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혹스러운 독일 무기판매

2015-04-30     필립 레이마리

 

수출강국 독일의 면모는 무기수출 분야에서도 소리 소문 없이 드러났다. 이러한 무기 수출 성적이 독일 내에서 뜨거운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장관은 “독일이 전 세계 최대 무기 수출국 중 한 곳으로 뽑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1) 실제로 독일은 2014년 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미국(점유율 31%), 러시아(27%)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큰 무기 수출국으로 기록됐고, 중국과 프랑스가 각각 점유율 5%로 그 뒤를 이었다.(2) 가브리엘 장관의 입장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입장과는 대조적이다. 가우크 대통령은 독일이 현재의 경제적 입지에 걸맞게 국제무대에서도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다 빨리, 보다 확실한 태도로, 보다 일관성 있게” 평화 수호와 전쟁 문제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3) 가우크 대통령은 국민에게 “독일이 겪은 죄책감을 핑계로 두 눈을 돌려서는 안 된다”라며, 인권 보호를 위해서라면 “무기를 장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마지막 발언 때문에 독일 좌파당(Die Linke)은 가우크 대통령을 ‘혐오스러운 전쟁 선동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4) 하지만 이 연설은 독일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환영과도 같은 유럽공동방위체제에서 중책을 맡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해외 여론에게는 호평을 받았다.

사회민주당(SPD) 대표인 가브리엘 장관은 전후 독일의 전통적 평화주의 기조를 따라왔다. 독일은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파병 요구를 반대했고, 2011년 리비아 전에서도 프랑스-영국군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았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나토군의 작전에 참여했다가 쓰라린 고통을 맛보기도 했다. 이때 총 57명의 병사가 사망했고, 2009년 9월에는 상당수의 민간인을 포함해 142명의 사망자를 낳았던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지역의 공습에서 독일이 큰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다.(5) 현재 연립여당을 이뤄낸 장본인이기도 한 가브리엘 장관은 지난 2013년 9월 총선 당시 독일의 무기 수출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전임자들이 알제리,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등 ‘제3국’(즉, 비유럽연합국이며 결정적으로 대서양동맹에 속하지 않는 국가)와 계약을 체결한 것은 그다지 주의 깊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여겼던 것이다. 실제로 2014년 독일의 무기 수출 대상국 중 절반 이상은 이러한 제3국에 해당하는 국가들이었다.
가브리엘 장관은 수출 허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경제부 장관직에 오르자마자 공약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독일 연방안전보장회의에서도 그는 보다 제한적인 입장을 택했다. 2014년 정부가 허가한 관련 수출액은 총 65억 유로로 2013년보다 22%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대상으로 하는 수출 계약 건들을 다수 중단시켰으며, 특히 프랑스 미사일 업체 엠비디에이(MBDA)사가 생산하는 미사일(MILAN-ER)의 독일산 탄두 수출을 막아 카타르 행 수출을 제지했고, 역시 프랑스의 방산업체인 넥스터(Nexter)사가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원으로 레바논에 장갑차를 제공할 때 역시 독일산 차체의 수출을 금지했다. 프랑스의 무기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독일의 이러한 입장은 프랑스와 독일 양국의 장관 및 기업가들이 교섭을 한 끝에 올 1월이 되어서야 철회됐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넓은 의미의 방위산업 종사자가 총 5천 명에 달한다. 연간 매출액은 200억 유로로, 그중 3분의 1이 수출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독일의 경우 2005년에서 2011년 사이 무기산업 분야의 고용 상승률이 4%를 기록했고(일반 산업 분야는 0.9% 상승), 평균 급여총액은 월간 5천 유로에 달했다.(6)

독일 정부는 무기 수출 제한으로 생기는 수익 감소를 메우기 위해 무기산업의 ‘유럽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예로 비록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지난 7월 발표된 독일 방산업체 케이엠더블유(KMW)사와 프랑스의 넥스터사 간 합작 생산 프로젝트를 들 수 있으며, ‘주요 고객사’로 올라선 독일연방군(분데스베어) 역시 활발하게 무기를 주문하고 있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와 사회민주당측 파트너들은 국방 관련 예산을 인상해야한다는 의견에 반대의사를 표했다. 2014년 독일 국방예산은 324억 유로로 프랑스의 315억 유로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병력은 프랑스 21만 3천 명보다 낮은 17만 1천 명이며, 전력투사력, 전투능력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15년 독일 국방예산은 329억 7천만 유로로 소폭 인상됐으나, 전체 GDP 대비 1%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으로 나토 권장 기준 2%(프랑스 1.6%)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국제 분쟁 개입과 관련한 논란

독일이 국제 분쟁에 간접적으로라도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는 주장에 독일 내에서는 많은 논란이 일어났다. 2014년 9월 1일, 메르켈 총리의 요청에 따라 열린 임시회의에서 독일 의회는 약 1만 명의 이라크 쿠르드군에 독일 무기를 지급하는데 허가 결정을 내렸다. 곧이어 수십 대의 미사일(MILAN) 발사대와 기관총, 각각 8천 자루의 돌격 소총(HK G3)과 권총, 유탄, 방탄복, 화물차 등의 장비들이 수송됐다. 여기에 더해 독일 연방군의 교관 백여 명 역시 비밀리에 파송됐다. 쿠르드군에 대한 무기 지원은 독일이 작년 9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진행된 대(對)이슬람국가(IS) 공습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결정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어온 금기, 즉 전쟁 중인 국가, 특히 나토 또는 유럽연합의 회원국이 아닌 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를 매매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깬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월 중순, 독일 의회 법정감사에서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 이슬람국가의 전쟁에 독일이 군사 활동 및 원조를 할 경우 이는 ‘헌법에 위배’될 것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독일 헌법상 원칙적으로 독일이 포함되어 있는 동맹이 ‘공동 방위 시스템’에 영구적으로 속해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연방군의 외부적 활동이 가능하다고 제한하고 있으며, 미국에 의해 형성된 동맹의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의회의 법률전문가들은 무기 운송을 지속하기 위한 새로운 방책을 최대한 신속하게 세워야만 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국방부장관은 지난 2월 중순 “어떠한 금기도, 정해진 시나리오도 없이” 새로운 국방백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2016년 발간 될 이 국방백서를 통해 판단 기준이 불분명했던 무기 생산 및 수출 정책을 면밀히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네 번의 대규모 컨퍼런스와 수백 번의 회의가 예정되어 있어서, 국회의원, 전문가, 일반 시민 등이 한 자리에 모여 사이버 전쟁, 테러 방지, 유럽공동방위체제, 나토 재편성, 러시아와의 회담, 연방 공군(루프트바페)의 무인정찰기 배치 문제, 군사 장비 보급 등 독일 국방의 미래를 재설계할 예정이다. 실제로 의회 국방위원회는 “현재 무기 수준은 간신히 정상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인정했다. 독일 공군의 경우 2014년 가용 무기 비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7)

긴장감이 맴도는 국제적 상황 속에서도, 사회민주당 측은 이러한 논의가 국방예산 증액을 정당화해줄 수는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녹색당은 무기산업의 영향력에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좌파당은 국외 분쟁지역 개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8) 한편 폰 데어 라이엔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내세워 당초 백여 대의 장갑차를 매각 또는 폐기하려고 했던 연방군 개편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냉전시대에 사용됐던 퇴역 장갑차들이 어쩌면 다시 현업에 불려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 됐다.
 

글·필립 레이마리 Philippe Leymarie

번역·김보희 sltkimbh@gmail.com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
 

(1) <슈테른>, 뮌헨, 2014년 1월 29일.
(2) 2010-2014년 평균 기준; Siemon T. Wezeman & Pieter D. Wezeman, <국제 무기도입 동향 보고서>, SIPRI(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 2015년 3월.
(3) 안전보장 국제회의, 뮌헨, 2014년 1월 31일.
(4) ‘독일의 새로운 고민, 아프가니스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1년 2월호.
(5) Wifor 조사보고서 2012년호, www.wifor.de.
(6) 독일
(7) <슈피겔>, 베를린, 2015년 8월 25일.
(8) <타츠(Die Tageszeitung)>, 베를린, 2015년 3월 9일.

 

<보충기사>
숫자로 보는 독일

인구 8,090만 명 (외국인 720만 명 포함, 2014년 6월 30일 기준)
출생률 1.41명 (2013년 기준)
노동인구 4,201만 명 (2014년 말 기준, 참고-프랑스 2,680만 명)
순이동인구 42만8천 명 (2013년 기준)
2013년, 여성 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 근로자에 비해 구독일연방공화국(서독) 지역에서 23%, 구독일민주공화국(동독) 지역에서 6% 더 낮게 나타남
2007~2011년 (확인 가능한 가장 최신 자료), 소득기준 하위 10%의 실질순소득은 6.1% 하락한 반면, 상위 10%의 실질순소득은 0.7% 상승함
2012년, 지니계수에 따른 독일의 순자산(동산·부동산 포함, 부채 제외) 재분배율은 유로존 내 최하위를 기록함
2012년, 자산기준 하위 25%의 순자산은 0유로, 50%(중앙값)는 1만7천 유로이며, 상위 1%는 81만 7,279유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남
2011년, 부유층 상위 10%의 가계순자산은 전체의 59.2%를 차지, 하위 50%는 2.8%를 차지함
2011년, 구동독지역의 평균 가계순자산은 6만7,480유로, 구서독지역은 23만240유로로 나타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