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존재 이유

2015-04-01     세르주 알리미

 

 

모두가 사회적 불평등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이 분석은(1) 왜 또 주목을 받지 못하는가? 이 분석이 내린 결론 때문인가? 자유주의의 ‘사원’에 근무하는 두 경제학자는 지난 3월 발표한 연구에서 “1980년에서 201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가장 발전한 선진국에서는 노조가입률이 낮은 것과 상위계층의 수입이 증가한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들은 이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는가? “기업의 결정에 미치는 노동자들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노조의 약화가) 주주와 고위 관리직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했다는 것이다.”

통화기금의 전문가에 따르면, 전통적으로는 자유주의자들이 세계화나 기술의 변화 등과 같은 비인간적인 요인의 탓으로 돌렸던 수입 격차 요인의 “절반정도”는 임금노동자들의 약화와 관련이 있다는 애기다.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노조가 물러나면 모든 것이 나빠지고 모든 것이 이동한다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해방을 가져온 근거였던 노조가 빈혈을 일으키면 이는 자본가들의 탐욕만 자극한다는 말이다. 노조가 없어진 자리에는 극우나 종교적 체제유지 보수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연대감을 보여주어야 할 집단을 분열시키는 데 열중할 것이다.

노조가 약화된 것은 우연의 소산도 아니며 필연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1947년 당시 서구사회는 비교적 분배가 잘 이루어질 번영의 30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시대의 걸출한 자유주의적 사상가였던 프레데릭 하이에크(Friedrich Hayek)는 벌써 그의 정치가 친구들이 취할 이정표를 그려냈다. “만일 우리가 자유경제체제로 갈 희망을 조금이라도 간직할 수 있다면 노조의 권력을 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하이에크는 당시에는 사막 한가운데서 전도하는 꼴이었다. 그러나 50년 이 지나자, 로널드 레이건과 마가렛 데처라는 두 사람의 숭배자가 갑작스럽게 나타나 (국가가) 직접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 노사 갈등 시 노조는 권력을 돌려주고 굴복해야만 했다(1981년 미국 항공관제사 파업 통제, 1984년과 1985년 영국 광부 파업 통제). 1979년에서 1999년 사이에 미국에서는 최소 1,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파업이 235건에서 17건으로 줄었다. “상실한” 노동 일수는 2천만에서 2백 만으로 줄어들었다.(2) 국가 수입에 있어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도 낮아졌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는 당선되자마자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파업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투표에 붙였다. 그 이듬 해, 그는 “이제부터는 프랑스에서 파업이 발생해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라고 아주 만족한 애처럼 기뻐했다.

논리적으로라면 통화기금의 연구는 사회‧정치적으로 긴급하게 해야 할 일은 노조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차라리 “노조의 약화에서 기인한 불평등의 증가가 그 사회에 유익한 것인가 해로운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이 남아있다”고 평가한 것 같다. 그 답이 무엇일지 알고 있는 이들에게 결론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미국 버클리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파리8대학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주요 저서로 <새로운 감시견(Les nouveaux Chiens de garde)>(1997) 등이 있다.

번역·이진홍
파리7대학 불어불문학 박사.

 

(1) 플로렌스 조모트(Florence Jaumotte)와 카롤리나 오소리오 부이트론(Carolina Osorio Buitron), ‘권력과 국민(Le pouvoir et le peuple)', 〈금융 개발 Finances & développement〉, 워싱톤 DC, 2015년 3월.
(2) George Melloan, 'Whatever happened to the US labor movement?', 〈The Wall Street Journal〉, New York, 4 septembre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