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평화의 봄이 찾아올 수 있을까?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장 극렬한 분쟁지역 여덟 곳 가운데 일곱 곳이 아프리카에 위치해 있고, 그곳에 유엔평화유지군의 거의 전 병력이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이 아프리카인들을 보호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미 오래 전에 판명되어 그 역할을 미국과 프랑스가 맡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아프리카 국가들의 병력으로 구성될 긴급기동부대가 올해 창설될 예정이다.
“모두 아프리카 대륙을 세계의 전략적 미래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인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난 12월 중순,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개최된 국제 아프리카 평화안보 포럼을 주최한 범아프리카 전략연구소의 세이크 티티안 가디오 소장은 이렇게 말하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평화안보 포럼은 아프리카에서는 처음 열린 비공식 회의로,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회의처럼 400여 명의 군 장성, 정치지도자, 학자, 기자들이 모여 아프리카의 평화와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 앞으로는 연례적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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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자이며 외교관인 미셸 푸셰는 서구식민지에서 벗어나 50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인 들이 전략적인 사고를 표명할 적절한 장(場)이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말한다. 이점에서,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의 사관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장교가 지적한 것처럼, 12월에 열린 평화안보 포럼은 실제로 아프리카인들이 아프리카에 대한 ‘지정학적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 장교는 안보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서양에서 홍해까지 이슬람 무장세력 영향
특히 사하라 사막 남쪽에 위치한 사헬지역의 국가들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할 역량이 부족하다. 이는 자명한 일이다. 현재 이 지역은 원래 근거지인 알제리에서 쫓겨난 지하드 운동원들이 침투해서 소말리아의 이슬람 무장세력인 쉐밥(Shebab)이나 시리아와 이라크의 이슬람국가조직(IS)처럼 무장세력이 됐다. 한 아프리카 외교관은 “이슬람 무장세력은 대서양에서 홍해까지 한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여러 작전지역이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에 근거를 둔 보코하람은 카메룬, 니제르, 중앙아프리카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고,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부장관이 지적한 것처럼 이슬람국가조직과 지금까지 알카에다라고 주장하는 조직들 사이를 연결하는 거점이 사헬지역에 나타나고 있다.
대부분의 이슬람 무장단체는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외곽이나 국경지역 같은 버려진 지역에 침투해서 지역현안에 개입하고 있다. 말리 북부의 투아레그 분리투쟁이나 리비아 내전이 좋은 예이다. 이들은 혈연이나 부족과의 관계 덕분에 지역에 쉽게 뿌리를 내리고 주민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정보망을 구축한다. 그리고 자금 확보를 위해 지역경제에 개입해 병력수송, 통행세 부과, 무기, 마약, 담배, 인질 밀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새로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전투원들에게 주는 봉급을 무기로 넘쳐나는 가난한 청년들을 유혹하고 있다.
2000년에서 2009년까지 세네갈의 압둘라예 와대 정부에서 외무부장관을 지냈던 가디오 범아프리카전략연구소 소장은 무슬림 무장단체들은 맹목적인 폭력과 대량학살 사업가처럼 행동하고 때로는 범죄 사업가처럼 행동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자금력과 군사력은 종종 정부의 방위력에 앞서고 서로 다른 조직끼리 지원을 아끼지 않는 반면, 아프리카 정부들 사이의 협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프리카연합의 고위관리를 지냈던 한 인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무장단체에 대한 대응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사회인류학적 차원에서 정치적․종교적 급진화 문제에 접근하면서 안보 패러다임을 재검토하는 아프리카의 분석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무슬림 무장단체를 단순히 테러리스트만으로 취급하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보코하람은 마을 전체를 장악하고 주민들의 정신과 마음을 사로잡는 이데올로기를 개발해 사회화의 틀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베냉의 한 지식인은 말한다. 세네갈에 소재한 아프리카미래연구소의 알리우네 살 소장은 주민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그들의 기업과 그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가 모든 걸 도맡아서 할 수 없으며 시민사회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그러면 지역의 긴장을 예방하는 데도 더 효율적이다. 현재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미래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프랑스인의 평균 연령이 41세인데 반해 아프리카 인구의 평균 연령은 19세밖에 되지 않는다.
‘시한폭탄’ 같은 젊은이들의 삶에 급진파 파고들어
서구식민시대보다 더 길고 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고유한 역사는 사회화의 경험, 정치조직의 구성, 사회공학 기법을 얻을 수 있는 훌륭한 원천이 될 수 있다.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장관을 지냈던 한 인사는 “여러 문화 사이의 대화의 필요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아프리카에서 대화문화가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하며 천여 개의 방언이 존재하는 아프리카에서 스와힐리어처럼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현지어가 정부와 국민을 가깝게 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의 가치와 거리가 먼 서구 모델이 아프리카에서 재생산되고 있는 걸 안타까워하는 한 단체 간부는 “사회와 문화에 다시 투자해야 하고 특히 교육시스템, 언어 습득과 사용방식을 우선적으로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아프리카가 팔레스타인이라는 장애물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을 고백했다. 극단주의자들이 ‘모욕당한 이슬람 공동체’라는 깃발을 휘두르며 이데올로기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매우 위험한 이중의 교육체계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편에는 엘리트를 생산해내지만 아프리카 문화를 말살하는 ‘고엽제’(부르키나파소의 역사학자 조셉 키제르보가 사용한 용어) 역할을 하는 유럽식 교육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체계가 잡혀있지 않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가난한 동네와 시골의) 코란 학교가 공존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이중의 교육시스템은 분노하고 소외되고 절망하여 지하드 선전원들의 표적이 되는 젊은이들을 만들어낼 소지가 있다고 가스통 베르제 드 셍 루이 대학교(세네갈)의 종교급진화연구소의 한 교수는 말한다. 이 교수는 몇몇 걸프국가들이 지원하고 있는 ‘정복전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전략은 사헬지방에 존재하는 교파 사이의 갈등을 이용해서 와하비즘과 살라피즘 사상을 퍼트리는 것이다. 지하드 운동원들은 정부를 서구기독교도들의 비열한 대리인이라고 비난하며 외국 군대의 개입을 반대한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이슬람교와 아프리카 무속신앙과 기독교가 부딪히는 사헬지방을 때로는 이데올로기 투쟁의 장, 때로는 작전지역, 혹은 후퇴를 위한 전략지역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
더 이상 아프리카만의 문제라고 방치해선 안 돼
‘아프리카 문제는 아프리카인의 손으로’라는 개념은 지금으로서는 구호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아프리카연합에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연합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건 부인하지 못할 일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리비아 내전에 외부의 군사개입을 막지 못한 것이다. 카다피 정권이 전복된 후, 프랑스, 영국, 미국은 안일하게 연합작전을 펼쳤고 그로 인해 전 사헬지역에 무기와 전투원들이 퍼지는 계기가 됐다. 결과적으로는 말리의 정세가 불안해졌고 리비아 내전 역시 확산됐다. 아프리카연합은 유엔의 지원을 받아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가 주도한 프랑스, 영국, 미국의 연합작전에 반대했지만 막는 데는 실패했다. 서방의 다국적 군대에 대한 아프리카인들의 분노와 경계는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다. 특히 아프리카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알제리는 더욱 그렇다.
2012년 지하드가 말리 북부를 점령하려고 했을 때도 준비부족, 아프리카 평화유지군의 부재, 국가들 사이의 의견차이 등 동일한 문제가 반복됐다. “말리 지원을 위한 아프리카 다국적군(AFISMA)을 구성하기 위해 군사령관들은 셀 수 없이 많이 회의를 했다. 그런데 2013년 프랑스 군대가 긴급 투입되자마자 한낱 기병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카메룬의 한 학자가 분노를 터뜨렸다.
프랑스는 사헬지역에서 ‘세르발(Serval)' 작전과 '바르칸(Barkhane)' 작전을 주도해야 했지만 'G5' 국가들(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모리타니) 사이의 협력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로 G5 국가들은 정보공유를 늘리고, 공동군사 작전을 계획하고, 정찰 임무와 다국적군 창설 등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의 맹주인 알제리도 이에 동참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G5는 지난 12월 18일 모리타니의 수도 누악쇼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알제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아프리카연합의 동의 없이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또 다른 걱정거리는 보코하람의 부상이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보코하람 세력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아프리카연합은 이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의 평화정착 노력 역시 성공적인 건 아니다. 이드리스 데비 차드 대통령은 지역주도권을 잡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수도 방기에 군대를 파병했지만 2013년 철수했고, 차드 병력을 대체한 남아공도 철수를 결정했다. 오늘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은 무슬림과 기독교 사이의 갈등이 다시 한번 내전으로 확산될 위기에 있다. 2013년 말, 프랑스는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 긴급하게 병력을 파병했고 뒤이어 유엔도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유엔총장 자문위원인 아다마 디엥은 “내전 주동자들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위기의 주요 원인”이고 “테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마약밀매와 해적행위가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범아프리카전략연구소의 정기간행물인 <범아프리카 전략>은 '아프리카의 문제는 아프리카인의 손으로’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적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이 이 개념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책임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량부족 말고라도 “아프리카의 54개국이 동일한 비전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라고 잡지는 강조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연합은 ‘분쟁을 방지하고 관리하고 해결할 조직’을 갖춘 야심찬 평화정착 계획안을 마련했다. 먼저, 2004년에 정치적 조율기구인 평화안보위원회가 설치됐고 아프리카의 주요 5개 지역에 평화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아프리카예비군(ASF, African Standby Force) 창설을 준비하는 참모위원회가 구성됐다. 여기에 더해 상시평가와 전망분석을 담당하는 조기경보시스템과 적극적인 예방활동을 하게 될 자문위원회도 설치됐다. 이 모든 계획을 출발시키기 위한 ‘방위․안전․안보를 위한 특별기술위원회’도 만들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구체화되는 것이 없자, 2010년 12월 기니 과도정부에서 대통령을 했던 세쿠바 코나테 장군이 직접 아프리카예비군 창설 작업을 담당해야 했다.
요원하기만 한 아프리카예비군 창설
하지만 아프리카예비군 창설은 요원해 보인다. 2006년, 2009년, 2011년 세 번이나 로드맵이 마련됐지만 아프리카예비군의 최종 형태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의 스마일 체루기 평화안보 위원은 2015년 말까지 예비군 창설이 완료되어 임무수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2014년 6월 28일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시오날 인터뷰), 현재 예비군의 5개 부대 중 어느 한 곳도 구성되지 않은 상태이고, 카메룬의 두알라에 위치하게 될 병참기지도 아직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자금조달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오루세군 오바산조 니제르 전 대통령이 제안한 혁신적인 자금조달 계획안은 3년 째 책상서랍에서 자고 있다.
평화계획안이 이렇게 지지부진 한 것은 자금문제, 능력 부재, 지역별 격차 때문이다. 게다가 아프리카연합에서 가장 큰 예산을 분담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는 나이지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는 걸 꺼리고 있다. 다카르에 있는 안보학연구소의 연구원인 아망딘 냥게농은 “지역조직이 주도할 것인지, 아니면 아프리카연합이 주도할 것인지는 오랜 숙고 끝에 나온 명확한 전략이 아니라 국가들 사이 힘의 역학 관계의 표현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아프리카연합과 지역 경제공동체, 지역 기구들 사이의 협력은 상호 경쟁 때문에 불가능해지고 있다. 냥게농 연구원은 국가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꺼리는 이유는 “정치인들에게 갈등 방지 활동은 눈에 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적으로 무엇을 방지했는지 평가할 사람이 없다면 예방활동의 효과를 선전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예비군의 창설이 늦어지자, 과도기적으로 2013년에 아프리카 12개국이 참여한 ‘긴급기동부대’가 신설됐다. 참가국이 각자 예산을 책임져야 하고, 최소 30일 동안 병력을 유지해야 하며, 운송, 병참, 정보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5천 명의 예비군에서 신속하게 병력을 구성해 열흘 안에 작전에 참여할 수 있는 임시부대를 갖추자는 것이 목적이다. 긴급기동부대는 유럽연합의 작전처럼 한 국가의 단독발의나 몇몇 회원국의 공동발의로 작전수행에 들어간다. 하지만 부대의 작전의 시작과 전략은 아프리카연합 지도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칙적으로 올해 초 임무가 시작될 것이고, 작년 6월 적도기니의 말라보에서 개최된 아프리카연합 정상회담에서 강조된 것처럼 차후에는 아프리카예비군에 편입될 것이다. 우간다 최고 군사령관인 카툼바 와말라 장군에 따르면 올해 우간다와 긴급기동부대는 공동으로 수단 남부에서 첫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아프리카예비군 창설 준비작업에 참여했던 부룬디의 시릴 은다이루키에 장군은 모든 국가와 기관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지체됐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는 부룬디 속담으로 상황을 요약했다. “물통 끈이 짧은 것을 두고 우물이 깊다고 탓하지 마라.” 범아프리카전략연구소의 가디오 소장 역시 평화안보위원회가 일종의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면 아프리카는 유럽연합이나 프랑스의 지원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여러 국제기관이 근본적인 부분에서 의견을 같이 하면 좀 더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안보연구소(ISS)의 솔로몬 아옐레 데르소는 안보책임과 관련해 아프리카인들은 역사적으로 외세의 개입을 경계하고, 2011년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던 국가들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아프리카연합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연합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평화유지군 개입 권한의 범위와 규칙에 대해 인식을 달리 하고 있다. 아프리카연합은 유엔만큼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지 않지만 평화유지 뿐 아니라 평화정착 임무, 나아가 (소말리아 아프리카평화유지군처럼)대테러 활동에 더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다. 반면 유엔은 교전당사자들이 평화협상을 시작해야 개입을 시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공격은 정당한 방어작전의 경우로 제한되어 있고, 2011년 코트디부아르와 2014년 콩고민주공화국에 헬리콥터를 지원한 것처럼 전술적인 지원만 가능하다.
실제로 평화정착은 특사, 대리인, 조정자, ‘접촉그룹’은 물론이고 비밀스럽게 활동하는 고문위원과 조력자, 중개자 등 수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복잡한 작업이다. 그리고 위기 대응은 공동작전(다르푸르 내전의 경우), 유엔의 아프리카평화유지군 활동 지원(소말리아), 여러 비공식적 작전(말리 ‘세르발’ 작전, 중앙아프리카 ‘상가리스’ 작전) 등 다양한 형태와 명칭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유엔, 아프리카연합, 유럽연합(혹은 개별 회원국)은 효과적으로 군대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협력방식을 개발했다. 그런데 국제위기감시기구의 대표인 장 마리 게에노는 이러한 협력관계는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적으로 공정한 군사개입이 가능한가? 갈등이 지역적으로 고착화될 위험은 없는가? 유럽군대가 먼저 개입을 한 후, 지역적으로 불균형한 상황에서 아프리카 군에 작전 권한을 제대로 이전할 수 있는가? 여러 지휘체계 사이의 효율적인 조율은 가능한가?” 등의 다양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유엔은 아프리카 평화 정착에 애쓰지만……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갈등이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유엔에서 서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모하메드 이븐 샴바스 국장은 조기경보시스템이 언제나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그는 말리 내전과 최근 부르키나파소에서 일어난 쿠데타의 예를 들며 “이 경우, 유엔은 군사쿠데타를 절대 용인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신속하게 대응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선거를 감시한다”고 유엔의 임무를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한 유엔 외교관은 나이지리아에서 2월 14일과 15일에 치러지게 될 총선을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토고, 기니, 기니비사우, 에티오피아, 중앙아프리카, 부룬디, 베냉에서도 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사헬지역의 국가들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한지 50년이 넘었지만 프랑스는 이 지역 안보와 관련해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지역 국가들의 승인 하에 개입하는 프랑스군의 활동범위가 지금처럼 확대된 적도 없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제 더 이상 단독작전 수행은 없을 것이고,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철수할 수 있는 연합작전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프랑스는 사헬지역에서는 ‘G5' 국가와 협력하고 있고, 보코하람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차드호(湖) 보호위원회와, 기니만(灣)에서 일어나는 해적행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야운데(카메룬)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조정기구들과 협력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협력은 아프리카연합과의 협의 하에 이루어진다. 현재 아프리카에 있는 프랑스 군기지들은 언제 창설될지 기약이 없는 아프리카예비군을 지원하는 임무로 변모 중에 있다.
프랑스는 ‘바르칸’ 작전의 일환으로 여전히 말리에 예방부대를 배치하고 있고, 리비아 남부를 감시하기 위해 니제르 북부에 새로운 기지를 건설 중이다. 또한 전형적인 미국적 방식으로 제거해야 할 인물명단을 새롭게 짜고 있다. 하지만 지역의 반복적인 개입 요청이 있더라도 “전 세계의 지탄을 받았던 리비아 내전 개입 같은 일은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프랑스 국방부의 고위 관계자는 말한다. 최근 점점 커져가고 있는 경고의 목소리에 대해 르드리앙 프랑스 국방부장관도 “정치적으로 출구전략이 없는 상태에서 지역갈등에 개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필립 레이마리 Philippe Leymarie
<국제라디오프랑스> 기자. 현재 블로그 ‘사이버 국방부’(blog.mondediplo.net)를 운영 중이다.
번역‧임명주 mydogtulip156@daum.net
한국외국어대통번역대학원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