일본을 지지하고 중국의 공격이 있을 경우 일본을 원조할 것이라고 수차례 단언했다. 중국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입장을 결코 허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로써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이 분쟁이나 비슷한 성격의 다른 분쟁에 개입한 적대국들을 설득해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합의로 해결책을 찾는 일이 더욱 어렵게 되고 있다.

위와 같은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연안국들의 원해 EEZ 권리에 대해 보다 자세하고 명확하게 규정하는 일, 유엔해양법협약 조항의 모호함을 제거하는 일, 평화적 협상을 통해 분쟁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중립적 재판소를 설치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이 시급한 것이다.

이러한 조치들이 마련되는 동안 분쟁 관련 국가들은 태국과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와 상투메 프린시페(기니만 영유권 분쟁)처럼 공동으로 석유개발을 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이 부재하는 한 해양 에너지자원 문제로 일어난 분쟁은 지난 세기동안 육지에서 국경 문제로 일어난 분쟁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21세기에 대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글·마이클 T. 클레어
국제 에너지 자원 전문가.
미국 햄프셔 칼리지 교수로(Metropolitan Books, New York, 2012)의 저자.

번역·김수영 ksy_french@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중국>, 에너지관리청(EIA), 2014. 02. 04, www.eia.gov.
(2) 'China begins deep-water drilling in south China Sea', 신화, 2012. 05. 09.
(3) Ronald O'Rouke의 ‘Maritine territorial disputes and exclusive economic zone(EEZ) disputes involving China : Issues for Congress'(워싱턴 DC, 2014년 12월 24일) 참조.
(4) 국제에너지기구, ‘World energy outlook 2012'(파리, 2012).
(5) Philip H. Stark, Bob Frylund, Steve DeVito, Alex Chakhmakhchev, 'Independents setting sights on international opportunities in deep water, shale and EOR',, Derby(Kensas), 2011, 04.
(6) , 'Natural gas potential assessed in Eastern Medirerranean', USGS newsroom, 위싱턴 DC, 2010. 0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