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권 중반이후 한반도 평화 전망

2015-04-24     서보혁
박근혜 정권 중반이후 한반도 평화 전망서보혁|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박근혜 정부는 출범하면서 ‘남북관계 정상화’를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설정하고 그 실천방법으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제시하였다. 정부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서로 대화하고, 약속을 지키며, 호혜적으로 교류·협력하는 것을 그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신뢰는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 통일기반 구축을 가능케 하는 동시에 국민적 지지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하에 대북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남북 간 신뢰만이 아니라 국민적 신뢰, 국제적 신뢰를 포괄하지만 관건은 남북 간 신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신뢰프로세스를 좁게 말할 때 북한을 향한 교류협력, 안보, 인도주의 정책, 즉 대북정책으로 이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균형 있는 접근, △진화하는 대북정책, △국제협력을 세 원칙으로 제시하였다. 여기서 ‘균형 있는 접근’은 안보와 교류·협력, 남북협력과 국제공조의 균형을 말하고, ‘진화하는 대북정책’은 한반도 안보환경의 변화와 기존 대북정책의 한계를 고려해 대북정책을 새롭게 발전시켜 나갈 필요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균형 있는 접근’에서 국제공조를 언급하면서도 ‘국제협력’을 별도의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 인상적인데, 정부는 ‘국제협력’이 한반도 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협력 증진의 선순환 관계의 증진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추진함에 있어서 △튼튼한 안보에 기초, △합의이행을 통한 신뢰 쌓기, △북한의 ‘올바른’ 선택 유도, △국민적 신뢰와 국제사회의 신뢰에 기반한 정책추진 등을 정책 기조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다음과 같은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가 신뢰형성을 통한 남북관계 정상화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인도적 문제의 지속적 해결, 상시적 대화채널 구축과 합의정신 실천, 호혜적 교류협력의 심화·확대,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 등을 제시하고 있다. 둘째,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확고한 안보태세 완비, 북핵문제 해결 노력,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정치·군사적 신뢰구축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셋째는 통일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 국민과 함께 하는 통일 추진,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 추구를 제시하고 있다. 넷째로는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 모색이다.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협력의 선순환을 위해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대하고,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 추구를 통해 궁극적으로 북한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북방 3각협력 등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기존 대북 포용정책과 압박정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엿보이지만, 현재까지 북한과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불가피한 현실이 작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정부 스스로 공약한 신뢰프로세스를 가동시킬 정책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신뢰 프로세스는 일반여론은 물론 전문가들로부터도 전반적으로 잘 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의 시기에 악화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신뢰 프로세스는 시의적절하고 그 출발과 방향도 타당해보였다. 그러나 △합의 이행을 통한 남북 간 신뢰 조성,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의 관계, △한반도 비핵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등에 관한 적극적인 자세와 구체적인 방향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신뢰 프로세스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할 수 있는데, 첫째는 남북 간 신뢰 조성의 제1 방안이라 할 수 있는 기존 합의 이행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있는지, 또 정부의 관련 기본입장(1)이 합의 이행을 구체화 시킬 복안을 갖고 제시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기조 중 하나로 제시된 “북한의 ‘올바른’ 선택 여건 조성”이라는 것이 남북 간 동반자의식보다는 북한을 압도하거나 계도할 대상으로 접근해 결과적으로 신뢰프로세스의 본격 가동을 스스로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할 수 있다. 두 번째 의문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말하는 세 영역의 신뢰, 즉 어떻게 남북 간 신뢰, 국민적 신뢰, 국제적 신뢰가 상호조화를 형성, 발전시켜나가느냐의 문제이다. 가령, 세 영역의 신뢰 중 한두 영역에서 신뢰가 낮을 경우 셋 사이의 신뢰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 현실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동질성 회복 등 3대 대북 제안을 골자로 한 ‘드레스덴 통일 구상’으로 발표했다. 각 제안에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 방안들이 포함됐다. 예를 들어 △북한의 산모·유아를 지원하는 ‘모자(母子) 패키지 사업’, △역사·문화·스포츠 교류 장려, △경제 운용·금융·조세 교육 지원, △미래 세대 교육 프로그램 공동 개발, △DMZ(비무장지대)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의 국방위원회(제1위원장, 김정은)는 드레스덴 구상을 “황당무계한 궤변”이라고 지적하면서, 그것을 흡수통일이 일어난 독일에서 한 소소한 제안으로 통일을 외세에 구하는 처사라고 공식 비난했다. 이후 북한정부 기관지 <민주조선>(4.28)도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통일준비위원회’ 등을 언급하면서 “그런 기만술책 역시 어디에도 통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북한의 불신과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같은 해 8월 7일 통일준비위원회 1차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박근혜정부가 흡수통일을 겨냥한 대북정책을 시도한다는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정책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은 상호 체제존중 하에, 외세배격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으로, 남북 간 합의 이행을 통해 통일로 나아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2013년은 김정은 집권 2년차, 박근혜 정부 출범의 해로서 북한은 남한의 새 정부에 대화의 문을 여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2013년 신년사에서 “나라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를 위해 “북남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리행하는 것”, 곧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철저히 리행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 벌려나가야 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김정은은 또 2014년 신년사에서 “나라의 통일문제를 겨레의 지향과 요구에 맞게 해결하자면 외세를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립장을 확고히 견지하여야” 한다고 말하고, “민족문제, 북남관계문제를 외부에 들고 다니며 ‘국제공조’를 청탁하는 것”을 “수치스러운 사대매국행위”라며 남한정부를 간접 비난했다. 그 대신 김정은은 “북남사이의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북대화 의사를 표명했다. 이는 북한이 2013년 시도하다 무산된 남북 당국 간 대화 재개를 통해 경색된 남북관계를 해소함은 물론, 그를 통해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타개하려는 의지로 보이기도 했다. 김정은은 남한을 향해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되었”고 “ 동족대결과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 개선에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며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나오자 북한은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으로 반응하며 남북 고위급접촉에 응했다.2015년 들어 남북한은 분단 70년을 활용한 대화 의사를 표명하였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조국해방 일흔돐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내세웠다. 특히,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상정 및 찬성 등을 의식하며 “체제대결을 추구하지 말며 우리 민족끼리 리념에 따라 민족의 대단합, 대단결을 이룩하여 조국통일문제를 민족공동의 리익에 맞게 순조롭게 풀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김정은은 남한정부를 직접 겨냥해 “북남사이의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아야 하며 상대방의 체제를 모독하고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동족을 모해하는 불순한 청탁놀음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신 “북남 사이의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끊어진 민족적 뉴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의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고위급접촉의 재개와 부문별 회담 개최 가능성, 나아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최고위급회담도 못할 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미합동군사연습, 대북전단 살포, 유엔 인권이사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 등 4월 현재까지 남북대화의 악재가 줄을 이으면서 북한은 남북대화 재개의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북한의 대남정책에서 지속적인 측면은 민족대단결, 민족화해협력 등 통일문제=민족문제로 파악하면서 반외세 자주를 강조해온 점이다. 대신 반전반핵을 내세우며 안보평화문제는 북미관계에서 해결할 성질로 파악해왔다. 그런데 이런 이항구도의 논리가 다소 해체되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2014-15년 신년사에서 확인된다.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민족의 안전과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적극 투쟁하여야” 한다고 선동하면서 “미국과 남조선호전광들은 조선반도와 주변에 핵전쟁장비들을 대대적으로 끌어들여 북침핵전쟁연습을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으며 이로 하여 사소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위험한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보았다. 2015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같은 정세 인식을 재확인하면서도 안보평화문제 해결을 미국은 물론 남한에게도 촉구하는 자세를 보였다. 김정은은 “조선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여야 한다”며, 남한정부에 “외세와 함께 벌리는 무모한 군사연습을 비롯한 모든 전쟁책동을 그만두어야 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는 길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미국에게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두드러진 것이어서 더 인상적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자처하고 “내외호전세력들의 전쟁준비”에 핵억지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해오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미국은 물론 남한에게까지 평화를 향한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것은 기만전술인가, 아니면 핵능력 강화에도 불구하고 위협인식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인가?----------------------------------------* 남북관계 현황지난 2월 25일 통일부는 “박근혜 정부 2년, 통일업무 이렇게 추진했습니다”는 홍보 자료를 내놓았다. 자료는 아래와 같이 11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다.1.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지속 추진2. 「통일준비위원회」출범 및 활동3. 「DMZ 세계생태평화공원」조성 추진4. 젊은 세대들의 통일공감대 형성5. 「한반도통일미래센터」 개소6. 북한 인권 개선 노력7. 대북 인도지원 규모 확대 개선8. 사회문화교류 활성화9.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10.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실현의 토대 마련11. 탈북민 맞춤형 정착 지원 확대위에서 북한을 직접 상대로 하는 사업이 7개항이고, 북한주민들이 직접 관련된 사업이 6-9항이 해당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이산가족상봉은 1회(’14.2.20~2.25, 금강산) 열려 170가족(813명, 전후납북자(본인) 2가족, 전시납북자(유족) 3가족 포함)이 상봉했다. 대북 지원액은 386억원으로서 정부차원 275억원, 민간차원 111억원이다. 그중 정부 지원은 국제기구를 통한 것으로 직접 지원은 전무하다.박근혜 정부 들어 현재까지 남북회담은 총 32회 열렸다.△ 정치 3회 -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회식 계기 남북고위급회담 ‘14.10.4 - 남북고위급접촉 ’14.2.12, 14 - 남북당국회담 실무접촉 ’13.6.9~10△ 군사 1회: 남북군사당국자 접촉 ’14.10.15△ 경제 25회 - 개성공단 남북당국 실무회담 1~7차 (’13.7.6~7, 7.10, 7.15, 7.17, 7.22, 7.25, 8.14) -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1~5차 회의 (’13.9.2, 9.10~11, 9.16, 12.19, ’14.6.26) - 공동위원회 분과위원회 12회(출입체류 4회, 3통 4회, 투자보호 2회, 국제경쟁력 2회) - 개성공단 상사중재위 운영을 위한 1차 회의 ’14.3.13△ 인도 2회: 남북적십자 실무접촉 ’13.8.23 / ’14.2.5△ 사회문화 1회 :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남북실무접촉 ’14.7.17-----------------------------------김대중 정부는 집권 2년간(1998-99) 남북대화를 13회, 노무현 정부는 같은 기간 남북대화를 59회를 각각 실시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는 적어도 김대중 정부보다 남북관계를 잘 관리했다거나 발전시켜왔다고 말할 수 있는가? 무엇보다 남북관계 전체를 관리 조정하는 당국 간 정치·군사회담이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그에 따라 경제, 인도, 사회문회 회담도 일회적이거나 간헐적으로 열리고 있을 뿐이다. 경제협력 분야에서 정부는 개성공단을 “발전적 정상화 및 국제화 합의”에 이렀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현안문제 및 제도개선 협의․해결을 위한 당국 간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하고, 3통(통행․통신․통관)문제 해결, 투자보장, 안전한 출입체류 보장 노력을 들고 있다. 또 당국 간 협의를 통해 3통, 투자보장 등 제도개선 추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일단위 상시통행 실시를 위한 전자출입체계(RFID) 구축 및 시범운영(‘14.3), 남북 간 인터넷 망 구성 및 경로, 인증방식 등 인터넷 연결방식 합의(’14.2), 투자보장 장치 마련을 위해 개성공단 상사중재위원회 구성(’13.12) 등이 그 성과들로 제시된다. 정부는 또 개성공단을 국제적 공단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투자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성과로 든다. 개성공업지구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근거 마련(‘14.1)이 그 예이다. 그럼에도 남북 경제협력은 개성공단에 한정되어 있고, 개성공단 사업이 확대되지 않고 초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임금문제 등 불안정 요인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가진 현행 개성공단사업을 유지하는 것으로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이나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구축에 이바지 한다고 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특히, 5.24 대북제재 조치로 북한 내륙으로의 경제협력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에서 경제협력의 확대는 난망한 상태이다. 남북 경협의 정체는 기업의 자율성 침해, 경제문제에 대한 정치적 규제 지속, 북한경제의 북방경제로의 의존 등 부정적인 연관효과를 파생시키고 있는 점도 우려를 사고 있다.정부는 한편 남북 사회문화교류에 있어서 현 정부 출범 이후 방북·방남 및 북한 주민과의 접촉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위 홍보자료에 따르면 남북 접촉 횟수는 2012년 147건→ 2013년 197건→ 2014년 219건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중 방북은 11건→ 5건→ 31건, 방남은 0건→2건→ 5건이다. 2009년 중단된 겨레말큰사전 공동편찬회의와 개성 만월대 공동발굴·조사사업이 재개되었다. 평양 고구려고분군 발굴, 기록유산 남북공동전시 등 신규사업 발굴은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체육·종교분야에서는 2014년 10월 인천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 참가(273명) 및 고위급 대표단의 폐회식 참석, 같은 해 10월 인천 장애인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 참가, 불교계 합동법회와 기독교계 공동기도회가 2013, 2014년 평양에서 각각 두 차례 있었다.이상이 박근혜 정부 들어 이루어진 모든 남북 사회문화교류사업이다. 위에서 언급한 학술, 체육, 종교 분야의 교류사업만 보더라도 일회적이거나 간헐적인 사업이 대부분이다. 이들 분야 내 많은 세부 분야는 물론 다른 사회문화 분야의 남북교류가 전개되지 못하고 있다. 위와 같은 제한된 교류사업마저 정부의 소극적인 자세로 확대하지 못하고 신뢰회복의 전기로 삼지도 못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의 인공기 게양 불허나 폐막식에 참가한 북한 고위급인사들과의 대화에 적극 임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사례로 남는다. 무엇보다 김정은을 비롯해 북한당국이 남북 간 신뢰의 징표로 판단하고 있는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기념하는 남북 간 교류사업이 막혀있는 점은 박근혜 정부 들어 사회문화교류사업은 물론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남한 정부가 올해 6.15 기념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허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정부는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북한에 제의해둔 상태이고, 민간의 6.15 기념 남북공동행사 개최에는 공식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박근혜 정부 들어 대북 인도지원은 이명박 정부때에 비해 소폭 늘어났다. 5.24 제재 조치의 예외인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은 WHO, UNICEF, WFP 등 관련 국제기구를 통해 계속 시행되고 있다. 특히, 2014년에는 WFP를 통해 9개도 87개군 18,853개 기관을 대상으로 영양보충제를 제공하는 신규 사업이 전개돼 수혜 대상이 68만명에 이르렀다. 이밖에도 정부는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영유아 질병 예방·영양 공급 지원사업을 허용했다. 2014년 국내 민간단체를 통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5년 만에 재개돼 보건, 농업, 축산 분야의 13개 단체가 총 30억 원 규모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민간단체 자체 재원으로도 지난 2년간 105억 원 규모의 영양식·의약품 지원이 있었다. 정부는 위와 같이 점진적으로 지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국내외 기구·NGO와 협업을 촉진하고 분배투명성 제고를 도모하고 있다. 또 2014년 들어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를 통해 농축산, 산림 관련 물자 지원사업 2건(경통 딸기모종 지원, 에이스 온실자재 지원)을 허용한 바 있다.인도지원 분야에서 정부의 간접 지원 확대 및 민간지원 부분 허용은 북한의 대남 적대의식을 완화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그 규모의 제한, 정부 직접 지원 부재, 민간지원사업 규제, 지원 내역의 규제 등으로 북한의 신뢰 회복, 경색된 남북관계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북한경제의 부분 회복, 시장의 기능, 중국과의 교역 증대 등으로 제한적이고 간접적인 소규모 지원사업의 정치적 효과가 뚜렷하지 않다. 여전히 북한주민들은 국제사회 권장량은 물론 북한당국이 책정한 목표에 이르지 못하는 식생활을 하고 있다. 5.24 조치 해제 이전 민간 지원사업의 대폭 허용, 5.24 조치 해제와 정부 직접지원의 동시 시행과 같은 방식으로 단계적인 정책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남북관계 전망2014년 벽두부터 남북은 대화 재개를 화두로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천명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대박’으로 응수했다. 이어 북한 국방위원회가 ‘중대제안’을 통해 비방중상 행위 중단,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핵재난 방지 조치 등을 전제로 이산가족상봉과 남북현안에 대한 논의로 반응했다. 그런 배경 하에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거쳐 2월 20-25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열렸다. 이는 2003년 상반기 개성공단 중단, 남북 당국 간 회담 무산과 대조된다. 물론 2003년은 2월 12일 북한의 핵실험과 그에 따른 대북 추가 제재로 정세가 악화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남북이 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2013, 2014년 모두 상반기에 한미합동군사연습으로 상황이 양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두 해 남북관계 양상의 차이는 향후 남북관계를 두 시나리오로 전망할 수 있는 경험적 자료이다.먼저 확인할 것은 남북이 당국 간 회담에 나설 필요를 갖고 있는가이다. 깊은 상호 불신에 따른 안정적인 대화 가능성을 비관할 경우 대화에 대한 기대는 낮아진다. 반대로 국내정치적 필요와 관계개선을 통한 전략적 이익 획득에 대한 기대가 높을 경우 대화에 나설 수 있다. 정권이 국내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활용해(혹은 돌파하기 위해) 대화에 적극 나설 필요를 가질 수 있고, 경제침체의 탈출구 마련이나 제재망 뚫기를 위한 접근도 가능하다. 박근혜 정부의 경우 집권 중반을 넘어서는 올해에 남북관계의 전환을 꾀할 필요가 증대할 수 있다. 남북이 대화에 나설 필요를 충분히 갖고 있는 경우에는 대화의 분위기 조성이 관건이다. 가능한 방안으로 상호비방과 적대행위 중단, 당국 차원의 직접 인도지원과 민간교류의 전면 허용 등을 꼽을 수 있다. 6.15공동선언 기념 남북공동행사 개최, 국제행사 혹은 제3국 초청 남북 당국회담, 그리고 특사 교환도 가능하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의 대북전단 살포 중단, 5.24 제재 조치 해제, 한미합동군사연습 조정이 뚜렷한 신뢰의 징표로 읽힐 수 있다. 남한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대남 도발 중단, 조건 없는 이산가족상봉 수용, IAEA의 핵사찰 수용 및 NPT 복귀가 신뢰의 징표가 될 수 있다. 2015년 현실적인 남북간 정치적 목표는 긴장완화, 대립해소를 향해 안정적인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경제협력,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로 보장해 남북관계 개선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일은 그 이후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남북 경제협력의 필요성은 경협 기업의 이익을 초월하고 있고, 전문가들의 공감도 초월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경제의 침체가 국내 산업구조와 경기변동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세계경제의 불안정과 긴밀한 관련을 갖는다는 점은 많이 지적되고 있다. 그 주요 대안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통한 경제공동체 건설, 북방경제로의 진출이 꼽히고 있다. 이런 지적 혹은 기대는 언론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정치권의 낮은 리더십, 특히 이념에 구속된 정치가 현실과 미래를 일시적으로 억제하고 있는 형국이다. 2007년 10.4 정상선언 이후 다방면의 남북 교류협력사업이 추진될 때 진보개혁진영의 일부는 북한의 내부 식민지화, 북한인들의 이등시민화, 북한지역의 생태 파괴를 미리 우려한 경우가 있었다. 이런 점에 유의하면서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환경영향평가, 북한인(특히 지역주민)들의 입장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은 남북 경협이 남북 상생, 북한인들의 삶의 질 향상, 군사적 긴장 완화에 기여하는 바를 재연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한 번의 중단 소동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의 생명력을 고려할 때 개성공단의 확대와 접경지대에서 제2, 제3의 개성공단 설립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 가능성은 남북관계에 정경분리론을 얼마나 적용하느냐에 달려 있다.인도문제와 사회문화교류에 있어서는 남북한 당국이 남북관계에서 민간의 지위와 역할을 인정하느냐, 곧 협치의 자세를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실은 북한은 물론, 남한정부도 민관을 대응한 협력관계보다는 민을 보조자, 혹은 관리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런 가운데 남북이 민의 참여와 협조가 결정적인 인도문제와 사회문화교류 활성화에 상호 협력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정치군사적 상황의 제약이 더해지고 있다. 이로써 남한이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이들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위치에 있고, 민간의 자율성을 인정한 가운데 민관협력을 추진함에 마땅하다. 민간의 이산가족 생사확인, 서신교환, 상봉, 탈북 이산가족 지원 사업을 등을 정부가 지원을 더해줄 필요가 있다. 학술, 종교, 체육, 여성, 역사 등과 같은 사회문화교류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고 관련 정부 부처와 민간단체의 협력관계 강화가 요청된다. 거시적으로는 인도사업 및 사회문화교류사업의 활성화는 정치군사적 환경의 제약의 최소화 혹은 정치군사문제와 이들 분야의 병행 운용의 여부에 달려있다. 미시적으로는 현행 정부 규제 하의 사업 집행 기조의 변경 여부에 달려있다.마지막으로 북핵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안보문제의 해결을 위한 남북의 역할은 국제사회의 건설적 개입과 조화를 이룰 때 효과를 거둘 것이다. 가령, 북핵문제 해결 노력을 남북 채널과 국제 채널 중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무런 유용성이 없다. 북한이 핵보유국을 자처하고 경제·핵 병진노선을 전개하는 상황에서 이 두 채널의 조화는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 궤도에 올리는데 필수조건이다. 문제는 현재 이 두 채널이 가동되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이다. 현 정부는 북한인권문제와 마찬가지로, 북핵문제도 북한의 先행동을 전제로 “국제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2015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통일준비 전략’에 북한 인권, 핵문제를 거론하며 “北 비핵화 진전⇔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 정착”을 목표로 제시하며 다음 세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 국제사회와 공조, 북한 비핵화를 위한 창의적 방안 마련△ 남북 간 신뢰 형성을 통한 북한 변화여건 조성△ 북한 비핵화 진전에 따라 비전코리아 프로젝트 작동이 세 방안이 담고 있는 선후관계를 바꾸면 어떨까? 그리고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도 눈에 띄는데, 이와 같은 인식과 정책방향으로는 잔여 2015년 남북관계가 아니라 잔여 박근혜 정부 하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까?박근혜 정부가 출범할 때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의 파상적인 제재에 묶여 있었고, 그 당시 3차 핵실험으로 제재는 가중되었다. 북한문제에 있어서 미중협조체제도 무난해보였다. 그런데 목하 북한은 북중러 북방경제협력을 형성해 그것을 기축으로 제재 약화를 기도하며 미국, 일본과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김정은이 남북고위급 접촉에 응하거나 정상회담을 시사하면서 남한에 남북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이는 1990년대 초 급격한 체제위기에 처했을 때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이 전방위 생존외교를 전개한 때를 연상시킨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은 북한의 핵무장 여부이다. 분명한 점은 이제 한반도 평화는 일시적 책략을 허용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엄중한 현실이다.(1) 정부는 “(남북간 기존 합의의) 구체적인 이행문제는 국민적 합의, 안보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p. 31.글‧ 서보혁 정치학 박사. 코리아연구원 기획위원으로, 쓴 책으로는 <탈냉전기 북미관계사>(2004·선인), <북한 인권: 이론, 실제, 정책>(2007·한울) 등이 있고, 공역서로 <실패한 외교>(2008·사계절) 등이 있다. 이 글은 4월 22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분단 70년, 남북관계는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