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으로 나라 마비시킨 우크라이나 정권

2009-06-03     마틸드 고아네크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특파원

경제위기로 신음하는 노동현장을 가다-르포

우크라이나 경제는 수출의 40%(연간 130억 유로)를 차지하는 철강의 가격 하락에 발목이 잡혀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경제 상황은 주변 동유럽 국가들보다 심각한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123억 유로 긴급 대출 지원을 처음으로 받게 된 나라가 우크라이나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2008년 11월 대출자금 35억 유로가 1차로 지급됐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는 파산 위기에 있는 10여 개 은행을 구제해주고 달러 대비 그리브나 화폐가치 하락세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의 측근인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자신과 가까운 기관부터 챙긴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분노한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는 총재의 사임을 요구했다. 총리에게는 IMF 또한 비판의 대상이다.  IMF가 24억 유로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정부에  IMF의 통상적인 기준에 따른 위기 구제법안 프로그램을 채택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행정부의 두 수장은 몇 달째 공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배신’ ‘무능’ ‘부패’ 등의 단어가 오고 가며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민주화의 두 영웅으로 추앙받던 두 사람은 2004년만 해도 오렌지혁명 동지였으나 이제는 철천지원수가 되었고, 두 사람의 싸움은 온 나라를 마비시키고 있다. 심지어 3월 초, 빅토르 핀제니크 재무장관은 “무책임한 권력”이라고 비난하며 “정쟁의 볼모로 잡히지 않고서는 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두 손을 들 정도였다. 의회에서 연립정부 체제는 산산조각이 난 상태다. 티모셴코 총리의 ‘티모셴코 블록’ 소속 의원들은 야당과 손을 잡고 유셴코 대통령의 앞길을 자주 가로막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지역당 당수가 이끄는 어제의 ‘적’은 이제 ‘사귈 만한 사이’가 됐으며, 투표 상황에 따라서는 잠정적 ‘동지’도 될 수 있게 됐다.

이런 총체적 마비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정치 지도자들은 익히 알려진 악곡의 연주를 다시 한번 시도하고 있다. 선거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2009년 4월 1일, 우크라이나 의원들은 예정보다 3개월 앞당겨 10월 25일에 차기 대선을 실시하는 안에 대거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유셴코 대통령이 조건으로 내건 것은 동시에 총선을 실시하는 것이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에서 총선을 치른 지 가까스로 2년이 지난 상태다.



우크라이나 국가 정보
수도: 키예프(260만 명 거주)
인구: 4640만 명(우크라이나계 73%, 러시아계 22%, 벨라루스·몰도바·크림·타타르족 등 기타 5%)
평균수명: 68살
국내총생산 성장률: 2000~2007년 연평균 7%, 2008년 2.1%, 2009년 -9% 예상(세계은행 기준)
실업률: 2008년 2.4%, 2009년 3.2%(하지만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상당수는 취업인구로 정식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며, 따라서 실업을 당해도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음. 금속·석탄 채굴산업 및 자동차산업, 금융부문에서 대량 해고 발생)
평균임금: 154유로(2009년 1·2월 기준, 2008년 대비 13% 하락)
1998∼2008년 우크라이나 은행 대출금 규모는 총 4천억 유로이며, 현지 통화와 외환 사이의 불균형이 심화됨에 따라 이 가운데 58%가 달러로 체결
인간개발지수: 2008년(82위) 기준 0.786으로, 2006년(76위)보다 하락

글 마틸드 고아네크 Mathilde Goanec
번역/ 배영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