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주권을 추구하는 우크라이나

2015-04-01     세바스티앙 고베르, 로랑 제스렝

돈바스 전투에서 패배하여 석탄을 빼앗기고, 가스공급 문제로 가스프롬과 분쟁에 들어간 우크라이나는 필요한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하여 점점 더 핵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물려받은 원자력발전소의 연료 공급 역시 러시아와의 좋은 관계에 달려 있다. 러시아에서 벗어나는 것은 위험이 뒤따른다.

겨울에는 거의 아침마다 습기가 드네프르 강에서 올라와,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지아(Zaporijia)주(州) 에네르호다르 마을에 건설된 핵발전소의 콘크리트 입방체 건물을 안개 속에 파묻는다. 더러운 눈으로 덮인 버스들이 핵발전소의 중심부로 1만 1천 명의 직원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반듯하게 만들어진 도로를 따라 내려온다. “에네르호다르는 발전하는 도시이고,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수도입니다. 이 도시의 5만 4천 명 주민들은 자신들이 수백만의 가정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습니다”라고 올레그 오체카(Oleg Ocheka)가 자랑스럽게 설명한다. 발전소 홍보센터 부소장인 그는 1980년대 초반에 이리로 이사 왔다. 당시에는 이 도시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고 소련이 영원히 존속할 것 같은 시기였다. 최초의 건물들은 강을 따라 지어진 화력발전소 직원들을 입주시키기 위해 1970년에 만든 것이다. 자포리스카(Zaporiska AES)(1) 핵발전소 건설은 1972년에 시작됐다. 핵발전소 때문에 직원들에게 이상적인 삶의 조건을 제공할 모델 도시들이 개발됐다. 모델 도시들 중 가장 유명했던 프리피아트(Prypiat)는 북부의 체르노빌을 둘러싼 30킬로 반경의 금지 구역에 위치한 이유로, 숲으로 변해 사라지고 없다.

 

소련의 야심찬 에너지 정책의 상속자인 우크라이나는 15기의 핵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다 VVER 가압수형 원자로다.(2) 유이누크라인스크(Ioujnooukraïnsk) 발전소에서 3기, 크멜니츠키(Khmelnytskyï) 발전소에서 2기, 리우나(Rivne) 발전소에서 4기, 자포리지아 발전소에서 6기가 현재 가동되고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때 손상을 입지 않았던 3기 중 마지막 원자로는 2000년 12월 완전히 폐쇄됐다.

자포리지아 원자로 1호기의 거대한 터빈 룸에서는 30년 전부터 기계들이 계속해서 윙윙 소리를 내고 있다. “원자로 1호기는 여전히 안전점검 테스트에서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10년마다 국가핵규정검사국(IERN)이 원자로의 가동연장을 결정한다. 현재의 안전점검 결과에 비추어볼 때, 원자로 1호기는 앞으로 60년 정도 더 가동될 것이다”라고 발전소 사장인 비아체스라프 티쉬첸코(Viacheslav Tishchenko)가 확신한다. 대부분의 원자로가 10년에서 20년의 연장을 허가받았다. 그런데 지난 12월 2일 우크라이나 총리 아르세니 야체뉴크가 기자회견에서 자포리지아 발전소 3번 블록의 기술적인 사고를 어설프게 발표함으로써, 자포리지아 발전소는 국제 언론의 커다란 관심을 받았다. 11월 28일 발생한 사고는 보조변압기의 쇼트 사고였다. 7단계로 이뤄진 국제핵사고등급(INES)에 따르면 가장 낮은 0등급에 해당되어 아무런 오염이나 위험이 없는 사고였다.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언론의 매질이었다. 핵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핵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거나, 나쁜 의도를 갖고 있다”라고 사장이 짜증내는 태도로 말한다.

이 말은 몇 달 전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전투구하고 있는 정보전쟁을 상기시킨다. 12월 30일, 허용된 최고치보다 17배 높은 방사능이 발전소 주변에서 검침됐다고 크레믈린과 친밀한 텔레비전 채널 <라이프뉴스>가 발표했다. 이런 언론 공격을 통해 러시아는 방사능 유출 위험을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회사가 생산한 핵연료 운송과 연계시키고자 했다.(3)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추구

일본 기업 도시바에 인수된 웨스팅하우스사(社)는 2008년부터 러시아식 VVER 원자로에서 자사의 연료가 호환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 그것은 러시아 국영기업 로스아톰(Rosatom)과 그 자회사인 TVEL의 독점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다. 이 러시아 회사들이 우크라이나와 상당수 유럽연합 국가에 핵발전시설을 제공했다. 과거의 유산자인 이 러시아 기업들은 원자로의 설계에서 핵폐기물 처리까지 우크라이나 핵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지역에 2017년경에 저장시설이 건설될 때를 기다리면서, 사용 후 연료를 러시아에 보관하기 위해 매년 2억 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하고 있다.

“우리 연료는 우크라이나 핵규정검사국의 보증서를 받았다. 핵발전소가 다양한 연료 공급처를 갖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다. 그것은 가격경쟁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공급의 안전문제 때문에 그렇게 한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러시아에서 오는 연료가 정치적 상황 때문에 완벽하게 보장되어 있지 않다”라고 웨스팅하우스 유럽사(社)의 대외관계 부사장인 마이크 킨스트(Mike Kinst)가 넌지시 말한다. 그는 별 근거 없이 러시아 부총리인 드미트리 로고진의 경고를 멋대로 판단한다. 드미트리 로고진은 지난 4월 만약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연료를 사용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체르노빌 사건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1년 우크라이나 국영기업인 에네르고아톰(EnergoAtom)사는 서구 연료로 원자로를 테스트하다가 2개의 원자로가 정지되자, 서구 연료 사용이 ‘득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4) 러시아는 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다른 사고들이 특히 체코공화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 30일 웨스팅하우스와 에네르고아톰은 2020년까지 미국 연료의 공급을 늘인다는 협정을 체결했다. 계약사항들이 비밀에 부쳐져 있지만, 웨스팅하우스가 타산을 맞추기 위해 ‘3기 혹은 4기’의 원자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킨스트가 말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러시아의 VVER 원자로에 호환될 수 있는 연료 개발에 1990년대 초부터 자금을 투자한 전 세계의 유일한 회사다. VVER 원자로는 지금까지 TVEL의 연료공급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새 지도자들이 등장한 것은 이 미국기업에게는 커다란 행운이었다. “여러 해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에너지 공급처를 다양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이 러시아 거대 기업들의 전략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현재 TVEL은 자사의 의무분량을 채워주고 있다. 우리는 다가올 10월까지만 연료 예비량을 갖고 있다. 그런데 양 국가 사이의 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가 알겠습니까?”라고 에너지 전문가인 미하이로 곤차르(Mihaïlo Gonchar)가 설명한다.

2014년 3월 크림반도가 합병되고,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우크라이나 군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 사이에 살상 전투가 벌어진 때부터, 키예프는 근심스런 에너지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예전에 화력발전소에 공급했던 석탄광산을 빼앗겼다. 러시아의 거대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만약 키예프가 연체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주기적으로 위협한다. 지난 9월 우크라이나 대통령 페트로 포로첸코가 선언한 ‘전략 2020’은 수력댐, 재생에너지 그리고 특히 민영핵발전소의 재개를 예견하고 있다.(5) 핵발전소는 2014년에 국가 전력의 50% 이상을(한 해 전에는 43%) 이미 공급했다. 국내 수요에 대처하기 위하여 우크라이나는 최근에 몰다비아와 벨라루스로의 전기 수출을 감축해야 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과 유라톰(Euratom)은 후쿠시마 재앙이 발생하자 핵발전소 현대화를 위해 이미 6억 달러의 차관을 승인했다”라고 우크라이나 핵포럼의 올리아 코차르나(Olya Kocharna) 여사가 설명한다. “우리는 소련 시대에 시작된 에너지 전략에 그대에 묶여 있다. 에너지 효율성을 위해 투자된 돈은 단 한 푼도 없었다”라고 비정부기구인 우크라이나 환경센터의 올렉시 파시우크(Olexi Pasyuk)가 미묘하게 표현한다. 전력망은 우크라이나 원자로에서 생산된 전체 전력을 송전할 용량을 한 번도 채운 적이 없었다. 그래서 자포리지아 발전소가 여전히 최대 용량보다 더 적게 가동되고 있고, 리우나와 크멜니츠키의 마지막 2기 원자로도 이미 10년 전부터 교대로 가동되고 있다. 전략 2020은 겨우 750킬로와트의 송전 용량만을 강화한다고 예고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1.7기가와트의 전력이 매년 소실되게 된다.

에너지 독립에 대한 여러 전망

“핵에너지를 획득하여 에너지 독립을 한다는 것은 완전히 환상이다. 우리는 현재 러시아에서 6억 달러어치의 연료를 수입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가 TVEL을 결코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파시우크가 계속해서 말한다. 자포리스카 AES의 자신의 사무실에서 티쉬첸코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의 연료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확실히 말한다. “에네르고아톰과의 협력 중단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다. 원자력 계약서의 수명은 적어도 한 세기다. 어떤 결정도 정치적 선택에 기반하여 내려질 수는 없다. 우리의 절대적 관심 사항은 바로 핵안전이다”라고 로스아톰 동유럽 사무소 소장인 알렉산더 메르텐(Alexander Merten)은 단언한다.

로스아톰은 이제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분쟁의 부수적 희생자다.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새 정부는 크멜니츠키의 원자로 3,4호기 건설에서 이 회사를 제외시켰다. 새 정부는 이 건설 사업을 서구 기업에 맡길 작정이다. 키로보흐라드(Kirovohrad) 지역에 위치한 스몰리노(Smolino)의 핵연료 조립공장의 건설 역시 중단됐다. 반면에 의회는 국영기업 에네르고아톰의 지분 40%를 외국 투자자에게 넘기려고 한다. 2012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당시 5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양국 사이의 가장 중요한 투자 사업으로 소개됐다. 로스아톰은 또한 유럽의회의 감시대상이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지난 1월 15일 유럽의원들이 유럽각료이사회에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지속할 것을 그리고 ‘핵분야까지 제재를 확대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제재는 불가리아, 핀란드, 체코공화국이나 헝가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크라이나 에너지 분야에서 카드를 재분배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돈바스 지역에서 여전히 자신의 이권을 유지하고 있고, 분리주의자들과 맺고 있는 관계가 모호한 아크메토프가 자신의 의중을 아직 드러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자포리카 AES 발전소 관계자들은 전선의 변화를 걱정스럽게 살피고 있을 뿐이다. 전선은 동쪽으로 2백 킬로 떨어진 도네츠크(Donetsk)와 마리우폴(Marioupol) 교외에 펼쳐져 있다. “핵지지자들은 항상 최악의 사태가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누가 러시아와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을까?”라고 파시우크가 자문한다. “발전소는 외부의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발전소의 전원을 차단하고, 비상발전기가 터져버리면, 냉각시스템이 정지되고 원자로가 과열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쓰나미까지 일어날 필요는 없다. 단지 근처에서 군사 분쟁이 발생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다”라고 파시우크가 계속 말한다. 에네르호다르 입구에서는 발전소의 6개 원자로를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군대가 바리케이드 하나를 쳐놓고 있다. 그런데 이 지역에서 소규모 교전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1월 21일 자포리지아 남동쪽에서 100킬로 떨어진 곳에 설치된 철교가 폭파됐고 이로 인해 물자수송차가 파괴됐다. 2014년 4월 15일 무장한 40여명의 남자들이 극우민족주의 조직인 프라비 섹토르(Praviy Sektor)의 투사들이라고 밝히면서, ‘분리주의자들의 난입에 대비하고 자포리스카 AES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발전소 내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다. 전쟁이 다가오고 있지만 발전소 소장은 이것을 두려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기술적인 문제들과 정치적 선택들을 확실히 구별하기는 어렵다. ‘오렌지 혁명’이 발생한 이후 빅토르 유시첸코 대통령은 무엇보다도 에너지 독립과 안전 문제를 강조하여 웨스팅하우스에 접근한다. 그 뒤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로스아톰과의 협력을 증대하기 위해 연료 호환성 문제를 이용했다. 현재 정부는 서구 기술을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 그렇지만 핵발전소는 정부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한다.

 

글·세바스티앙 고베르Sébastien Gobert, 로랑 제스렝Laurant Geslin,

번역·고광식

 

 

(1) Zaporiska Atoma Elektro Stancija의 약어임.
(2) 소위 말하는 ‘2세대’ 원자로로, 1960∼70년에 고안됐다. 열냉각제와 감속제로 물을 사용한다.
(3) <라이프뉴스>, 2014년 12월 30일.
(4) 세계핵연합, www.world-nuclear.org.
(5) 소련이 붕괴된 후, 우크라이나에 설치되어 있었던 핵무기는 러시아로 이전됐고, 우크라이나는 핵비확산협정을 비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