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발레리나의 비극적 사랑 외

2009-06-03     마리나 다 실바 | 평론가

<여왕의 날개>,바시니 라레지 지음

이 책의 원문은 아랍어이며 프랑스에서 프랑스어로 번역돼 출간되었다.
“마을을 빼앗겼다. 마치 별을 도둑맞는 것 같다. 낡아빠진 마을은 마치 잔해 속에서 나오며 죽어가는 사람과 닮아 있다.” <여왕의 날개>는 사랑과 슬픔에 관한 소설이다. 이 소설의 내레이터는 대학교수로, 미리암의 죽음 앞에서 무기력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인물로 나온다. 두 사람은 열정적인 사랑에 빠졌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미리암의 죽음을 바라보는 건 내레이터에게 무척이나 고통스럽다. 이와 함께 미리암이 살아온 인생 이야기와 폭력에 얼룩진 나라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미리암은 발레리나다. 하지만 그녀의 조국 알제리는 혼란으로 얼룩져 있고 갈가리 찢겨 있다. 또한 극렬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알제리의 문화를 탄압한다. 1988년 10월 7일, 빗나간 총알이 미리암의 뇌에 박히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제 미리암은 죽을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되고 만다. 미리암은 죽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더 고통스러운 건 무용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리암은 그럴 수 없다. 다행히 미리암은 러시아 여성 아나톨리아와 만나면서 아이들의 춤을 알게 된다. 아나톨리아는 자신이 만든 발레단에 들어오라고 미리암에게 제안한다. 이제 아나톨리아는 미리암에게 인생의 지표이자 양어머니 같은 존재다. 미리암에게는 물론 친어머니가 있지만 친어머니는 전통에 따라 죽은 남편의 동생, 즉 시동생과 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암의 아버지는 공격적인 비밀 무장조직 OAS에게 살해당했다.
어머니와 작은아버지와 함께 살아가던 미리암은 답답한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지만 남편을 거부해 결국 이혼을 당하고 만다. 미리암에게는 역설적이게도 이혼이 오히려 자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미리암은 춤에 열정적으로 몰두한다. 그리고 미리암은 내레이터와 만나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 두 사람에게 열정적인 사랑은 자유와 새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내레이터에게 미리암을 잃는 것은 방향을 잃고 나아가 정체성을 잃는 일과도 같다.
이 책의 저자는 1994년까지 알제리대학에서 근대문학을 강의했으며 현재 소르본에서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알제리인이기에 알제리의 상황에 늘 관심을 갖고 글을 쓰고 있다.

사상편-<마르크스와 역사>, 에릭 홉스봄 지음

“그 누구도 혹시 작가가 마르크스주의자인지 아닌지 궁금해하지 않을 날이 있을 거라 상상하고 싶다. 그때가 되면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마르크스의 사상 덕에 역사가 성공적으로 변했다고 기뻐할 수 있을 것이다.”
에릭 홉스봄이 1983년에 품었던 희망이다. 하지만 그로부터 26년이 지났으나 홉스봄이 바랐던 상황은 오지 않았다. 1980~90년대의 10가지 텍스트로 이루어진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의 이론을 역사적으로 다시 살펴볼 수 있다.
저자의 태도는 단호하다. “마르크스를 살펴보지 않고는 그 어떤 역사적인 토론도 진지하게 할 수 없다.”
또한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의 관계를 분석하면서 사회인류학 같은 학문에 있는 정확한 연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증거를 중시하는 저자는 포스트모더니즘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기도 하며 역사가는 신화를 부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경편-<아그로 에너지>, 프랑수아 우타르 지음
아그로 에너지가 진정으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등을 철저하게 분석하는 책이다. 사회학자, 사제, 운동가, 대안 세계화 운동 지지자인 저자 프랑수아 우타르는 이 책에서 막대한 자료를 동원해 아그로 연료를 상세히 분석한다. 아그로 연료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에너지다. 하지만 아그로 연료는 식료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령 옥수수를 이용해 생산되는 에탄올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한편 노벨 화학상 수상자 파울 크뤼천은 아그로 연료가 기후 온난화를 해결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했는데, 가령 아그로 연료 1ℓ는 화석연료 1ℓ보다 온실가스를 두 배나 더 배출한다고 한다. 물론 반드시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태양 혹은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포스트자본주의 모델을 세우지 않고는 환경 위기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아시아 편- <술꾼 셋이 나누는 정치적인 대화>, 나캐 쇼맹 지음
1887년에 씌인 정치 픽션으로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다루고 있다. 일본은 자국의 독립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모범으로 삼을 만한 개발 모델을 찾으려고 고심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상이 서로 충돌한다. 이 책은 주인공 세 명이 각각 다른 사상 세 가지를 의인화해 등장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첫 번째 등장인물은 서구식의 신사로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일본을 꿈꾼다. 두 번째 등장인물은 군사적인 팽창을 지지하는 전사다. 두 사람은 유럽과 아시아의 정치 시스템, 국제 정세를 분석했지만 해결이 안 되는 게 있어서 학자인 난카이 선생에게 조언을 구하러 온다. 난카이는 학식이 풍부하지만 자기중심적이며 사케를 아주 좋아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난카이는 민주주의로 서서히 이행하며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그 첫째 단계로 천황이 지배하는 의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야기는 전사가 승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민주주의를 향한 대중의 움직임은 점차 격렬해지면서 분열이 일어난다. 결국 일본은 식민지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자국의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식민지 정책 덕분에 사무라이들은 할 일이 생긴다. 한마디로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 사무라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셈이다. 마침 사무라이들은 이미 메이지유신 개혁으로 인해 예전의 특권을 잃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은 식민지 정책을 추진한 덕에 서구와 외교적으로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된다.


   마리나 다 실바Marina da Silva
요약 및 번역·이주영 ombre2@ilemon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