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도 시설도 내·외국인 구별

2009-06-04     김신환 | 여행작가

쿠바는 2개의 경제가 돌아간다. 모든 요금이 외국인과 내국인을 차별해서 받는다. 이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흔히 쓰는 방식이다. 보통 외국인은 같은 것을 사용해도 내국인에 비해 10배 이상 비싼 값을 내야 한다. 여행자들은 2개의 화폐를 사용하는 것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외국인이 아닌, 쿠바인처럼 생활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내국인이 쓰는 화폐는 모네다라 부른다, 외국인은 컨버터블 페소를 쓴다. 컨버터블 페소와 미국 달러의 환율은 100:90이다. 즉, 100달러를 바꾸면 90컨버터블 페소를 준다. 이전까지 달러와 컨버터블 페소의 환율은 1:1이었다. 여행자들은 컨버터블 페소로 환전할 필요가 없이 달러로 지불했다. 그러나 2004년 미국 달러에 대한 평가절하를 단행하면서 더는 미국 달러를 쓸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유로화나 엔화를 가져가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 

 쿠바에서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사용하는 화폐만 다른 것이 아니다.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구분돼 있다. 외국인은 외국인에게 허용된 호텔과 숙소에서만 머물 수 있다. 택시도 외국인과 내국인이 이용하는 것이 구별돼 있다. 시보레 택시의 경우 내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 또 버스도 외국인 전용버스가 따로 있다. 시설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훨씬 좋다. 비싼 값을 치르는 만큼 누릴 수 있게 해준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지만 엄격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인도 요령껏 내국인이 쓰는 화폐(모네다)를 쓸 수 있다. 또 내국인들이 이용하는 레스토랑과 시장과 가게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나 택시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식당이나 빵 가게, 거리의 아이스크림 가게 등 내국인이 이용하는 시설을 적절히 이용하면 돈을 아낄 수 있다. 이를테면 외국인 전용 레스토랑에서는 점심값으로 팁과 음료를 포함해 보통 15 컨버터블 페소(약 17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내국인 식당에서는 20페소(약 70센트)면 거뜬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길거리 피자 한 판은 6페소(30센트), 색소를 넣은 음료수는 1페소(5센트)다. 쿠바인은 외국인 전용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하나, 비싸기 때문이다.