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생산기지' 둥관은 어떤 곳?

2009-06-03     트리스탕 드 부르봉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장난감 생산과 수출을 전문으로 하는 중국 공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경제위기가 그 첫 번째 요인이 아니다. 중국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둥관시가 태풍의 눈 속에 잠겼다. 장난감, 가구, 신발 및 섬유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담당하는 중국의 핵심 지역 중 한 곳인 광둥 지방의 한복판에 위치한 둥관이 침체에 빠졌다. 장시 지방 출신이지만 현재는 청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26살의 노동자 메이화는 “장시의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다. 우리 부모님은 아직 그곳에 사신다. 공장 일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고, 이곳보다 낮았던 임금이 또 삭감됐다고 말했다”고 했다.

농민공들을 돕기 위해, 시는 정부의 국가 재건 프로젝트를 짤 때 통과시킨 예산을 바탕으로 광대한 기반시설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둥관은 이제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분주히 일해 나눠먹는 거대한 파이로 변했다. 이런 어려움은 국제 경제위기 탓만은 아니다. 사실 둥관의 침체는 해외 주문량이 감소한 2008년 이전에 시작됐다. ‘21세기 부동산 중개그룹’의 둥관지부 산업부문 책임자 청왕항은 “2007년 중반 이후부터, 이곳에서 사업을 하던 외국인 책임자들, 특히 홍콩, 대만, 그리고 한국인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아파트 수천 가구가 비어 있다”고 증언했다. “구매력과 공장 임대의 대폭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고도 했다.

선전에 자리한 비정부기구 ‘현대 전망대 연구소’의 창설자이자 대표인 리우케밍은 그 이유를 “2007년 초 이래,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생산 비용이 20~30%, 인력 비용이 10% 상승한 데 이어 위안이 달러와 유로 대비 20% 상승해, 요컨대 도합 50% 정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우는 최근 몇 년간의 연봉 상승을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으로 봤다. 그는 광둥 지방에서만 필요한 인력을 400만 명으로 추정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생산자와 구매자들은 임금 인상 때문에 빈약한 마진을 내며 장사를 지속할 수 없었다. 중국 산업체들이 똑같은 제품들을 과잉 생산했기 때문에 판매 가격으로는 감소한 마진을 메울 수도 없었다.

그러나 둥관은 어떤 젊은 이주 여성의 증언처럼 예전에는 미숙련 노동자들이 형편없는 제품들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장난감 스캔들’은 그런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 스캔들은 2007년 8월 장난감에서 납 성분 페인트가 검출되고 너무 잘 깨지는 플라스틱 재료를 썼다며, 해외 바이어들이 둥관에서 생산한 수백만 개의 장난감을 거부하며 터졌다. 그중에는 미국의 마텔과 RC2도 있었다. 둥관에 위치한 공장들의 특징은 문 닫는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는 사장들의 국적 때문이다. 청하이의 장난감 공장 연합의 책임자 중 한 명은 “청하이의 공장들은 인근 사람들이 운영한다. 이 공장들은 그들의 인생 종착역이다. 이들은 경기 회복을 기다리면서 인력을 감축하며 어렵게 상황을 버티고 있다. 하지만 둥관에는 홍콩, 대만, 그리고 한국인들이 대부분 공장을 임대해 운영하고 있다. 이 공장들이 마진을 많이 내지 못하자, 은행들이 대출을 끊었다. 이어 이들의 본사가 해외 경비의 감축을 결정하면서 이들은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다. 이들이 철수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한 것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투자 없는 기업’을 운영한다는 개념은 20년 전 홍콩 기업들에 의해 생겼다. 12년 넘게 중국과 홍콩에서 ‘팔라자리와 튀리 자문회사’를 운영하는 이 회사의 파트너, 파브리스 튀리는 “홍콩 기업들이 모든 동네를 찾아다니며 거래를 제안했다. 당신들이 공장 부지를 장만해서 공장을 짓고 인력을 공급하면, 우리는 기계 설비와 주문을 맡겠다”고 했다고 했다. 중앙정부는 이런 작업이 사회 및 환경 기준을 거의 갖추지 못한 지방단체에 과도한 권력을 준다는 것을 깨닫기 전까지, 초기 작업을 지원했다. 튀리는 “그래서 2006년, 베이징은 더 엄격한 규제를 통해 파괴를 제한하고 중국 산업의 질을 높이는 대단위 청소 작전을 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많은 홍콩 투자자들은 주로 비용이 상대적으로 싼 베트남으로 떠났다. 그러자 지난 11월 중에는 “해외 투자자들의 비정상적인 철수”에 대한 규제법을 시행했다.

프랑스 법률회사 지드 로예레트 누엘의 상하이 법인에 근무하는 변호사 브뤼노 그랑지에는 “법대로 회사를 청산하지 않으면, 사업 파트너들이 입힌 회사의 손실을 주주들이 완전히 떠안게 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조처는 조세 피난처에 회사를 등록한 중국 기업가들한테도 해당된다. 이들 중 많은 수가 이중국적자여서, 모든 자산을 해외로 빼돌린 뒤 자취를 감췄다. 중국 정부도 일부 책임이 있는 이런 오랜 관행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2008년 여름부터 중국 산업이 겪는 고통을 국제 경제위기 탓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농촌 계획에 대한 정부의 책임자 첸 시웬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업체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면서 “2천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거나 집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주의가 요망된다. 첫째, 이 수치는 <신화통신>의 설명처럼 “중국의 150개 마을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의 결과일 뿐이다. 둘째, 수천만 명의 농민공들이 설날에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올해에 수천만 명이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고 해서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셋째, 통계청은 3월 말에 실직 중인 농민공 1100만 명이 도시에 체류하고 있으며, 1400만 명이 고향에서 설을 쇤 뒤 고향에 남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만나본 모든 농민공은 이 발표를 신뢰하지 않았고, 전문가들도 주의가 요망된다고 했다.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둥관시 시장 리유쾅은 “우리는 비가 오기 전에 집을 수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시장은 사회운동의 확산을 우려했다. 둥관시가 2009년 1~2월 일자리 6만6천 개를 감축하고, 4만8천 명을 고용하고 있는 둥관의 440개 공장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들은 지난여름부터 해고 노동자들의 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둥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유럽 업체는 “이런 현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농민공들이 모이는 것은 일자리를 잃어서가 아니라, 받지 못한 임금을 받기 위해서다. 체불임금을 받는 즉시, 이들은 일자리를 찾아나선다. 이 지역의 공장들이 여전히 사람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언론들이 이런 보도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언론들의 이런 보도 행태는 서양의 지도자들이 엄청난 외환보유액 덕분에 국제 금융위기로부터 타격을 덜 받은 중국이 국제 금융시스템 구조에 획기적인 방식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어쩌면 이것은 중국 당국이 경제위기의 주요 책임자들인 저들의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트리스탕 드 부르봉 Tristan de Bourbon
번역·조은섭

 


 


<수치로 보는 청하이와 중국>

청하이 주민 수
-공식 집계는 80만 명이다. 이 중 50만 명 이상이 장난감 생산 공장에서 일하는 농민공이다.

생산 활동
-2008년 장난감 매출액이 160억2천만 위안(10억8천만 유로)에 달했고, 이 중 80%를 수출했다.

공장 수
-공식 집계된 공장 수는 3천 개지만 비공식으로 1만 개에 이른다. 그 차이는 대형 공장의 하청 업체들 때문이다.

보수
-작업은 4시간 교대 근무에 14~15위안(1.55~1.66유로) 지급. 하루 2교대 조는 매월 900위안(100유로), 3교대 조는 1350위안(150유로)을 받는다.

중국의 성장률
-2009년 1분기 성장률 6.1%. 2008년 성장률 9%. 지난 5년간(2003~2007) 평균 성장률 10.7%.

총수출액
-2008년 수출액은 국내총생산의 35%에 해당하는 1조4285억 달러.

장난감 총생산량
-2008년 123억 달러. 2008년 1월까지 세관에 신고된 공장 수가 8610곳에 달했으나 12월 들어 4388곳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