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지식인과 특수 지식인의 닮은꼴과 차이

2009-06-03     미셸 푸코 | 철학자

오랫동안 발언권을 잡아온 ‘좌파’ 지식인은 진실과 정의의 주인으로 말할 권리를 인정받아왔다. 사람들은 그들이 보편적 가치를 대변하기라도 하듯 그들의 말을 경청했다. 지식인이라는 존재는 모든 사람들의 양심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사람들은 더 이상 지식인들에게 이런 역할을 기대하지 않게 됐다. 지식인들은 만인을 위한 정의와 진실의 귀감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제한된 분야에서 자신들의 작업 조건이나 생활 여건(주거, 병원, 요양원, 대학, 가족 또는 성관계)에 충실하고, 자신들이 처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물론 그들은 거기에서 훨씬 더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투쟁 의식을 갖게 됐다. 그리고 그들은 거기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특수한 문제들, 프롤레타리아트나 대중의 관심사와는 다른 문제들을 만나게 됐다. 그들이 현실 문제에 관여하는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그것이 실제적이고 물질적이며 일상적인 투쟁이기 때문이고, 둘째 그들이 종종 프롤레타리아트나 농민, 대중과 마찬가지로 다국적기업, 사법기관과 경찰, 부동산 투기꾼 등 원치 않는 적들을, 하지만 저들과는 다른 형태로, 만나기 때문이다. 보편적 지식인과 반대로 나는 이들을 ‘특수 지식인’이라고 부른다.

<말해진 것과 쓰인 것, 제2권, 1976∼1988년>, 2001.

  번역 김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