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 문화라는 무기

서평 단신

2015-04-02     아니세 모브

정치를 망치고 있는 정부의 부당한 권력도 콩고 주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극단적인 사회 폭력(분쟁, 가난 등)도, 콩고를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이 책은 1997년 이후 전쟁으로 파괴된 콩고에서도 얼마나 다채로운 예술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민족언어학자인 클레망틴 파이크 느쥐지는 이를 정확하고 열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1) 저자는 콩고의 풍습, 신앙, 상징, 의식, 언어, 성스런 숭배 대상, 전통문화를 광범위하게 다룬다. 콩고의 대학교수로 있는 저자는 콩고 사회의 풍부한 예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개념들을 제공한다. 의식에 사용되는 마스크에 대한 소개가 좋은 예다.(2) 저자는 콩고가 이처럼 다채로운 예술을 키우는 이유가 정치적인 목적에서라고 주장한다. 콩고 주민들에게 오랜 역사를 지닌 콩고의 예술과 전통을 키워 소속감을 느끼게 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콩고는 식민지배 역사에 저항하면서 자국의 문화를 지켜왔고 벨기에 가톨릭 선교사들이 가져간 자료들을 다시 찾았고 전통종교의 가르침도 집대성하고 있다. 식민지배 세력은 콩고에서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문화를 이용했다면(3), 콩고는 지식인들을 키우기 위해 문화를 활용했다. 이렇게 성장한 지식인들은 점차 식민지배를 문제삼았다. 1921년, 콩고의 시몬 킴방구(1887∼1951)가 내세운 메시아적 운동이 콩고 사회를 뒤흔든 적이 있다. 종교와 정치가 결합한 운동이었다. 반란을 주도한 죄로 킴방구 사제는 종신형을 선고 받아 30년 후 감옥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로부터 60년 후, 콩고에서 열린 어느 국제 세미나에서 킴방구 사제의 전성기 때의 활동과 연설을 분석하며 그가 흑인 해방 기초를 마련한 공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4)

어쩌면 콩고는 풍부한 문화활동으로 어려웠던 식민지 지배 시절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흑백 혼혈 아이들은 오랫동안 콩고 정부로부터도 존재를 공식 인정받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아이들은 유럽인들에게도 배척을 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아이들이 훗날 큰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려하던 콩고 정부는 이들 아이들에게 정식 지위를 부여해 교육을 받고 일정 부분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콩고의 대학교수 아수마니 부다그와는 콩고 주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연구하는 긴 책을 썼다.(5) 이 책은 문화에 대한 콩고 정부의 태도에 반대하며 다양한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혼혈 아이들을 가리켜 ‘말’과 ‘노새’라고 부른다.

 

<각주>

(1) Clémentine Faïk-Nzuji, <근원과 자연(Sources et ressources)>, 아프리카 언어와 전통 국제 연구소, 루뱅 라 뇌브, 2014년.
(2) 다음 책을 참조할 것. Christiane Falgayrettes-Leveau, Anne-Marie Bouttiaux, Viviane Baeke, Julien Volper, Anne Van Cutsem-Vanderstraete et Michael Houseman, <교인들Initiés>, 다퍼 박물관, 파리, 2013년.
(3) 다음 책을 참조할 것. <우리가 다듬은 황금처럼(Comme l’or qu’on affine)>, Loyola, 콩고 킨샤샤, 2013년.
(4) Elikia M’Bokolo et Kivilu Sabakinu, Simon Kimbangu, <흑인 해방의 선지자(Le prophète de la libération de l’homme noir)>, L’Harmattan, 파리, 2014년.
(5) Assumani Budagwa, <흑인, 백인, 혼혈(Noirs, Blancs, Métis)>, Budagawa Editeur, 브뤼셀, 2014년

 

글·아니세 모브 Anicet Mobe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서평단신>

유럽 편: <모험> / 그레고리 라살
그리스는 터키를 지나 서유럽으로 가려는 사람들에게는 막다른 골목이다. 이민자 수 천 명이 그리스에 다닥다닥 모인다.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발칸반도의 길보다는 지중해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기에 그리스로 몰리는 것이다. 아테네 혹은 살로니카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한 후에는 마케도니아, 코소보, 세르비아를 지나며 계속 모험을 하다가 마침내 셍겐 조약이 적용되는 유럽연합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스에서의 삶은 공권력 부족, 파시스트 단체의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지만 보잘 것 없는 것이라 해도 일을 구할 수 있다. 이민자들끼리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연대감도 있다. 저자는 카메라를 메고 이들 이민자들의 일상을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 왔다. 마침내 파리로 가는 데 성공한 코트디부아르 젊은이 세 명의 이야기도 있다. 유럽으로 가기 위해 필사적인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책이다.

아프리카 편: <지방분권과 권력의 공간> / 장 오마송보, 폴 부비에
1960년에 시작된 콩고민주공화국의 지방분권 프로젝트가 대권을 놓고 싸우는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콩고민주공화국의 지방들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2013년에 출간한 <지방분권은 : 콩고민주주의공화국의 제1공화국에서 제3공화국에 이르기까지>를 쓴 역사학자이자 정치학자인 장 오마상보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상황에서 권력의 공간 개념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이 책은 콩고민주공화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루고 있다. 크게 두 가지 테마를 다룬다. 첫째, 자원관리와 주민들의 토지 소유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새로운 협력 관계, 둘째, 콩고민주공화국의 역사 정립이다.

아시아 편: <반다나 시바> / 리오넬 아스트뤼
간디 철학을 옹호하는 경제학자이자 생물다양성 운동가이기도 한 반다 시바는 토착민의 노하우를 통해 함께 손을 잡고 농식품 기업의 로비에 대항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자는 강연을 하기 위해 인도와 세계를 돌았다. 반다나 시바와의 인터뷰를 모은 이 책은 반다나 시바가 자신이 세운 협회 ‘나브다냐’와 함께 어떤 투쟁을 해 왔는지가 테마별로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식량주권, 농식품 비즈니스와의 투쟁, 행동주의 등의 테마로 나뉘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운동가로서 과거의 경험 같은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적혀 있다. 마지막 장은 저자의 주요 관심사인 민주주의의 결과와 전 세계 자원의 고갈에 대해 다루고 있다.

마그레브 편: <알제리는 미국만큼 아름답다> / 올리비아 버튼, 마히 그랜드 스테인키스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지 반 세기 이상이 지난 알제리. 독립만 하면 다 괜찮아진 것일까? 당시 식민지 시절의 주민들이나 지금의 후손들이나 많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저자는 다른 알제리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부모로부터 알제리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랐다. 천국과 사람 사이의 유대감(아랍인들과 우리는 형제와 같았다) 사이에 놓였던 알제리의 신화, 그리고 전쟁과 배척으로 얼룩진 알제리의 불행한 역사에 대해 듣고 자란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 풍부한 소설이면서도 동시에 알제리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행서다.

경제 편: <달러와 국제 화폐 제도> / 미셸 아글리에타, 비르지니 쿠데르
‘달러는 우리의 통화지만 댁의 문제다.’ 1970년대 존 코널리 미국 재무부장관이 했던 말로 지금도 유효하다. 2014년 2월에 미준비연방은행은 채권 매입을 줄여 신흥국가들이 이자율을 올리도록 했다.성장 둔화를 가져 올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이 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주도로 1967년에 시작된 국제통화시스템의 개혁이 실패했고 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분석한다.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경제 성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개발 은행에 가입했다. 두 저자는 케인즈 플랜의 철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