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힌다

2015-03-04     조셉 추나라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힌다

조셉 추나라|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 중앙위원

1.경제위기와 이윤율의 상관관계

마르크스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세 가지 요점으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자본주의가 이윤을 궁극적인 동력으로 삼아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윤경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재투자의 감소로 이어지고, 극단적인 경우엔 시장에서의 퇴출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생존을 위해 이윤극대화의 압력을 받는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에서는 더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묻지마 투자와 자본 그 자체의 ‘축적을 위한 축적’이 늘 비판의 도마에 오른다.

두 번째는 모든 이윤의 원천은 잉여가치라는 점이다. 잉여가치란 노동자가 생산하는 가치의 총합과 임금으로 지급받는 가치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든 이윤은 노동자에 대한 착취에서 비롯된다. 마지막은 자본가들이 살아있는 노동에만 투자하지 않고 죽은 노동, 즉 기계와 설비에도 투자한다는 것이다. 죽은 노동에 대한 투자는 이윤도 손실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죽은 노동에 대한 경쟁적 투자는 오히려 이윤율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자본가들의 총투자 대비 이윤율은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오늘날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이윤율이 꾸준히 하락하기보다는 상승과 하락이 가능한 형태라고 본다. 이는 두 가지 상쇄경향으로 이어진다. 하나는 자본가들이 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늘리는 것으로, 임금삭감 또는 노동시간 연장의 형태로 나타난다. 노동착취의 강화는 단기적으로 이윤율을 증가시키지만, 지급임금의 하한과 노동시간의 제한이 존재하므로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리고 노동자를 최대한으로 쥐어짜더라도 자본가들의 ‘죽은 노동’(기계설비 등)에 대한 투자경쟁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윤율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상쇄요인은 자본이 더 많이 투자될수록 하락하는 상품의 가치다. 설비투자 덕분에 상품의 가치가 하락하면 생산설비도 상품이기에 더 낮은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인데, 시간이 흘러 같은 기계에 투자하는 자본가들에게는 가격 하락으로 인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투자를 실행한 경우는 이윤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 또한 시간이 지나 고가의 최신 장비들이 만들어지면 만족시켜야 할 기술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장비의 가격이 떨어져도 구입할 만한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새로운 ‘죽은 노동’에 대한 경쟁적 투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산 노동’에 대한 투자를 초과하는 것이다.

‘죽은 노동’ 투자경쟁이 ‘산 노동’ 압박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투자의 가치를 현재가치로 추산한다. 다시 말해, 과거에 투자한 자본을 오늘날의 가치로 측정한다는 것이다. 일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투자한 금액을 현재가치가 아닌 역사적 비용으로 계산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내일의 벽돌로 오늘의 집을 지을 수 없다”는 비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역사적 비용으로 계산한 이윤율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윤율 하락 시 고정자본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여 상품으로서의 생산기계에 대한 소비가 감소한다. 이 때문에 이윤율 하락은 더 심각해지는데, 이는 1950년대 이후 서방세계의 이윤율 하락으로 자본축적의 속도가 느려진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이윤을 축적했고 그것이 이제 이윤율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뿐 아니라 세계적 수준의 이윤율도 감소세가 나타난다. 이윤율 저하가 직접적으로 경제적 위기를 촉발시킨다기보다는 이윤율 하락 자체를 궁극적 결과로 보아야 하는 이유다.

2. 금융과 경제 전반과의 관계

금융경제와 실물경제는 분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경제의 위기는 실물경제에도 타격을 입힌다. 그러나 돈을 빌려주는 행위와 이자는 자본주의가 발전하기 전부터 존재해 왔기 때문에 금융을 자본주의의 고유한 속성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가 되는 건 금융부분의 팽창으로 인해 자본주의의 동역학이 달라졌는가 하는 것이다. 금융수탈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금융기관들이 노동자에게 높은 수준의 수수료나 금리를 요구함으로써 노동자들의 재산을 빼앗아간다고 주장한다. 금리인상 이외의 사례로는 담합이 있는데, 담합도 금융회사들이 노동자들로부터 돈을 가져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이루어진다. 금리인상이나 담합 모두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임금이 올라간다 하더라도 임금의 증가폭이 금리인상 또는 담합 이후의 가격의 인상폭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전체적 결과는 노동자에 대한 착취율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금융과 담합이 자본주의 동역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 착취의 핵심적 형태는 노동을 통해 발생한 잉여가치가 한 계급에서 다른 계급으로 이전되는 형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이나 담합 같은 2차적 형태의 착취는 다른 부분의 자본가들을 거쳐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점에서 노동에 대한 직접적 착취와 차이를 갖는다.

어느 한 시점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자본은 이자 낳는 자본으로 자본축적에 기여하는데, 자본축적을 위해 유휴자본을 빌리는 일이 생기면서 부채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자본거래는 부채의 연쇄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고, 빚을 갚으려면 이윤이 필요하므로 자본수익을 위한 투자는 끊이지 않는다. 바로 이점 때문에 마르크스는 신용이 자본으로 하여금 자본의 한계를 넘도록 해주는 동시에 온갖 사기의 가능성과 잠재적 부도 위기를 안겨주었다고 지적한다. 빚과 부채의 사슬이 끊어진다는 것은 곧 줄도산을 의미한다. 이런 위기와 관련해 이자 낳는 자본 외에도 가공자본의 존재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 주식의 배당금을 받는다든지, 향후 이익에 대해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가리키는 가공자본은 그 자체의 논리에 따라 경제의 여러 측면으로 침투해왔다. 투기를 통해 발생한 이익은 새로 창출된 이윤이 아닌 재분배된 이윤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가공자본 시장의 규모가 역사적으로 엄청난 팽창을 이루었지만, 생산부분에서 충분한 이윤이 나지 않으면 필연적으로 붕괴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급성장은 부분적으로 실물경제의 이윤율이 낮았기 때문인데, 자본가들에게 충분한 이윤을 낼 수 없던 실물경제보다 금융시장으로의 투자가 훨씬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리고 신용의 급팽창은 한 동안 자본주의 성장을 견인하는 듯이 보였으나, 금융의 성장이 저 이자에 기반을 둔 것임을 이해한다면 경기부양은 금융투자로 인한 수치상의 성과에 불과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3. 과소소비론

과소소비론의 주요 논지는 수요부족이 경제위기의 핵심 요인이라는 것이다. 과소소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히 노동자들이 충분히 저축하지도, 소비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경제위기가 야기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주장은 지난 35년 동안 실질임금이 급락하는 경험과 일치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과소소비론은 실증적 데이터와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

실증적 데이터들은 1980년대에 비해 임금의 상승 속도가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질임금의 삭감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경우 이른바 사회적 임금이라 할 수 있는 복지지출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이 정체하긴 했지만 감소하지는 않았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소비수준 역시 경제위기 직전까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위기 전까지 미국의 가계소비를 보여주는 그래프에서도 수요부족이 경제위기의 원인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찾아볼 수 없다.

과소소비론의 논리적 모순은 노동자들의 임금이 줄고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의 이윤 역시 하락한다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이는 노동자들의 줄어든 소비 즉, 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른 집단들의 수요로 상쇄되지 않는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가정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이 생산과정에서 기계와 원자재에 투자하는 것 역시 수요의 중요한 부분이며 이는 노동자들의 소비 감소를 대체할 수 있다. 즉 자본가들의 투자가 활발하다면 임금이 하락해도 이윤율은 상승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소비가 늘지 않아도 얼마든지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자본주의가 기계를 생산하기 위한 기계를 계속해서 생산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산설비의 투자는 이윤이 충분히 보장될 경우에만 일어나고 투자율은 이윤율을 긴밀히 따라가게 된다.

4.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필요

앞의 서로 다른 설명들이 중요한 이유는, 경제 위기의 원인을 달리 진단하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도 달리 도출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의 원인을 온전히 금융 때문이라고 본다면 금융을 길들여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것이다. 어쩌면 생산적 자본가들과 손을 잡고, 기생적 자본가들을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노동자와 자본가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한 갈등을 간과하고 있다. 만약 과소소비를 위기의 원인으로 진단한다면 해답은 소비증가가 된다. 그렇다면 유효수요를 늘리기 위한 국가주도의 케인즈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그러나 케인즈주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요구하는 정책과 다르다. 마르크스주의자는 국가의 공공복지 지출이 늘어나고 노동자들이 더 많이 소비하길 원하지만, 자본주의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그런 정책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고 노동자들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개혁과 아래로부터의 개혁의 차이는 여기서 발생한다.

경제위기가 자본주의에 내재한 이윤율 저하 때문이라고 보는 진단 역시 완전히 다른 결론을 내놓는다. 만약 이윤율을 궁극적 문제로 바라본다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경제위기가 된다. 경제위기는 수익성이 낮은 자본이 청산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이로써 살아남은 자본가들은 부도난 기업들의 자산을 실질가격보다 싼 가격에 구입하는데, 이 결과 결국 위기 이전까지 누적됐던 거대 규모의 금융 채권들이 부도로 이어진다. 경제위기가 가져오는 또 다른 효과는 임금을 하락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불러오는 일련의 창조적 파괴는 한계를 지닌다. 자본주의의 장기호황이 끝나면서 도래한 1970년대의 불황은 1930년대 불황 때와 달리 낭비적 자산을 대거 청산하지 못했다. 자본주의의 개별 단위기업이 역사상 유래 없이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국가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비대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이런 까닭에 이제는 경제위기가 발생해도 경제호황을 불러올 수 있을 만큼의 창조적 파괴는 일어나지 않는다. 지배계급은 자본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 만큼만의 자본을 청산한다. 결국 경제위기의 또 다른 부작용인 임금하락과 체제 전체가 신용팽창에 의존하는 현상만 남게 된다.

대규모의 자본파괴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계속 병든 상태로 나아가게 된다. 투기로 인한 일시적 호황이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날 수 있으므로 영속적인 불황을 겪지도, 체제붕괴로 이어지지도 않는 상태다. 병든 자본주의 아래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이 자명하게 도출된다. 첫째, 앞으로는 과거 일반적이었던 장기적 호황이 절대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둘째, 계속 누적되는 부채와 금융시스템은 앞으로도 체제에 대한 부담요소로 작용한다. 셋째, 노동계급에 위기의 책임과 대가를 전가하려는 압박이 계속되리라는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경제 호황에서 불황으로 혹은 불황에서 호황으로의 전환 국면이 노동계급의 투쟁을 촉발하는 결정적인 시기라는 점이다. 볼셰비키 혁명가이자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레온 트로츠키는 호황이든 불황이든 그 자체로는 노동계급의 투쟁을 촉발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의 급격한 경기 전환점들은 정치적 폭발력을 지니게 될 것이다. 정치적 폭발은 투쟁의 가능성을 제기한다. 따라서 투쟁 가능성에 대비하고 이 기회를 노동자계급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강연·조셉 추나라 Joseph Choonara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의 중앙위원을 맡으며, 영국 사회주의 이론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에서 일하고 있다. 아나키즘이나 스탈린주의 같은 다른 경향의 좌파에도 관심을 가졌으나, 18세 때 영국 사회주의노동당에 가입하여 혁명적 사회주의자이자 직업 혁명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르크스 자본주의의 비밀을 밝히다> (책갈피. 2010),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 왜 혁명인가> (찰리 킴버 공저, 책갈피, 2015)가 있다.

정리·박현성/한수연
대학에서 각각 경영학과 언론정보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대학생 기자로 활동 중이다.

*이 글들은 노동자연대가 2월 6일~8일 개최한 ‘마르크스주의 2015-위기의 자본주의, 대안은 무엇인가?’에서 마르크스의 권위자인 김수행 교수와 실천운동가인 조셉 추나라가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