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가 된 이슬람

2015-05-04     도미니크 비달

허수아비가 된 이슬람

히틀러풍의 콧수염을 달고 사진촬영을 한 사람이 정치판에서 성공하기란 녹록치 않다. 특히 독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유럽 이슬람화에 반대하는 유럽 애국자 모임의 독일판인 페기다의 창시자인 루츠 바흐만이 불행이도 이 같은 경험을 했다. 2014년 드레스덴 페기다 전당대회 땐 2만 5천명에 달했던 참가자들이 2015년 3월 말엔 3천명으로 그 수가 급락했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정기집회인 페기다 월요집회도 거의 사라졌다. 페기다 집회 참여자 수보다는 반페기다 집회 참여자 수가 더 많다. 게다가 페기다 집회는 신나치의 등장으로 종종 불법집회로 끝나기 일쑤다. 

베를린에서 기자생활을 하고 있는 파스칼 티보는 작센의 수도 드레스덴이 페기다의 본거지로 쓰이는 이유를 설명한다. “첫째, 드레스덴은 항상 극우파의 산실이었다. 1930년대부터, 드레스덴은 나치당의 영지였다. 둘째, 1945년 2월 13일과 15일 사이에 있었던 연합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도시가 붕괴되고 3만 5천명이 사망하며, 일부 시민들은 비나치화의 ‘뽕 주사’의 미망에서 깨어났다. 마지막으로 독일 통합 이후, 드레스덴은 전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의 모든 주요 도시들이 그렇듯 한때 방치된 도시로 전락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슬람혐오증이 시위대가 집결한 주요 요인이긴 하지만, 정치계의 무관심에 대한 반발감도 이들의 집회에 한몫하고 있다. 그래서 1989년 가을 이들은 “우리는 국민들이다”이란 슬로건을 외치며 공산주의 시스템의 민주화와 전복을 외쳤다.(1) 4분의 1세기가 지난 지금, 이들의 이런 외침은 국민들과 단절된 생활을 하고 있는 엘리트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페기다, 즉 “국민들은” 독일의 쇠퇴를 부추기는 모든 것을 공격한다. 이를테면, 독일이 구제 금융을 지불하고 있는 남유럽 국민들을 비롯해 정치 망명 신청자들과 독일의 안보를 위협하는 독일 이주 노동자들 그리고 부패한 엘리트들과 미디어 등등을 공격한다.(…)

이민자 수를 급격히 감축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도덕적인 문제만 있는 게 아니라 독일의 이해관계에도 배치된다. 왜냐하면 가임 여성 1인 당 1.4명의 출산율(프랑스는 2명)로, 독일은 위험한 수준의 인구 감소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 통계청에 따르면 지금부터 2050년까지 독일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현 8천 7백만 명에서 6천 5백만 명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2) 매년 수십만 명씩 이주 노동자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러한 인구학적 붕괴는 논리적으로 인구의 고령화를 수반한다. 2050년부터 노동 인구가 2배가 감소하며 예견 가능한 일련의 재난을 야기시킬 것이다. 예를 들면 탈산업화와 사회보장기금 부족으로 연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될 것이다.

대규모의 이민 실종으로 인해, 2000년대 중반쯤엔 프랑스가 인구학적 측면 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독일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요컨대 수십 년간 이민을 거부했던 독일이 현재 이민을 허용하는 게 놀라울 게 전혀 없는 셈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이주노동자들을 “초대 노동자(Gastarbeiter)”라 불렀다. 2000년 이후, 독일은 속인주의를 토대로 운용하던 국적법에 속지주의를 가미시켰다.(3) 따라서 독일에서 태어난 외국인도 출생 즉시 독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50만 명, 즉 독일에 거주하는 터키인의 4분의 1이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 독일은 유럽에서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국가이다. 2013년 독일에 새롭게 유입된 이민자 수는 45만 명을 웃돈다.(4)

대다수의 유럽 국가들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지속적인 외국인의 독일 정착이 절박한 인구 감소의 유일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독일인들은 저출산 문제가 대부분 자녀들 양육 때문에 벌어지는 경력단절과 종종 연관이 있다고 토로한다. 비록 베를린의 대연정정부가 유급 육아 휴가의 확대, 보육원과 유치원 증설, 가족수당 인상 등 가족 정책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요컨대 독일의 현실은 국가수호를 기치로 내세우며 페기다 추종자들이 퍼붓고 있는 즉각적이고도 단순한 정치공세와는 거리가 멀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적용된다면 독일의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작센의 (페기다) 바람은 이미 잦아지고 있지 않던가? 만약 페기다가 지고 있다면 그건 분명, 이 세력의 계승자인 독일을 위한 대안정당(AfD) 때문일 것이다.

이 정당 대변인 중 한명인 프라우케 페트리의 말을 경청하면 이런 사실에 확신이 생길 것이다. 그는 “우리는 시민들의 시위가 폭력적이지만 않으면 절대로 시위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꼼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극우세력에 거리를 두고 있다. 바흐만은 문제가 많은 인물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 사람이 페기다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또한 통합 실패와 과도한 정치 망명자들의 수용 그리고 이슬람 정치의 위험을 규탄한다. AfD는 페기다와 공통점이 있지만 저들과의 연관성은 없다. 우리는 저들의 정치적 동지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글·도미니크 비달  Dominique Vidal

번역·조은섭 chosub@hanmail.net

(1) 슬로건 ‘우리는 국민이다(Wir sind ein Volk)’은 독일 통합의 의제로 기록된다.
(2) 유럽 통계청(Eurostat)의 대차 대조표와 인구 통계 지표 참고, 12 월 8 일 2012년 12월 8일.
(3) Benoit Breville, ‘왜 당신은 절대로 중국인이 되려하지 않는가?(Pourquoi vous ne deviendrez jamais chinois?)’,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14년 1월.
(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통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