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적 욕망을 담은 마크롱법의 실체
프랑스 정부는 실패한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 도의회 선거에서 참패를 겪었는데도, 극우가 놀랍게 선전하고 있는데도, 실업률이 증가세를 달리는데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총리는 차마 자유주의에 대한 열망을 가라앉힐 줄을 모른다. 그러한 사실을 여실히 증명하는 예가 바로 마크롱법(法)이다.
질식사하기 직전인 그리스에게는 단 하루의 시한도 더 허용해줄 수 없다. 그러나 EU집행위원회가 정한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이미 두 차례나 유예 받은 프랑스에게는 또다시 2년의 시한을 더 연장해주겠다. 이것이 EU집행위원회가 내린 판결이다. 얼핏 보면 EU의 잣대가 얼마나 약자에게는 엄격하고, 강자에게는 관대한지를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그러나 절대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금물이다. 물론 양국의 부채 수준과 긴축의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EU의 기술관료들이 양국에 주문한 ‘요구사항’도 많이 다르다. 그러나 협박 내용만 놓고 보면 그리 다를 것도 없다.부유층이 부를 축재하고 주주가 기업을 장악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모조리 제거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어쩌면 좌파를 자처한 정치지도자인 알렉시스 치프라스와 프랑수아 올랑드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긴축의 고삐를 늦추기 위한 협력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치프라스도 내심 그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언감생심 야무진 꿈일랑 그만 접으시길!
프랑스 정부는 그리스와 연대하기는커녕, 오히려 담보를 더 주고 EU집행위원회의 선처를 호소하는 쪽을 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재정경제부장관이 야심차게 마련한 일명 ‘성장·활동 및 경제적 기회균등’에 관한 법안이 바로 그 같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구상된 법안이다. 오는 4월 7~22일 상원 심의를 앞둔 이 법안은 모두 295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외버스 운영 자율화에서, 야간 및 일요 근무 활성화, 노동쟁의조정의위원회의 역할 축소, 노동법 약화, 공증인을 비롯한 고소득 전문직에 대한 특혜 철폐, 항공군수산업의 민영화, 대학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용, 환경규제 약화 등 온갖 잡다한 분야가 총망라되어 있다.
사실 이 잡다한 법안은 본래 노동부·사법부·교통부·주택부·환경부 등 다양한 부처의 소관이어야 마땅할 테지만, 실제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마크롱 장관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대통령의 새 오른팔인 마크롱 장관이 전 정부 부처를 확실히 장악하고, 재정문제를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어쨌든 이 법안은 독일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 법이 통과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프랑스 정부의 “우수한 실천 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추켜세웠다.(1) 한편 라디오 방송 <유럽1>에 출연한 융커 선생께서도 “찬사를 받을 만한 행보”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2) 그러면서도 명령 비슷한 주문도 함께 덧붙였다. “앞으로는 구조개혁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 1년 전 프랑스 예산안 결정을 주관했던 피에르 모스코비치(전직 프랑스 재무장관이자 현직 유럽연합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역주) 집행위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일보 전진’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개혁 의지가 아직까지는 불충분하다고 비판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제재(3)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협박했다. 만일 위선자들을 위한 무도회가 열린다면, 단연 이 전직 장관이야말로 이 무도회의 왕이라 할 만 하다.
사실 마크롱 장관이 수완이 좋아 (이미 울며 겨자 먹기로 여러 차례 각종 법안을 줄줄이 통과시켰던 사회당 의원들을 포함하여) 의회의 신임을 얻어내고 새 법을 통과시킨 것은 아니다. 올랑드 대통령과 마뉘엘 발스 총리는 헌법 제49조 3항(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할 경우 각료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을 총리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발표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조항-역주)을 원용해 의회 투표 없이 이 법을 발효시켰다. 과거 올랑드 대통령은 이 헌법 조항을 ‘폭거’이자 ‘민주주의의 유린’(4)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그랬던 그가 지금은 똑같은 조항을 의회 표결 없이(요컨대 의회에서 부결될 위험 없이)(5) 법을 신속하게 통과·처리시키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미덕을 지닌 수단으로 여기는 셈이다. 대통령과 총리는 아무리 늦어도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그는 룩셈부르크를 조세천국으로 만들 때는 이렇게까지 EU규정을 신경 쓰지 않았다)로부터 (좋은 점수든 나쁜 점수든) 성적표를 받기로 예정되어 있는 2월 말까지는 모든 일을 깨끗이 매듭지어야 했다. 1월 중순이 되자 EU집행위원회는 일찌감치 재정경제부의 재정 자료를 샅샅이 검토하라며 프랑스에 전문가단을 급파했다.(6) 일종의 독촉 경고였다.
현 사회당 정부의 일원인 마크롱 장관은 새 법이 공증인이나 약사의 기득권을 공격한다고 즐겨 말하곤 한다. 대개 우파정당을 지지하는 명사들인 이들 고소득 전문직은 실로 만만한 표적이다. 반면에 그 가운데 일부, 특히 시골에 거주하는 이들은 그가 공격하는 이미지에는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발생한 뒤 최고조에 달한 주주들의 기득권을 문제 삼기보다는 아마도 이들 부류를 표적으로 삼는 게 여러모로 훨씬 더 편리하리라. 그럼에도 어쨌든 이 법이 기존의 문제점을 일부 개선하고 어느 정도 진일보한 측면이 있음을 무시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일 듯싶다. 먼저 이 법은 65세 이상 고령자를 부양 중인 저소득 임차인에 대한 권익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제25조), 고등학교 교실에서 운전면허필기시험을 치르거나(그 대기 기간을 조금은 줄여줄 것), 모든 운전면허학원이 면허시험 합격률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제9조 제IV항). 그런가하면 규모 400m2 이상의 식료품점의 경우 일요 근무에 대해 30% 가산 보수를 지급하도록 했다(제80조의 1A).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예는 가뭄에 콩 나듯 할 뿐, 실제로는 사회복지 수준이 한층 후퇴된 예가 커다란 대양을 이룰 정도로 훨씬 더 많다.
이 법이 겉으로는 온갖 분야를 총망라한 잡다한 법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는 커다란 일관성을 지닌다. 그 이데올로기를 우리는 간단히 ‘만사축소’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요컨대 국가도 축소하고, 사회보장제도도 축소하고, 노동권도 축소하고, 기업에 대한 규제도 축소하고, 정부의 통제도 축소하자는 것이다. 사실 새 법에 명시된 조처를 여기서 전부 살펴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간단히 5개 부류로 나누어 몇 가지 중요한 예만 짚어보도록 한다.
1. 개별 협정을 확대하다
1806년 이래 처음으로 고용주와 노동자는 노동법에 의거하지 않고도 민법 차원에서 상호 합의에 입각한 노동협정을 맺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아무리 불완전한 법률일지라도, 노동법은 경영자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제한하거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고용주와 생계비를 벌어야 하는 피고용인 사이에 힘의 관계가 어느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제라르 필로슈 근로감독관이 주의 깊게 검토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마크롱 장관이 이 법에서 대관절 어떤 요망한 속임수를 쓰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었다.(7) 형식만 놓고 보면, 얼핏 마크롱 장관은 민법 제2064조의 짧은 항 하나만 조금 손본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짧은 항 위에 그은 밑줄 하나가 사실상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휴지통 신세가 된 이 문제의 항은 다음과 같다. “고용주 또는 그 대리자와, 그리고 고용주가 채용한 노동자는, 노동법규에 의거한 노동계약에서 비롯된 분쟁을 해결할 목적으로는 그 어떤 협정도 맺을 수 없다.” 그러니까 이제 걸림돌은 사라진 것이다. 가령 고용주가 추가 근로에 대한 보수를 더 적게 지불하기를 원한다면 그저 ‘이를 자발적으로 원하는’ 노동자와 개인적으로 협의만 맺으면 그만인 셈이다.
요컨대 프랑스도 점차 미국식 사법체계를 닮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 단위로는 그 어떤 특수한 노동법규도 존재하지 않으며, 노사관계는 민사상의 절차에 따라 처리된다. 노사분쟁이 일어나더라도 소송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고 그 전에 95%가 변호사 선에서 해결된다. 굳이 악의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노동자가 고용주보다 좋은 변호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노동분쟁사건을 노동쟁의조정위원회의 법관들(직업법관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용자 대표가 동수로 구성한 법관으로, ‘조정위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역주)이 심사한다.
당연히 마크롱 장관은 이 조정위원(노동법관-역주)들의 권한을 서서히 제한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제83조와 제84조에 명시된 20여개 규정). 물론 이 법은 노동자 곁을 지키는 조정위원에게 ‘노조측 변호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보호(조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한편 고용주로부터 해고 등의 부당한 처사를 당하지 않도록 보호- 역주)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조정위원의 ‘책무’도 한층 강화(가령 “해당 직무와 모순되는 모든 공적행동 등의 행위를 삼가”해야 한다)하고, 책무를 위반하는 경우의 처벌 수위도 훨씬 높였다.(8)
이 법은 재판 기간을 줄인다는 명분 아래 평소보다 적은 인원으로 소규모 재판(기존의 노동자쪽 재판관 2명과 경영자쪽 재판관 2명을 각각 1명으로 축소)을 구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마침내 신속한 재판을 향해 첫발을 내딛게 된 셈이다. 그러나 모르긴 몰라도 공정한 재판은 이제 물 건너간 것이 분명하다. 사실 너무도 긴 재판 기간이 고역이라면 차라리 재판 역량을 더 강화할 일이지 않은가.
그러나 정부는 그럴 의향도 없는 데다, 노동분쟁조정위원 15,000명을 뽑는 선거마저 아직 재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정부는 저조한 투표율 등의 많은 문제점을 지닌 현행 선거제도를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2013년에 예정되어 있던 투표를 연기했다-역주). 올랑드 대통령이 취소만 하지 않았다면 본래 선거는 2013년 12월 이미 열렸어야 한다. 선거를 취소한 이유는 저조한 투표율(노동자 기권율 74%, 경영자 기권율 68%)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 정도 기권율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조만간 보궐선거도 싹 다 사라져야 마땅할 것이다. 지난 2월 1일 두(Doubs) 지역 보궐선거에서도 기권율은 무려 61%에 달했다. 사실 저조한 투표율을 이유로 선거제를 폐지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가령 1983년 사회보장기관 이사진 선거가 그같은 이유로 폐지됐다. 이 선거는 프랑스 국민과 외국인 이민자를 총망라한, 사실상 모든 노동자와 실업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선거였다.
노사 간 민주주의 체계가 약화되면 위법 고용주에 대한 처벌도 덩달아 감소하기 마련이다. 새 법에 따르면 앞으로 부당해고에 대한 양형기준표가 미리 작성된다(기존에는 노동재판관이 사건별로 손해배상금을 결정하였지만, 새 법을 적용하면 앞으로는 양형기준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판결할 수 없게 된다-역주)(제83조). 마크롱 장관은 이처럼 양형기준표 작성을 의무화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길잡이로 삼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판 기간이 짧아지면, 이 기준표에 의거하는 것이 노동쟁의조정과정의 관례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가령 노동자를 부당 해고하여 챙기는 수익보다 벌금액이 낮은 경우, 현재 시당국이 보이는 행태와 유사한 상황이 충분히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 각 시는 법규에 정해진 대로 임대주택을 더 건설하는 대신 벌금만 내고 마는 게 현실이다. 아주 의미심장한 예는 또 있다. 이번 법부터 노동자 대표의 직무 수행을 방해하더라도 징역형 처벌(물론 기존에도 실천에 옮겨진 적은 결코 없지만)을 가할 수 없게 된다. 징역형 대신 앞으로는 최대 7,500유로의 벌금을 무는 것이 끝이다(제85조의 1). 그러니 언제나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는 똑같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것이다.
한편, 감원과 관련해서도 경영자의 책무를 줄여주기 위한 조처가 도입된다. 근로감독관은 앞으로 노동자 2~9명을 해고하는 경우 경영자가 노동자 대표와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상의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 더 이상 감사하지 않는다. 또한 경영난에 처했다고 신고한 기업은 좀 더 간소한 해고 절차를 밟을 수 있다. 같은 그룹사라 하더라도 자회사가 지급불능에 빠진 경우 모회사는 (거의)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노동자 재취업의 책임은 그룹사가 아닌 개별 사업장이 홀로 진다.
한편 마크롱 장관은 경영자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조금이라도 걸림돌이 될 만한 것은 모조리 제거해주겠다는 일념으로 급기야 카프카적인 조항도 하나 만들어냈다. 행정재판소가 부당 해고 판결을 내리더라도 “이미 기정사실화된 해고 사실을 뒤집거나, 사용자가 손해배상금을 물게 할 수 없다”(제102조)는 것이 바로 그 조항이다. 요컨대 노동자가 부당하게 회사에서 쫓겨나더라도 복직을 하거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영영 사라진 것이다!
EU회원국 파견노동자(9)를 둘러싼 문제도 당분간 해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근로감독관이 EU 파견노동자를 고용한 기업을 감독하며, 노동법 위반 여부(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지불했거나, 주당 정해진 휴식 시간을 지키지 않았거나, 일일 법정 노동 시간을 초과하는 등의 사례)를 색출해내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처벌이라고 해봐야 “최고행정재판소가 명령으로 정한 기간 내에 문제를 시정하도록 사용자에게 서면 지시”(제96조)하는 것이 전부일 뿐이다.
여러 개정된 규정 속에는 일종의 철학이 스며들어가 있다. 집단적 협정보다는 경영자와 노동자 간의 직접적 대면이, 노사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상명하달식의 의사결정 체계가, 노동법보다는 민법이 더 낫다는 정신이다. 아마도 해방 이후 이 정도로까지 사회에 자유주의의 약물을 주사한 정부는 그 선례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2.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벌다
이번에 노동에 관한 새 규정도 무려 30여개나 무더기로 통과됐다(제71조~제82조의 1). 새 법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제관광지구’가 신설된다. 이 지역에서는 상점들이 일요일이나 평일 자정까지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다. 주요 기차역에 들어선 상점에도 똑같은 룰이 적용된다. 이 법이 얼마나 전체주의적인 면을 지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 있다. 바로 정부가 일단 결정하면 각 시의 시장은 더 이상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기존의 예외적 영업 허가 구역도 향후 새롭게 재편되거나 확대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얼마나 많은 구역이 지금의 허가구역에 더해 무분별하게 개방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마크롱 장관은 수많은 고용 창출(최대 30만)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 장담하지만, 정작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명확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 연구는 대부분 오히려 정반대 예측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10)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횟수는 정해져 있어서, 일단 오늘 물건을 산 사람이 내일 또 다시 지출을 하리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경제학자는 오히려 일요 영업과 야간 영업을 허용하는 경우 골목상권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말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로랑 파비우스 외무국제개발부 장관은 일요일에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향수를 살 수 없다면 파리를 찾던 ‘중국인 관광객’이 결국 런던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라고 귀에 딱지가 않도록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파비우스 장관은 부디 자신의 부서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를 잘 좀 챙겨 읽으시길 바란다. 이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여전히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의 관광국이다. 더욱이 중국 관광객 수도 2009~2013년 사이 무려 두 배나 껑충 뛰었다.(11) 요컨대 프랑스의 상점 영업 체계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심한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편, 시장과 도지사 재량으로 허용할 수 있는 일요 영업 횟수도 (기존의 5회에서) 12회로 확대된다. 그러나 이미 (정기적 혹은 일시적으로) 일요 근무를 하는 노동자는 1990년 10명 중 2명에서 10명 중 3명(29%)으로 크게 늘었다. 끔찍할 정도로 구매력이 저하된 나라에 ‘소비 지상주의’의 숨결을 불어넣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체 이처럼 일요일 휴식을 취할 노동자의 권리를 마구 짓밟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마크롱 장관은 일요 근무는 분명 ‘자발적으로 이를 자원한 노동자’에게만 한정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과연 그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체 어떤 간 큰 노동자가 사장의 끈질긴 부탁을 끝내 거절한단 말인가? 구매력을 미끼로 노동자를 압박하면 아무리 일요 노동을 원치 않는 노동자도 금세 마음이 돌아서기 마련이다. 상점과 대형유통업체가 지급하는 임금은 너무도 저조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가령, 종일제로 일하는 노동자의 절반이 매월 순소득으로 1,387유로(전 업종을 망라한 전체 노동자 절반의 순소득은 월 1,730유로)를 채 받지 못한다. 그러니 많은 노동자가 시간제 일자리, 그것도 거의 아르바이트 수준의 시간제 노동을 마다하기가 힘든 것이다. 특히 인력시장에 남아도는 여성 노동자의 사정이 더욱 그러하다.
사실 일요 노동에 대해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냉혹한 현실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질 우려가 높다. 새 법은 일요 노동의 대가에 대해 그 어떤 명확한 규정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일요 근무의 대가에 관한 부분은 모호하기 짝이 없는 ‘지역 협정이나 단체 협정’에 따르거나, 혹은 노동자와 상의 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라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 일요 영업 특별허가구역에서는 별도의 협정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고용주가 노동법에 의거해 일요 근무를 서는 노동자에게 2배의 보수를 지급하도록 되어 있었다. 물론 기업 차원의 협정이나 쌍방 협정이 늘어나면서, 이런 모범적인 사례는 점차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제는 그런 규제 장치마저 아예 사라져버리게 된다. 새 법은 일요 근무의 대가에 관한 문제를 어떤 법에 근거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12)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위협 앞에, 결국 노동복지 축소는 일종의 대세로 자리 잡을 우려가 크다.
마크롱 장관의 은총 덕에 어느새 ‘야간 근무’(저녁 9시부터 자정까지의 근무)(기존의 ‘심야 근무’는 저녁 9시부터 새벽 6시까지를 의미했음-역주)로 둔갑한 밤 근무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요 근무와 마찬가지로, “자녀 돌봄으로 인해 발생한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대가”는 오로지 경영자와 노동자 간 협정만으로 정하게 된다. 세상에 이 보다 더 불명확한 규정이 대체 어디 있을까?
무슨 기적 덕분인지, 400m2 이상 규모 식료품점의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30% 가산 보수를 지급하라고 명시했다. 이는 물론 일요 근무가 상시화된 경우에는 단체협약에 정해진 20% 가산 보수보다는 훨씬 더 조건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시적 일요 근무에 대해 100% 가산 보수를 지급하던 것과 견주면 형편없는 수준에 불과하다.
사실 새 법은 노동자의 삶의 조건만 더 열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결국 경영자가 그동안 예외적 체제에 속했던 일요 노동을 표준화하는 데 일조하게 될 것이다.
3. 가보를 팔아넘기다
이제는 ‘민영화’라는 표현 대신 ‘민간부문으로의 이전’ 내지는 ‘정부 지분 보유 기업들의 지분 거래’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반박할 여지없이 훨씬 더 고상한 표현이다.
기업의 매각 방식은 본래 의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그런데 마크롱 장관은 향후 민영화 기업을 정리한 목록을 직접 작성하며 이른바 전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령 “프랑스의 국영 지상무기 제조업체 GIAT와 그 자회사가 보유한 지분의 과반수”를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민간부분(제47조)의 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무기를 제조해 판매한다는 것이 그리 유쾌하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프랑스는 세계 제3위의 위상을 차지). 그러나 이 국영군수업체를 민영화한다면, 전 세계가 함께 무장을 해제하지 않는 한 결국 프랑스 정부는 주권과 산업정책(무엇을 제조할 것인가?), 외교정책(누구에게 무기를 팔 것인가?), 수입원(이 기업은 정부조달시장 덕에 먹고 산다)과 일자리 따위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수단을 잃게 되는 셈이다. 이미 유수한 전투장비제조업체 GIAT의 자회사 넥스터를 독일 KMW(크라우스마페이베그만·독일의 전차 및 장갑차 제조업체-역주)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독일과 프랑스 정부 사이에는 향후 수출처를 놓고 첨예한 논란(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에 대한 무기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서 프랑스가 기존의 수출처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역주)이 일어나지 않았던가.(13)
마크롱 장관이 작성한 민영화 목록에는 리옹 공항과 코트다쥐르 공항도 포함되어 있다. 마크롱 법은 이들 공항의 ‘과반수 지분을 민간부문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제49조). 이처럼 국가의 재산이 눈 녹듯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올랑드호는 2013년 EADS(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3.7%)와 사프랑(7.8%), 파리 공항(9.5%)에 이어, 2014년에는 GDF-수에즈(3.1%), 오랑주(1.9%), 툴루즈 공항의 일부 지분까지도 싹 다 팔아치웠다. 덕분에 프랑스 정부는 50억 유로 이상의 짭짤한 대금을 호주머니 속에 챙겨 넣을 수 있었다.(14) 물론 제너럴 일렉트릭에 매각된 알스톰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파격적인 행보는 그것만이 아니다. 새 법은 “대학병원이 지분을 매입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길도 활짝 터주었다(제42조). 앞으로는 민간기업이 공공연구의 과실을 ‘영리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보다 더 혁신적인 행보는 종합병원들이 (가령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건축 중인 루브르 박물관처럼) 부유한 외국의 수도에 분관을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분관에서는 저명한 교수나 의사들이 한 달에 며칠 정도 머무르며 진료를 보거나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더욱 압권은 중개기업들이 생겨나 앞으로 명성 높은 대학병원에 부자 환자를 모시기 위한 유치전을 벌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가령 파리 앙브루아즈 파레 병원은 지난 해 걸프만의 한 왕족을 모시기 위해 한 층 전체를 전세 내어 사용하는 아주 놀라운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것을 흔히 전문적인 용어로는 ‘의료관광’이라 부른다. 이제 일반인은 이 새롭게 등장한 의료관광객의 치료가 모두 끝나거나, 혹은 외국팀에 합류했던 전문의가 다시 병원으로 복귀한 뒤에야, 비로소 조금이나마 의료진의 관심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새 법은 여세를 몰아 “국가가 지분을 보유한 주식회사는 상법을 따라야 한다”는 이른바 2014년 8월 20일자 법률명령(ordonnance·법률과 행정입법의 중간에 위치하는 법규범을 의미한다. 헌법 제38조 제1항에서는 “정부는 국정수행을 위하여 법률의 소관사항에 속하는 조치를 일정한 기간 동안 법률명령으로써 행할 수 있도록 승인해줄 것을 의회에 요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역주)을 승인해줬다. 이 기업들이 더 이상 ‘공공부문 민주화법’의 적용을 받지 않게 되면, 이사회 내 노동자 대표자의 수는 한층 줄어들게 된다. 이 점에 대해선 장관도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사실상 정부 대표들, 사외이사들에게 더 충분한 자리를 내주어야만 한다.”(15) 그러니 앞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은 축소되고, 국가참여관리청(APE)의 역할은 확대될 것이 자명하다. 문제는 국가참여관리청의 경영진이 각각 비벤디와 HSBC에서 인수합병 담당자로 활동했던 레지 튀리니와 아스트리드 밀상 같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한편 새 법에 따르면 남녀 동수의 원칙은 잘 지켜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사회계층 간 다양성은 한층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새 법은 프랑스국영철도(SNCF)의 방종을 막기 위해, SNCF의 인프라 확대 및 현대화에 대한 투자 기준을 명시하기도 했다(제51조). 그러나 승객의 편의나 서비스에 대한 규정은 전무하다. 요컨대 이 부분의 투자는 오로지 부채/영업이익률의 비율, 다시 말해 기대 수익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그 사이 버스 노선은 더욱 발전해, 철도의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더 나아가 환경오염도 더욱 가중될 것이다).
4. 모든 차원의 탈규제
새 법에 명시된 규제 철폐 내역을 여기서 전부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쨌든 교통 부문 말고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주제 중에 변호사나 공증인 등에 대한 특혜 철폐를 꼽을 수 있다. 앞으로 이 직업군의 진입 장벽은 훨씬 더 낮아질 것이다. 한편 그보다는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관광지구를 중심으로 한 건축 규제완화도 꼽을 수 있다(제24조, 제25조). 새 법은 “건축사업 촉진”(제26조)이라는 표제 아래 일부 주택 건설과 관련한 환경보호 및 위험예방법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일련의 법조항을 줄줄이 열거하고 있다.
마크롱 법은 모든 종류의 세제혜택이라는 항목 아래, 무상주식 배분과 관련한 부담금 및 세금 감면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물론 이 세제 혜택의 가장 큰 수혜자는 당연히 고위 임원일 것이다. 부유층에게 선사하는 이 세제혜택의 규모는 재무부 추산에 따르면 연간 3억 유로, 대다수 전문가에 따르면 9억 유로에 달한다. 한편 아직까지도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일종의 개인연금기금인 단체연금저축제도(PERCO)에 대한 부담금 감면 혜택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 정부는 이 연기금에 대해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기만을 원하는 게 아니다. 더 나아가 조세수입의 감소로 부족해진 재정을 민영화를 통해 해결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5. 짓밟힌 민주주의
이제 의회의 권리는 무시한 채 법률명령을 통해 만사를 무조건 행정부의 힘을 빌려 해결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앞서의 민영화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환경 부분도 마찬가지다. 새 법에 따르면 앞으로 정부는 “건축 사업 심사 및 최종 결정 과정을 신속히 진행”하고, “납기일”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법률적 소관에 속하는 모든 조처를 법률명령을 통해 시행”할 수 있다. 물론 마크롱 장관은 이로 인해 “환경법의 기본 원칙이 침해”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배제된 마당에, 대체 누가 이를 보장한단 말인가?
새 법이 전체주의에 대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은 노동법과 관련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제85조). 가령 정부는 앞으로 “법률적 소관에 속하는 조처, 또는 형사소송법·농어촌법·교통법·노동법의 개정과 관련된 조처를 법률명령을 통해 시행”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마크롱 장관은 본 법안의 취지를 줄줄이 언급하면서 “노동 안전 및 보건과 관련한 위법 행위의 처벌 방법을 새롭게 조율하고 양형기준을 손보기 위해서”라는 뜻을 밝혔다. 그의 신념과 행동에 견주어 보면, 사실상 앞으로 노동법이 좀 더 엄격하게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마크롱 장관은 이런 약속도 했다. “법적 대상이 사라진 불필요한 법 규정을 없애고, 노동법 자체나 혹은 노동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더욱 일관성 있게 재정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법을 민사소송법과 통합하려는 시도를 보면 가히 그 ‘일관성’이란 것에 대해 우리는 조금도 의심을 품을 수 없다.
정부는 결코 사소하다고 볼 수 없는 문제를 둘러싼 법률을 모두 23차례나 법률명령을 통해 법제화했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사회당 소속의 하원의원들이 이같은 민주주의의 유린을 버젓이 용인한 셈이다.
4월 7일 이후에는 상원의원들도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4년 가을부터 우파가 상원을 완전히 점령한 상황에서 사회복지를 확대하는 쪽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상원의장 제라르 라르셰는 (자신도 역시) “더욱 일관성 있는 법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물론 여기서 일관성 있는 법 체제란 바로 사회복지의 후퇴와 주 35시간 노동제 완화, 그리고 기업 매각 사실을 노동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와 관련한 아몽법의 개정을 의미한다.
재정부장관은 앞으로 어떤 변화든 모두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EU도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상원 청문회장에서 마크롱 법안을 거론하며 그같은 속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집행위원회는 이 법안을 좋게 생각한다. (……) 일요 영업의 자유화와 이동성 강화, 노동쟁의조정위원회 개혁과 일부 고소득전문직에 대한 특혜 철폐 등은 모두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아직은 첫걸음마를 뗀 것에 불과하다. 그 외에도 프랑스에는 법률의 보호를 받는 직종이 무려 200여종에 달한다.”(16) 물론 프랑스 정부는 앞으로 자신의 임무에 더욱 매진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그것이 정부의 신념에 배치되지 않는 만큼, 더욱더 열성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려 들 것이다. 발스 총리는 “노동법을 개혁하고 경제에 더욱 많은 자유를 불어넣는” 등 “프랑스가 친기업적 행보에 나서고 있음을 열렬히 선전”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2015년 1월 30일).
중국 정부와 경영자에게는 참으로 감미로운 음악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중국 상무부 유럽 담당자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세계화 시대에는 기존의 복지체계를 계속 유지할 수가 없다. 이제 더 이상 무료 저녁식사는 없다는 사실을 프랑스인들도 깨달아야 한다.”(17) 한편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이 요란하게 보도한 바와 같이, 마크롱 장관은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미국의 경영자들 앞에서 “기업들이 경직된 노동 규정을 피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피고용자와의 직접적 협상이 가능해지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2015년 3월 8일). 적어도 이 약속만큼은 앞으로 철저히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프랑스 국민이 결국 선거에서 극우파가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데도 사회당을 외면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국민전선은 2015년 3월 22일 도의회 선거 1차 투표에서 무려 25%에 달하는 득표율을 획득했다. 과거 도의회 선거가 열렸던 2011년에는 15.1%, 2008년에는 4.8%에 불과했던 수치다.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잔뜩 격앙된 목소리로 외치는 도덕주의 담론이나 입장은 유권자의 외면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 그러니 차라리 시민들과 했던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 더 바람직한 일인지 모른다. 또한 집권당에 속한 좌파 의원들이 자신들의 특권을 백십분 활용해 현 세태에 저항하고, 더 나아가 다른 의원들, 가령 그리스 의원들과 연대하는 것이 훨씬 더 나은 길로 보인다.
글·마르틴 뷜라르 Martine Bulard
<위마니테 디망스〉 편집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는 <중국-인도. 용과 코끼리의 경주(2008)> 등이 있다.
번역·허보미 jinougy@naver.com
서울대 불문학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1) AFP, 2015년 2월 20일.
(2) 2015년 3월 19일.
(3) Pierre Moscovici, ‘프랑스를 위한 약속과 책임감과 개혁’, 2015년 3월 2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www.pierremoscovici.fr.
(4) 2006년 2월 9일 도미니크 드빌팽 전 총리가 헌법 제49조 3항을 원용해 의회 투표 없이 최초고용계약제도(CPE)에 관한 법을 발효시켰다.
(5) 물론 하원위원들이 불신임안을 제출할 수 있으나, 과반수가 신임안을 가결하면 해당 법은 “통과된 것으로 간주”된다.
(6) Alexandre Bouihet, ‘프랑스 재정자료를 샅샅이 훑기 위해 파리에 급파된 EU집행위원회 전문가단’, <르피가로>, 파리, 2015년 1월 13일.
(7) 제라르 필로슈가 자신의 웹사이트(www.filoche.ent)에 올린 마크롱 법에 관한 분석과 기사 ‘왜 민법 제2064조를 바꾸는가?’(<르몽드>, 2015년 1월 14일) 참조.
(8) Helene Y Meynaud(사회학자 겸 노동쟁의조정위원회 재판관), ‘마진 증가와 노동세계의 노동권 약화’, <노동의 세계(Les mondes du travail)>, 에브리, 2015년 3월.
(9) Gilles Balastre, ‘사회적 덤핑과 싸우는 파견 노동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4월.
(10) Philippe Moati, Laurent Pouquet, ‘상점의 일요 영업’, 프랑스생활조건연구조사센터(CREDOC), <연구노트(Cahier de recherche)>, 제246호, 파리, 2008년 11월.
(11) ‘프랑스는 여전히 가장 방문객이 많은 나라다’, <Le 4 Pages>, 제36호, 2014년 7월, www.entreprises.gouv.fr.
(12) Richard Abauzit의 세밀한 분석, ‘마크롱법, 하원 통과 후 더 악화됐다’, 2015년 3월 5일, blogs.mediapart.fr.
(13) Michel Cabriol, ‘독일 정부는 넥스터의 수출을 막을 수 없다’, <라트리뷴>, 파리, 2015년 2월 11일.
(14) ‘마크롱 법안 혹은 극자유주의적 프랑스를 건설하는 방법’, <경제와 정치(Economie et Politique)>, 제724~725호, 파리, 2014년 12월.
(15) 본 법 제45조에 관한 심의 보고서, 2015년 2월 9일.
(16) EU집행위원회와 상원 재정위원회의 돔브로우스키스 청문회, 2015년 3월 11일, www.senat.fr.
(17) ‘시진핑 혹은 마오쩌둥과 애덤 스미스의 화해의 기술’, Planete Asie(블로그 제목), 2014년 3월 27일, http://blog.mondedipl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