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소비 양극화 뚜렷…유통업계 '귀족 마케팅'

2015-04-08     김준희 기자

계속되는 경기 불황 속에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소득·자산의 격차와 함께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의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서민들의 지갑은 좀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대형마트의 매출이 크게 줄어 들었고, 특히 의류 부문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의 지난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3%가 줄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의류 부문 감소율은 8%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플러스도 1분기 매출이 마이너스(-0.9%)를 기록했고 이마트도 0.8% 성장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류층의 지갑은 항상 활짝 열려있었다. 상류층이 애호하는 상품은 불황을 모르고 오히려 매출 신장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올해 1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8~15% 증가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최상위 고객(연 1억원이상 구매)의 지난해 1~10월 구매액은 14.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고객 구매액 증가율(4.4%)의 3배를 웃도는 수치다.

또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 파크제이드 등급(연 2천만 원 이상 구매) 고객의 작년 1~11월 평균 구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1%나 증가했고, VIP보다 한 단계 높은 VVIP급의 지출 증가율도 두 자릿수로 집계됐다.

커피도 고급·프리미엄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서울 소공동 소재 고급커피 전문매장 '스타벅스 리저브'는 상위 7% 내 프리미엄급 원두만 사용해 6천~1만 2천 원에 이르는 '비싼' 커피를 내놓는데 근래 하루 평균 판매량이 작년 3월 개장 초기(30여 잔)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가 최근 발표한 '한국의 개인소득 분포: 소득세 자료에 의한 접근' 논문을 보면, 2010년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 3천797만 명 가운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8.05%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위 1%와 0.1%의 소득 점유율만 따져도 12.97%, 4.4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의 분석에서도 2011~2012년 사이 소득 하위 20%의 자산이 5만 원(1천493만 원→1천498만 원) 증가할 때 소득 상위 1%의 자산은 무려 3억 9천만 원(39억 6천9만 원→43억 4천932만 원) 늘어난 수치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희숙 충북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불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외제차를 비롯한 고가 제품 소비가 늘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이 양극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는 상관없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골프채 등 사치품 수요가 늘었는데 지금이 그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어  "경기가 좋지 않고 소득이 양극화할수록 판매자들은 수익에 도움이 되는 부자들을 만족하게 하기 위해 '귀족 마케팅'에 나서게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