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방랑자들

프랑스 서평

2015-04-02     위베르 아르튀 외
히피의 선구자로 비트 세대가 있었다. 일명 비트족(부르조아지의 가치관과 생활양식, 소비사회에 반항한 문학운동, 또는 그런 의식 아래 떠돌며 사는 사람들)이라 불렸다. 1950년대에 기존의 예술, 정치, 윤리에 반기를 든 비트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재즈의 템포처럼, 활기롭게 가슴이 뛴다는 뜻을 포함하는 것이 비트족이다. 앨런 긴즈버그, 잭 케루악, 윌리엄 버로스는 성 해방, 언더그라운드 세계, 마약과 샤머니즘에 열린 마음을 주장하며 선구자적인 길을 열어갔다. 또한 잭 케루악을 제외한 이들은 베트남전, 나아가 미국의 제국주의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앨런 긴즈버그의 <울부짖음>(1958년), 윌리엄 버로스의 <벌거벗은 향연>(1959년)과 같은 방향을 선보이는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1957년)도 비트족을 대변하는 선구자적인 소설이다. 주인공 딘 모리아티는 강렬한 아웃사이더이자 진보적인 실제 인물 닐 케서디(1926∼1968년)에게서 영감을 받은 인물이다. 1940년대 말, 긴즈버그와 케루악은 아직 얌전하게 대학에 다니고 있었으나 케서디는 일찍부터 자동차를 훔치고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열 여섯 살의 소녀와 결혼하며 살았다. 케서디는 여러 부분에서 영감을 주었고 ‘뉴욕식의 쿨한 타입’의 언어를 사용했다. 케서디는 긴즈버그와 만나게 되고 긴즈버그는 케서디에게 케루악을 소개했다.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소설 속에서 케루악이 묘사하는 여정은 케서디와 함께 거닐었던 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케루악은 케서디의 편지들을 가리켜 미국에서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걸작 편지라고 했고 여기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케서디는 작가로서 오랫동안 무명이었다. 케서디가 발표한 책들은 주로 비트족 작가들과 두 번째 아내인 카롤린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것이다. 케서디가 어떻게 조국 미국을 뒤흔들고 서정적으로 만들고 싶었는지, 얼마나 모든 여자, 음악, 문학을 갈망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트족 작가들의 문학작품들은 출판사 무슈 투생 루베르튀르의 노력으로 현재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존 로버트 레논(1979년 출생)의 첫 소설 <우체부>는 천재적인 물리학과 학생이었다가 번 아웃 이후 우체부가 된 알버트 리핀코트의 고뇌를 다룬 작품이다. 아직 SNS가 발달하기 전인 20세기 후반, 편집증적이고 괴짜인 알버트는 뉴저시의 작은 동네에서 우체부로 일을 하면서 수신인들에게 편지를 배달하기 전에 직접 읽어보고 복사를 한다. 알버트가 배달하는 편지는 구독 편지에서부터 위로의 편지, 불륜의 편지까지 다양하다. 알버트는 따로 작업실을 두어 흔적 없이 편지를 열어보는 일을 한다. 예민하면서도 천재적인 알버트는 편지 수신자들의 인생에 관여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일을 고귀한 임무로 생각하게 된다. 레논은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통해 등장인물의 분노, 유머, 도발적인 마음을 잘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열이 묻어나는 문체, 모든 것을 가식없이 전달하려는 태도,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 등 레논은 비트족 작가 반열에 올리기에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글·위베르 아르튀 Hubert Artus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번역서로는 <프랑스 엄마처럼>(2014) 등이 있다.

 

 

<포커스 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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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상황에 대한 헨리 로렌스와의 인터뷰 ; 디지털 주권의 미래에 대해 설명하는 피에르 벨랑제.
(N° 183, 1-2월, 격월간, 19.50 유로 – Gallimard, Paris)
 
<르뷔 데 듀 몽드>(REVUE DES DEUX MONDES)
다마스를 중심으로 한 동방에 대한 특집 기사 ; 역사, 러시아 지원에 대한 점검.
(N° 2, 2월, 월간, 18유로 – 97, rue de Lille, 75007 Paris)
 
<르뷔 누벨>(REVUE NOUVELLE)
특집 기사 ‘공포를 처벌하는 법?’ ; 르완다에서 구 유고슬라비아에 이르기까지 국제 형사재판소의 여러 사건을 분석.
(N° 1, 1월, 매년 10권, 10유로 – Rue du Marteau 19, 1000 Bruxelles, 벨기에)
 
<뉴 레프트 리뷰>(NEW LEFT REVIEW)
러시아 혁명과 중국 혁명을 비교하는 페리 앤더슨의 연구에 대한 답변으로 왕 차오후아가 내놓은 연구(마오쩌둥의 시대와 덩샤오핑의 개방).
(N° 91, 1-2월, 격월간, 10유로 – 6 Meard Street, WIG OEG, Londres, 영국)
 
<라 팡세>(LA PEN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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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380, 10-12월, 계간, 19유로 – Fondation Gabriel-Péi, 14, rue Scandicci, 93500 Pantin)
 
<루르스>(L’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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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68-69, 특별판, 16유로 – 12, cité Malesherbes, 75009 Paris)
 
<폴리티크>(POLITIQUE)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정부가 새로 추진하고 있는 디젤 자동차 ; 특집 기사 ‘인종차별주의와 반인종차별주의의 새로운 인물들.’
(N° 88, 1-2월, 격월간, 9유로 – Rue du Faucon 9, B-1000 Bruxelles, 벨기에)
 
<레콜로지스트>(L’ECOLOGISTE)
원자력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 주요 수치 자료, 리스크, 폐기물 관리, 기준, 일본과 독일의 상황 ; 석유 가격 인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분석.
(N° 44, 1-3월, 계간, 6유로 – BP 1, 03160 Ygrand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