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은 어디로?

2015-04-02     이창주

네트워크는 곧 관계이다. 관계란 상이한 곳에 위치한 것들이 이어지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상이한 곳에 위치해 있음은 그들 사이에 ‘틈’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것을 한자로 ‘간(間)’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곳에서 세 가지 ‘간(間)’과 마주하고 있다. 이는 공간(空間), 시간(時間), 그리고 인간(人間)이다. 필자는 동북아 공간을 무대로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인간이 만들어간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더 나아가 새로운 네트워크를 제시하고자 한다.

냉전의 싸늘함으로 말미암아 동북아의 공간은 얼음 같은 곳이 됐다. 한반도 위에서는 남북한이 둘로 갈라졌다. 동북아는 북한·중국·소련의 대륙세력과 한국·미국·일본의 해양세력 간의 갈등으로 점철됐다. 1978년 중국이 ‘죽의 장막’을 거두고 1991년 소련이 와해되면서 냉전의 시대가 저물어갔다. 동시에 싸늘했던 동북아 공간에도 경제의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반도는 냉전의 굴레에 머물러 있다.

육·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의 ‘일대일로’ 부활

여전히 분단된 한반도의 상황과 달리 중국은 변방지역 개발을 진행하며 공간에 숨은 시간의 숨결을 살려내고 있다.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개발 전략은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이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를 합친 신조어이다. 중국은 각각 당나라(唐朝) 때와 명나라(明朝) 초 발달했던 내륙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현대적 의미로 현 공간에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가파른 경제성장을 이루며 ‘세계의 공장’이 됐고, 2009년 이후에는 세계 제1의 시장이 됐다. 그러나 세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었지만 연해 중심의 편중된 공간 개발로 지역 격차가 매우 심했다. 이 시기에 등장했던 개념이 바로 동부선도, 서부대개발, 중원굴기, 동북진흥의 개념이다. 바로 지역 균형 발전 개발을 통해 내수시장을 확장하고 새로운 경제동력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대일로 전략은 이런 지역 균형발전 전략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변방지역 개발을 통해 중국 연해와 중국 국경 지대, 그리고 주변 국가까지 연계한 개발 전략을 실시하겠다는 의미이다. 내륙으로는 중국 연안~중원~서부지역~중앙아시아~유럽으로 연결되는 내륙 연결 구간과 중국 연안지역~남중국해~인도양~지중해로 연결되는 해양 연결 구간을 연동시키는 개발을 통해 내수시장 확장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내수시장으로 엮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중국과 유럽을 양극으로 수렴하는 평행선으로서의 일대일로가 아닌 두 라인을 해륙 복합으로 연결하며 유라시아 공간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공간 네트워크 형성에 중요한 전략이 바로 차항출해(借港出海)이다. 바로 타국의 항만을 빌려 해양으로 진출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그 대표적인 예로 파키스탄을 들 수 있다. 세계 80%의 석유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약 400㎞ 거리의 파키스탄 과다르항은 원래 작은 어촌이었다. 중국은 과다르항을 중국의 자본으로 개발하여 2013년 1월 과다르항 운영권을 획득했다. 21세기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 요충지가 될 과다르항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주요 거점 지역인 신장위구르 지역과 석유수송로 및 철도로 연결되고 있다. 중국은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을 빌려 인도양으로 진출하는 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토대로 중국 주변국인 14개 국가와 내륙으로 연결하고, 중국의 연안과 인도양, 그리고 지중해 연안 국가를 엮어 동북아·동남아·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까지 연결하는 인프라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 중국 주요 인사들은 중국의 주변국을 순회하며 개발을 약속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실크로드 기금, 해상 실크로드 은행 등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북으로 중국 동북3성 및 네이멍구~러시아·몽골·한반도를 잇는 북방루트를 개설하는 것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방루트는 일대일로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것이다. 산둥성이 일대일로의 지역으로 포함된 이후 동북3성 지역도 일대일로 진입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북방경제의 주요 지역인 동북3성은 중국·소련 관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1950년대 중국이 당시 소련에게서 경제 및 기술의 원조를 받으면서 주요 교통로인 동북3성은 중공업이 번창했다. 하지만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흐루시초프가 등장하고 소련이 동유럽권 국가를 무장진압한 일은 중국의 반감을 사게 됐고 동북3성 지역은 지금까지 감가상각이 다한 중공업지대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쪽의 북방경제를 부흥하기 위한 중요 상대는 러시아이다. 유럽 지역 중심의 개발에 집중하며 자원 위주의 경제성장을 진행했던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함에 따라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신동방정책을 전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과 연결되는 노드를 준비해 온 셈이다.

그리고 2014년 3월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며 미국과 EU의 경제 제재를 받게 되면서 극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세계 3대 시장인 중국, 미국, EU 중 미국과 EU의 제재를 받게 된 러시아의 선택은 중국일 수밖에 없었다. 국가 간의 관계는 곧 공간으로 드러난다. 동북아지역의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은 에너지 자원 대국 러시아와 공간을 통한 네트워크를 구상하며 동북3성을 통한 중·러 연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러시아 국영가스업체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는 서부노선과 동부노선을 통해 각각 연 300억㎥, 연 380억㎥의 천연가스를 거래하기로 합의하고 2019년부터 30년 간 거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 시베리아·극동지역으로 연결되는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은 중국 동북지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북방경제는 일대일로라는 시대적 흐름과 맥을 함께 한다. 일대일로의 시작이 변방 개발이었다면 그 완성은 주변국 연결과 해양진출에 있다. 중국 지린성은 북한·러시아의 국경 연결로 인해 동해로 진출할 수 없는 곳이다.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의 전략적 위치가 북한·러시아·몽골 진출에 국한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해양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나진항 개발과 자루비노항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동해로의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나진항 개발과 직접 연계된 곳은 지린성의 창지투(長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발지역이다. 러시아의 자루비노항과 직접 연결되는 곳은 창지투 지역과 함께 헤이룽장성의 '하·무·쉐이·둥(哈牡绥东: 하얼빈哈尔滨, 무단장牡丹江, 쉐이펀허绥芬河, 둥닝东宁) 대외무역가공구'이다. 창지투 지역과 하무쉐이둥 지역은 2008년 국가급 개발프로젝트로 격상됐으며, 2014년 발표한 ‘중국과 주변국가 상호 연결 계획(我国与周边国家互联互通规划)’에 따르면 창지투 지역과 하무쉐이둥 지역에는 총 668.13억 위안이 투자되고 있다.

중국은 동해와 인접한 러시아·북한 인근 국경지역 개발 및 인프라 건설과 더불어 러시아의 자루비노항과 북한 나진항 개발을 위한 플랜도 마련했다. 바닝 러시아 슈마그룹 부총재는 2014년 9월 12일에 중국·러시아의 합작으로 연간 6,000만 톤급 다목적항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2014년 11월 슈마그룹과 중국 지린성은 북중러 접경지역의 중국측 국경도시인 훈춘에 310헥타르의 물류창고 건설에 서명했다. 훈춘과 자루비노 간의 도시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가운데 두 도시 간 인프라는 도로뿐 아니라 블록트레인 철로도 연결되어 있어 2018년 완공 예정인 자루비노를 통한 중국의 동해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8년 중국 촹리그룹에 의해 운영권이 확보됐던 나진항 1호 부두는 북한의 대외정책 담당을 진두지휘하던 장성택이 2013년 12월 처형당하면서 그 향방이 묘연해졌다. 중국 훈춘시 항무국(航务局)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8월 18일 중국과 북한은 「나진항 1호 부두 개조 및 이용 협의서(改造利用罗津港一号码头协议书)」를 체결했다. 중국은 관련 협의서에 나진항 1호 부두 보수공사를 실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중국 동북지역의 개발과 북중러 인프라 연결, 그리고 중국의 북한·러시아 항만 사용까지 어우러지면서 이미 이 지역에는 일대일로의 배경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2015년 3월에 개최된 중국의 양회에서 콩링즈(孔令智)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는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논의 중에 창지투 지역 개발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창지투 개발을 통한 동북진흥을 완성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과 북방경제의 부활은 한반도를 둘러싼 시간·공간의 네트워크의 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부활에 따른 한국 북방정책의 향로는?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과 북방경제의 부활 속에 우리 또한 한국식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이 교차하는 교량이다. 그러나 냉전의 상처로 남북한으로 분단되면서 남한은 정치적 섬 국가로 전락했다. 북한은 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남으로는 DMZ에 갇혔으며, 동서 양면은 분리된 바다로 나뉘었다. 북한은 게다가 열악한 인프라 환경으로 해양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남한이 추진해야 할 전략은 “차항입륙(借港入陸: 타국의 항만을 빌려 내륙에 진입한다는 뜻)”이다. 중국식 일대일로가 차항출해를 통해 해륙 복합 네트워크를 추진했다면 남한은 차항입륙을 통해 북방경제와 연결해 교량으로서의 지정학적 장점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진항이 위치한 나선특별시에 제2의 개성공단을 설립하고 남한이 북방경제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나진항을 피더항으로 삼아 동북아의 허브항인 부산항으로 연결해 북방경제와 한반도 전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에 동북아 해양 물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과 더불어 국제환적 항만으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강화된 작업을 해야 한다. 부산항을 중심으로 북한의 항만과 러시아의 항만이 환적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해 해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반도의 끝이자 시작인 부산을 중심으로 러시아의 TSR 및 중국의 철로와 직접 연결해야 한다.

새롭게 형성되는 동북아 공간의 네트워크 속에 한국은 남방과 북방을 잇는 새로운 브릿지가 되어야 한다. 새롭게 성장하는 대륙경제의 이런 변화를 간과한다면 기회는 곧 위기가 될 것이다. 한국식 일대일로를 고민하며 그에 발맞추어 한반도 주도의 새로운 동북아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할 때다.

 

글·이창주
상하이 푸단대학교에서 외교학를 공부한 중국전문가로서, 통일 한국의 미래에 관심이 많다. 주요 저서로 <변방이 중심이 되는 동북아 신 네트워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