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키나파소의 청년단체 ‘시민 빗자루’

2015-04-30     다비드 코멜라

비폭력 저항운동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조직한 시민 빗자루의 주도 하에 부르키나파소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결국 2014년 10월 시민 빗자루의 눈부신 활약으로 블레스 콩파오레 대통령을 축출시키는데 성공했다.

“비디오 영상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국가의 현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회가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다들 한걸음 뒤로 물러나기 십상이지요.” 스모키란 이름의 래퍼로 활동 중인 세르쥬 밤바라가 랩을 하듯 또박또박 끊어서 말한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현실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이 우리가 그런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올해 43세인 이 뮤지션은 아프리카의 부정부패를 비난하는 내용의 음반을 제작한 장본인이다.(1) 그가 여기서 굳이 ‘우리’라고 지칭한 이유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세르쥬는 레게 가수인 샘즈 케이 르 자와 함께 2013년에 ‘시민 빗자루’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비폭력 저항운동을 지향하는 젊은이들이 조직한 이 시민 빗자루의 주도 하에 부르키나파소 시민들이 시위에 동참했다. 결국 2014년 10월 시민 빗자루의 눈부신 활약으로 블레스 콩파오레 대통령을 축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회원 수가 곧 힘이다”는 이 단체가 내건 슬로건 중 하나다. 회원 수를 정확하게 헤아리기는 힘들지만, 수도인 와가구두에 60개 클럽, 부르키나파소의 나머지 지역에 약 40여개 클럽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개의 클럽에는 최소 10명의 ‘시민 빗자루’들이 활동 중이다. 연간 총회를 통해 선출된 전국연합의 멤버는 총 13명으로, 박사 과정에 있는 대학원생들, 상인들, 뮤지션 3명, 기자 2명, 변호사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콩파오레 대통령의 권력 남용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시민 빗자루’는 2013년 6월에 정관을 제출하였다. 43세의 변호사인 기 에르베 캄이 헌장을 작성하였다. 전 재판관인 그는 사법윤리센터의 책임자 자격으로 대통령 임기를 연임까지만 허용한다는 내용의 헌법 제37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활동 단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캄 변호사가 뮤지션들의 편에 서면서 ‘시민 빗자루’의 명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그리고 그의 뛰어난 협상 능력은 콩파오레 대통령의 사임 이후 ‘시민 빗자루’가 (정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군부, 야당, 대중들 간의 중재자 역할을 해야 했을 때 빛을 발했다.

 

시민단체 ‘시민 빗자루’가 부패 대통령을 축출하고 선거를 준비

10월 말, 시민 봉기가 일어나고 며칠 후 부르키나파소는 카오스 상태였다. “우리는 군부에게 대통령 사임 이후의 과도기를 책임질 수 있는 대표자 1명을 지명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이 1명이 군부의 의견을 통일해 준다면, 국민의 인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건, 즉 국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군부를 지지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캄 변호사가 설명한다. 군부는 야쿠바 이삭 지다 대령을 선출하였다. 그는 콩파오레 전 대통령의 전우이기도 하다. “우리는 또한 정당과 활동 단체들의 동의 없이는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을 것을 요구했습니다. 과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 모든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기를 원했지요. 하지만 정당들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일부 군부대들이 거리 행진을 강행하면서 불안은 더욱더 커졌다. 대치 상황이 발생하고 총기 발사가 일어나면서 시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드디어 타협이 이루어졌다. 전 외교관이자 내무부 장관인 미쉘 카판도가 과도 정부의 대통령으로 추대되었고, 지다 대령은 총리에 임명되었다.


“혼란기 덕분에 군부가 세력을 쥘 수 있었습니다.” 캄 변호사의 말이다. “만약 정치인들이 10월 31일 이후 우리의 요청을 수용했다면 정당들 간의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을 것이고, 또한 다른 사람이 총리가 될 수도 있었겠지요. ‘시민 빗자루’는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지다 대령을 총리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닙니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하지만 한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결국에는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새로운 학살이 일어나는 것을 막았고, 시민과 정당들은 평화롭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다음 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평화일 뿐인 것이, 2015년 2월부터 콩파오레 대통령의 근위대인 대통령안전연대와 군부 간에 갈등 상황이 지속되면서 부르키나파소에 또 한 차례의 폭풍이 휘몰아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분위기 속에서 ‘시민 빗자루’는 과도 정부의 원활한 운영과 장차관들의 청렴 유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월에는, 주간지 <리포터Le Reporter>가 무무니 디에김데 교통부 장관이 허위 학위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문서 위조 건으로 4개월 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감추었다는 사실을 폭로하자, 캠페인을 벌여 결국 장관의 해임을 이끌어냈다. “지도자들에게는 엄격한 윤리 잣대를 들이댈 필요가 있습니다.” 스모키가 주장한다. “우리는 부르키나파소 정부의 부정부패를 근절하여 훗날 부르키나파소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의 귀감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시민 빗자루’의 모범적 역할

샘즈 케이와 스모키는 이미 니제르와 가봉에서 ‘시민 빗자루’와 유사한 단체를 조직하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지원 요청을 받았다. “그들을 지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스모키는 강조한다. “우리가 처음 ‘시민 빗자루’ 단체를 결성했을 때, 사람들은 이미 세네갈의 ‘Y en a marre(‘지겨워’라는 의미)’라는 단체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 지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렸고, 이는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민 빗자루’는 ‘Tournons la page(‘과거를 잊고 새출발하자’라는 의미)’라는 이름의 아프리카 기반 플랫폼에 속해있다.(2) “토고에서는 우리에게 말도 하지 않고 젊은이들이 ‘시민 빗자루’ 모임을 만들었다고 해요.” 스모키는 즐거워하며 말을 이어간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무조건 지지부터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치와는 관련 없는 일반인들이 주도하는 자발적이고 도전적인 행동들은 웬만하면 지지하고 싶습니다.”

부르키나파소의 ‘시민 빗자루’는 단체의 규모가 갑작스럽게 커지면서 내부적인 진통을 겪었다.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전체적으로는 상당한 세력을 확보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단체의 규모가 커지자 특정 사안에 대한 처리 방법과 그 과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의견 충돌이 잦아졌고, 이는 단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부르키나파소 제2의 도시인 보보-디울라소의 지역 클럽 책임자 알렉상드르 디아키테는 단체의 승인 없이 과도기국가위원회의 위원직에 후보로 나섰다는 이유로 제명되었다. 여기서 단체 책임자들의 정치 참여 문제가 제기된다. 정부 직책을 제안 받았을 때 이를 과연 수용해야 할까? 이에 대해 캄 변호사가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우리 단체의 신용을 떨어뜨리고 우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흐리는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몇몇 정부 인사들을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정부에 속해 있지 않기 때문이고, 우리가 그 과도기국가위원회 위원들의 터무니없이 높은 보수를 규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정부의 돈을 받고 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말이 있지요. ‘가득 찬 입은 말이 없다.’”

현재 ‘시민 빗자루’의 목표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대통령 선거를 조직하는 것이다. 이는 10월과 11월에 시위에 참가했던 수백만 명의 시민들에게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도록 권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1,700만 명에 이르는 부르키나파소 인구 중 단 28%만이 알파벳으로 된 이름을 가지고 있어, 선거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3) 또한 ‘시민 빗자루’는 종교 대표자들의 역할을 축소시키고자 한다. 부르키나파소에는 모시족 문화에 따라 종교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4) 이를 간파한 콩파오레 전 대통령은 몇몇 종교인들을 국회에 입성시켰고 2011년부터는 이들로부터 확실한 지지를 얻어내려는 심산으로 보수와 지위까지 제공하였다. ‘시민 빗자루’는 종교인이 당국 책임자로부터 뇌물을 받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게 금지시킴으로써 종교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시민 빗자루’는 코트디부아르로 피신 중인 콩파오레 전 대통령이 2015년 10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자신의 측근이나 친척을 정부 고위직 자리에 앉히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콩파오레 전 대통령과 일을 했던 사람들을 전부다 제외시키면 정부를 아예 구성할 수가 없게 됩니다.” 캄 변호인의 현실적인 설명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일만 도왔던 사람들과 전 정부의 장기 집권에 일조했던 사람들은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입니다.”

무려 27년 동안이나 유지되었던 체제가 단 몇 개월 만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시민 빗자루’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과거 체제로의 회귀를 막고 대통령직이 또다시 군인에게 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다비드 코멜라 David Commeillas
공동저서로 <밥 말리:반항의 삶>(2013), <누아르 음악의 전설들>(2012) 등이 있다.

번역·김소연 dec2323@gmail.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나에게 투표해>, EP(4개 타이틀) (Abazon, 2005) & <범죄는 누구에게 득이 될까?>, 미공개 싱글(Abazon, 2007)
(2) http://tournonslapage.wordpress.com.
(3) 유니세프의 2008-2012년 통계(가장 최근 수치), www.unicef.org.
(4) 부르키나파소 국민의 49%가 모시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