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없는 경제범죄

2015-04-01     오렐리앙 베르니에

 

 

최빈국에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단지 싼 노동력만을 찾는 것이 아니다. 사회법과 환경법이 취약해 법적 소송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처벌 면제는 소비국가에서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 국제기구나 관할 사법기관이 없어서 더욱 기승이다.

 

2014년 5월 29일부터 6월 1일 사이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처음으로 광산업과 관련된 민중상설재판소(TPP:Tribunal permanent des peuples)의 첫 재판이 열렸다. 가상의 재판을 통해 민간사회를 대표하는 투쟁가와 개인들은 대기업들이 인권을 유린하고 환경을 파괴한 유죄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연극적이면서도 진지한 시도는 원자재 채굴로 인한 폐해를 조명하는 것 뿐 아니라 최빈국에 자리잡은 다국적 기업들이 누리고 있는 처벌 면제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함이었다.

국제법상 사람들이나 환경에 대한 경제범죄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사법재판소나 국제형사재판소 같은 기관을 보면 ‘국제사회’가 사법기관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기존의 사법기관들은 기업들이 외국에서 행하는 경제활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원유유출로 인한 검은 기름띠, 산업재해, 지역 공권유착으로 인한 부패 같은 일들은 사법당국의 관할이 될 수 없는 듯하다. 한 술 더 떠 서구국가들은 자국의 사법기관들이 다국적 기업들이 외국에서 행하는 행위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한 기업들을 수용한 국가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법의 경우 프랑스 국경을 벗어난 범죄가 프랑스에서 재판 가능한 경우를 명시하고 있는데, 오직 ‘프랑스 법과 외국법으로 동시에 처벌이 가능한 범죄이고, 또 그 범죄 사실이 외국 사법 당국의 확정적인 결정에 의해 확인되었을 때’만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토탈(Total)사의 경영진들이 버마 군사정권을 지원한 데 대해 프랑스에서 처벌받기 위해서는 같은 이유로 버마의 수도인 나이피이다우 재판소에서 우선 유죄 선고를 내려야 한다. 지금까지 프랑스 ‘부의 창출자들’에 제동을 걸지 않는 관점이자 이유다. 사실 다국적기업들의 공장 이전 협박과 이들이 보유한 어마어마한 재력 때문에 가난하고 부패한 나라에서 유죄 선고란 비현실적인 일이다.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의 중요성

 

그럼에도 비정부기구들은 끊임없이 다국적기업들의 무소불위 구조를 무너뜨릴 균열을 찾는다. 2001년 파리에서 창설된 법학자단체인 쉐르파(Sherpa), 연대하는 민중(Peuples solidaires), 상품 라벨에 대한 윤리조합(Collectif de l’éthique sur l’étiquette)이 그렇다. 이 세 단체는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라나 플라자 섬유공장의 붕괴 사건(1)과 관련 오샹(Auchan)에 소송을 제기했다. 오샹 회사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렇게 설명되어있다. ‘오샹은 1948년 세계인권선언, 1998년 작업장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국제노동기구 선언에서 도출된 기본권과 원칙들, 경제협력기구의 관련 지침을 준수합니다. 이 선언문들은 민법, 정치, 경제 사회, 문화법의 집결본으로 오샹은 오샹의 파트너들과 관련해 이러한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라나 플라자 공장의 1,135명의 희생자들도 이러한 오샹의 설명에 동의할까? 오샹의 브랜드 중 하나인 인 엑스텐소(In Extenso)의 라벨이 그 작업공장의 잔해에서 발견됐다. 그러나 오샹 그룹은 자신들과 이 공장시설과는 직간접인 연관이 없다면서 희생자들에 대한 배상을 거부했다. 비정부기구들은 ‘거짓 상행위’라는 죄목으로 끝내 사건에 관한 사전 조사권을 얻어냈다. 오샹 그룹의 창업자이자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부유한 제라르 뮐리에의 손에 수갑을 채우기는 아직 멀었지만 그럼에도 타격을 가한 셈이다.

유엔의 일부 국가들도 국제법의 방향을 바꿔보려 하고 있다. 2014년 6월 유엔 인권위원회는 에콰도르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상정한 다국적 기업의 사회 및 환경 책임에 대한 결의안을 검토했다. 결의안은 ‘다국적 및 그외 기업들의 행위를 국제인권선언의 틀 안에서 강제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국제사법기관’을 만드는 임무를 띤 작업반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표결에 부쳐져 이 결의안은 최부유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채택됐다. 대부분의 유럽연합 국가들과 일본과 미국은 반대했다. ‘프랑스는 2011년 이후로 진척되어온 결과에 기반한 점진적 접근을 선호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조처들을 보다 빨리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프랑스어권 개발부 장관인 아닉 지라르댕은 변명했다(2). 프랑스 CAC40 기업 총수들이 피고인 좌석에 앉아 있다면 공권력은 원고들을 지지할 수 있을까?

프랑스 정부가 원한 ‘보다 구체적이고 보다 빠른’ 접근법은 ‘기업과 인권에 관한 유엔의 지침’을 말한다. 민간기업들과 밀착 협의를 통해 완성된 이 지침서는 강제성도 없고 아무런 영향력도 끼치지 못한다. 11번째 지침은 ‘기업은 인권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라고 모호한 시제로 서술되어 있다. 편집자들의 정치적인 동기를 확연히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올랑드, 마뉘엘 발, 그리고 내각은 유엔에서 다국적 기업들의 처벌 면제권에 반대하는 공격들을 밀어내는 동시에 내부의 공격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3년 가을 생태주의자들과 사회주의자들은 ‘모기업과 상장주식회사들의 사회적 의무’에 관한 법안을 상정했다. 법안 검토는 늦어지고 있는데, 주요 내용은 프랑스 모기업의 책임 체제를 강제하는 것과 생태환경 파괴나 기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의무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과연 법안이 통과될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프랑스경제인연합(Medef)은 이미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경제부도 마찬가지다. 혹시 이 사안이 유럽연합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경제계의 로비로 잔인한 현실은 언급도 없이 철저히 봉쇄될 것이다.

 

(1) Olivier Cyran, <방글라데시, 프레타포르테 살상자(Au Bangladesh, les meurtriers du prêt-à-porter)>, Le Monde diplomatique, 2013. 6.
(2) 2014년 프랑스 국회 대정부 질문 7월 9일 목요일 회기 중.

 

글․ 오렐리앙 베르니에 Aurélien Bernier

주요 저서로 <세계화는 어떻게 생태주의를 죽였는가(Comment la mondialisation a tué l’écologie)>(Mille et une nuits, Paris 2012) 등이 있다.

번역․ 박지현
본지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