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코리아디스와 자치

2015-03-10     밥티스트 에샤르

카스코리아디스와 자치

역사가 피에르 비달나케는 친구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1922-1997)의 작품에 대해 투키디데스, 마르크스, 프로이드의 세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다고 썼다. 그리스 출신의 프랑스 철학가이자 오랫동안 심리분석가로도 활동하는 카스토리아디스는 철학적이자 인류학적인 정치적 사상을 키웠다. 프랑수아 도스가 쓴 카스토리아디스의 전기(1)는 카스토리아디스의 사상적인 방향과 핵심 개념을 명확히 설명한다. 이를 통해 카스토리아디스가 어떤 계기로 반스탈린 극좌 그룹과 잡지 <사회주의 혹은 야만>(1949-1967)을 이끌다가, 혁명적인 사상을 고수하기 위해 마르크스주의와 공식적으로 절교했는지 그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 카스토리아디스는 직접민주주의에 기반한 ‘자치사회’의 도래를 지지했다. ‘자치사회’는 아테네식 민주주의인 직접민주주의를 단순히 모델이 아닌 기원으로 삼는 사회다. 실제로 카스토리아디스에 따르면 인간사회의 대부분은 사회, 정치, 혹은 이데올로기 구조의 영향을 받아 왜곡된 자치사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인간사회 대부분이 제도화되어 있는 것이다. 자치사회는 시장, 종교, 정부로 구성된 제도의 경직성에서 벗어나는 사회일 것이다. 칼 마르크스와 달리 카스토리아디스는 자본주의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하는 초석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논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를 단단히 연결시켜주는 인간 공동체로의 회귀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인간 공동체야말로 지도층과 국민, 전문가와 평범한 시민이 분열되지 않게 해 준다고 생각한다.(2)

도스는 카스토리아디스의 전기를 좀더 개인적인 관점에서 다루기도 한다. 지나치게 활기차고 스포츠를 좋아하고 과할 정도로 도박을 좋아한 인간으로서의 카스토리아디스, 구소련식 관료적 사회주의와 신자유주의식 자본주의에 반대하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카스토리아디스를 그리고 있다. 카스토리아디스는 신자유주가 판치는 현대시대를 ‘천박한 시기’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감성을 지닌 카스토리아디스는 방황을 하기도 하고 1981년에는 <전쟁 앞에서>를 통해 소위 ‘구소련 군국주의 사회’가 지닌 위험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카스토리아디스는 정치생태학을 만날 수밖에 없었고 경기 쇠퇴에 관한 유수한 이론가 중 한 명인 세르주 라투슈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한편 라투슈는 최근 출간한 <코르넬리우스 카스토리아디스 혹은 근본적인 자율>(3)에서 발전과 기술이 가져오는 위험에 대해 카스토리아디스가 갖는 의견에 대해 논하고, 서구 자본주의식 개발을 거부하며 자가규제를 옹호하는 카스토리아디스의 텍스트 일부를 소개하기도 한다.

<어떤 민주주의?>(4)에서는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텍스트 이외에도 1962년과 1978년 사이에 발표된 글도 소개된다. 신세대 철학가들을 ‘상업성이 짙은 천박한 존재’라 비난하기도 하고 프랑스 마르크스주의 철학가 루이 알튀세르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는 글들이다. 또한 카스토리아디스는 개인적으로 싫어한 질 들뢰즈와 펠릭스 카타리에 대한 비방도 시적인 산문으로 살려낸다.

자치사회 문제에 공감이 안 갈 수는 있지만 그래도 카스토리아디스의 이론이 제시하고자 한 야심은 감탄할 만하다. 카스토리아디스의 주장에 모두 동의할 수는 없다해도 적어도 카스토리아디스는 최근 대담에서 선언한 것처럼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상가다. “나는 철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쓴 글은 새로움 그 자체입니다.”

 

(1)Françoise Dosse,

글 ․ 밥티스트 에샤르 Baptiste Eychart

번역 ⁃ 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리뷰단신

<디센트>(DISSENT)
미국 진보주의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 혹은 뉴욕, 시애틀, 뉴헤븐, 로스앤젤러스 등의 도시에 사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리고 있다. 
(겨울, 계간, 10유로 – PO Box 15025, North Hollywood, CA 91615, 미국)

<더 뉴욕 리뷰 오브 북스>(THE NEW YORK REVIEW OF BOOKS)
‘사기업의 수입원이 된 미국의 감옥,’ ‘프란체스코 교황은 극렬 개혁론자인가?’. 파리코뮌을 다룬 존 메리먼의 저서에 대한 로버트 팩스턴의 분석도 실렸다. 
(Vol LXII, n° 3, 3월 4일, 격월간, 6.95달러 –PO Box 23022, Jackson, MS 39225-3022, 미국)

<레그랑 도시에 드 디플로마시>(LES GRANDS DOSSIERS DE « DIPLOMATIE») 
경제 전쟁의 복잡한 의미, 역사, 현대의 지정학 및 전략적 쟁점을 다루고, 대서양 거대 시장에서 벌어지는 ‘조세 전쟁’을 분석한다. 
(N° 24, 12-1월, 격월간, 10.95유로 – 91, rue Saint-Honoré 75001 Paris)

<아프리크 르누보>(AFRIQUE RENOUVEAU)
에볼라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보건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생긴 아프리카 보건 인프라를 언급하고,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삶이 파괴된 모습에 대한 앙케이트와 보고서 분석이 실렸다. 
(Vol. 28, n° 3, 12월, 계간, 무료 – Nations unies, NY 10017-2513, 미국)

<재팬 애널라이시스>(JAPAN ANALYSIS)
880곳의 마을 생존을 위협하는 일본의 인구 노령화와 인구 감소 대비를 위한 지역의 노력에 대한 분석을 싣고 있다. 
(N° 36, 12월, PDF 버전 제공 – Asia Centre, 71, boulevard Raspail, 75006 Paris)

<크로니크 앵테르나시오날 드 리레스>(CHRONIQUE INTERNATIONALE DEL’IRES)
긴축 재정으로 혼란에 빠진 유럽의 보건 및 교육 공공 서비스 진단한다. 
(N° 148, 12월, 월간, 13유로 – 16, boulevard du Mont-d’Est, 93192 Noisy-le-Grand Cedex)

<프로블렘 에코노미크>(PROBLÈMES ÉONOMIQUES)
소득 불평등이 경제 서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OECD의 조사가 실렸고, 재분배를 통한 소득 불평등 해소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비판을 소개한다. 
(N° 3105, 2월 15일 정도, 격월간, 4.80유로 – 29, quai Voltaire, 75344 Paris Cedex 07)

<라 그랑드 를레브>(LA GRANDE RELÈVE)
프랑스 좌파와 자본주의 관계의 역사를 다룬다. 
(N° 1160, 1월, 월간, 2.20유로 – 88, boulevard Carnot, 78110 Le Vé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