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4세 개인회사 “내부거래로 곳간 채우고 ‘규제대상’서 교묘히 벗어나”

LG그룹 계열사 등에 업고 고속성장 ‘지흥’…규제 피하려 내부거래율 줄여

2015-04-15     선초롱 기자

최근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서 총수 일가의 ‘곳간’ 역할을 하던 개인회사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장남 구형모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LG그룹의 대표적인 일감몰아주기 기업 ‘지흥’이 2년 연속 실적 하락을 겪고 있어 눈길이 모인다. 특히 지흥은 LG그룹 울타리 밖에 있으면서도 LG계열사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두둑하게 한 몫 챙긴 후, 현재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난 상태다. 

2008년 4월 자본금 11억원으로 설립된 디스플레이용 광학필름업체 ‘지흥’은 설립 초기 매출 29억원, 영업손실 5억원의 초라한 성적표로 출발했다. 이후 지흥은 LG화학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들과의 거래를 통해 해마다 고속성장을 거듭해오며, 지난 2012년에는 매출 1,263억원, 영업이익 103억원으로 실적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2년 동안 실적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흥은 지난해 매출 847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3.8% 떨어졌고 영업이익은 72.3%나 급감한 수치다.

특히 이 시기는 박 정부가 내건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맞물린다. 업황 부진의 이유도 있지만, 규제를 피해가기 위해 주 고객인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과의 내부거래율을 낮춤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흥의 전체 매출 가운데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비중은 2012년까지만 해도 21.2%를 차지했다. 규제가 강화된 이후에는 2012년 16.6%, 2014년 10.1%로 크게 감소했다. 이로써 지흥은 일감몰아주기 과세 대상(내부거래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매출의 12% 이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지흥이 당장의 한정적인 거래망 축소로 인해 실적이 악화되기는 하겠지만 과세 대상에서 벗어남에 따라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흥은 계열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다양한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흥은 2010년 산업용 온도센서 제조업체인 동양센서의 지분 16.83%를 매입했고, 지난해 9월에는 자동차·가전 센서·시스템 개발 업체인 센시스 주식 45%를 매입했다. 

하지만 이도 결국 LG그룹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최근 ‘자동차부품’ 사업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흥의 행보에 대해 그룹 계열사를 등에 업고 성장하다가 잠시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부거래를 줄이고, 이후 다시 그룹과 함께 성장하는 ‘기존 오너 개인회사들의 성장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일각에서는 구형모씨가 지흥을 통해 ㈜LG의 지분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G의 지분의 인수 자금에 지흥의 자금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구형모씨는 ㈜LG 지분 가운데 0.8%를 보유하고 있고, 부친인 구본준 부회장은 7.72%를 보유해 구본부 LG그룹 회장(11%)에 이어 2대 주주다.

더불어 구 부회장의 지분을 승계 받을 경우 막대한 상속세를 낼 때도 지흥의 자금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